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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군, ‘비만 예방 관리 프로그램’ 운영[한의신문=기강서 기자] 전북 무주군이 군민 건강증진 및 당뇨·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을 위한 ‘비만 예방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오는 8월 8일까지 운영되며, 참여자 개인별 신체활동 현황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운동프로그램을 처방·운영해 주민들 스스로가 건강하게 체중을 관리하고,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마련됐다. 무주군은 참여자들의 프로그램 참여 전후 비교를 위해 건강기초검사(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체질량검사 등)와 운동 상담 및 보건교육 등을 실시하는 한편 한의약 건강교실을 비롯한 개인별 맞춤형 신체활동 프로그램(기초체력, 신체부위별 근력운동, 스트레칭)등 다양한 보건의료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보건의료원을 통해 ‘예방’에 초점을 맞춘 공공보건의료 서비스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무주군은 ‘비만 예방’ 외에도 일반 주민 대상 만성질환 예방, 건기 등 신체활동 증진, 흡연 예방 및 금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
한의학연, ISO 국제표준 총회서 신규항목 국제표준화[한의신문=강준혁 기자]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이진용·이하 한의학연)은 전통의학 분야 제14차 ISO 국제표준 총회에서 참여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다수의 공동 국제표준 신규작업항목을 ISO에 제안하고 국제 협력 성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국제표준화기구 전통의학 기술위원회(ISO/TC249)의 제14차 총회는 1일부터 6일까지 호주 시드니대학에서 개최됐다. 이번 제14차 ISO/TC249 총회에는 16개 정회원국 대표 및 ISO 중앙사무국 관계자 등 총 270명이 온라인 및 오프라인 형태로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한국 수석대표(HoD)인 경희대 김용석 교수 외 대표단 24명이 현장에 참여했고, 25명의 전문가가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한의학연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한의약 분야 표준개발협력기관 및 국제표준화 국내 간사기관으로 지정받아 한국의 대표 기관으로서 회의에 참석, 국제표준 전문가들의 활동을 지원했다. 회의에서는 신규작업항목제안(New work item Proposal) 국제표준안을 비롯해 이를 개발할지 여부에 관한 투표 상정(NP Ballot)을 검토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한국이 제안한 한의약 관련 신규작업항목제안 국제표준안 2건이 투표에 상정되고, 개발 중인 국제표준안 2건은 위원회 단계로 승인되는 성과를 거뒀다. 투표 상정된 신규작업항목제안 국제표준안은 △의료정보 분야 ‘변증 용어 범주 구조’ △탕약 조제 정보화를 위한 ‘탕약 조제 기록을 위한 정보 모델’이다. 위원회 단계 승인안은 △한약제품 분야 ‘한약 표준물질 설정 일반요건’ △의료정보 분야 ‘진단 정보를 위한 임상 지식구조 – 2부: 맥’이다. 특히 이번 총회에서는 한국 전문가들이 신규작업항목제안 표준안 개발에 참여제안을 받아 국제 공동 프로젝트 리더로 참여하게 됐다. 새롭게 한국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 신규작업항목제안 표준안은 한약재 국제표준(육계, 강활, 자소엽, 차전자, 천패모), 의료기기 국제표준(침/매선침 안전관리, 페슬침, 경혈전자약), 의료정보 국제표준(탕약조제모델 등) 등으로 총 10건이다. 해당 안건 중 다수가 성공적으로 NP 상정이 결의됨에 따라 이후 투표를 통해 개발이 승인되면 국제표준안 개발에 국가 간 긴밀한 협력을 추진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진용 원장은 “이번 국제표준 협력을 통해 제안한 신규 국제표준이 최종 발간까지 원활하게 진행되면 한의약 제품의 수출 진입장벽을 낮추고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국한의학연구원 기본사업 및 보건복지부 한의약 세계화 정책지원 사업, 식품의약품안전처 표준활동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韓-臺, 전통의학 발전 위한 교류 확대[한의신문=강준혁 기자] 대한한의사협회 윤성찬 회장은 24일 한의협회관을 방문한 중화민국중의사공회전국연합회(이사장 첨영조) 대표단과 간담회를 갖고 양국 간 전통의학의 발전을 위한 교류를 활발히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에서는 한의협 윤성찬 회장·서만선 부회장·이완호 부회장·이종안 부회장·김지호 이사·손지영 이사가,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 조학준 기획성과관리위원장·서형식 평가인증단장이 참여했다. 또한 대만에서는 중화민국중의사공회전국연합회 첨영조 이사장·진박연 비서실장·진조종 상무이사, 대만위생복리부 임아자 간기·진혜형 기정이 참여했다. 윤성찬 회장은 “오늘 이뤄지는 소중한 정보와 학술적 견해의 공유는 양국 간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전통의학의 발전을 도모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특히 한국의 한의사 제도와 관련된 정원 및 교육제도, 교육 평가와 관련된 사항, 그리고 의료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에 대해 나누게 될 심도 깊은 논의는 양국 전통의학 전문가 육성의 장단점을 비교해 미래를 설계하는 청사진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또 한의학의 역사와 제도, 정부의 한의약 육성 정책, 한국의 원외탕전실 제도 및 약침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며, 전통의학의 발전을 위해 상호 교류를 강화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첨영조 이사장은 “역사적, 문화적으로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는 대만과 한국은 현재에도 여러 방면에서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면서 “특히 전통의학의 학문과 치료기술 향상을 위한 상호 교류에도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첨 이사장은 이어 “대만과 한국의 전통의학이 진보를 거듭해 양국 국민들의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국회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 통합지원법의 의미와 22대 입법 과제' 토론회(24일) -
