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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학문적 경험 넘어 한의사로서의 다양한 가능성 탐구”조예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과 4학년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7일’에서 교외임상실습을 진행했다. 이번 실습은 단순한 학문적 경험을 넘어, 한의사로서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한의대를 6년을 다니며 학문과 실습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지만, 이번 실습은 새로운 도전이자 배움의 장이었다. 실습이 시작되기 전 서울대학교 교육학과와 협업해 ‘의료기업가정신 개론’ 과목의 교수안 설계 사용 평가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도 가졌다. 한의대 특성을 반영한 효율적인 교육방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이후 창업의 기초에 대해 배우고, 모의 창업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며 아이디어를 정제하는 과정을 거쳤다. ㈜7일은 한의사와 한의대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HAVEST라는 교육 사이트를 운영하는 곳이다. HAVEST를 사용자 입장에서 평가하고 개선점을 제안하는 실습 과정에서 이 기업이 추구하는 기업정신을 조금이나마 경험하고 한의학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었다. 이번 실습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4명으로 팀을 이뤄 모의 창업을 진행한 경험이었다. 한의대 학생이 아닌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역할 놀이를 하듯 진행된 이 활동은 매우 흥미로웠다. 가상의 상태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다양한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은 매우 도전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이번 실습을 통해 창업을 위해 필요한 기본 역량과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고객군과 경쟁상대군을 설정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통해 실제 창업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들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팀의 결속력과 지분율 설정, 경제용어의 실제 적용 사례 등을 학습하며, 실무적인 역량도 강화할 수 있었다. 4명으로 구성된 조원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IR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은 매우 협력적이고 창의적인 시간이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조원들과의 협력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최상의 결과물을 낼 수 있게 일주일을 함께한 팀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번 실습은 한의사로서의 경력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한의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분야를 경험함으로써 한의사로서의 역할을 확장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었다. 특히 뇌신경학과 연관된 주제로 진행된 모의 창업은 한의학적인 지식과 기술을 실제 창업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번 일주일간의 실습을 통해 한의대를 졸업한 후에도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창업을 통해 한의학 전공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배울 수 있었고, 비의료기관에서의 실습은 매우 뜻깊은 경험이었다. 이번 실습을 통해 진로에 대한 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었으며, 한의사로서의 경력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확신하며, 후배들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모의 창업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단계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서울대학교 대학원 교육공학전공의 고준보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또한 이번 실습 기회를 제공해 주신 김현호 교수님에게도 깊이 감사드린다. -
신미숙 여의도 책방-53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향후 『신미숙의 여의도 책방』은 각 회마다 1개의 키워드에 5권의 도서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이어갑니다 * ‘태국 길거리 음식의 재해석’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같은 인테리어를 갖춘 종로의 어느 태국요리 전문식당을 방문했었다. 예약은 필수였고 입장을 하고 나니 방문 계기를 묻기도 했고, 창맥주 대신 오늘은 태국요리에 딱 맞는 와인을 추천하고 싶은데 괜찮냐며 와인을 강매하려는 작전을 노출시키기도 했다. 직원들의 응대에서 뭔지 모를 불편감이 막 피어오르려 했으나 코스요리 말고 몇 가지 단품만 간단히 먹고 나가리라 다짐하면서 나는 그냥 얼음컵과 창맥주 한 병을 먼저 달라고 했다. 태국요리를 워낙 좋아하니 고수나 소스만 좀 넉넉하게 달라고 부탁했고 주문한 요리들이 줄지어 서빙되었다. 지름이 20cm는 족히 되어 보이는 밀짚모자 엎어놓은 형상의 널따란 접시의 정 중앙에 너무도 소박해 보이는 양의 팟타이가 올려져 있었다. 휙휙 집어드니 두어번의 젓가락질만에 바닥이 바로 보인다. 똠양꿍은 따뜻한 국물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신선로 모양의 고유 그릇이 아닌 은색 쟁반 위의 은색 국그릇 세트에 담겨져 나왔다. 고수는 파슬리처럼 한두어개 올려져 있었던가 고수가 아예 없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똠양꿍은 뜨거운 온도가 생명인데, 나오자 마자 식어버렸다. 