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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정협의체', 26일 출범…‘의정갈등’ 수습되나?[한의신문]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국정공백 수습책을 논의할 ‘여야정협의체’가 오는 26일부터 가동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원내대표 회동에서 이 같은 의사일정에 합의했다. 여야정협의체는 오는 26일 첫 회의를 열기로 잠정 합의했으며, 양당 대표 외에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우원식 국회의장도 합류할 예정이다. 이날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정협의체 첫 회의 시 양당 대표가 참여하고, 그 다음에는 원내대표가 진행하는 것으로 이야기했다”며 “첫 번째 여야정협의체 회의는 26일로, 회의 의제나 범위 등에 대해선 실무 협의회를 가동해 논의 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 당대표와 국회의장,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며, 오늘부터 이틀간의 준비와 실무 협의를 조정한 다음 26일 협의체를 여는 것이 가안”이라고 설명했다. 여야가 오는 26일과 31일 국회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가운데 박성준 부대표는 국정 정상화를 위해선 27·30일, 다음 달 2·3일에도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특히 이번 여야정협의체 출범과 본회의 일정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2000명 의사 증원 추진으로 발생한 의정갈등 문제 해결 여부도 주목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의원(국민의힘 간사)은 최근 보건의료인력에 대해 주기적으로 중장기 수급추계를 실시·심의하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설치 내용을 담은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더불어민주당에선 강선우·김윤 의원이 2026년도부터 의대 정원 규모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보건의료인력 지원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외교통일위원회 안철수 의원(국민의힘) 또한 22일 SNS를 통해 “정부, 여야, 의료계가 긴급 협의체를 구성해 2025년 의대증원 문제부터 논의해야 한다”면서 “이제라도 대통령 권한대행, 여야, 의료계는 머리를 맞대 생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권성동 권한대행은 이날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내년도 의대 입학 정원 여야정 공개 토론에 대해 의협의 새 집행부 선출 이후 여야의정협의체를 새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권 권한대행은 “이미 2025학년도 입사 절차를 각 대학에서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치권이 내년도 입시 절차까지 문제 삼을 경우 수험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육과정 전반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
상지대 한의대 오현주 교수, ‘2024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한의신문] 상지대학교(총장 성경륭) 한의학과 오현주 교수(사진)가 20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2024 대한민국 인재상 시상식’에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2024 대한민국 인재상 시상식’은 창의성과 열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과 실천으로 공동체 발전에 기여한 인재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올해는 고등학생 50명, 대학생 및 청년 일반 50명 등 총 100명이 선정됐다. 오현주 교수는 한의학과 보건학 분야에서 다양한 학술적 성과를 거두며 ‘2024년 대한여한의사회 한의융합 인재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보건의료 전문성을 바탕으로 청년 문제와 사회 분야 정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하게 됐다. 오현주 교수는 “이번 수상은 지난날에 대한 격려이자, 앞으로 더 많은 책임과 헌신을 요구하는 약속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제가 가진 역량과 신념을 다해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오 교수는 이번 수상과 함께 받은 200만원 상당의 상금을 전액 장학금으로 기부, 어려운 청년들을 돕겠다는 뜻을 전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한편 상지대는 지난 2010년 최유진(언론광고학부 당시 4학년) 학생과 2020년 정세영(한의학과 당시 3학년) 학생이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한 바 있다. -
