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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 ❶김호철 교수 경희대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편집자주] 필자는 10여 년 전, 한의신문에 ‘꼭 알아야 할 한약이야기’라는 제목으로 한약 관련 칼럼을 연재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층 더 깊어진 연구 성과들을 토대로, 매달 한 번씩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라는 새로운 시리즈를 선보이려 한다. 무엇보다 임상 현장에서 자주 제기되는 궁금증과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최신 연구 결과와 한의학적 해석을 결합해 쉽게 풀어낼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이 기존의 한약 지식을 새롭게 바라보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 이어질 칼럼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한약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한약을 먹으면 간에 부담이 된다”는 말이다. 과연 한약은 간에 무조건 해로운 것일까. 최근 연구들과 임상 현장의 경험을 종합하면, 간을 손상시키는 한약은 극히 일부이며 대부분은 적절한 처방과 용량을 지키면 안전하다는 결론에 가깝다. 한약과 간 독성의 관계를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왜 “간에 독성이 있는 한약은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간에 독성이 있다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일반적으로 약물이나 화합물을 섭취했을 때, 이 물질이 간세포에 손상을 주거나 간 기능 검사에서 간효소 수치(AST, ALT 등)를 상승시키는 경우를 지칭한다. 간은 우리 몸에서 약물과 독소를 대사하고 해독하는 중요한 장기이므로, 소화 기관을 통해 체내로 들어온 모든 물질은 크고 작은 대사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성분이 간세포에 직접적인 독성을 유발하거나 면역학적 반응을 일으켜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두고 “간에 독성이 있다”거나 “간에 부담이 된다”고 말한다. 양약도 간 독성 존재하는 것은 마찬가지 양약(서양약)도 마찬가지로 간 독성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해열진통제로 자주 사용되는 아세트아미노펜(파라세타몰)만 해도 과량 복용 시 간 기능 악화를 유발할 수 있음이 잘 알려져 있다. 일부 항생제나 진통소염제, 항암제 등도 부작용으로 간 손상이 보고되기도 한다. 따라서 ‘간 독성’이라는 문제는 특정 의학 체계의 약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어떤 약물이든, 얼마나 안전성이 입증되었고 어떤 상황에서 어느 정도 용량으로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약은 대부분 여러 종류의 한약재를 배합하여 사용하는 복합 처방이다. 이때 독성 가능성이 존재하는 몇몇 한약재가 있는데, 이를 적절한 제법으로 처리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자(附子)는 제대로 포제(炮製)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독성분이 남아 중추신경계나 심장에 독성을 유발할 수 있고, 일부 보고에서는 간 손상도 언급된다. 그러나 한의학에서는 부자를 안전하게 가공하기 위한 다양한 포제법을 활용해 독성을 최대한 줄인 뒤 사용한다. 또한 환자의 체질이나 증상에 따라 부자 용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문제를 최소화한다. 실제로 한국한의학연구원 등에서 수행한 안전성 평가에서는 일반적인 한의사 처방을 따른 한약 복용 시, 간 독성이 임상적으로 드물게 나타났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그러면 한약은 실제로 언제 간 독성을 일으킬 수 있을까. 오남용이 가장 큰 위험 요소이다. 민간요법으로 “이 약재가 좋다”는 말을 듣고 개인이 임의로 구해 장기간 복용하거나, 체질에 맞지 않는 약재를 충분한 확인 없이 복합해 쓸 경우가 대표적이다. 심지어는 부작용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진 특정 약재를 고농도로, 혹은 다른 양약과 병행해 쓰면서도 전문의와 상의하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간 독성을 비롯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제대로 검증된 한의사 처방과 용법, 용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간에 도움이 되는 한약재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인진호는 간세포를 보호하고 담즙 분비를 촉진해 염증을 줄이는 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오미자는 항산화 효과와 더불어 간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갈근이나 헛개나무과병은 알코올성 간 손상에서 효과가 있으며, 산약(마)이나 작약 등도 전통적으로 간 기능을 보강하는 데 자주 쓰이는 편이다. 