그 흔한 로띠마저 가장 파삭할 지도 모르는 상하좌우의 네 면을 잘라내어 버리고 정중앙을 직사각형으로 6조각 내어두고 위에 별모양으로 만든 바나나를 살포시 올려놓았는데 그 터프하면서도 진득한 로띠의 맛이 아니었다. 이런 수준의 로띠에 만 오천원을 받는 걸 보고 ‘이런 미친!’, ‘Oh, shit!’이 입 속에서 메아리쳤다. 실망 가득했던 종로에 위치한 태국요리집 이 집은 태국 길거리 음식의 재해석이 아니라 태국 외식물가의 한국적 가격 올려치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가성비도 가심비도 기대 이하였던 이런 집에는 별점테러가 약이겠지만 나쁜 이용후기는 쓰지 않는 것이 나의 원칙인지라 ‘나만 다시 안 가면 되지 뭐…’라며 사장의 또 오시라는 90도 인사를 애써 무시한 채 쓩 나와버렸다. ‘저런 실력으로 어떻게 식당을 열었을까? 인테리어가 고급지고 오픈주방이라 깔끔해 보이고 와인 몇 병 가져다놓으면 사람들이 마음과 입과 지갑을 열 수 있을거라 생각했을까? 어림없지. 절대로 오래갈 수 없는 식당이야. 저런 식당은 벌 좀 받아야 해!!’하는 저주의 화살을 마음 속으로만 수백개 날려본다. 가성비 최악이었던 종로의 그 태국음식점 때문이었을까? 6월 초에 3박4일의 여행이 가능한 일정이 나오자마자 ‘가자, 방콕으로!’를 실천에 옮겼다. 저가 항공 비행기 예약 완료, 지상철인 BTS 수라삭역과 호텔 3층이 연결되어 있다는 편한 접근성에 인피니티 풀까지 갖춘 가성비 만점 호텔도 예약 완료! 3박4일 일정에 맞춰 택시나 툭툭이가 아닌 대중교통으로 도달할 수 있는 식당, 카페, 쇼핑몰, 마사지샵, 공원 위주로 나만의 일정과 동선도 꼼꼼히 짜보았다. 야시장이나 노점상 대부분은 ‘위생은 개나 줘버려’와 ‘파리와 나눠 먹으렴’ 혹은 태국의 평균 기온을 감안할 때 ‘이거 먹다 더위를 함께 먹어도 우린 책임 음슴’의 3대 원칙을 받아들이는 자들에게만 열려있는 곳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외에서의 식사를 포기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가성비였다. 또한 ‘한 번 뿐인데, 여기 오가는 비행기표값이 얼마인데, 이 정도는 감당해야 여행이지! 이게 낭만이지! 이게 로컬 갬성이지!’라는 난데없는 낭만 제일주의는 여행자들의 마음의 빗장을 해제시키는 가끔은 위험한 징조이기도 하다. 실내인지 실외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후텁지근한 공기, 그 습도 가득한 무더운 뿌연 공기와 바깥 매연이 섞여서 돼지고기와 닭고기가 직화구이가 되고 있는 건지 지금 내가 통구이가 되고 있는 건지 혼동스러움의 절정, 연신 땀을 훔쳐가며 끝도 없는 고깃덩어리들을 구워내던 덩치 큰 남자직원의 현란한 손동작, 식당 입구 쪽의 커다란 고무통 얼음박스 안에 얼음주걱과 얼음 덩어리들이 함께 뒹굴고 있었던 놀라운 광경, BBC에도 소개되었다던 방콕 맛집 영상 속의 그 유명한 쏨땀 할머니가 방금 온갖 재료들을 넣고 주물주물 했었던 일회용 장갑을 그대로 돈통을 휘적휘적 거리시더니 거스름돈을 직접 내어주신던 그 과감한 친절함. 직화구이 화로가 식당 안에 위치하는 에어컨 따위는 없는 그 정신없고 시끄럽고 비위생이 철철 넘치던 식당을 가득 채운 손님들을 그리로 이끈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쏨땀의 장인으로 소개된 분의 식당인데도 비싸지가 않았고 사람들이 바글대는 유명한 맛집에 일단은 착석을 해 있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땀뻘뻘 흘리면서도 얼음컵에 넘치게 따라마시는 맥주가 목구멍만큼은 더위순삭이니 가성비와 가심비 다 챙기고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도 식사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무덥기는 매한가지라 초월적 고온다습이 특징인 방콕에게서는 뭐랄까 ‘불평할 거면 오지마!!’라는 자신감마저 느껴진다. 현재 한의의료기관의 가성비는 어떨까? 6월이라 그런지 한여름 대비 몸짱 준비기라 그런지 유독 라켓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 과정에서의 과사용으로 어깨통증 환자분들이 많이 오신다. 오른쪽 어깨 오십견으로 2∼3년 전 고생하셨다가 우리 진료실에서 잘 나으셨던 한 직원분이 최근에 다시 오셨다. 외부 파견으로 국회를 떠나 있었는데 그 와중에 보고서 쓰다가 이번에는 왼쪽 어깨에 통증이 생겨서 일요일도 진료하는 집 근처 통증의학과 다녀오신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장사보다는 치료를 하는 병원을 찾기 드문 요즘 정말 좋은 곳을 한 군데 우연히 알게 되어서 원장님 혹시 양방으로 의뢰할 일 있으시면 이 쪽으로 해보셔도 좋을 것 같다고 병원을 알려주시는데 너무 고마운 정보였다. 골절 의심되는 급성 손상의 경우 의뢰서를 써서 바로 전원을 시켜야 하는데 여의도역까지 나가면 모를까 국회의사당역 근처에는 그야말로 보낼만한 병원이 없다. 정기적으로 의뢰를 하는 곳은 선유도역 쪽인데 당장 이동수단이 애매한 경우에는 국회 건너편 횡단보도 건너서라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작년엔가 젊은 남자의사들 세 명이서 공동 개원한 재활의학과 한 군데가 문을 열기는 했다. 그런데 다녀온 직원들 대부분이 실비보험으로 돌아가는 병원이라 그런지 입장하자마자 보험 가입 여부를 묻고 손목 통증으로 골절 여부나 알아보려고 들어갔다가 28만원을 내고 나왔다는, 다른 직원은 무릎이었는데 도수치료까지 120만원을 부르길래 그냥 돌아섰다는 등의 후기 뿐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장사가 아닌 진짜 치료를 하는 병원 정보라니!! 원장님 한 분, 간호사 한 분 계시는 시장통 옆 허름한 건물 3층에 위치한 곳으로 엘리베이터도 없고 주차는 불가하단다. 초음파 진단 후 주사치료 회당 2∼3만원, 주 1회, 3회 연속이 원칙. 체외충격파나 도수치료실 없고 갈 때마다 환자들은 대기실에 1∼2명, 대기 없이 바로바로 치료 가능. 예약은 불필요. 이 병원 없어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들었지만 본인처럼 그 원장님의 진정성과 실력을 맛본 사람은 계속 갈 병원이라고 평가했다. 한방 병의원들의 가성비는 어떨까? 종로의 겉보기에만 멀쩡했던 태국 식당처럼 외양만 유독 번지르르한 곳도 있을 테고 방콕의 로컬 맛집처럼 위생이나 시설은 그저 그렇지만 맛 하나만큼은 분명한 곳도 있을 것이다. 실비보험으로 유지되는 곳은 그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을 테고 간호사 한 명과 제한된 시공간에서 사투를 벌이듯 가성비 최고의 치료를 해내며 하루하루 버티는 곳도 분명 있을 것이다. 특히나 요즘은 고액의 비보험 치료비에 대한 수납저항도 만만치 않은 데다가 수납 이후 병의원을 오가는 환자들의 만족도가 기대 이하일 때 자칫 컴플레인이나 악플테러로 혹은 유사 의료사고 비슷한 의료진-환자가족간의 갈등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듯 하다. ‘약값, 치료비 그 값어치를 제대로 하고 있나?’ 입원환자들을 보던 시절 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질문이었다. 