한의약 특화 건강증진형 보건지소 ‘큰 호응’[한의신문] 경남 양산시는 지난 9월 부울경 최초로 기존 보건지소를 한의약 특화해 재단장한 상북면 건강증진형 보건지소가 주민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상북면 건강증진형 보건지소는 한의과진료실과 내과진료실에 추가로 신설한 한방허브실, 통합건강증진실, 한방체험관 및 한의약 중심의 프로그램 운영으로 지역주민들의 건강 증진에 대한 높은 요구도를 충족시키고, 고령화사회에 대응한 공공보건의료체계 강화 등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개소 이후 3개월간 상북면 건강증진형 보건지소 운영 실적은 한의과 1410건, 내과 80건, 통합건강증진실(체성분검사, 악력측정, 혈압·당뇨 등 기초건강검사) 140건, 한방허브실(보건의료장비 체험) 514건 등 총 2144건으로, 월평균 714건이다. 이는 코로나19로 보건지소가 중단되기 전 월 평균 진료 실적 484건과 비교하면 48% 증가한 수치다. 특히 보건의료장비 체험을 위한 한방허브실은 1일 평균 15건 이상 이용할 정도로 호응도가 높아 12월 초에 보건의료장비(좌훈기, 발마사지기)를 2대 더 추가 설치했으며, 운영도 기존 주 2회에서 내년부터는 주 5일(상시) 운영 예정이다. 또한 체성분 검사와 기초건강측정 후 운동 상담을 제공하는 통합건강증진실은 평균 측정 주기가 6개월로 검사 및 상담만으로는 지속적인 주민 참여도를 이끌 수 없어 내년에는 양산시체육회와 협업을 통하여 좀 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채워나갈 예정이다. 이밖에 한방국학기공체조 교실은 만족도가 95%로 체감만족도가 매우 높으나 정원이 15명으로 수혜 인원이 적은 아쉬움이 있어, 내년에는 좀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갱년기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한방국학기공체조 프로그램을 추가 운영할 계획이다. 시설을 이용 중인 한 시민은 “한의과 진료 뿐만 아니라 체성분, 혈압, 혈당 등 체계적 검사와 다양한 의료장비를 이용할 수 있어 더 건강해지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은미 보건행정과장은 “상북면 한의약 특화 건강증진형 보건지소의 성과를 토대로 앞으로 다른 지소들도 기존 진료 기능 중심에서 점차 질병 예방 및 건강관리 중심으로 기능을 전환할 계획”이라며 “지역주민 스스로 건강생활을 실천할 수 있도록 보건지소 환경을 제공해 지역주민들의 건강 형평성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상지대 한의학과, 창업으로 빛나다[한의신문] 상지대학교(총장 성경륭) 한의학과 김지연 학생이 ‘2024 하나 소셜벤처 유니버시티 3기’ 최종성과공유회에서 ‘음파음파’ 팀으로 장려상과 상금 500만원을 수상했다. 이번 최종성과공유회는 전국 5개 권역의 거점대학과 연계한 청년 창업가 육성 사업으로, 거점대학 우수팀 62팀 중 최종 15개 팀이 성과와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 행사는 하나금융그룹과 고용노동부가 주관하고 주식회사 언더독스가 운영하며, 지역 창업 인프라 구축과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음파음파’ 팀의 김지연 학생은 AI 진료 보조를 지원하는 한의사 전용 임상 초음파 케이스 및 지식 플랫폼을 창업 아이템으로 제안해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김지연 학생은 한의학과 4학년으로, 제25회 강원도 대학생 창업경진대회 우수상과 교내 창업경진대회 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한의사 개원 및 학생 창업을 목표로 내년 정부 창업지원사업에도 도전하는 등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와 관련 신승엽 상지대 학생취업지원처장은 “앞으로도 재학생들의 청년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우수한 창업 인프라를 활용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상지대 창업지원팀은 창업보육센터와 상지MDN메이커스페이스 등과 협력해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해 △창업동아리 운영 △실전 창업 신청 준비반 △하나소셜유니버시티 △창업 전문가 컨설팅 △사업화 지원사업 △전공별 맞춤형 창업아카데미 △창업장려장학 지원사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
대구한의대, 베트남서 한의약 해외교육 실시[한의신문] 대구한의대학교(총장 변창훈)는 한국한의약진흥원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한의약 해외교육‧연수 지원 사업’을 통해 베트남 호치민의약학대학에서 전통의학과 재학생 50여 명을 대상으로 한의학 해외교육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교육에서는 송지청 한의약 해외 교육‧연수 지원사업 책임교수가 ‘한의학에서의 인체 경락과 임상’을 주제로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 강의를 진행했으며, 특히 증상별 혈자리를 찾아 시침해보는 실습은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수업에 참가한 호치민의약학대학 전통의학과 3학년 판 반 휴 학생은 “베트남에서 배우기 어려운 경혈에 대한 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어 너무 기뻤다”며 “며칠 전 축구를 하다 접질린 발목 통증 때문에 교수님이 침을 놓아 주셨는데 불편함이 확연히 줄어든 신기한 경험을 했으며, 앞으로 한국 한의학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한 송지청 교수는 “2022년부터 3년 동안 매년 호치민의약학대학을 방문해 한의학에 관한 교육을 하고 있지만 매번 학생들의 한의학에 대한 배움의 열정에 많이 놀란다”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내년에도 호치민을 방문해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한 한의학 해외교육을 지속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대구한의대는 지난 2022년 7월부터 호치민의약학대학과 한의약 해외교육에 관한 MOU를 체결한 이후 현재까지 매년 온‧오프라인 교육을 진행해오고 있으며, ‘22년부터는 매년 양국 간 한의학 해외 교류 확대를 위해 30여 명의 재학생과 교수들이 교환 방문하고 있다. -
