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처치 행위’라 항변했지만 부정의료업자 A씨 실형
척추교정원 차린 뒤 사혈 치료·가짜 한약 처방 남발
재판부 “부정치료행위로 인해 소화장애 신체기능 손상 야기”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불법의료행위 관련 유형별 판례를 통해 무면허의료업자의 대표적인 불법의료행위에 대하여 소개한다.
A씨는 지난 2019년 척추교정원을 운영하면서 허리 통증을 치료받기 위해 찾아온 B씨를 상대로 코에 사혈침, 어깨와 등에 부항 사혈 치료 등 한의의료행위를 시행했다.
그는 또 B씨를 상대로 성분을 알 수 없는 ‘청혈탕’이라는 이름의 한약을 처방해주고 치료비와 한약값 명목으로 현금 22만 원을 받았다. 이 같은 불법의료행위로 인해 기소된 A씨는 결국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부정의료업자)’으로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 기소됐고 재판을 받게 됐다.
하지만 A씨는 변론 과정에서 “민간요법으로 B씨에게 응급처치 행위를 한 것이지 한의의료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A씨의 주장을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았고, 해당 법 위반으로는 이례적으로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500만 원의 중형을 선고했다.
“심각한 보건위해 및 동종범행 등 죄질 무거워”
그 이유로 재판부는 A씨가 운영한 척추교정원은 ‘C연구소’라는 부가명칭과 함께 ‘척추 디스크 교정 요법, 부항 요법, 신체 모든 기능 정상화’를 행한다고 표방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법원에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당시 척추교정원 출입문과 유리벽에는 “목, 등, 허리, 골반, 팔·다리 교정, 퇴행성·류마티스 관절염, 비염, 키크는 교정, 월요일~금요일 오전 11시30분~오후 3시 접수마감” 등의 문구가 써져 있었다.
또한 피고인인 A씨는 B씨와 면담하고 나서 “진찰을 해보니까 여러 군데가 안 좋다. 전체적으로 몸이 다 안 좋다. 교정도 해야 되고 치료를 좀 많이 받아야 되겠다. 열흘 정도 교정하면서 그냥 사혈만 하는 것보다 청혈탕을 곁들여서 먹으면 빨리 회복될 수 있다”고 말한 점도 꼬집었다.
이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인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와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정의한 대법원 판결에 전적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A씨가 행한 사혈침 또는 사혈 치료는 피를 빼기 위하여 여러 군데 침을 찌르고 부항을 떠서 피를 닦아내는 것으로 B씨가 허리와 어깨, 등 부위에 시술받은 점, 청혈탕 4~5봉지를 먹고 나서 설사와 구토증상이 생겨 병원에 가서 치료받은 점도 고려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사혈침, 사혈 치료, 한약 처방행위는 신체에 대하여 상당한 물리적 충격 등을 가하는 방법으로 질병의 치료행위에까지 이른 것으로서 감염이나 과다출혈, 소화장애나 신체기능 손상 등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한의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A씨가 동일 수법의 범행으로 지난 2005년에 벌금형, 2007년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 2019년 7월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고려했다.
특히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 범행장소와 동일 장소에서 똑같은 부정의료업을 한 범행으로 2019년 7월 판결을 선고받고서 1주일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에 비춰 보면 A씨에게는 부정의료업 범행에 대한 죄의식이 없고, 징역형의 집행유예로는 재범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되는 점, A씨가 소화기능에 문제가 생긴 B씨와 합의하거나 용서받았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는 점 등을 비춰 봤을 때 그 죄가 엄중하다”고 판시했다.
“외국 면허 소지자여도 의료유사업소 개설 No”
한편 우리나라 의료법 판례에서는 이 같은 무자격자의 무분별한 의료행위는 물론 외국 침사자격을 가진 자의 의료유사업소 개설 또한 금지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996년 외국 침사자격 여부에 대해 “외국의 침사자격을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의료법 및 같은법 시행령 소정의 시험을 거쳐 면허를 받지 아니한 이상 우리나라에서는 위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실제 D씨는 “자신이 중국침구학회 대북장영중의약침구학원으로부터 침사자격을 취득했으므로 의료업을 행할 수 있다”며 소를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