그랬다가도 큰 문제 없이 호전되었다는 상호간의 교감 후에 무사히 환자를 퇴원시키는 그 날 아침의 회진만큼 마음 편한 순간은 없었다. 개운한 맛, 그렇다. 그보다 더한 깔끔한 맛은 없다. 『인생의 맛』 (앙투안 콩파뇽, 책세상, 2014년 9월) 2012년 여름 프랑스의 국영 라디오 채널의 ‘몽테뉴와 함께하는 여름’이라는 방송 대본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대본을 쓰고 방송을 진행한 앙투안 콩파뇽은 프랑스의 대표 지성이다. 몽테뉴의 사상을 짧지만 밀도 높게 소개하고 있다. 직무를 수행한답시고 변하다 못해 새로운 존재, 새로운 얼굴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자들이 있다. 간과 창자 속까지 고관대작이 되어 화장실에 갈 때조차 직위를 끌고 가는 자들 말이다. 나로서는 그런 자들에게 자연인으로서의 그들에게 보내는 경례와 그들의 직무나 수행원들 혹은 허울에 보내는 경례를 구별하는 법을 가르칠 재간이 없다. 이들은 자신의 행운을 과신한 나머지 본질을 잊는다. 그런 자들은 영혼과 본연의 말투까지 관직의 높이에 따라 부풀리고 과장한다. 『쓴 맛이 사는 맛』 (채현국, 비아북, 2015년 2월) 채현국(1935∼2021)님이 구술하고 정운현님이 기록한 책. 효암학원(개운중학교와 효암고등학교, 경남 양산 소재)의 무급 이사장으로 <창작과 비평>의 영원한 후원인이었던 ‘시대의 어른’으로 불리웠던 채 선생님의 인생 이야기. 삶이란 끊임없이 묻고 배우고 깨우치는 과정이다. 처음엔 누구도 삶을 알 수 없다. 그저 그렇게 사는 것이 삶이다. 삶이란 삶을 사랑할 줄 알게 되는 과정이다. 다만 그저 아는 게 아니다. 수많은 갈등과 반복, 그 과정에서 피 터지게 싸운 결과, 우리는 삶을 사랑하게 된다. 삶이 때로 공허하고 저주스러운 것은 그만큼 사랑할 가치가 있다는 반증이 된다. 삶을 사랑할 줄 알게 되면 이제 운이 트인다. 단맛이든 쓴맛이든 삶은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실패를 연속하는 것이야말로 행복으로 가는 과정이다. 국문학자 구중서 선생은 친구 채현국의 일화에 대해 책 『면앙정에 올라서서』의 ‘서울의 뒤안길’ 챕터에서 “어떤 친구가 빙판에서 넘어져 팔꿈치에 물집이 생기고 쉽게 낫지 않으면 팔을 끌고 저 장위동 넘어가는 고갯마루 한의원에 가서 한약을 지어준다. 그 약을 달여 먹으면 이상하게 쾌유가 된다” 라고 기록했다. 『어른의 맛』 (히라마쓰 요코, 바다출판사, 2016년 9월) <취중만담>, <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 <손때 묻은 나의 부엌> 등 작가의 다른 책 제목들만 훑어보아도 작가의 주된 관심사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4시 정각. 일하러 가기 전에 가볍게 맥주 한 잔. 갑작스러운 노선 변경에 흥분한 나머지 찌는 듯한 더위가 단번에 물러간다. 아직 해가 높이 또 있는데 술을 마시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번듯하게 일하고 계시는데 이런 시간에 벌써부터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다. 헤헤. 이것 참 죄송하네. 딱히 어려워할 사람도 없는데 왠지 모르게 죄송스러운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것을 능가하는 감정은 우월감이다. 아무도 모르게 나만 사치를 부리고 있다는 특별함이다. 캬. 좋다. 기가 막힌 술맛에 자랑스러운 기분이 더해진다. 『나이 드는 맛』 (존 릴런드(John Leland), 웅진지식하우스, 2018년 11월) 기자 존 릴런드가 <New York Times>에 연재한 6부작 시리즈 <85 & Up>을 기반으로 쓰여진 책으로 85세 이상의 노인 여섯 명과 1년에 걸쳐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그 나이가 되어야만 깨달을 수 있는 삶의 지혜를 기록하고 있다(“가끔 나는 내가 아흔한 살이라 기뻐, 다 끝났쟎아.” 루스 윌리그 91세, “희망이 없는 일은 없어. 나는 희망이 없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요나스 92세). 초고령자들은 더 나은 뭔가를 찾아 애태우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꼭 붙잡으라고 알려준다. 그들은 헛된 꿈을 꿀 시간이 없다. 아직 시간이 있다는 믿음도 헛된 꿈이다. 초고령자들은 모두 자신이 젊었던 시절을 동경하는 대신 스스로를 가장 자기자신답게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다시 말해 자신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모든 순간은 행복할 수 있는 기회였다. 초고령자들은 자신을 할 수 없는 것이 많은 몸이 아니라 할 수 없는 몸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전략을 가진 몸으로 간주했다. 초고령자들과의 대화는 점점 죽어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가는 이야기에 관한 토론이 되어갔다. 『요즘 사는 맛』 (김겨울 외. 위즈덤하우스, 2022년 2월) 밥심으로 산다는 12명의 작가들의 최애 음식 이야기를 모은 에세이집. 끌리는 제목 덕분일까? 모두가 좋아하는 읽는 먹방이어서일까? 2023년에는 『요즘 사는 맛 2』 도 이어서 출간되었다. 가족과 이렇게 살다보니 가장 기본적인 존중은 식성의 존중이며 가장 멋진 공유는 식탁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강요받지 않음과 동시에 강요하지 않을 것. 그리고 다채로운 식탁을 인정하는 것. 요즘 시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중요한 첫걸음이 아닐까. 채식이 불편하지 않게, 눈치 보이지 않게, 내가 먹고 싶은 걸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는 환경 말이다. 우리에게는 먹을 권리와 먹지 않을 권리가 함께 있으니까. (소설가 천선란) 나는 늦은 만큼 열심히 하는 타입이라서 이제야 나를 너무나 좋아하기 시작했다. 살수록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너무 좋다. 구운 버섯을 씹으며 내일은 발사믹 비네거를 뿌려서 구워보자고 중얼거린다. 먹는 기쁨은 이렇게 아주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쌓여 간다(삽화가 임진아). 한의학적 접근법에는 가성비보다는 가심비를 충족시켜주는 치료들이 많다. 이렇게 환자들에게 정성스러운 대화와 맞춤과 배려와 사랑과 따뜻함과 보살핌과 애정과 시간을 들이는 치료는 없다. 그 어디에도 없다. 가성비, 갓성비에 이어 이젠 가심비까지 챙겨야 마케팅의 성공이라고 하니 의료를 포함한 모든 분야가 만만치 않은 시대인 것만은 분명하다. 한 후배는 “선배, 우린 너무 친절해. 그게 탈이야. 환자들이 얕보고 별거별거 다 요구하고, 의사들한테 못 다한 이야기 다 터놓고 물어보고 우릴 도대체 뭘로 보는걸까?”라고 푸념한다. “그게 한의사 역할일 수도 있지. 일차진료 아니면 양방에서 더 이상 해줄 게 없는 경우에 비로소 부여되는 뒤치다꺼리같은 역할이어도 골목골목에서 요소요소에서 한의사들은 분명 요긴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해.” 방콕에서 구입해 온 HOTTA 생강차와 말린 망고를 먹으며 우린 그후로도 긴 대화를 이어나갔다. -