생활습관병 치료 전략 9제강우 원장 경북 구미시 구미수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경북 구미시 구미수한의원 제강우 원장으로부터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발생되는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각종 질환의 치료 전략을 실제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척추신경추나의학회 중앙교육위원인 제강우 원장은 <모르면 나만 고생하는 교통사고 후유증>의 저자이자, 유튜브 채널 <한의사의 속마음>을 운영하며 올바른 한의약 정보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벌써 아홉 번째 칼럼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동료 한의사 독자 분들은 ‘생활습관병 치료전략’ 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칼럼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떠셨나요? 무언가 대단한 비법이나 전략이 공개되고 이제 이 글만 읽으면 나는 고혈압, 당뇨, 고지질혈증 같은 생활습관병을 치료할 수 있는 명의가 당장 될 수 있다고 기대하셨나요? 도대체 비방이나 치료법은 언제 나오느냐고 계속 기다리고 계셨지요? 전작인 <돈의 심리학>도 베스트셀러로 많은 이들에게 읽혔지만 근간인 <불변의 법칙> 또한 미국에서 8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에 올린 모건 하우절이란 작가가 있습니다. 거기서도 말합니다. 많은 이들이 확신에 찬 어조로 ‘나만 따르라. 이렇게만 하면 된다.’라고 누군가 말하길 원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무슨 불변의 비법이 존재하거나 비책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 앞에 있는 환자는 거기에 지금까지 이용당했습니다. “건강 문제에서는 8시간 숙면을 하고 몸을 많이 움직이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과식을 피하는 것이 우리가 알아야 할 전부다. 하지만 사람들은 건강보조식품과 빠르고 쉬운 지름길, 온갖 약을 찾느라 난리다.” -<불변의 법칙> p371 “칼럼 쓰는 이유는 진실의 길로 환자를 인도” 당뇨병은 식이질환이며 생활습관병이라는 진실이 있는데도 우리 환자들은 무언가를 팔아야 하는 이들의 직업적 인센티브 안에서 진실은 뒤쳐진 채로 건강보조식품, 온갖 약을 찾느라 난리입니다. 이를 이제 우리가 바로 잡자는 겁니다. 우리가 이런 진실의 길로 환자를 인도하면서 우리가 케어하도록 하는 게 제가 칼럼을 계속 쓰는 이유입니다. 그러니 제가 아직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한 비방이나 치료법을 쓰지 않고 계속 환자 관리만 이야기 하는 겁니다. 앞에서 저탄고지 식단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환자들이 식단 변화를 가지면서 겪을 수 있는 증상들에 대해 우리가 알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탄고지 식단 후에 두통, 어지러움, 가슴 두근거림, 근육 경련, 불면증을 겪기도 하는 환자가 있습니다. 이런 증상을 ‘키토플루’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식단 변화 후에 몸이 가벼워지고 활력이 증가하나 가끔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키토플루를 방지하기 위해 미리 수분과 염분을 충분히 섭취하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키토플루 증상의 해결은 충분한 수분과 염분 섭취만으로도 해결되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마그네슘 영양제, 혹은 카카오 90% 이상 초콜릿, 견과류 섭취도 좋은 방법입니다. 혹은 식단을 무리하게 급격히 진행하면 목 뒤쪽 등 여러 부위에 발진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를 키토래시라고 하는데요. 이때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조금 더 늘리게 하고 보습제를 발진 부위에 발라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는 게 좋습니다. 또한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변화는 변비입니다. 변비가 생기면 우선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도록 하며 다음으로는 식이섬유를 늘리도록 합니다. 그래도 계속 변비가 있으면 식이섬유를 줄이면서 수분이나 염분, 식초 섭취를 늘려보고 때에 따라서는 불포화 지방 섭취를 늘려보기도 합니다. 마그네슘이나 비타민 C를 대용량으로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묽은 변이나 설사가 나타나면 지방 섭취를 조금 줄이는 것도 좋습니다. 그 다음으로 가끔 환자가 호소할 수 있는 증상이 안검 경련인데요. 저탄고지 식단 초기에 일시적으로 전해질 불균형으로 눈가가 떨리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도 비타민이나 미네랄 섭취가 도움이 됩니다. 당뇨약 끊기 여정, 한의사가 치료접근 용이 혹은 식단 변화 후에 입 냄새가 심해지거나 속이 안 좋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탄수화물보다는 단백질, 지방이 더 많은 소화효소가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사실 키토플루니, 변비니, 안검 경련, 소화불량 모두 저탄고지 식단을 행하면서 충분한 수분, 염분, 식이섬유, 견과류 섭취 등 기본적인 영양 균형을 이루면 대부분 생기지 않습니다. 이때의 해결법도 작전상 후퇴처럼 조금 탄수화물 섭취량을 늘리면 저절로 해결되니 미리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서의 한의사의 역할은 기존 양방 중심에서의 의학보다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양방에서는 영양제로 이런 저탄고지 식단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는 증상을 대처하는데 그칠 수 있으나 우리에게는 한의학의 좋은 처방이 있지요. 