
우 정 순 / 전 충북한의사회장
한방의료보험의 실시
1984년 12월1일부터 실시된 청주-청원지역 한방의보 시범사업은 1개월간의 시행 예고 후 전격 실시됐다. 전격 실시라는 의미는 사전에 충분한 준비 과정이 없이 실시됐다라는 의미이며 한방의료가 공공의료·제도권 의료로 진입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방의보 실시와 시대적 배경
국가 의료정책은 1977년부터 시행된 의료보험제도의 도입과 이를 통한 국가의 의료 관리, 수급체계를 총괄하는 시스템 전환의 시작이었다. 따라서 한방의료의 의료보험제도로의 진입은 국가의 제도권 의료시스템에 진입을 하느냐, 권외 의료로 존재하는 것이냐에 대한 갈림길에서의 선택이었다.
한방의보 실시의 의미
의료제도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의료보험의 시행은 사회주의적 의료보장제도의 일환이며 안정적인 의료 수급을 위한 국가 의료시스템이다.
따라서 공공의료를 포함하여 국가 의료체계로의 진입은 의료보험의 참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한방의료의 의료보험제도 내로의 진입은 그 관점에서 의미가 있었다할 것이다.
한방의보 실시의 당위성은 양질의 대학 교육을 통한 한의학의 육성과 전문인력의 양성 및 이를 근거로 한 행위의 국가면허로의 확립을 들 수 있다.
또한 서양의학과 질병 치료에 대한 ‘접근의 상이’함과 이에 수반되는 의학적 성과가 존재하고 시장 원리에 의한 한방의료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상존한다.
한방의보에 적용된 의료서비스의 양과 질은 당시 한의계에서 바라다 본 한방의보의 시행은 의료 공급의 양과 질은 논외로 하고 현실적으로 국가 의료제도의 메인 시스템으로 진입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관건이었다.
의료 공급자의 입장에서 보면 당시에 보편화된 한의원 내의 의료행위를 기준으로 의료 공급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제한된 약품과 의료기술이 제공되었다.
뿐만 아니라 의료 기술료의 책정도 ‘침술’은 양방의 정맥주사 행위료에 해당하는 240원의 기술료가 산정되었고 ‘구술’은 당시 봉래구의 가격이 개당 80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술부위나 횟수와 관계없이 240원으로 책정되었으며 침술과 구술의 병행 시술시 제2술은 50%만 산정하도록 하여 360원의 기술료를 산정토록 하였다.
‘약제’의 급여는 처방 범위 약재를 g당 단가로 구입 원가를 기준으로 평균 감모율을 예측하여 가산 산정하였다. 약가 산정은 6개월 단위 시세를 기준으로 하였으므로 등락이 심했던 약재의 경우 원가 기준에도 못미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듯 의료 기술료의 산정은 기술료가 아니라 부자재료 원가에도 못미쳤고 약재비의 경우도 수가대비 안정적 공급체계가 확립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이 추구하는 명분과 책임을 공감하고 감수하며 시행했던 것이다.
의료 소비자의 입장에서 침구술은 공급자의 출혈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형식으로 공급되었으며 약제의 공급은 69개 처방을 기본방 기준으로 처방을 하되 처방에 사용된 약재 총 중량의 20%정도의 무게를 가감할 수 있도록 하여 합방을 위주로 한약재 처방 현실과의 갭으로 말미암아 약간의 불신은 초래되기도 했었지만 의보 참여 한의사들의 노력으로 비교적 높은 만족도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의보의 전국 확대와 공급 약재의 제형 변화
한약제제의 제형 변화에 관해 먼저 말하자면 근자에 들어 한약에 관한 불신을 조장하는 일부 의료단체의 상식적이지 못한 문제 제기도 있었고 소비자단체나 언론의 검증과정도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한방의료가 의료시장 내에서 일정한 포션을 점유하는 공공의료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그 위상에 걸맞는 사회적·공익적 검증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한약의 유통과 안정성의 검증이 우리 내부적으로 시행되어져야 했으며 아울러 제형의 변화가 이루어져 시대의 문화에 걸맞는 패턴을 만들어 냈어야만 했다고 생각한다.
이를 간과한 결과 의보 약품을 중심으로한 ext제제는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단일 약재를 원내에서 믹싱해 혼합 과정상 균질성이 의심되는 약재를 공급해 왔었으며 첩약의 경우에도 1차 산업적 전탕방식만이 고집되고 있다.
환산제의 경우 기존 방제서에 수록된 환산제도 일반의약품으로 등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이 개발된 환산제의 경우도 일부는 양방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그 사용상 합법성 여부에 관해 해석상 모호한 부분이 발생되고 있다라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보험의 전국 확대와 더불어 한약ext제제의 공급과 사용은 충남지역에서 첩약에서 ext제제로 전환하자는 건의를 한바 있다. 이는 초재의 약재수급 과정상의 혼란을 우려했으며 안정적인 약품의 공급이라는 관점에서다.
한방 전문의약품의 제형 변화를 시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계산과 ex산제를 중심으로 약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전통 환산제로 급여의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방의보의 왜곡 조건
당시 시범사업은 의사회의 거센 반대와 약사회 및 심지어는 한약협회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정책적 결단에 의해 실행되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방의료의 의보체계로의 진입은 성공하였으나 한방의료 공급에 관해서 제한 요소로 작용하여 의료기기의 보험 적용과 치료 기술의 제한 적용, 환산제를 비롯한 다양한 방제의 급여 제한으로 이어져 불완전한 의료 공급으로 이어졌다.
한방의보의 실시는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국가 의료시스템의 근간인 보험제도 내로의 진입이라는 점과 이 제도를 통해 생존이 가능할 수 있다라는 절박한 정책 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의보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무관심과 한의협 집행부를 비롯하여 학회 및 주류그룹들의 참여 부재가 적극적인 후속 정책 수립으로 연결되지 못하게 된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였다.
또 한의계 내의 보험에 관한 정책 수립과 대응 시스템의 부재, 특히 보험의 이론적 근간인 용어의 정립 및 의료행위의 정립과 상병 분류에 관한 학회의 무지와 몰이해를 내부적 장애요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보험급여에 따른 소득세율의 조정 등을 비롯한 보험의 확대 실시에 따른 일반적인 정책의 난맥이 노정되었고 학회가 주도했어야 할 통일된 행위 분류와 상병체계분류의 난맥 및 분류의 중복 또는 용어정립 과정이 난해하고도 조잡하여 국가 의학 통계자료로 사용될 수도 없었다.
또한 보험제도 내에서 제제와 관련 한의제형 확보와 한의원 내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치료 기술의 보험적용 및 신 의료기술 확보와 적용에 관한 정책적 적극성의 결여를 들 수 있다.
이런 조건들은 시범실시에 이어진 전국 확대 실시에 따라 즉각적인 후속 정책의 수립이 필요한 부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방임으로 말미암아 실기를 한 측면이 있다라는 것이며 결국 그러한 적응과정이 오늘날에까지 발목을 잡고 있는 족쇄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에 있어서 한의학의 퇴조 조짐은 이러한 이유들과 더불어 진단에 있어서 재현성에 문제가 있는 진단 기법은 향후 의료에 있어서 마이너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맥진도 그러한 관점에서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으며 더욱이 현대 문명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있어서는 더욱더 전통적인 한의학적 진단 가치에 관해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한의학의 인기와 반비례한 효용성 논란은 치료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객관적 진단가치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이러한 논란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확한 문진 기법과 수기 진단 그리고 영상진단 등 이화학적 검사 기법의 도입은 실로 머지않은 장래에 한의학의 존망을 결정할 사활이 걸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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