조성훈 교수, 경희의료원 ‘올해의 다수 논문상’ 수상[한의신문] 조성훈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장)가 경희의료원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다수 논문상’을 수상, 한의학 연구 분야에서의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 경희의료원은 최근 개최한 ‘2024 경영설명회’에서 환자 맞춤형 한의진료에 대한 혁신적 접근법 연구를 국내·외 학술지에 지속적으로 발표해온 공로를 인정, 조성훈 교수에게 ‘올해의 다수 논문상’을 수여했다. 조성훈 교수는 경희의료원 및 경희대한방병원의 연구 경쟁력 제고 및 질적 우수성과 한의학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조 교수는 임상 진료뿐만 아니라 신경정신의학 관련 연구를 활발히 병행하는 연구자로, 우울증·치매·ADHD 등 신경정신과 질환과 다양한 약재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국제학술지에 우수한 결과들을 발표해오고 있다. 특히 조 교수는 인삼의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우울증에도 효과가 있음을 규명하고, 연구에 대한 문헌 고찰 및 메타분석을 시행해 한의학의 과학화에 앞장서고 있으며, 올해 보완대체의학 분야 ‘세계 상위 2% 연구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보완대체의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저널인 ‘BMC 보완대체의학(BMC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편집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한의약진흥원 치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총 책임연구자로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이달부터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장에 선출돼 활동을 시작했다. 조 교수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의학이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치료방법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희의료원 관계자는 “조 교수는 우리나라 한의학 연구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로, 앞으로도 경희의료원은 우수한 연구자들에게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
“미래 한의학의 지향점 제시하는 의사학 연구 기대”[한의신문] 한국의사학회(회장 안상우)는 21일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의학사에서의 개인, 사회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제39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 향후 의사학 연구에 있어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이날 안상우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가 어떻게 보면 모호할 수도,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매우 시의적절한 주제라고 생각된다”면서 “그동안 의학사 연구가 개개인이 당면한 질환을 중심으로 이에 국한해 서 진행돼 왔다면, 앞으로는 개인과 개인 또는 개인이 속한 집단과 사회 사이의 관계망에서 발생하는 병태생리적인 문제들에 대해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이어 “이러한 인식 하에 개인과 사회, 그리고 미래는 결국 우리가 어떻게 현재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앞으로 의학이 나아가야할 지향점을 모색하느냐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며 “이번 학술대회가 향후 의사학 연구에 있어 나아갈 지침 등 지향점을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또 정유옹 대한한의사협회 수석부회장은 축사에서 “그동안 회무를 해오면서 의사학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느끼게 되는데, 실제 한의사들이 이전부터 응급의료는 물론 외과적 시술, 다양한 내과질환 등을 치료했다는 것이 의서의 기록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면서 “한 사람의 한의사로서 한의학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때가 바로 우리에게는 정말 오래되고 훌륭한 역사가 있다는 부분으로, 앞으로도 한의사의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많은 좋은 연구들이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또한 고성규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은 “‘한국의사학회지’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등 개인적으로 메디컬 히스토리 분야를 좋아하며, 실제 연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방향성 등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면서 “더불어 대한한의학회 회원학회 중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갖고 있고, 여러 상황에서 과거를 반추해 앞으로 한의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학회가 바로 한국의사학회라고 생각되며, 앞으로도 그러한 역할을 해나가도록 더욱 발전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학술대회에서는 ‘개인으로부터 사회, 미래를 향하는 인문한의학적 의사학 연구방안’을 주제로 한 김남일 경희대 한의대 교수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역사인물 유이태를 이해하는 다양한 시선들(차웅석 경희대 청강한의학역사문화연구소장) △일제강점기 마산의생 강홍규의 진료기록(박훈평 동신대 한의대 교수) △김두종과 만주의과대학(장재립 한국한의약진흥원 연구원)의 주제 발표가 진행됐다. 