환자의 저탄고지 식단을 잘 피드백 받으면서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맞게 처방을 쓰면 됩니다. 사실 제가 당뇨병 치료를 하면서 제일 많이 쓰는 처방은 만성소화불량에 대처하면서 변비를 덜하게 하는 처방입니다. 거기에 홍국 같은 혈당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는 발효 약재를 더 추가하기도 하고요. 때에 따라서는 안검 경련에 대처하는 처방을 쓰기도 하고요. 이래서 환자들의 당뇨약 끊는 여정을 함께 할 때에 한의사가 오히려 기존 의사보다 더 치료 접근이 용이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기서 잠깐 혈중 케톤 검사에 대해 잠시 언급하겠습니다. 저탄고지 식단 초기에 지금 이렇게 하는게 맞는 건지, 지금 키토플루를 잠시 겪는 것 같은데 괜찮은지 확인 받고자 원하는 환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게 혈중 케톤 검사인데요. 제프 볼렉과 스티브 핀니라는 저탄고지식의 대가는 혈중 케톤 검사를 토대로 영양적 키토시스 상태를 지정하였는데요. 그 기준은 1.0~3.0mmol/L입니다. 그런데 이 기준에 꼭 맞을 필요는 없고요. 충분히 식단을 잘하고 있고 활력도 괜찮으면 0.3~1.0mmol/L 라도 괜찮습니다. 사실 케톤수치는 참고치일 뿐이고, 환자가 궁금해 하니 원내에서 구비해서 가끔 검사하는 것이고요. 우리가 진료하고 있는 당뇨병 환자는 기본적으로 매일 공복혈당을 재고 있으므로 케톤수치보다는 공복혈당에 더 집중하는 게 맞습니다. 당뇨병 환자에게는 혈당 스파이크 방지가 중요 사실 저탄고지 식단을 유지하면서 임상에서는 위의 불편한 증상이 많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가끔 너무 초반에 열심히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시는 분들이 키토플루를 겪고 소화력이 떨어지는 분들이 탄수화물보다 단백질, 지방 식단 비중을 올리면서 소화불량을 겪는 정도입니다. 이런 불편함은 식단의 변화를 급하게 하다보니 생기는 부분이 큽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게 당뇨병 환자에게는 혈당 스파이크입니다. 저탄고지 식단을 유지하게 되면서 인슐린 자극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가 갑자기 탄수화물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혈당이 갑자기 올라가는 경우죠. 이 혈당 스파이크를 더 주의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다이어트 용도로 저탄고지 식단을 시도하는 분보다 특히 당뇨병 치료를 위해 이 식단을 시도하시는 분은 절대 고탄수화물 치팅을 하면 안 됩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처음부터 급하게 탄수화물을 끊지 말고 단계별로 가령 1일 탄수화물 섭취량을 150g에서 그 다음 100g, 그 다음 50g으로 나눠서 줄여 보시길 권합니다. 탄수화물을 줄이는 만큼 천천히 단백질, 지방을 늘리면서 몸의 반응을 봅니다. 처음부터 2주 정도의 적응기라고 할 수 있는 시점에서는 우선 식사는 원래대로 세 끼 식사를 하는 게 좋습니다. 끼니 이외의 간식은 되도록 먹지 않으면서 식단을 가급적 단순하게 구성합니다. 그래야 초반 혈당 변화를 체크하면서 그동안 문제가 있었던 음식을 찾기에 용이합니다. 그 다음인 2주에서 3개월 동안에는 서서히 몸 상태를 지켜보면서 탄수화물을 줄인 상태라 혈당도 안정화되고 몸무게도 감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줄인 탄수화물에서 추가적으로 단백질, 지방 비율을 올리면서 점차 배가 덜 고파지게 됩니다. 그러면 배가 고프지 않으니 굳이 먹지 않아도 되며 이 상태에서는 하루 두 끼 또는 한 끼만 식사해도 괜찮습니다. 일종의 간헐적 단식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후 이제 자신이 특히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이 올라가는지 알게 되니 이제는 음식을 다채롭게 늘려가는 단계입니다. 자칫 한 두 가지 음식 위주로만 먹다 보면 영양 불균형이 올 수도 있으니 식재료의 종류를 늘리고 자신만의 저탄고지 레시피를 늘립니다. 변비가 이제 슬슬 찾아올 수 있으니 채소 섭취량을 늘리고 육류는 적당히, 그리고 맵고 자극적인 음식도 줄입니다. 더불어 근력 운동도 조금씩 늘려갈 수 있습니다.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275)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유상(생몰년대 미상)은 조선 숙종 때에 활동한 痘科專門醫다. ‘두과전문의’라고 표현한 것은 그가 천연두를 치료하는 데에 전문성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본관은 文化로, 進士로서 同參 벼슬을 하면서 의사를 했다. 그는 숙종 9년(1683년)에 왕이 천연두에 걸리자 柿蒂湯을 사용해 쾌유시켜 당시에 이름을 떨쳤다. 숙종년간 御醫인 柳瑺이 1711년(숙종 37년)에 궁중에서 마마(천연두)가 돌았을 때 치료행적이 기록돼 있다. ① “中宮殿이 마마를 앓게 되어 柳瑺에게 入診을 명하니, 약방에서 청하기를, ‘매번 유상이 입진할 때에 慶恩府院君 金柱臣도 함께 입시하게 하소서’하니, 허락하였다.”(숙종 37년. 1711년 12월4일) ② “柳瑺이 입진하였다.【이후로 연일 입진하였다.】 중궁전의 마마 빛깔이 毒氣가 없이 깨끗하여 붉은 윤기가 없으며, 顆根이 엷고 단단하지 않으므로 議藥廳에서 補虛의 약제를 조제해 올렸다.”(숙종 37년. 1711년 12월5일) ③ “議藥廳提調 趙泰耉의 어린 아들이 마마를 앓다가 죽으므로, 의약청에서 조태구의 병이 중하다고 말해 改差하기를 계청하여 李彦綱으로 대신하였다.”(숙종 37년. 1711년 12월7일) ④ “중궁전의 얼굴 顆粒이 이미 볼[頰]에는 모두 거두어졌고, 또한 몇 군데는 딱지가 떨어져 의약청에서 약을 정지하기를 계청하였다.”(숙종 37년. 1711년 12월14일) ⑤ “下敎하기를, ‘醫官 柳瑺에게는 우선 2계(階)를 超授하여 기쁜 뜻을 표하라’하였다.”(숙종 37년. 1711년 12월16일) ‘중궁전(中宮殿)’은 숙빈 최씨를 말하니 숙종이 가장 아꼈던 인물이다. ‘동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숙빈 최씨는 이 시기 천연두에 걸려 얼굴의 피부에 과립이 뭉쳐졌고 이것을 유상이 치료하고 있다. 유상은 치료의 공로로 품계가 상승했다. 천연두는 급성 발진성 전염병이다.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천행(天行)’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점이 생겼다가 불러 오르고 고름이 잡혀 마치 꽃봉오리가 피는 것 같아지고 7일이 지나서 딱지가 앉아 떨어지는 것이 마치 꽃이 시드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천화(天花)’라고도 한다. 