[ICMART2024] 조기등록 마감 임박…6월30일까지[한의신문=주혜지 기자] 제37회 ICMART 2024 국제학술대회의 조기등록이 6월30일에 마감된다. 올해 ICMART 학술대회는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제주 신화월드 랜딩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대한한의학회(회장 최도영)와 ICMART(국제침술협의회)가 주관하는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약 40개국의 연구자들이 참여해 ‘통합의학 헬스케어의 미래-침술, 의과학 및 기술의 융합’이라는 주제로 열릴 계획이다. 기조연설 외에도 한약물재해석, 한의디지털융합기술, 경혈침치료, 최신 의료기기, 미래 헬스케어 등 다채로운 주제를 아우른다. 별도로 마련된 한국한의약진흥원 국제전통의약컨퍼런스와 제주권역 전국한의학학술대회도 눈길을 끈다. 오는 6월30일까지 진행되는 조기등록을 이용하면 ICMART 회원 기준 10% 할인된 등록비용으로 학술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학생 및 박사과정 지원자는 ICMART 2024 등록 페이지에 학생증 또는 재학증명서를 업로드하면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등록비에는 모든 세션, 프레젠테이션 및 전시회 입장과 커피브레이크, 점심 식사권, 웰컴 리셉션, 출석증명서 등이 포함된다. 최도영 회장은 “이번 ICMART 2024 학술대회는 한의학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통합의학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한편 더 자세한 사항은 ICMART 2024 공식 홈페이지(바로가기)를 참고하면 된다. -
양산시 상북면보건지소, 한의약 건강증진형 보건지소로 전환[한의신문=강환웅 기자] 양산시보건소는 상북면보건지소와 선리보건진료소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리모델링 공사는 보건복지부 ‘농어촌 의료서비스 개선사업’에 선정되면서 국도비 1억5000만원을 포함 총 1억8000만원을 투입, 농어촌 지역보건의료기관의 인프라 확충을 통한 지역주민의 건강권 보장 및 보건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사업이다. 상북면보건지소는 농어촌의료서비스 개선사업을 통해 상북면 한의약 건강증진형 보건지소로 전환된다. 공사는 이달 27일 착공해 8월 말 준공하고, 9월초 운영을 개시할 계획이다. 기존의 내과진료실, 치과진료실, 보건요원실, 접수실을 각각 통합건강증진실, 한방진료실, 한방허브실, 접수 및 내과진료실로 변경해 한의약을 특화한 건강증진형 보건지소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를 통해 각종 신체활동사업, 영양사업, 한의약 건강증진사업, 일반 및 한의진료를 강화해 상북면 지역주민들의 건강 및 건강환경 조성에 기여하게 된다. 이밖에 선리보건진료소는 건물 내외부 노후화로 인해 환경 개선 공사를 실시, 8월 중순 준공할 계획이다. 건물 내부 벽체 누수 및 외부 구조물 정비를 통해 선리보건진료소를 이용하는 지역주민들에게 보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양산시 관계자는 “농어촌의료서비스 개선사업을 통해 지역특성에 맞는 다양한 건강증진 사업을 개발하고 수행해 지역간 건강격차 해소는 물론 양산시의 건강수명이 연장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2024 전국한의학학술대회 중부권역, 주요 발표내용은? <1>[한의신문=주혜지 기자] 2024전국한의학학술대회 중부권역 행사가 오는 7월21일 대전 컨벤션센터 2층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된다. 이번 학술대회는 척추신경추나의학회와 대한스포츠한의학회의 정규세션 외에도 라이브 시연 특강, 초음파 핸즈온 실습 등 임상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질 높은 강의들이 준비됐다. 본란에서는 ‘무릎 관절’을 주제로 한 라이브 시연 특강 세션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무릎 관절 질환의 개요(이은용‧세명대학교) 이은용 교수는 무릎관절의 해부학적 구조와 임상에서 자주 접하는 10여 종의 무릎관절 관련 질환에 대한 내용 및 KCD8 기반 상병코드를 설명한다. 이 교수는 “지난해 시연강연의 주제인 ‘견비통’에 이어서 2024년 학술대회 청중 설문에서 무릎관절질환에 관한 요청이 다수를 차지해 이번 주제가 선정됐다고 들었다”며 “본 강의는 7개 강좌 중 첫 번째 도입부 강좌로, 무릎의 해부학적 구조와 임상에서 자주 보는 10여 종 질환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구성했으니, 회원들께서는 본 강좌를 비롯해 연이어 시행되는 7개 강좌를 통해 무릎질환의 진단과 검사 및 치료술기들에 대한 임상적용에 도움이 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무릎 관절 질환의 진단 및 치료 전략(이승훈‧경희대학교) 이승훈 교수는 무릎 관절 질환에 대한 이학적 검진 및 영상의학적 검사 등이 포함된 정확한 진단 방법과 함께 이에 따른 최신 의학적 치료 트렌드 및 한의학적 치료 전략을 소개한다. 또한 다학제적 접근 치료법을 고려한 최신 의학적 방법과, 침구 및 한약이 포함된 한의복합치료 전략을 학습한다. 이 교수는 “무릎 관절 질환은 병력 청취, 표면해부학, 이학적 검진, 영상의학적 검사 등이 모두 결합돼야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는 질환으로 한의학적 변증을 통한 한약 치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무릎 관절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종합적인 요소들을 고려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방법을 알려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무릎 관절 구조의 초음파 스캔(오명진‧금강한의원) 오명진 원장은 슬관절과 주변구조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한 초음파 스캔과정을 시연한다. 특히 슬관절 전면, 내측면, 외측면, 후면 등 각 구조를 직접 스캔하면서 초음파 진단 과정을 함께 살펴본다. 