실제 임상에서도 이들 약재를 적절히 배합하면 간 수치가 개선되는 경우가 종종 보고된다. 한약재의 독성·약리 작용 연구 활발 결국 한약이 간에 안 좋다거나 독성이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극히 일부 독성이 강한 약재가 존재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가공하고 어떤 환자에게 어떻게 처방하느냐가 핵심이다. 한의학은 수천 년 동안 안전성을 고려하면서 약재를 발전시켜 왔고, 현대의 과학적 분석 기법으로도 한약재의 독성·약리 작용에 대해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약이 간에 유익한 점도 분명 존재하므로, 잘못된 민간요법이나 오남용 사례를 전체 한약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한약, 양약 할 것 없이 모든 약물은 적절한 용량과 적합한 환자 상태를 전제로 안전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간이 주된 대사 기관이기 때문에 약물을 복용하면 어느 정도 간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지만, 이것이 곧 간 손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대 의학과 한의학을 포함해 의약품 개발과 임상 활용에서 간 독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안전지침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약물 사용의 위험성을 대폭 줄이고 있다. 한약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약재와 처방을 정확히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미 간 질환을 앓고 있거나 약물에 민감한 체질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모든 약물에 해당하는 원칙이기도 하다. “간에 독성이 있는 한약은 거의 없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은, 적절한 처방과 안전성 검증을 전제로 하여 충분히 과학적으로 뒷받침되는 결론에 가까워 보인다. <참고문헌> -대한한의학회지. 한약 독성 및 안전성 평가에 관한 고찰, 2019. -BMC Complement Altern Med. Hepatotoxicity in Traditional Herbal Medicine, 2017. -Journal of Alternative and Complementary Medicine. Hepatoprotective Effects of Herbal Formulae, 2020.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재 표준화 및 독성 연구 보고서, 2021. ▷김호철 교수는? 경희대 한의대 및 대학원에서 한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서울의대 약리학교실, 미국 코넬의대 분자신경생물학실, 존스홉킨스의대 응급의학과, 중국 수도의대, 산동성중의병원, 베트남전통의약대학 등에서 객원교수로 연구와 교육을 수행했다. 현재는 경희한의대 본초학교실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시선나누기-42] 붓과 그림자문저온 보리한의원장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공연 현장에서 느낀 바를 에세이 형태로 쓴 ‘시선나누기’ 연재를 싣습니다. 문저온 보리한의원장은 자신의 시집 ‘치병소요록’ (治病逍遙錄)을 연극으로 표현한 ‘생존신고요’, ‘모든 사람은 아프다’ 등의 공연에서 한의사가 자침하는 역할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문저온 원장의 ‘시선나누기’ 연재를 마칩니다. 독자 여러분과 필자에게 감사드립니다. 캄캄한 무대에 웅크리고 앉아 한 사람이 먹을 간다. 벼루 옆 촛대에 꽂힌 작은 촛불 하나가 바닥을 비춘다. 벼루에 먹이 갈리는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공간에 번진다. 그는 먹을 놓고 곁에 놓인 붓을 들어 벼루를 쓰다듬듯 먹물을 적신다. 촛불 하나로 비추는 이 광경은 보일 듯 말 듯 눈앞에 있다. 먹을 쥘 때도 붓을 쥘 때도 두 손은 맞대어 모은다. 숙인 얼굴에 불빛이랄지 그림자랄지 어슴푸레한 것이 비친다. 그는 이제 천천히 오른손에 붓을 들고 왼손에 촛불을 들고 일어선다. 종이 뒤로 들어간다. 종이는 무대 가운데 펼쳐져 있다. 엄밀히 말하면 두루마리 종이가 양쪽 기둥에 감겨 고정된 채로 공중에 펼쳐져 있다. 그는 촛불을 들고 무대 한쪽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너무 작은 불빛이어서 움직이는 그가 겨우 보일 뿐이었다. 촛불을 든 그가 널따란 종이 뒤로 걸어가자 불빛이 그의 그림자를 만든다. 