또는 부스럼의 모양이 콩과 같기 때문에 두창이라고도 한다. 병의 과정상의 특징은 발열(發熱), 현형(見形), 기창(起脹), 관장(灌漿), 수엽(收靨), 탈가(脫痂)의 6단계로 나누어지는 것이다. 숙빈 최씨의 천연두 증상은 10일 남짓 이어지고 있으며 그 기간 동안 유상의 노력으로 치료가 마무리되고 있다. 숙빈 최씨의 증상을 언급할 때 그 얼굴의 피부가 중심이 되고 있음이 특징이다. 12월14일의 “중궁전의 얼굴 과립(顆粒)이 이미 볼[頰]에는 모두 거두어졌고, 또한 몇 군데는 딱지가 떨어져 의약청에서 약을 정지하기를 계청하였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니, 얼굴에 생긴 과립을 진단학적 판단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이다. 숙빈 최씨의 얼굴에 마마자국이 남게 되었을 것이다. 천연두 치료에 의해 높아진 유상의 위상은 그를 문반직 벼슬에까지 오르게 하여 이후 가문을 부흥시키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의 가문에 속하는 후손으로 유중림이 있다. -
건강돌봄 사업과 전문직간 교육(IPE)한상윤 대전대 한의과대학 교수 한의학교육학회 회장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상윤 교수(한의학교육학회 회장)로부터 한의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함께 우수한 인재 양성을 위해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코너를 통해 한의학 교육의 발전 방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만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의 문턱을 넘고 있다. 또한 올해 출생아의 수가 23만 명을 밑돌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20만 명도 위태롭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초저출산과 초고령사회 진입은 사회 전체 구조로 보면 경제, 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매우 위험한 지표가 될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국가의 대응 정책 수립과 적절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복지 제도 측면에서 보자면 ‘커뮤니티 케어’라고 불리는 지역사회 중심 돌봄 프로그램이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해법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늘어난 기대 수명에 따라 돌봄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각 지자체 주도로 그 지역사회 내에서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포괄적,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를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한의 중심 건강복지 서비스에 대한 모형은 과거 한국한의약진흥원에서 개발하였고, 4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에도 한의약 건강돌봄 사업 추진계획이 들어가게 되었다. 효과적인 건강 돌봄 프로그램의 활성화 2022년에 한의약 건강돌봄 사업 참여 지역은 16개였고 참여 한의사 128명, 대상자 수는 총 4,160명이었는데, 2023년에는 참여 지역 19개, 참여 한의사 159명, 대상자 수 10,763명으로 증가했다. 한의약 건강돌봄 사업에 참여하는 지역과 한의사의 수가 점차 늘어가고 있는 추세로, 앞으로의 사업성과가 기대된다. 한의약 건강돌봄 사업 참여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에서는 통증 정도는 감소하였고 삶의 질은 높아졌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앞으로 다양한 한의약의 치료 효과와 만족도에 대한 연구 성과가 발표될 것을 기대해 본다. 건강 돌봄 프로그램이 효과적으로 활성화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이 사업이 다직종 팀 기반의 협력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나 한의사 등의 한 직종이 대상자의 복합적인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의료인을 비롯하여 사회복지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공무원 등 다양한 직종의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협업해야 한다.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 사례를 보면, 다직종 팀 협력이 환자 중심 의료를 실현하며 만성질환 환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의료비의 지출은 감소시키는 등의 좋은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보건의료 전문직의 협업을 잘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아직 우리에게는 생소한 전문직간 교육(Interprofessional Education, IPE)이 그렇게 등장하였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의에 의하면 전문직간 교육이란 ‘두 개 이상 직종의 학생들이 효과적인 협업을 가능하게 하고 의료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서로에 대해 배우고, 서로에게서 배우고, 함께 배우는 것’이다. 