오 원장은 “슬관절은 일상생활이나 스포츠 활동 중 손상이 많은 부위이고, 체중부하로 인한 퇴행성 변화가 가장 흔히 발생하는 부위라 환자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초음파는 직접 영상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중요한 검사로, 초음파 스캔 부위의 실시간 영상과 probe 위치를 동시에 보는 것이 초음파 영상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릎 관절 질환의 초음파 유도 약침 치료(김형준‧천진한의원) 김형준 원장은 무릎 관절 질환 부위와 증상에 따른 가이드 약침 부위를 살펴보며, 치료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진료에 활용할 수 있게 도와줄 예정이다. 특히 초음파 가이드 자침의 이해를 위해 In plane과 Out of Plane의 방향에서 자입하는 모습과 해당 자리에 대한 가이드 약침의 치료 모습을 초음파 영상으로 살펴본다. 김 원장은 “저 역시 로컬에서 근무하며 훌륭한 보수교육 강의를 통해 임상에서 진료하는 모습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많이 배우고 있다”며 “회원분들께서 이번 세미나를 들으시면서 무릎에 대한 자신의 진료 프로토콜에 도움이 되길 하는 바람으로 발표하려 한다”고 전했다. △무릎 관절 질환의 매선/침도요법/테이핑요법(서병관‧경희대학교) 서병관 교수는 무릎 관절의 상견 질환의 치료 기술로서 매선, 침도요법, 테이핑 요법을 보다 잘 활용하기 위한 강의를 준비했다. 흔히 활용되는 한의 중재인 테이핑 요법을 무릎 질환에서 잘 활용하기 위한 치료 기법과, 보다 침습적인 매선요법 및 침도요법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indication과 중재의 예시를 설명한다. 서 교수는 “한의사의 진료는 질병뿐 아니라 증상을 다스려야 하는 이중의 목표를 환자와 함께 달성해야 한다”며 “각 중재의 특성, 정의, 역사적 흐름, 행위정의 등 지식에 기반해 한의 치료 중재를 진료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안전성에 대한 논의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릎 관절의 추나치료(남항우‧치유본한방병원) 남항우 원장은 무릎관절의 통증과 ROM제한을 회복하는 관절가동 추나요법을 소개한다. 강의내용을 무릎관절의 기능해부, 무릎관절의 자세 및 기능평가, 무릎관절의 추나치료 등의 목차로 구성했다. 남 원장은 “임상현장에서 무릎의 문제로 내원하는 환자 대부분의 주소증은 무릎주위의 통증과 굴곡 또는 신전 ROM 제한”이라며 “흔히 접하는 무릎관련 기초부터 치료까지 집중도 있게 진행되는 강좌를 구성했고, 60분 이내라는 시간 제약상 경골대퇴관절(tibiofemoral joint)의 통증과 굴곡/신전 ROM 제한을 안전하고 쉽게 치료할 수 있는 관절가동기법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무릎 관절 손상 후 재활치료 프로그램(오재근‧한국체육대학교) 오재근 교수는 스포츠 손상이 발생하는 일반적인 요인 설명과 함께, 손상 이후의 재활 운동 치료 프로그램을 ①염증조절 ②관절가동범위운동 ③근력운동 ④기능적운동 ⑤ 스포츠활동복귀 등 시기 단계별로 나누어 소개한다. 또한 무릎 인대염좌, 반원판 손상, 슬개대퇴증후군, 인공관절수술 등 무릎 손상을 질환별로 나누어 손상 직후나 재활 초기, 중기, 후기에 실시하는 재활 방법을 설명한다. 오 교수는 “무릎관절의 스포츠 손상은 발목손상과 함께 매우 흔한 하지 손상으로 스포츠 선수는 물론 일반인들의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 강의를 통해 환자 진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
중화민국 중의사공회전국연합회 방문(24일) -
“분회 활성화, 회원들간 자주 보고 소통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지난해부터 제천단양한의사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배용주 회장(단양 장수한의원장)으로부터 주요 사업 및 향후 추진방향, 분회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또한 기부와 의료봉사에서도 적극 나서고 있는 계기 및 한의사 회원들이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해야 하는 이유 등도 함께 들어봤다. Q. 현재 분회에서 하고 있는 주요한 사업은? “우선 제천시에서는 선도적으로 10여 년 전부터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시와의 연계를 통해 한의약 아토피 및 월경통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제천은 배구, 하키, 축구, 태권도 등이 유명한데, 한의사회 차원에서 이들 체육특기생 지원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같은 다양한 한의약 관련 사업들 모두가 시민들로부터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다. 또한 시의원·시청과의 원활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사업이 연속성을 갖고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는 저출생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자 난임치료 이외에도 한의약 산후조리 사업 추진도 논의 중에 있다. 누구나 산후조리하면 한의학을 떠올리기 때문에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면 시민들의 큰 호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제천단양한의사회의 장점은 무엇인지? “단합이 잘 된다는 것이다. 충북 지역 내에서도 회비 수납률도 높고, 보수교육 참여율도 매우 높아 예전부터 우수 분회로 인식되고 있으며, 지금도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회원들간 단합과 결속을 다지기 위해 매달마다 모임을 갖고 있는데, 모임마다 7, 80%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단체카톡방을 통해 수시로 중앙회 및 지부, 분회 현안들을 공유하면서 회원들의 회무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도 함께 활용하고 있다.” Q. 분회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회원들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드는 것이 분회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제천단양한의사회는 매달 한번씩 모임을 갖고 있는데, 32년생 최고령 선배님도 모임에 참여하는 등 좋은 분위기 속에서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자리를 통해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선후배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며, 또한 주요 현안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진행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또 신입 회원들에게도 일일이 전화를 해 모임에 꼭 참여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이처럼 회원들이 자주 만나고 소통해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며, 이러한 공감대가 바로 분회를 이끌어가는 근본적인 힘이라고 생각한다.” Q. 