또 일반 발표에서는 △前髮際에 위치한 경혈들의 취혈(取穴)에 대하여(박영환 원광대 한의대 외래교수) △한의대 동의보감 교육의 실제사례 1례(국수호 세명대 한의대 교수) △천인상응 사상에 기반한 현대생태치유적 식생활에 관한 제언(박성혜 전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등이 발표되는 한편 ‘임상에 도움이 되는 인문한의학’이라는 한국의사학회 기조에 따라 마련된 임상특강에서는 박영환 외래교수가 ‘침금동인에 근거한 요부경혈의 임상취혈’을 주제로 이론 강의와 더불어 취혈 실습이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날 김남일 교수는 기조강연을 통해 ‘인문한의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한의학과 인문학의 연계를 통해 △역사적 연구 △철학적 연구 △문확과 예술적 연구 △민속의학 연구 △사회적 역할 관련 연구 △심리학적 연구 △융합연구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히는 한편 개인과 사회, 미래에서의 한의약의 역할을 조명했다. 김 교수는 향후 인문한의학적 의사학 연구방안과 관련 “한의사 개인의 측면에서는 각 개인의 치료 의안의 수집과 정리, 상호교류 및 의학사상 등과 같은 개인사 연구를 통해 △한의학 인물사 △인물간 네트워크 연구 △지역사회에서의 학문적 특징 △민족적 특이성 △학문적 경향 등을 유추해볼 수 있다”며 “더불어 한의학적 인문학과 관련한 연구를 통해서는 한의학 이론, 치료개념, 인간관, 인체관, 생로병사, 의료와 사회, 질병관 등에 대해 접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역사 기록 속에서 보이는 치료 경험에 대한 의안화 및 스토리텔링 구축, 치료기록의 데이터베이스화, 한의학 지식정보의 디지털 콘텐츠화도 향후 인문한의학적 연구에서 다뤄야 할 내용들”이라며 “또한 디지털인문학적 방법론 도입 및 AI 활용 등 시대의 조류에 맞는 연구들도 병행하는 등 진료와 사회적 인프라 상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문한의학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진료에 도움이 되는 인문학이 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한국의사학회의 주된 역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수호 교수는 실제 ‘동의보감’에 대한 교육과정 및 장점, 향후 보완해야 할 부분 등을 제언해 관심을 끌었다. 국 교수는 “동의보감 교육의 장점으로는 하나의 독립된 의학저술로서의 일관성을 갖고 있으며, 이론과 임상이 자연스럽게 연계돼 있는 것은 물론 강연자의 입장에서 각각의 문(門)은 1회의 수업분량에 적용되기 용이하다”면서 “또 의사학, 각가학설의 교육과 연계 용이, 다른 과목과 연계해 수업할 수 있는 내용 풍성, 이전 세대의 한의사들과의 학문적인 연속성 유지, 한국 한의학의 고유성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동의보감 교육의 개선방안에 대해선 “동의보감에 등장하는 한약 및 침구 처방의 개수가 많은데, 향후 강의자 한 사람의 경험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수집·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단방의 경우 ‘동의보감’이 발간된 시기와 현재는 여러 가지 상황이 달라진 만큼 현대인들의 생활습관에 적합한 현대적 활용방안 강구를 위한 다양한 연구도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한국의사학회는 윤리위원회 교육과 함께 정기총회를 통해 신임 회장에 차웅석 경희대 청강한의학역사문화연구소장을 선출했다. 차웅석 신임 회장은 “지금까지 한국의사학회가 해왔던 일들을 이어오는 것은 물론 한의계가 발전하는데 보탬이 될 수 있는 연구들을 지속적으로 발굴· 추진해 나가겠다”면서 “향후 2년의 임기 동안 모든 학회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며, 한 단계 진화할 수 있는 학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 중국 중의약의 역할은?<편집자주> 최근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이민호 박사가 중국 중의계의 지난 5년 동안의 코로나19와의 전투 경험을 담은 ‘코로나19, 5년의 기록-중국의 응전과 중의약 예방·치료 보고서’를 출간했다. 본란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중국 중의약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본다. 코로나19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새로운 종(new strain)으로 역시 급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며 인간에게 다양한 방식의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유행성 전염병(pandemic)이다.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처음 발병했으며, WHO에 의해 1968년 홍콩 독감, 2009년 신종플루에 이어 2020년 3월11일 3번째로 팬데믹으로 선포됐다. ◇ 2002년 SARS서 교훈 얻은 중국 병원체의 명칭은 초기 우한에서 발발해 우한 코로나바이러스라고도 불렸으며, 유행성 전염병의 명칭에 지역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2020년 1월, 2019 novel coronavirus(2019-nCoV)라고 명명했다가, 2020년 2월11일 SARS-CoV과 염기서열 유사성이 약 86.9%에 달해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로 변경했다. 2019년의 팬데믹에 중국은 2002년의 SARS를 경험한 것이 역경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을 격리하고, 전염병을 다루는 전문적인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국가 차원에서 각종 치료 방안을 마련하는 등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졌다. 