즉, 학교 커리큘럼에 보건의료 타 직역에 대한 교육을 포함하여 목표를 공유하고 상대 직역의 역할을 올바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최선의 의료를 구현시키고자 제작된 교육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IPE 연구와 경험이 많이 부족한 실정 학습자들은 IPE를 통해 다른 전문 직업의 역할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며 의료 현장에서 타 직종과의 협력에 대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또한 의료 전문직 간의 의사소통이 개선되고 장기적으로는 업무의 효율성이 향상되는 의료 조직 문화에 대한 효과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의료 인력이 배출되어 성공적으로 협업이 이뤄진다면 환자나 대상자들은 더 짧은 시간 내에 원하던 지원을 받게 되어 만족도가 상승할 것이고, 질환의 치료 효과 역시 높아지는 결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1960년대에 IPE의 개념이 등장한 이래 해외의 보건의료 교육기관에서는 활발히 IPE가 시행되고 있지만 국내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의과대학이나 한의과대학의 빡빡한 학사 일정 속에 타 전공 학생들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을 설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교육기관의 여러 부서가 관여해야 하고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여러 단계의 책임자 중 어느 누군가가 IPE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오해를 하고 있을 경우 실행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더군다나 국내에는 오랜 기간 보건의료 직역의 수직적 문화 혹은 타 직종에 대한 배타적인 문화가 존재하고 있어 새롭게 시도되는 IPE가 제대로 뿌리내리기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IPE에 대한 연구와 경험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미래 의학은 다학제 팀 기반의 의료 서비스가 주를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환자에게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 의료의 보편적 시행이 예상된다. 따라서 전 세계적인 IPE의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 의학교육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의사들도 국가의 보건복지 정책에 보다 활발히 참여하면서 한의학이 우리 사회의 필수 의료로써 더욱 기능하기 위해서는 정규 교육과정에 IPE 교육과정을 도입하여 타 직역과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과정을 수정하고 개편한다는 것은? 하지만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어 넣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IPE는 ‘함께, 서로에게서, 서로에 대해 학습’하는 것이 핵심 개념이라 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보건의료 직역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적절한 학습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특정 직역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이나 술기를 습득하는 것을 지양하고, 타 전공 학생들 간의 협력적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의 역할과 술기, 태도 등을 학습하도록 계획돼야 한다. 학생들은 각 전공 분야의 개념과 원칙, 원리 등을 이해하고 그 언어와 사고방식에 익숙해지는 활동을 함으로써 인지와 행동 차원에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결국 실제 의료 현장에서 타 직역과의 협력을 통해 진료의 질을 제고하고 바람직한 의료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교육과정을 수정하고 개편한다는 것은 굉장히 번거롭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힘든 일이다. 더군다나 타 전공 학과와 연계하여 수업을 개설하고 공통 교육과정을 만드는 일은 쉽게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두 발은 땅을 딛고 있다 할지라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는 것처럼, 우리의 교육 현실을 기반으로 하되 의지와 희망을 갖고 소통과 협력을 통하여 이상을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교육은 그래야 한다. -
“단순한 학문적 경험 넘어 한의사로서의 다양한 가능성 탐구”조예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과 4학년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7일’에서 교외임상실습을 진행했다. 이번 실습은 단순한 학문적 경험을 넘어, 한의사로서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한의대를 6년을 다니며 학문과 실습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지만, 이번 실습은 새로운 도전이자 배움의 장이었다. 실습이 시작되기 전 서울대학교 교육학과와 협업해 ‘의료기업가정신 개론’ 과목의 교수안 설계 사용 평가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도 가졌다. 한의대 특성을 반영한 효율적인 교육방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이후 창업의 기초에 대해 배우고, 모의 창업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며 아이디어를 정제하는 과정을 거쳤다. ㈜7일은 한의사와 한의대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HAVEST라는 교육 사이트를 운영하는 곳이다. HAVEST를 사용자 입장에서 평가하고 개선점을 제안하는 실습 과정에서 이 기업이 추구하는 기업정신을 조금이나마 경험하고 한의학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었다. 이번 실습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4명으로 팀을 이뤄 모의 창업을 진행한 경험이었다. 한의대 학생이 아닌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역할 놀이를 하듯 진행된 이 활동은 매우 흥미로웠다. 