중앙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중앙회에서 무엇보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확대에 적극 나섰으면 한다.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생각은 이미 2, 30년 전부터 해왔다. 현대인들은 자기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만 인정한다. 그것이 객관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의사들이 폄훼당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의료기기 사용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러한 한의사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의료기기 사용 확대가 다른 어떠한 협회 정책보다 우선적으로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불어 공중보건한의사의 복무 기가 축소도 한번쯤 고려해 봤으면 한다. 일반사병의 경우에는 점점 복무기간이 짧아지고 있는 추세에서 공보의들의 복무 기간은 변함이 없다. 현 시대조류에 맞춰 이러한 부분들도 젊은 한의사 회원들을 위해 추진됐으면 한다.” Q. 기부, 의료봉사 등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기부는 무조건 해야 한다는 주의다. 학교를 다니면서 결혼을 해서 학창시절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당시 시대상황에서는 누구를 도와준다는 분위기는 없었다. 학창시절을 겪으면서 ‘내가 밥 먹고 살 수만 있으면,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지’라는 생각을 늘 해왔다. 이같은 생각은 개원 이후 바로 실천으로 옮겨져 우선 주위의 중·고등학교에 장학금 기탁을 시작으로 단양군장학회, 제천시인재육성재단, 세명대 한의과대학 및 현재 의료봉사를 다니는 요양원 등에 매년 2000만원 정도를 기부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도 기부를 지속했는데, 아는 세무서 직원이 “원장님, 가뜩이나 어려우신데 기부를 줄이셔야 하지 않나요?”라고 물을 정도로 기부를 하는데 있어서는 늘 진심이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떠나 한의사라는 직업이 일반 직장인들보다는 조금이라도 경제적인 여유가 낫기 때문에 기부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의료봉사의 경우에는 20년 넘게 하고 있으며, 개원 이후 오지마을을 찾아 의료봉사를 한 것을 시작으로 지역 요양원 개설 이후에는 매주 한번씩 요양원을 찾아 어르신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Q. 사회활동이 한의계에 어떠한 도움이 되는지? “언젠가 장학금을 받은 한 여중생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커서 한의사가 되겠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한의사 회원들의 다양한 사회활동은 결국 한의사라는 직종에 대한 인식을 밑바닥부터 개선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전에는 장학금 기부하는 것에 대해 알리는 것을 꺼려왔었다. 그런데 장학금을 전달한 학교 교사 한분이 ‘시멘트회사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이후 시멘트 회사의 고마움을 알게 됐다’면서 ‘원장님도 적극 알리셔야 한다’고 얘기하더라.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 한 사람의 기부가 한의사가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 지역의 기부문화 조성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씩 알려나가기 시작했다.” Q.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함께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한의원은 ‘5차 의료기관’이 되라고 한다. 즉 양방에서 치료하지 못하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료기관이 되자는 의미다. 나 역시 임상에서 암환자를 많이 보는데, 진료하면서 정말 한의학은 위대한 치료의학이라는 점을 새삼 느낀다. 보다 많은 선후배 한의사 회원들이 난치성 질환 치료에 적극적으로 도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불어 늘상 ‘내일은 오늘보다 무조건 좋은 사회가 된다’고 얘기한다. 오늘의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일이 결정되는 것이다. 항상 오늘을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긍정적으로 살아갔으면 한다. 진료행위는 물론 모든 가정·사회생활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는 것이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지석영 선생이 한의사라는 것,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알려나가겠다”[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제1회 지석영 건강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김성민 중랑구한의사회장(중랑구한의약문화축제준비위원장)으로부터 이번 축제를 기획한 의도 및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 이번 축제가 가지고 있는 의의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지석영 건강축제를 기획한 의도는? “한의계에는 ‘의성 허준’이라는 누구나 아는 이미지 브랜드가 있다. 이같은 브랜드가 한의학을 알리는데 있어서 좋은 면도 분명히 있지만, 그늘도 있는 것 같다. 