특히 서양 의학과 더불어 중국 전통 중의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초기, 이전 SARS나 MERS와의 비교연구를 통해 해결책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 몇몇 논문들이 발표되기도 했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선 질병 발생의 원인(病因)과 그것이 체내에서 작용하는 메커니즘(病机)을 이해해야 한다. 이에 중국에서는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병인(病因)·병기(病机)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됐으며, 관련 논문들도 발표됐다. 중국의 연구자들은 코로나19가 중의의 ‘역병’, 즉 병이 빨리 생기고, 전염력이 강하며, 쉽게 유행하는(发病急, 传染强, 易流行)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중국의 중앙정부에서 제시한 ‘코로나19 진료방안’ 제3판에서부터 중의가 참여하고 있는데, 거기에서도 중의 ‘역병’의 범주에 포함했고, 병인은 ‘역려(疫戾)의 기(气)’를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 중국, 코로나19 진료방안에 중의약 포함 중국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19 진료방안(新型冠状病毒感染的肺炎诊疗方案)’을 마련해 반포했는데, 변이 발생과 환경 변화에 따라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중국은 코로나19 치료 과정에서 중국 전통의약과 서양 의학을 결합한 치료 방법을 채택했으며, 커다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중국 정부에서 코로나19 진료방안을 처음 발표한 것은, 2020년 1월16일이며, 곧바로 제2판을 반포했고, 1월22일에는 국가위생건강위와 더불어 국가중의약관리국이 함께 참여해 제3판을 발표했는데, 이때부터 중의약 내용이 첨가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를 중의의 역병 범주에 속한 것으로 인식하고 환자의 임상증상 경중에 따라 치료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코로나19 진료방안은 2020년 3월4일까지 약 두 달이 안 되는 기간, 제7판까지 반포한 이후 제8판은 동년 8월18일, 2021년 4월14일에 제8판의 수정판, 그리고 2022년 3월14일 제9판, 그리고 약 1년이 지난 2023년 1월5일 제10판을 선보였다. 2020년 1월27일과 2월5일, 연이어 발표한 진료방안 제4판과 제5판의 중의약 치료 내용은 같다. 코로나19는 중의 역병의 범주에 속하며, 병인은 ‘역려지기(疫戾之气)’를 받은 것으로, 병의 위치는 폐에 있고, 병기(病机)의 특징은 ‘습, 열, 독, 어(湿, 热, 毒, 瘀)’로 표현했다. 각 지역의 병정(病情)에 근거해, 지리적, 그리고 기후 특징에 따라 병의 정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다음 변증논치 방안을 참조해 치료하도록 했다. 중의 치료는 크게 의학 관찰기와 임상 치료기로 나누었으며, 확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치료기는 다시 초기, 중기, 중증기, 회복기로 구분했다. ◇ 중의약 적극 활용으로 효과적 대응 코로나19라고 하는 전염성이 대단히 강한 질병의 ‘도전’에 대해 중국의 ‘응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전통의약인 중의약을 적극 활용했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유행 초기 중앙정부 차원에서 진료방안을 마련해 국가 차원에서의 대응책을 마련할 때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서양 의약과 더불어 중의약 치료를 권장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중의약 관련 국가 기구인 ‘국가중의약관리국’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중국은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중용과 별도로 지방 정부 차원에서도 중의약을 예방과 치료에 적극 이용했다. 지방 정부는 지역 특성에 맞는 각종 ‘지도 의견’ 등을 통해 중의약을 활용한 예방과 치료를 독려했다. 쓰촨성의 사례에서처럼 지역 의료 기관에서 개발한 중약 제제를 과감하게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지역 중의계의 의사를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국 문화의 보물’, 곧 전통의약 문화를 세계에 홍보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일대일로’를 통해 세계와 소통하고자 하는 중국이 그들의 전통문화 가운데 내세울 유력한 유산으로 중의약을 내세운 것이다. 코로나19를 중의약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계기로 삼은 것이다. 또한 중국은 새롭게 개발한 중약 제제를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에 수출하기도 했으니 ‘전화위복’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인류 질병의 역사를 봤을 때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우리에게 다시 찾아올 확률은 대단히 높다. 과거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문명만이 성장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역사 경험을 통해 수없이 보아 왔던 장면이다. 전염병 급습에 얼마나 적절하게 대처했는지, 혹은 사망률이나 중증으로의 전환 정도가 얼마였는지 등등의 통계가 주는 사실과 별개로 자국의 전통의약을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534)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김종열 선생은 제3대 경희의료원 원장으로 1975년 2월 취임했다. 그는 의사가 아니었음에도 행정능력을 인정받아 1982년까지 11년간 경희의료원에 몸 담았고, 1985년 동서의학연구소장 겸 WHO연구협력센터 소장과 강동경희대학병원 설립위원장을 맡아 8년간 봉직 후 1992년 정년퇴임했다. 