가상의 상태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다양한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은 매우 도전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이번 실습을 통해 창업을 위해 필요한 기본 역량과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고객군과 경쟁상대군을 설정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통해 실제 창업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들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팀의 결속력과 지분율 설정, 경제용어의 실제 적용 사례 등을 학습하며, 실무적인 역량도 강화할 수 있었다. 4명으로 구성된 조원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IR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은 매우 협력적이고 창의적인 시간이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조원들과의 협력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최상의 결과물을 낼 수 있게 일주일을 함께한 팀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번 실습은 한의사로서의 경력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한의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분야를 경험함으로써 한의사로서의 역할을 확장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었다. 특히 뇌신경학과 연관된 주제로 진행된 모의 창업은 한의학적인 지식과 기술을 실제 창업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번 일주일간의 실습을 통해 한의대를 졸업한 후에도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창업을 통해 한의학 전공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배울 수 있었고, 비의료기관에서의 실습은 매우 뜻깊은 경험이었다. 이번 실습을 통해 진로에 대한 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었으며, 한의사로서의 경력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확신하며, 후배들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모의 창업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단계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서울대학교 대학원 교육공학전공의 고준보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또한 이번 실습 기회를 제공해 주신 김현호 교수님에게도 깊이 감사드린다. -
신미숙 여의도 책방-53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향후 『신미숙의 여의도 책방』은 각 회마다 1개의 키워드에 5권의 도서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이어갑니다 * ‘태국 길거리 음식의 재해석’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같은 인테리어를 갖춘 종로의 어느 태국요리 전문식당을 방문했었다. 예약은 필수였고 입장을 하고 나니 방문 계기를 묻기도 했고, 창맥주 대신 오늘은 태국요리에 딱 맞는 와인을 추천하고 싶은데 괜찮냐며 와인을 강매하려는 작전을 노출시키기도 했다. 직원들의 응대에서 뭔지 모를 불편감이 막 피어오르려 했으나 코스요리 말고 몇 가지 단품만 간단히 먹고 나가리라 다짐하면서 나는 그냥 얼음컵과 창맥주 한 병을 먼저 달라고 했다. 태국요리를 워낙 좋아하니 고수나 소스만 좀 넉넉하게 달라고 부탁했고 주문한 요리들이 줄지어 서빙되었다. 지름이 20cm는 족히 되어 보이는 밀짚모자 엎어놓은 형상의 널따란 접시의 정 중앙에 너무도 소박해 보이는 양의 팟타이가 올려져 있었다. 휙휙 집어드니 두어번의 젓가락질만에 바닥이 바로 보인다. 똠양꿍은 따뜻한 국물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신선로 모양의 고유 그릇이 아닌 은색 쟁반 위의 은색 국그릇 세트에 담겨져 나왔다. 고수는 파슬리처럼 한두어개 올려져 있었던가 고수가 아예 없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똠양꿍은 뜨거운 온도가 생명인데, 나오자 마자 식어버렸다. 그 흔한 로띠마저 가장 파삭할 지도 모르는 상하좌우의 네 면을 잘라내어 버리고 정중앙을 직사각형으로 6조각 내어두고 위에 별모양으로 만든 바나나를 살포시 올려놓았는데 그 터프하면서도 진득한 로띠의 맛이 아니었다. 이런 수준의 로띠에 만 오천원을 받는 걸 보고 ‘이런 미친!’, ‘Oh, shit!’이 입 속에서 메아리쳤다. 실망 가득했던 종로에 위치한 태국요리집 이 집은 태국 길거리 음식의 재해석이 아니라 태국 외식물가의 한국적 가격 올려치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가성비도 가심비도 기대 이하였던 이런 집에는 별점테러가 약이겠지만 나쁜 이용후기는 쓰지 않는 것이 나의 원칙인지라 ‘나만 다시 안 가면 되지 뭐…’라며 사장의 또 오시라는 90도 인사를 애써 무시한 채 쓩 나와버렸다. ‘저런 실력으로 어떻게 식당을 열었을까? 인테리어가 고급지고 오픈주방이라 깔끔해 보이고 와인 몇 병 가져다놓으면 사람들이 마음과 입과 지갑을 열 수 있을거라 생각했을까? 어림없지. 절대로 오래갈 수 없는 식당이야. 저런 식당은 벌 좀 받아야 해!!’하는 저주의 화살을 마음 속으로만 수백개 날려본다. 가성비 최악이었던 종로의 그 태국음식점 때문이었을까? 6월 초에 3박4일의 여행이 가능한 일정이 나오자마자 ‘가자, 방콕으로!’를 실천에 옮겼다. 저가 항공 비행기 예약 완료, 지상철인 BTS 수라삭역과 호텔 3층이 연결되어 있다는 편한 접근성에 인피니티 풀까지 갖춘 가성비 만점 호텔도 예약 완료! 3박4일 일정에 맞춰 택시나 툭툭이가 아닌 대중교통으로 도달할 수 있는 식당, 카페, 쇼핑몰, 마사지샵, 공원 위주로 나만의 일정과 동선도 꼼꼼히 짜보았다. 야시장이나 노점상 대부분은 ‘위생은 개나 줘버려’와 ‘파리와 나눠 먹으렴’ 혹은 태국의 평균 기온을 감안할 때 ‘이거 먹다 더위를 함께 먹어도 우린 책임 음슴’의 3대 원칙을 받아들이는 자들에게만 열려있는 곳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외에서의 식사를 포기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가성비였다. 또한 ‘한 번 뿐인데, 여기 오가는 비행기표값이 얼마인데, 이 정도는 감당해야 여행이지! 이게 낭만이지! 이게 로컬 갬성이지!’라는 난데없는 낭만 제일주의는 여행자들의 마음의 빗장을 해제시키는 가끔은 위험한 징조이기도 하다. 