길게 가로 펼쳐진 종이가 일순 환해지며 그림자 극장이 생겨난다. 그가 종이에 붓을 찍는다. 검은 먹물 자국이 종이 위로 번져간다. 말하지 않고 생각을 전하는 방법은? 처음 보는 광경이다. 종이 위가 아니라 종이 뒤에서 찍는 붓 자국. 종이를 투과하는 촛불의 아련함이 한지 위로 번지면서 그가 그리는 붓 그림을 생생하게 만든다. 선 하나, 점 하나, 선 하나, 점 하나. 붓 그림을 그리며 그가 종이 뒤에서 말한다. “장자가 잠을 잔다.” “장자는 꿈속에서 나비가 된다.” 다시 선 하나, 점 하나. “나비가 잠을 잔다.” “나비는 꿈속에서 장자가 된다.” 종이 위에는 겹겹이 장자와 나비가 포개진 커다란 꽃 하나가 피어난다. 그림을 마친 그가 자리를 옮겨 선다. 제 얼굴 뒤에 초를 갖다 대었는지 새까만 그림자 하나가 나타난다. “스승님!” 머리를 길게 땋은 옆모습이 종이 가득 나타나서 동자는 노스승께 배움을 구한다. 장자 우화 몇 장면이 연이어 나타나고 사라진다. 붓은 수월한 몸짓으로 선 하나를 긋고 선 두 개를 긋고 화폭에는 산이 나타나고 배가 나타나고 까치와 사마귀와 매미가 나타나고 그가 천천히 하늘 천 따지를 읊는다. 두루마리를 힘주어 말아 당긴다. 무대 한쪽에서 북을 치던 고수가 두루마기 옷소매로 종이를 푼다. 검을 현 누를 황을 함께 읊는다. 오래된 서정이 종이 위로 지나간다. 어둑한 무대 위로 숨소리가 고여 든다. 팽팽한 종이를 그가 붓으로 내리칠 때 종이는 찢어질 듯 찰랑이면서 견디는 소리를 냈다. 쾌감이 일었다. 붓이 종이와 만나는 소리가 이렇게 낯설었다. 찰싹 소리를 내며 붓이 손바닥을 그리고 모기를 잡을 때 객석의 아이들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장자가 아이들을 웃게 했다. 공연 막바지, 그가 생경하게 이렇게 물었다. “말하지 않고 생각을 전하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바뀌어버린 지금 상황이 녹록지가 않네” 나는 순간 마임이스트 선생을 떠올렸다. 그가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생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말해서도 안 되지만, 그는 말하지 않고도 전한다. 큰 질문에 이렇게 쉬운 답을 떠올리면서 나는 빙그레 웃었다. ‘선생, 이것이 인연을 함께한 저만의 특권입니다.’ 말을 마친 그가 종이 뒤에서 붓 그림을 그린다. 집을 그리고 달을 그리고 사과를 그린다. 갑자기 보이지 않는 칼이 종이를 가른다. 집을 긋고 달을 오리고 사과를 오린다. 종이와 부딪치던 붓 소리. 이제 종이를 베어 버리는 소리. 칼날이 종이를 긋는 소리가 선득하게 귓가를 긋는다. 뚫린 종이 뒤에서 그가 손바닥에 올린 사과를 베어 문다. 겨울을 뚫고 봄인가. 선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광복 80년, 을사늑약 120년, 그리고 자이니치! 강제 연행 및 징집에 의해, 혹은 현실적, 사회적 이유로 자의 혹은 타의적 유배를 선택했어야만 했던 우리의 선조들과 역사의 질곡 속에서 외롭고 고된 이민자의 삶을 이어 나가야 했던 우리의 동포들에게로, 그들의 후손들에게로 떠납니다.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작년 초봄의 ‘신유배기행’이 올해는 일본으로 간단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살아있는 예인들의 혹한기 예술 유랑-디아스포라 일본 편’이라고 적혀 있다. “재일조선인의 ‘재일’이 ‘자이니치’야. 간단하게 줄여서 재일조선인을 자이니치라고 부르는 거지. 간편하지만 멸시하는 말이기도 해. 이번 공연에서는 그분들을 초청해서 무대를 만들려고 해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 몇 군데를 찾아가서 현지 예술가들 몇 분과 함께 무대를 꾸릴 거예요.” 예전에 보았던 다큐멘터리가 생각났다. 조선인학교 영화 얘기를 하자 선생은 안타까워했다. “안 그래도 조선인학교를 찾아가 보려고 했는데, 신고를 하고 허가를 받도록 바뀌어버린 지금 상황이 녹록지가 않네.” 말하지 않고도 전해지는 그 무엇 공연을 위한 후원금을 모으는 사이트에 선생은 후원금 달성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면서 시 한 편을 써서 올려놓았다. 새삼 그는 몸으로 글을 쓰는 시인이다. 꽃은 어머니/ 꽃은 아버지/ 꽃은 나// 살아서 다행이라는/ 질곡(桎梏) 속에서/ 스러지지 않고/ 조선의 꽃으로/ 환하게 피어있는 당신입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그 속으로 떠나가신/ 겨레의 넋들 불러 모시고/ 우리 한판/ 신명나게 놀아봅니다 ―‘자이니치 앞에 바치는 꽃’ 아토는 선물이라는 뜻이라 했다. 아토는 순우리말이라 했다. 아토는 인형극 극단이라 하고, 아토는 1인 극단의 1인이라고 했다. 머리를 땋은 어여쁜 사람이 선배 연기자의 유작(遺作)을 이어받게 되었노라고 공손히 말했다. 장자와 도덕경을 읽고 있다고 했다. 촛불과 그림자, 그리고 붓그림. 그림자로도 전해지는 것이 있다면 색(色)은 무엇일까... 말하지 않고도 전해지는 그 무엇을 들고 선생은 그늘진 곳으로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