저서로는 『동서의학비교연구』가 있고, 학술논문으로 학술원 논문 외 8편, 국외논문 3편이 있다. 그는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비교하고 각각의 장·단점을 잘 융합하는 것을 목표로 많은 연구를 진행했다. 盧正祐 교수(1918〜2008)는 동양의약대학 교수, 경희대 한의대 교수, 경희대 부속한방병원 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수많은 학문적 업적을 쌓은 한의학자이다. 2019년 노정우 교수의 사위 윤동원 원장(미국 L.A 가야한의원 원장)과 따님 故노효신 선생이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에 노정우 교수가 남겨놓은 자신의 자료들을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에 기증했다. 자료 가운데 1977년 2월16일 김종열 원장이 미국 하와이로 건너간 노정우 교수에게 보낸 서신이 있었다. 아래에 그 내용을 워딩하여 소개한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춘삼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동안도 객지에서 여러 가지로 불편이 많으실 줄 믿습니다. 카드를 받고 곧 답장을 쓴다고 마음먹은 것이 이토록 늦어져 미안합니다. 이제 일년이 다 되어가니 노 원장님도 그곳에 정착되어가고 있을 줄 믿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시며, 그곳 재미는 어떻신지요. 가끔은 소식을 전하여 주십시오. 이곳 의료원도 새 봄을 맞아 일층 활발히 하여 보려고 활력하고 있습니다. 한방병원에는 김정제 선생님을 새로 한의대 학장으로 모시게 되어 이를 계기로 어떻게든지 흩어진 한의과를 재건해 보려고 무척 노력하고 계십니다. 노 원장님께서 닦아주신 기초 위에서 지금 새로운 건축을 하려고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지금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져가는 도중에 있으며, 꼭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시종일관 미력이나마 한국의학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나가는 일원으로 참가하게 된 것을 항상 뜻있게 생각하고, 힘 닿은 날까지 이 방면에 더욱 힘써 볼 것입니다. 노 원장님께서 그토록 열성적으로 추진하신 그곳에 분원 설치 문제는 그 후 어떻게 진행되어가고 있습니까? 제가 아무 힘도 되어드리지 못한 것을 늘 유감으로 생각되옵니다. 혹시 제가 할 수 있는 일, 도움이 되는 일이 있으시면 꼭 연락하여 주십시오. 노 원장 말씀대로 동서의학의 협력으로 새로운 의학을 진출시키고자 하는 이 일은 실로 막중하고 험난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 일은 꼭 해나가야 할 일입니다. 그곳의 형편이 어떻게 되어가는 알려주시면 이곳에서도 무엇인가 도움이 될만한 일을 강구해보려고 합니다. 꼭 기억하여 두셨다가 무엇이든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으시면 연락하여 주십시오. 끝으로 객지에서 항상 건강에 유의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에 성공과 행운이 있으시를 기원합니다.” 위의 서신을 통해 노정우 교수가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 목표의 하나가 미국에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분원을 설립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아울러 김정제 교수가 한의과대학 학장으로 취임하면서 발전해나가는 한의대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
신미숙 여의도 책방-59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신미숙의 여의도 책방』은 각 회마다 1개의 키워드에 5권의 도서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이어갑니다. 1920년생 김형석 교수님은 당신이 97세였던 2016년 『백년을 살아보니』라는 책을 출간하셨다. 이 책을 기점으로 오늘까지도 많은 미디어에 ‘100세 철학자’라는 별칭으로 불리우고 있다. 한 해를 떠나보내며 전국의 쉰살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쓰는 기분으로 “우리 이쯤에서 지난 오십년에 대한 이야기 좀 해보자”라는 글을 써볼까 생각하는 순간, 김 교수님의 명저(?) 앞에 한 글자를 덧붙인 『반백년을 살아보니』라는 제목이 먼저 떠올랐다. 아무리 백세시대라 해도 쉰을 전후한 자들은 결코 혹은 감히 젊은이 범주에 끼어들 수는 없다. 여자라면 폐경을, 남자라면 은퇴를 슬슬 준비해야 하는 가까운 미래는 암담한데 대학생이 된 자녀들에게 들어가는 돈단위는 이제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은 기본이고, 유학이라면 수천도 너끈히 준비해 주어야 한다. 나와는 차원이 다른 능력에 화려한 부모 배경까지 갖춘 3040들이 즐비하고 8090에 접어드신 부모님들에 대한 근심의 강도 또한 정점을 향해간다. 문득 외롭고 가끔 버겁다. 결코 쉽지 않은 나이, 반백년을 살고나니 저만치서 환갑이 나를 향해 손짓이라도 하는 것 같다. “어서 와!! 50대는 처음이지? 60도 금방이다. 정신 차려, 이 친구야!!” 知天命, 좌표를 알게 됐다는 표현과 닮아있어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서는 50세를 ‘지천명(知天命)’이라 하였다. 지난 12월12일 노벨상 일정을 마무리하며 스웨덴 외곽의 한 도서관에서 학생들을 만난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은 내가 지금 어디쯤에 있는지 좌표를 알게 해 주었다”고 말했다. 좌표(座標)는 수학적 의미로 점의 위치를 나타내는 수나 수의 짝을 말한다. 한자로는 ‘앉아 있는 장소나 위치를 표시하는 것’이고 비유적으로 사물이 처해 있는 위치나 형편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좌표를 알게 되었다는 표현은 50을 이르는 지천명과 무척 닮아있다.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격언인 “너 자신을 알라(γνῶθι σεαυτόν 그노티 세아우톤)”도 자동으로 떠오른다. 