실내인지 실외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후텁지근한 공기, 그 습도 가득한 무더운 뿌연 공기와 바깥 매연이 섞여서 돼지고기와 닭고기가 직화구이가 되고 있는 건지 지금 내가 통구이가 되고 있는 건지 혼동스러움의 절정, 연신 땀을 훔쳐가며 끝도 없는 고깃덩어리들을 구워내던 덩치 큰 남자직원의 현란한 손동작, 식당 입구 쪽의 커다란 고무통 얼음박스 안에 얼음주걱과 얼음 덩어리들이 함께 뒹굴고 있었던 놀라운 광경, BBC에도 소개되었다던 방콕 맛집 영상 속의 그 유명한 쏨땀 할머니가 방금 온갖 재료들을 넣고 주물주물 했었던 일회용 장갑을 그대로 돈통을 휘적휘적 거리시더니 거스름돈을 직접 내어주신던 그 과감한 친절함. 직화구이 화로가 식당 안에 위치하는 에어컨 따위는 없는 그 정신없고 시끄럽고 비위생이 철철 넘치던 식당을 가득 채운 손님들을 그리로 이끈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쏨땀의 장인으로 소개된 분의 식당인데도 비싸지가 않았고 사람들이 바글대는 유명한 맛집에 일단은 착석을 해 있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땀뻘뻘 흘리면서도 얼음컵에 넘치게 따라마시는 맥주가 목구멍만큼은 더위순삭이니 가성비와 가심비 다 챙기고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도 식사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무덥기는 매한가지라 초월적 고온다습이 특징인 방콕에게서는 뭐랄까 ‘불평할 거면 오지마!!’라는 자신감마저 느껴진다. 현재 한의의료기관의 가성비는 어떨까? 6월이라 그런지 한여름 대비 몸짱 준비기라 그런지 유독 라켓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 과정에서의 과사용으로 어깨통증 환자분들이 많이 오신다. 오른쪽 어깨 오십견으로 2∼3년 전 고생하셨다가 우리 진료실에서 잘 나으셨던 한 직원분이 최근에 다시 오셨다. 외부 파견으로 국회를 떠나 있었는데 그 와중에 보고서 쓰다가 이번에는 왼쪽 어깨에 통증이 생겨서 일요일도 진료하는 집 근처 통증의학과 다녀오신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장사보다는 치료를 하는 병원을 찾기 드문 요즘 정말 좋은 곳을 한 군데 우연히 알게 되어서 원장님 혹시 양방으로 의뢰할 일 있으시면 이 쪽으로 해보셔도 좋을 것 같다고 병원을 알려주시는데 너무 고마운 정보였다. 골절 의심되는 급성 손상의 경우 의뢰서를 써서 바로 전원을 시켜야 하는데 여의도역까지 나가면 모를까 국회의사당역 근처에는 그야말로 보낼만한 병원이 없다. 정기적으로 의뢰를 하는 곳은 선유도역 쪽인데 당장 이동수단이 애매한 경우에는 국회 건너편 횡단보도 건너서라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작년엔가 젊은 남자의사들 세 명이서 공동 개원한 재활의학과 한 군데가 문을 열기는 했다. 그런데 다녀온 직원들 대부분이 실비보험으로 돌아가는 병원이라 그런지 입장하자마자 보험 가입 여부를 묻고 손목 통증으로 골절 여부나 알아보려고 들어갔다가 28만원을 내고 나왔다는, 다른 직원은 무릎이었는데 도수치료까지 120만원을 부르길래 그냥 돌아섰다는 등의 후기 뿐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장사가 아닌 진짜 치료를 하는 병원 정보라니!! 원장님 한 분, 간호사 한 분 계시는 시장통 옆 허름한 건물 3층에 위치한 곳으로 엘리베이터도 없고 주차는 불가하단다. 초음파 진단 후 주사치료 회당 2∼3만원, 주 1회, 3회 연속이 원칙. 체외충격파나 도수치료실 없고 갈 때마다 환자들은 대기실에 1∼2명, 대기 없이 바로바로 치료 가능. 예약은 불필요. 이 병원 없어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들었지만 본인처럼 그 원장님의 진정성과 실력을 맛본 사람은 계속 갈 병원이라고 평가했다. 한방 병의원들의 가성비는 어떨까? 종로의 겉보기에만 멀쩡했던 태국 식당처럼 외양만 유독 번지르르한 곳도 있을 테고 방콕의 로컬 맛집처럼 위생이나 시설은 그저 그렇지만 맛 하나만큼은 분명한 곳도 있을 것이다. 실비보험으로 유지되는 곳은 그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을 테고 간호사 한 명과 제한된 시공간에서 사투를 벌이듯 가성비 최고의 치료를 해내며 하루하루 버티는 곳도 분명 있을 것이다. 특히나 요즘은 고액의 비보험 치료비에 대한 수납저항도 만만치 않은 데다가 수납 이후 병의원을 오가는 환자들의 만족도가 기대 이하일 때 자칫 컴플레인이나 악플테러로 혹은 유사 의료사고 비슷한 의료진-환자가족간의 갈등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듯 하다. ‘약값, 치료비 그 값어치를 제대로 하고 있나?’ 입원환자들을 보던 시절 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질문이었다. 그랬다가도 큰 문제 없이 호전되었다는 상호간의 교감 후에 무사히 환자를 퇴원시키는 그 날 아침의 회진만큼 마음 편한 순간은 없었다. 개운한 맛, 그렇다. 그보다 더한 깔끔한 맛은 없다. 『인생의 맛』 (앙투안 콩파뇽, 책세상, 2014년 9월) 2012년 여름 프랑스의 국영 라디오 채널의 ‘몽테뉴와 함께하는 여름’이라는 방송 대본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대본을 쓰고 방송을 진행한 앙투안 콩파뇽은 프랑스의 대표 지성이다. 몽테뉴의 사상을 짧지만 밀도 높게 소개하고 있다. 직무를 수행한답시고 변하다 못해 새로운 존재, 새로운 얼굴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자들이 있다. 간과 창자 속까지 고관대작이 되어 화장실에 갈 때조차 직위를 끌고 가는 자들 말이다. 나로서는 그런 자들에게 자연인으로서의 그들에게 보내는 경례와 그들의 직무나 수행원들 혹은 허울에 보내는 경례를 구별하는 법을 가르칠 재간이 없다. 이들은 자신의 행운을 과신한 나머지 본질을 잊는다. 그런 자들은 영혼과 본연의 말투까지 관직의 높이에 따라 부풀리고 과장한다. 『쓴 맛이 사는 맛』 (채현국, 비아북, 2015년 2월) 채현국(1935∼2021)님이 구술하고 정운현님이 기록한 책. 효암학원(개운중학교와 효암고등학교, 경남 양산 소재)의 무급 이사장으로 <창작과 비평>의 영원한 후원인이었던 ‘시대의 어른’으로 불리웠던 채 선생님의 인생 이야기. 삶이란 끊임없이 묻고 배우고 깨우치는 과정이다. 처음엔 누구도 삶을 알 수 없다. 그저 그렇게 사는 것이 삶이다. 삶이란 삶을 사랑할 줄 알게 되는 과정이다. 다만 그저 아는 게 아니다. 수많은 갈등과 반복, 그 과정에서 피 터지게 싸운 결과, 우리는 삶을 사랑하게 된다. 삶이 때로 공허하고 저주스러운 것은 그만큼 사랑할 가치가 있다는 반증이 된다. 삶을 사랑할 줄 알게 되면 이제 운이 트인다. 단맛이든 쓴맛이든 삶은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실패를 연속하는 것이야말로 행복으로 가는 과정이다. 국문학자 구중서 선생은 친구 채현국의 일화에 대해 책 『면앙정에 올라서서』의 ‘서울의 뒤안길’ 챕터에서 “어떤 친구가 빙판에서 넘어져 팔꿈치에 물집이 생기고 쉽게 낫지 않으면 팔을 끌고 저 장위동 넘어가는 고갯마루 한의원에 가서 한약을 지어준다. 그 약을 달여 먹으면 이상하게 쾌유가 된다” 라고 기록했다. 