“환절기 어르신들 건강 챙기러 한의사가 갑니다”[한의신문] 자생한방병원(병원장 이진호)이 13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1동 주민센터와 함께 관내 경로당 및 어르신 가정을 방문, 한의의료봉사활동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자생한방병원 의료진은 논현경로당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요추·흉추·어깨·무릎 등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이후 증상에 따라 침 치료를 실시했다. 아울러 치매 예방법 등 건강관리 정보를 전달하고, 개인 맞춤형 복지서비스에 대해 안내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의료진은 환절기, 어르신들의 면역력을 키우기 위한 진료에 힘을 쏟았다. 환절기에는 급격한 기온 차이로 인해 근육과 혈관이 수시로 수축·이완을 반복, 신체 대사를 교란시켜 면역기능 저하는 물론, 이로 인한 근육통을 발생시킨다. 자생한방병원 이진호 병원장은 “어느덧 자생한방병원이 압구정동에서 논현동으로 이전한 지 9년이나 됐다”며 “앞으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논현동 관내 어르신들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도록 맡은 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8년 업무협약(MOU)을 맺은 자생한방병원과 논현1동 주민센터는 8년째 ‘자생한방병원과 함께 찾아가는 의료봉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사업은 ‘민관 협력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복지사업’의 일환이며, 양 기관은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월 1회씩 관내 4개의 시설(논현경로당, 논현아파트경로당, 논골경로당, 세심경로당)에 의료진 및 복지사업 담당자를 파견할 예정이다. -
내과 진료 톺아보기⑱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이제원 원장으로부터 한의사의 내과 진료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내과학이란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는 분야이며, 한의학은 내과 진료에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의사의 내과 진료실에서 이뤄지는 임상추론과 치료 과정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양방의료기관에서 처방되는 약물은 약물 유발 간 손상(Drug-induced liver injury, DILI)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관찰되었으며, 한의사가 한의의료기관에서 처방한 한약은 약물 유발 간 손상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최근 서울대 원성호 교수팀과 단국대 이상헌 교수가 국내 약 67만 여명의 외래, 입원 및 간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쉬어도 쉰 것 같지 않고, 잠을 자도 피곤해요. 마치 부종이 있는 것처럼 몸이 붓고, 두통과 인후통이 자주 발생합니다. 건강 검진에서 지방간이 있다고 진단받았어요.” 30대 여성 환자가 내원했다. 먼저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병력청취 및 검사를 자세하게 시행했다. 피로감은 약 1년 전부터 매우 심하게 나타났으며, 체중은 지난 8년 동안 약 30kg이 증가한 상태였다. 몸이 붓는 느낌은 하루 종일 지속되었고, 아침에 일어나면 양쪽 손목 아래로는 감각이 무뎌져 마치 양손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구내염도 반복적으로 자주 발생하고 있었다. 내원 21주 전 시행한 건강 검진에서 복부 초음파상 중등도의 지방간 소견과 함께 AST 64 IU/L, ALT 107 IU/L, HDL-Cholesterol 28 mg/dL의 이상 소견이 확인됐다. B형 및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의심 소견은 없었고, 체중은 79.9 kg으로 체질량지수(BMI)는 32 kg/㎡였다(표 1). 이에 대해 의료기관을 통한 치료는 하지 않고 있었으며, 건강기능식품 섭취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외 화학합성약물을 포함한 약제 복용력은 없었다. 내원 4주 전 갑상선 및 유방초음파 검사를 시행했고, 그 결과 임상의로부터 유방에서 결절과 석회화 소견이 관찰된다고 들었다. 환자는 2개월에 한 번 정도 음주한다고 했고, 회당 맥주 1병 정도 섭취했다. 아침으로는 주로 우유나 빵을, 점심으로는 한정식 또는 라면을, 저녁으로는 밥과 함께 김치찌개나 생선구이를 자주 섭취한다고 했다. 간식으로 초콜릿 또는 과자류를 수시로 섭취하고 있었다. 내원 시 체중은 80.5 kg, BMI는 32.2 kg/㎡로 21주 전보다 조금 더 증가한 상태였다. 정맥천자를 통해 채혈하여 진단의학적 검사를 다시 시행했다. ALT 60 IU/L, HDL-Cholesterol 36 mg/dL, hs-CRP 1.54 mg/L, Hb A1c 5.7 % 등의 이상 소견이 관찰됐다(표1). 