과거부터 한의학은 우리 민족의 건강을 곁에서 지켜온, 대표적인 일차의료였으며, 한의학이 가장 잘하는 것 역시 일차의료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한의학을 일차의료로 보는 국민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으며,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그러한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웠다. 분명 ‘허준’으로 대표되는 한의학 이미지로 한의학이 많은 국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좋은 부분이지만, ‘허준’이 너무나도 과거의 인물인 관계로 마치 현재의 한의학도 과거처럼 진맥만으로 모든 것을 알고, 더불어 약탕기에 한약을 달여 복용해야 하고 있다는 이미지로 각인될 우려도 있는 것 같다. 이같은 ‘허준’ 이미지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새로운 한의학 인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마침 우리나라에 종두법을 처음으로 도입한 지석영 선생님이 한의사라는 것을 재조명한다면 신종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창궐하는 현 시대에서 한의사의 역할이 재정립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건강축제를 기획하게 됐다.” Q. 특히 지석영 선생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근현대 한의학 인물들 가운데 지석영 선생님은 대한한의사협회의 전신인 전선의회 회장으로 당시 한의학 부흥운동을 이끌면서도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우리나라 최초의 백신인 종두법을 이 땅에 도입한 인물로 흥미를 끌었다. 더욱이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석영 선생님이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잠들어 계시고, 충주지씨대종회도 중랑구에 위치해 있는 등 ‘지석영 건강축제’를 중랑구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계기도 있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지석영 선생님을 의사로 알고 있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이번 건강축제를 계기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종두법을 도입한 지석영 선생님은 한의사이며, 예로부터 한의사들이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던 부분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지난 코로나19 시국에서 한의사들은 정부의 철저한 정책적 외면으로 인해 분명 국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역정책에 포함되지 못했고, 더욱이 코로나 검사조차 참여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감염병 예방과 치료에 한의사들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서도 지석영 선생님의 업적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다.” Q. 처음 개최되는 축제인 만큼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은데. “이번 축제가 개최되기 전까지 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기에 지석영 건강축제가 개최될 수 있었다. 우선 당초 용마폭포공원이 아닌 면목공원에서 개최키로 했지만, 초청가수 중 태진아씨가 섭외되면서 개최 3주 전에 구청에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 제출하라고 하더라. 한의사회 차원에서는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한 경험이 없어 많은 혼란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구청 등에서의 도움으로 제출할 수 있게 됐고, 장소가 용마폭포공원으로 변경되면서 당초 계획했던 동선이나 프로그램을 수시로 바꿔야 하는 등 정말 어려움이 많았다. 또한 관람객들에게 기념품으로 나눠주고자 우산을 준비했는데, 구청에서의 안된다는 결정이 내려와 암담했었던 기억이 있다. 이때 중랑구한의사회 회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단시간만에 회원들이 우산을 구매해줘 커다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분회 단위에서 처음으로 큰 행사를 치러내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으며, 특히 회원들도 분회 회무에 자기일처럼 발벗고 나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해줘 지면을 빌어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Q. 이번 축제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지석영 건강축제를 기획하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다. 우선 종두법을 도입한 지석영 선생님이 의사가 아닌 한의사라는 점, 또한 한의학이 과거에만 머무러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과학문물을 접목해 점차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축제를 계기로 중랑구한의사회 회원들의 단합을 도모하고 싶었다. 축제를 마무리하면서 당초 이루고자 했던 목표들을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이뤄낸 것 같아 뿌듯한 심정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제1회 지석영 건강축제’가 무사히, 그리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올해에는 4월부터 행사 준비가 시작돼 시기적으로 6월 15, 16일 개최가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내년부터는 지석영 선생님의 탄생일인 5월15일을 기점으로 축제를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으며, 앞으로 제2, 3회 지석영 건강축제를 더욱 성공적으로, 보다 확대 개최돼 한의약의 대표적인 지역축제로 발돋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렇게 지석영 건강축제가 자리매김한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백신인 ‘종두법’을 도입한 지석영 선생이 의사가 아닌 한의사라는 인식이 점차 확고해질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감염병 예방 및 치료에 있어 한의사의 역할이 확대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고품질 약초·약용 임산물 생산 위한 천연물 물질지도 연구전략 모색[한의신문=강환웅 기자]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원장 배재수)은 21일 ‘산림약용자원 천연물 물질지도’ 작성 연구 고도화 및 활용 증진을 위해 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산림약용자원 천연물 물질지도란 국내에서 자생하거나 재배되고 있는 산림약용자원(약초·약용류)을 대상으로 종별 약용 이용 부위에 따른 지역별 지표·주요 성분 함량을 분석한 전국 천연물 분포도를 말한다. 