『어른의 맛』 (히라마쓰 요코, 바다출판사, 2016년 9월) <취중만담>, <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 <손때 묻은 나의 부엌> 등 작가의 다른 책 제목들만 훑어보아도 작가의 주된 관심사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4시 정각. 일하러 가기 전에 가볍게 맥주 한 잔. 갑작스러운 노선 변경에 흥분한 나머지 찌는 듯한 더위가 단번에 물러간다. 아직 해가 높이 또 있는데 술을 마시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번듯하게 일하고 계시는데 이런 시간에 벌써부터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다. 헤헤. 이것 참 죄송하네. 딱히 어려워할 사람도 없는데 왠지 모르게 죄송스러운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것을 능가하는 감정은 우월감이다. 아무도 모르게 나만 사치를 부리고 있다는 특별함이다. 캬. 좋다. 기가 막힌 술맛에 자랑스러운 기분이 더해진다. 『나이 드는 맛』 (존 릴런드(John Leland), 웅진지식하우스, 2018년 11월) 기자 존 릴런드가 <New York Times>에 연재한 6부작 시리즈 <85 & Up>을 기반으로 쓰여진 책으로 85세 이상의 노인 여섯 명과 1년에 걸쳐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그 나이가 되어야만 깨달을 수 있는 삶의 지혜를 기록하고 있다(“가끔 나는 내가 아흔한 살이라 기뻐, 다 끝났쟎아.” 루스 윌리그 91세, “희망이 없는 일은 없어. 나는 희망이 없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요나스 92세). 초고령자들은 더 나은 뭔가를 찾아 애태우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꼭 붙잡으라고 알려준다. 그들은 헛된 꿈을 꿀 시간이 없다. 아직 시간이 있다는 믿음도 헛된 꿈이다. 초고령자들은 모두 자신이 젊었던 시절을 동경하는 대신 스스로를 가장 자기자신답게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다시 말해 자신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모든 순간은 행복할 수 있는 기회였다. 초고령자들은 자신을 할 수 없는 것이 많은 몸이 아니라 할 수 없는 몸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전략을 가진 몸으로 간주했다. 초고령자들과의 대화는 점점 죽어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가는 이야기에 관한 토론이 되어갔다. 『요즘 사는 맛』 (김겨울 외. 위즈덤하우스, 2022년 2월) 밥심으로 산다는 12명의 작가들의 최애 음식 이야기를 모은 에세이집. 끌리는 제목 덕분일까? 모두가 좋아하는 읽는 먹방이어서일까? 2023년에는 『요즘 사는 맛 2』 도 이어서 출간되었다. 가족과 이렇게 살다보니 가장 기본적인 존중은 식성의 존중이며 가장 멋진 공유는 식탁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강요받지 않음과 동시에 강요하지 않을 것. 그리고 다채로운 식탁을 인정하는 것. 요즘 시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중요한 첫걸음이 아닐까. 채식이 불편하지 않게, 눈치 보이지 않게, 내가 먹고 싶은 걸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는 환경 말이다. 우리에게는 먹을 권리와 먹지 않을 권리가 함께 있으니까. (소설가 천선란) 나는 늦은 만큼 열심히 하는 타입이라서 이제야 나를 너무나 좋아하기 시작했다. 살수록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너무 좋다. 구운 버섯을 씹으며 내일은 발사믹 비네거를 뿌려서 구워보자고 중얼거린다. 먹는 기쁨은 이렇게 아주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쌓여 간다(삽화가 임진아). 한의학적 접근법에는 가성비보다는 가심비를 충족시켜주는 치료들이 많다. 이렇게 환자들에게 정성스러운 대화와 맞춤과 배려와 사랑과 따뜻함과 보살핌과 애정과 시간을 들이는 치료는 없다. 그 어디에도 없다. 가성비, 갓성비에 이어 이젠 가심비까지 챙겨야 마케팅의 성공이라고 하니 의료를 포함한 모든 분야가 만만치 않은 시대인 것만은 분명하다. 한 후배는 “선배, 우린 너무 친절해. 그게 탈이야. 환자들이 얕보고 별거별거 다 요구하고, 의사들한테 못 다한 이야기 다 터놓고 물어보고 우릴 도대체 뭘로 보는걸까?”라고 푸념한다. “그게 한의사 역할일 수도 있지. 일차진료 아니면 양방에서 더 이상 해줄 게 없는 경우에 비로소 부여되는 뒤치다꺼리같은 역할이어도 골목골목에서 요소요소에서 한의사들은 분명 요긴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해.” 방콕에서 구입해 온 HOTTA 생강차와 말린 망고를 먹으며 우린 그후로도 긴 대화를 이어나갔다. -
[ICMART2024] 조기등록 마감 임박…6월30일까지[한의신문=주혜지 기자] 제37회 ICMART 2024 국제학술대회의 조기등록이 6월30일에 마감된다. 올해 ICMART 학술대회는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제주 신화월드 랜딩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대한한의학회(회장 최도영)와 ICMART(국제침술협의회)가 주관하는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약 40개국의 연구자들이 참여해 ‘통합의학 헬스케어의 미래-침술, 의과학 및 기술의 융합’이라는 주제로 열릴 계획이다. 기조연설 외에도 한약물재해석, 한의디지털융합기술, 경혈침치료, 최신 의료기기, 미래 헬스케어 등 다채로운 주제를 아우른다. 별도로 마련된 한국한의약진흥원 국제전통의약컨퍼런스와 제주권역 전국한의학학술대회도 눈길을 끈다. 오는 6월30일까지 진행되는 조기등록을 이용하면 ICMART 회원 기준 10% 할인된 등록비용으로 학술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학생 및 박사과정 지원자는 ICMART 2024 등록 페이지에 학생증 또는 재학증명서를 업로드하면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등록비에는 모든 세션, 프레젠테이션 및 전시회 입장과 커피브레이크, 점심 식사권, 웰컴 리셉션, 출석증명서 등이 포함된다. 최도영 회장은 “이번 ICMART 2024 학술대회는 한의학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통합의학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한편 더 자세한 사항은 ICMART 2024 공식 홈페이지(바로가기)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