내가 어떤 인간인지를 제대로 알면 내가 있을 곳과 가지 말아야 할 곳을 분별할 수 있을 것이고 땅에 두 발 제대로 딛고서 그 곳에서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게 분명해 보이는 천직(calling)을 건강하게 수행하고 있을 것이다. 좌표, 지천명, 너 자신을 알라! 이 세 가지가 제대로 갖춰지는 데에 태어나서 50여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닐까? 멋진 말로 운명, 속된 말로 팔자를 받아들이게 되는 나이가 바로 오십인 것이다. 이 세월의 강을 건너고 있는 나에게 다가온 깨달음 한 대목은 다양한 주제에 관한 가치평가를 하는 경우 선악, 흑백, 좌우 등으로 이븐(even)하게 이분(二分)하는 성급함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정치 성향을 질문받았을 때 ‘중도’나 ‘잘 모르겠다’가 뚜렷한 정답지를 선택한 퍼센트만큼이나 많은 모양이다. 애매모호함이 아닌 신중함일 수도 있고 정치에 대한 논쟁은 그저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예고된 마상을 원천 차단하고픈 의도적인 회피전략일 수도 있다. 파랗거나 빨갛거나 원색적인 깃발만큼 선명한 대결구도를 유지 중인 정치의 현장에서 중립을 택한다는 것은 회색지대로 폄하되거나 ‘새정치’로 판갈이를 시도했다가 지금은 존재 자체가 ‘성대모사하기 가장 쉬운 정치인’으로 전락해버린 분이 유행시킨 극중주의처럼 끝도 없는 조롱과 풍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우리 편이냐 vs 저 쪽 편이냐’의 갈등이 클라이맥스에 도달하는 선거철이건 그렇지 않건 정치에 대한 무관심한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위험하다. 동시에 정치과몰입한 시민으로 산다는 것 또한 여간 품이 많이 드는 삶인지라 뭐든 과하지 않게 그래도 해야 할 기본은 하면서 중요한 집회도 나가면서 일상도 챙기며 그렇게 걷다보니 올해도 12월이 와 버렸다. 동년배들이 쓴 책을 반가움에 후원심에 덥썩덥썩 집어들 50대 독자층이 탄탄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인지 오십대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책들이 유독 많다.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 <오십의 기술>, <오십, 내 안의 데미안을 만나다>, <잠 못 드는 오십, 프로이트를 만나다>, <오십의 태도>, <오십부터 삶이 재미있어졌다>, <오십대는 무엇으로 사는가>, <50대 두 남자, 나를 찾아 떠나는 바르셀로나와 남프랑스 여행>, <오십 너머에도 천 개의 태양이 빛나고 있지> 등 이 많은 오십의 바다에서 내가 건져올린 오십서는 다음과 같다. 『오십의 발견』(이갑수, 민음사, 2013년 3월) 경향신문에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을 연재 중인 궁리출판 이갑수 대표의 수필집으로 맛깔스러운 제목과 그에 딱맞는 맛있는 글이 한 권 가득이다. 오십대 초입에 도달해서 다시 읽어보니 다 내 이야기인 것 같다. - 유정물이나 무정물이나 다 같이 병들고 늙는다. 같은 배에 탄 운명이다. - 이제 나는 인생의 저녁에 곧 도착하려고 한다. - 그저 내 몸도 숭숭 뚫린 구멍들의 집적이다. 허공의 집합이다. 나란 그야말로 텅 비어 있는 존재! - 모두가 얼기설기 조립된 이 기묘한 세계. 언젠가는 나 또한 부실한 이처럼 흔들릴 대로 흔들리다가, 치통을 앓을 대로 앓다가 이 세계에서 툭 떨어져 나갈 것이다. - 마흔다섯은 귀신이 와 서는 것이 보이는 나이라 했다. 하지만 거기에 다섯을 더 얹어도 귀신은커녕 한숨만 늘었다. - 이대로 잠들었다가 내일 아침 깨어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면서 잠드는 시기가 있다. 모두들 그런 경험이 있다고들 한다. 죽음에 대한 어렴풋한 공포요 체험일 것이다. - 몸의 아래쪽을 담당하면서 땅과 늘 접촉하고 있는 발바닥. 우리는 죽어서 흙으로 간다는데 그렇다면 이 발바닥은 늘 죽음의 입구를 경계하는 셈이 아닌가. 『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 (조너선 라우시, 부키, 2021년 8월) 저자는 브루킹스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이자 미국의 대표적 시사주간지 <The Atlantic> 기고 작가로 주로 정치, 공공 정책, 문화, LGBT 인권에 관한 책과 기사를 쓴다. - H=S+C+V+T (H:지속적인 행복의 수준, S:이미 설정된 행복의 범위, C:삶의 상황, V:자의로 다스릴 수 있는 요소, T:나이 듦) - 시간은 절대적이지만 나이 듦은 상대적이다. - 다행히 중년의 우울한 현실주의는 사실은 비현실적이다. 인생은 더 나아진다. 그것도 훨씬 더 나아진다. - 50세 무렵부터 스트레스가 감소한다. 나이 들면서 정서 기후가 대체로 안정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인생의 경험이 쌓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시간의 지평이 바뀌면 우리가 세우는 목표와 우리가 하는 선택의 양상이 바뀐다. - 횡적으로, 점진적으로, 건설적으로, 논리적으로 움직이자. 그러면 충동적으로 실수를 범할 확률이 낮아지고 불리한 상황을 더 잘 관리할 수 있게 된다. - 큰 도약이 필요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뛰어오르는 대신 달성 가능한 목표를 향해 작은 걸음을 내딛는 것이 더 성취하기 쉬울 뿐 아니라 보통은 더 큰 만족감을 준다. - “지나면 더 좋아진다” 이것은 가장 중요한 지혜다. 그리고 가장 사용하기 어려운 지혜다. - 우리 삶에서 무엇이 정상인지 결정하는 건 과학이 아니라 사회다. 이래서 사회적 물길이 중요하다. 『50이후, 건강을 결정하는 7가지 습관』 (프랭크 리프먼, 대니얼 클라로, 더퀘스트, 2022년 5월) MD 프랭크 리프먼은 통합의료 및 기능의학 분야의 개척자이다. 편집자인 대니얼 클라로는 프랭크 리프먼과 함께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동 중이다. - 나는 30년 넘게 뉴욕시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면서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을 접목해서 진료를 했다. 