이번 세미나는 국내 약초·약용 임산물에 대한 지표성분 분석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 천연물 기반 재배적지 지도 작성 전략을 마련하고자 세명대학교 바이오제약산업학부 이화진 교수, 국립목포대학교 원예산림학부 정종빈 교수를 초청해 진행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유통 한약재 ‘작약, 백출’의 지표성분 분석 연구(이화진 교수) △산림약용자원 종분포 모델적용 자생지 예측연구(정종빈 교수) △꾸지뽕나무의 재배적지 예측 연구(이동환 연구원) 등의 주제 발표가 진행됐으며, 이후 산림약용자원연구소 연구진과 전문가들이 함께 천연물 물질지도 연구 전략 및 약용자원의 안정적인 생산 방안에 대해 토의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약용자원연구소 김현준 박사는 “천연물 물질지도 작성 연구 고도화로 국내 약용자원 품질의 객관적인 우수성을 입증하고 고부가가치 산림약용자원 이용의 활성화 기반이 마련되길 기대한다”면서 “성분 함량과 재배환경 간의 상관관계 구명 등 체계적인 연구수행을 통해 고품질 약초·약용 임산물 생산에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
“의료돌봄 체계 구축···한의진료 효과적 활용해야”[한의신문=강현구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의원(더불어민주당)과 더좋은보건의료연대가 22일 공동개최한 ‘지역·필수의료 강화와 의료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대안 모색’ 토론에서 지역·필수의료 공백에 대안으로 한의진료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김윤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화려해 보이는 우리나라 의료제도 이면에는 무정부적 공급체계가 소위 실손보험, 비급여진료와 맞물려 의료체계를 급속하게 붕괴시키고 있어 그 해결을 위해 공공의료체계 구축과 의료체계의 공공성 강화가 하루 속히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모든 보건의료 직능이 무엇을 어떻게 함께 해나갈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 지역·필수의료체계 위기의 원인을 △의사 부족(병상 과잉, 실손보험·방치된 비급여) △무정부적 의료체계(의료취약지 방치, 무한경쟁·각자도생) △취약한 공공의료(공공병원 취약) △부정확한 건보 수가 및 만연한 실손 비급여(낮은 필수의료 건보 수가)로 꼽았다. 김 의원은 “의료계획에 따른 재정, 전달체계, 자원 공급 등과 관련 거버넌스가 구축되지 않았으며, 과도한 중앙정부의 권한에 비해 지방 정부의 권한은 매우 축소된 형태로, 취약지 병원 재정 투자 등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의원은 국민 중심 의료개혁 전략으로 △의료자원의 적정 공급(중앙·지역 의료계획 수립) △지역완결형 필수의료체계 구축(국립대병원 중심) △공공의료체계 강화(취약지 지역책임의료기관 확충 등) △적절한 보상·실손 개편(중증·소아·의료인력 수가 재평성)을 제시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추무진 더좋은보건의료연대 상임대표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지역·필수의료 강화와 공공의료의 역할(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 △주치의제도 도입과 지역 일차의료 강화 방안(이재호 일차의료연구회장) △일차의료 강화와 한의 활용 방안(이은경 전 대한한의사협회 한의약정책연구원장) △지역 방문간호 및 의료취약지 간호인력 확보(장숙랑 한국간호대학장협의회장) △지역 응급의료체계 및 환자 이송(박시은 전 전국응급구조학과교수협의회장) △마을로 향하는 약사들의 지역사회 약료(박상원 사단법인 늘품가치 대표) △지역 재가 재활 작업치료(전병진 대한작업치료사협회장) △환자가 바라는 지역·필수의료 강화와 의료돌봄체계 구축(최성철 암시민연대 대표) 등의 발표가 이어졌다. 특히 이은경 전 한의약정책연구원장은 “현재 의료대란 및 의사 수 부족에 따라 외국 의사·시니어 의사·PA간호사 활용 등 모든 대안이 나오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의사 활용은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못하다”면서 “이는 ‘한의학은 다른 의료시스템’, ‘한의사는 다 할 수 있다고 한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경 전 원장은 이와 관련 “최근 한의사의 현대진단기기 사용과 관련한 판례들은 한의사의 면허 외 행위 판단기준에 따른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한의 원리와 서양의학적 원리를 배타적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의료행위의 중첩성과 가변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는 점에 진일보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전 원장은 필수의료 공백을 위한 한의진료의 강화 대안으로 한의사에 대한 △정부 인증 교육 참여 △병원 수련 기회 부여 △증원 확대 대상에 한의사 편입 고려를, 한의대에는 △교과과정 개편 △병원 수련 기회 부여 △통합의대 설립 △통합교육 실시 등을 제안했다. 이재호 일차의료연구회장은 “주치의제도 도입이 순조롭기 위해서는 병원 부문의 공공성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면서 “공공병원의 비중이 OECD 회원국들 중 최하위 머무는데다 얼마 되지 않는 공공병원들 조차 행위별수가제 속에서 민간 병의원과 경쟁해야 한다면 일차의료 제공자와 협력관계 형성이 어려울 수 있어 일차의료기관과의 협력 관계를 위해 최소한 공공병원 만큼은 가치에 기반을 둔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총액계약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