본원에서 다시 시행한 복부초음파 검사에서도 중등도 이상의 간지방증(Hepatic steatosis) 소견이 관찰됐다(그림1). 舌診상 舌質의 色이 紅, 특히 舌尖 부위 색이 심하게 紅했다. 芒刺한 形이 관찰되었으며 피로감이 심할 때 혀끝의 도돌도돌한 느낌이 더욱 심해진다고 했다. 舌苔는 매우 薄하여 거의 無苔에 가까운 상태였다. 脈診 소견은 虛 • 沈 • 滑했다. 병력청취를 통해 습득한 정보와 다양한 검사 결과 데이터를 클러스터링한 결과, 환자의 상태는 비만, 당뇨 전단계(Prediabetes),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 NASH)으로 辨病 진단, 濕熱證으로 辨證 진단할 수 있었다. 이러한 진단을 바탕으로 치료를 계획했다. 치료는 첩약 복용을 기반으로 이뤄졌고, 이와 함께 식습관에 대한 교육이 함께 이뤄졌다. 첩약은 防風通聖散을 바탕으로 石膏와 知母를 加味하고, 혈액 검사의 ALT와 hs-CRP 수치를 고려하여 茵蔯蒿도 함께 사용된 처방으로 구성했다. 치료 3주 후 시행된 검사에서 AST, ALT 수치가 약간 상승하였으나 이러한 일시적인 수치 변화는 급격한 체중 감량 및 간지방증 개선 과정에서 종종 관찰되는 현상이다. 치료 5주 후 시행된 검사에서 AST, ALT를 포함한 hs-CRP, Hb A1c 수치가 모두 정상 범위로 회복된 것이 관찰되었고, 체중이 6.7 kg 감소하여 BMI는 29.5 kg/㎡였다. 치료 9주 후 시행된 검사에서 Choles terol, total 수치가 253 mg/dL로 상승하였으나, 일시적이었다. 이 외에는 간과 신장 관련 검사를 포함한 모든 검사 결과가 첩약 복용을 통해 회복되거나 정상 범위 내에서 잘 유지되었다(표1). 결과적으로 치료 22주 후 환자의 체중은 처음보다 약 19.6 kg 감소하여 BMI 24.5 kg/㎡로 회복되었다. 이 과정에서 당화혈색소 수치도 정상 범위로 회복되어 잘 유지되었고, AST, ALT, hs-CRP 수치도 회복하였을 뿐만 아니라 간지방증도 크게 개선될 수 있었다. 대전대 한방병원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약 30%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NAFLD)을 앓고 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2010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평균 12만 명 이상의 새로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환자가 발생하였으며, 2010년 대비 2021년에는 그 수가 10배 이상 증가하여 현재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방간이 지속되어 염증이 발생한 지방간염은 간섬유화증 및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기에 임상적으로 지방간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의의료기관에서 처방되는 한약은 약물 유발 간 손상 위험이 거의 없어, 화학합성약물보다 안전성이 높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는 한약을 포함한 한의학적 치료 방법이 지방간을 비롯한 다양한 간질환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한의협, 수도권역 추가보수교육 (16일) -
“공중보건한의사의 발걸음은 곧 한의학의 내일”현도훈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장 [한의신문] 지난 1월 치러진 제39대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이하 대공한협) 회장 선거에서 현도훈 회장이 당선된 데 이어 이달부터 본격적인 회무에 돌입했다. ‘공보의의 발걸음, 한의학의 내일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현도훈 회장은 △학술적 역량 강화와 지원 △회원 권익 보호 및 강화 △회원 복지 강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에 본란에선 현도훈 회장을 통해 지역의료 대란 해법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Q. 제39대 대공한협 회장에 당선됐다. 대구한의대를 졸업 후 2년간의 여주 덕산한의원 진료원장을 거쳐 경상북도 영주시 안정면 보건지소에서 공중보건한의사로 활동해오고 있다. 먼저 회장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맡겨주신 공중보건한의사 회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지난 1년간 제38대 대공한협 법제이사 활동을 통해 공중보건한의사의 역할이 지역의료 등 공공의료 분야와 한의계 발전에 있어 핵심 요소이자 중요한 기반이라는 점을 깊이 실감할 수 있었다. 앞으로 대공한협은 회원들이 이러한 역할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주도해 나가고, 새로운 변화와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공중보건한의사의 가치와 역할이 사회적으로 더욱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새 회장으로서 중점 추진 계획은? 