효과가 좋은 처방 중에는 동양의학의 원리를 응용한 것이 많다. - 면역체계의 70퍼센트는 배 속에 있다. - 중년 이후의 건강한 삶을 위해 가장 중요한 변화가 바로 소식이다. - 만성적 염증은 처음부터 증상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러 질병의 숨은 원인이 된다. - 한 가지 운동을 하는 동안에도 음양의 원리를 적용해보자. 음양의 조화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 부상을 당했는데 잘 낫지 않는다면 개입이 필요하다. 침 치료든 물리치료든 지압 마사지든 간에 조치를 빨리 취할수록, 그리고 당신의 나이가 어릴수록 효과가 좋다. 가장 약한 개입부터 시도하고 필요하다면 강한 개입으로 전환하라. - 태극권은 부상의 위험이 거의 없으면서도 몸을 강하게 만들어준다. 태극권은 다리와 코어의 힘을 키워주고, 균형감각을 길러주고, 몸 어디에 긴장이 축적되는지 알아내서 그 긴장을 풀도록 해주고, 몸이 땅에 확고하게 뿌리 내리도록 해준다. - 침술은 근육통, 스트레스 완화, 불면증, 두통, 호르몬 문제 등에 효과적이다. 침술은 기가 막힌 곳을 뚫어서 기의 흐름을 회복한다. 많은 사람이 침술로 이완 효과를 톡톡히 본다. 『오십,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제임스 홀리스, 북아지트, 2022년 8월) 스위스 취리히의 융 연구소에서 정신분석을 공부한 저자는 현재 미국에서 융학파 정신분석가로 활동 중이다. 그는 우리가 인생의 중반쯤에 겪는 실존적 위기를 ‘중간항로’라 정의하며, 융 철학을 바탕으로 이 시기를 현명하게 건너기 위한 지혜를 가르쳐준다. -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해야 할’일에 매달려 살았는가? 그런 삶이 잘 풀리긴 했는가? - 심리학과 신경학을 넘어 동서양 철학도 인간이 그 어떤 현상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한다. - 일상적인 기분 전환이 그 소통을 되살리는 데 효과가 없을 때 우리는 갖가지 진통제와 이데올로기적 최면제에 빠지고 만다. - 과학주의는 새로운 신화로서 어마어마한 신뢰와 투자를 받지만 이에 따르는 결과는 깊이 고려되지 않는다. - 외로움의 해독제는 타자와의 애착이 자신의 생존에 꼭 필요하다는 환상을 버리는 것이다. 궁극적인 해독제가 없어도 괜찮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자체가 해독제다. - 우리는 날마다 내면에서 거대한 투쟁을 치른다. 두려움의 위협과 무기력의 유혹 사이에서 자아가 치이다 보면 진정한 삶이 생겨날 틈이 전혀 없다. - 우리는 의미를 추구하고 의미를 만들어내는 피조물이다. 융이 지적했듯 “삶에서는 무의미한 최대보다 의미 있는 최소가 항상 더 가치가 있다.” 『인생의 절반을 지나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바르바라 블라이슈, 웅진지식하우스, 2024년 12월) 철학자이자 언론인인 저자는 현재 대학에서 응용윤리, 경영철학 그리고 의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변화하는 중년의 정의와 사회적 역할을 넘어 중년의 철학을 모색한 이 책은 부제처럼 흔들리는 오십을 위한 철학의 지도가 되어줄 것이다. - 노화와 노쇠, 다가오는 죽음을 현명하게 다루는 법은 고대부터 이어진 철학의 관심사였으며 여전히 인기 주제다. - 생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실존적 의문과 새로운 질문에 맞닥뜨리며 근본적인 위기의 시기를 맞이한다. 중년이 철학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 어떤 순간은 너무 소중해서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 서글퍼진다. - 아직 먼 곳에 있기는 하지만 확실한 인생의 종착점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그 끝을 맞이하기 전에 중년을 겪는다는 것이다. - 쉰 살 무렵에 이르면 유한성에 대한 깨달음은 점점 커진다. - 자신의 유한성을 떠올릴 때 우리는 ‘본질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것을 비우고 과도한 것을 흘려보내’는 정도의 주체성을 얻게 된다. - 인생의 중요한 이정표가 자신의 신념이나 욕망과 일치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마르틴 하이데거의 말대로 ‘비본래적’ 삶을 살게 된다. - 인생은 이성을 갈고닦아 완성할 때 비로소 좋은 삶이 되며, 이는 곧 덕이 있는 삶이다. - 진정한 어른이란 나이를 먹은 사람이 아니라 나이게 맞게 행동하는 사람이다. 2025년, 을사년을 기다리는 우리의 마음은? 12월 초 그 엄청난 사건을 아주 가까이에서 목격하고 관찰했던 나는 ‘무릇 정치는 공기와 같은 것이어야 한다’는 문장을 반복해서 되새기며 쿵쾅대던 가슴을 진정시킨 채 근무했다. 2024년 대한민국에 계엄? 비상계엄? 1980년 5월 여섯 살이던 나는 광주에 살고 있었다. 튼튼하지 않게 지어진 한옥집이라 그랬는지 시도 때도 없이 들리던 총성 소리가 집 전체를 흔들었고 그 혼란한 틈에 휴교령으로 학교를 안 갔던 언니랑 인형놀이 했던 기억도 있다. 통장 아줌마가 오시면 스뎅 찬합에 만들어놓은 주먹밥 십여개를 내어주시던 어머니, 고등학생이 죽었다는데 우리학교 학생 같더라며 성급히 집을 나서시던 아버지의 음성까지 너무도 또렷했던 5·18 광주의 기억은 오십이 된 지금까지도 나에게 계엄 혹은 계엄군이라는 단어와 함께 단단히 밀봉되어 있다. 사람의 기억이란 묘해서 어떤 날은 분명히 좋은 느낌이었는데도 금세 망각의 골짜기로 숨어버리고 또 어떤 나빴던 날들은 아무리 잊으려해도 미간에 붙여놓은 부적처럼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외면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어른이 되면 내 마음대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어른이 되고 싶은 청소년기도 있었는데 막상 쉰살 어른이 되고보니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건 여전히 많지 않고 이제는 좋은 노인이 되어야 한다는 그 다음의 목표가 먼저 보인다. 2025년이 오고 있다. 을사년이 우리를 기다린다. 어두운 밤은 가고 새 날이 올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