올해는 지난 제38대 대공한협의 의권 확보, 학술 발전, 회원 권익 보호 등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를 더욱 확장하고, 심도 있게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의권과 관련해선 현재 지역의료공백에 대한 지자체 및 관련 단체에 대공한협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한편 의약품, X-ray 진단 등 다양한 강의를 마련하고, 기존 진료가이드 및 공공보건의약품 활용 가이드 개정과 함께 응급 대응 가이드도 준비할 예정이다. 이어 학술 분야에선 회원들의 요구에따라 더욱 폭넓은 주제의 실습 강의와 온라인 강의도 추진 중에 있다. 또 회원 권익보호를 위해 각 지역별 공보의 간담회를 개최, 회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민원 발생 시 ‘민원 대응 TF 팀’을 통해 신속 대응할 계획이다. 아울러 회원 복지 강화를 위해 지역 한의사회와 간담회를 갖고, 원장님들과 회원 간 네트워크를 형성·활성화하겠다. Q. 올해 다채로운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대공한협에선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와 실습 워크숍을 진행해왔다. 올해에는 기존에는 없었던 ‘침도 워크숍’, ‘뉴비한의사 캠프(졸업자 대상 한의진료 강의)’를 비롯해 피부 미용레이저 실습 강의 등을 새롭게 추진하고 있다. 최근 승소에 따른 X-ray 진단과 공보의가 반드시 알아야할 의약품 세미나 등도 함께 준비 중이다. 온라인의 경우에도 지난해에 이은 다양한 주제와 더불어 특히 회원들에게 가장 필수적·실용적인 근골격계에 대한 심화교육이 이뤄지도록 이를 패키지화해서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Q. 현재 지역의료 실태는 어떠한가? 현재 복무와 함께 회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지역의료 공백의 심각성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의과 공보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환자들이 보건(지)소에서 약 처방을 받으러 왔다가 의과 공보의 부재로 인해 그냥 돌아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공보의 수급 차질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지역의료는 말 그대로 소멸할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대공한협 회원들은 지역주민 분들께 의료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언제나 곁을 지키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Q. 지속되는 의료대란의 해법이 있다면? 올해도 260여 명이 감소하는 등 하락세인 의과 공보의 수급과 달리 매년 1005명에서 1057명이 안정적으로 배치되는 한의과 공보의가, 의약품 등의 진료권을 보장받아 지역의료 공백을 메꾸는 것이 가장 현실적·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전문의약품 처방 등 현재 보건진료전담공무원이 하는 역할을 한의과 공보의가 할 수 있다면, 지역의료 공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Q. 공공의료 영역에서 한의과 공보의의 강점은? 공공의료는 지역, 계층, 분야에 걸쳐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 보장을 목적으로 한다. 한의과 공보의는 지역적인 면에서 전국 한의과 공보의의 안정적인 배치로 지역의료를 책임질 수 있고, 노인 및 의료 취약계층에 대한 예방 및 만성질환에 특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 한의사 참여 각종 방문진료 사업까지 확장되고 있기에 더욱 강점이 부각되고 있다. ▲좌측부터 권혁진 부회장, 현도훈 회장 Q. 한의사 공보의 관련 제도적으로 개선될 부분은? 한의과 공보의의 진료 범위에 의약품 처방 및 활용까지 포함해 지역의료 대란에 대응해야 한다. 현 의료계 상황과 더불어 향후 지역의료 여건들을 보면 이제 한의과 공보의의 전문의약품을 처방은 필수다. 즉 보건진료 전담 공무원이 갖고 있는 그 권한이 주어져야 하는 것으로, 특히 이러한 비상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선 국회와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Q. 이외에 강조하고 싶은 말은? 한의계 발전을 위한 대한한의사협회의 지속적인 노력과 헌신과 더불어 공중보건한의사로서 국민 건강 증진에 최선을 다하는 모든 회원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대공한협이 회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한의학이 국민 건강에 더욱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 앞으로도 대공한협은 대한한의사협회 집행부와 긴밀히 협력해 한의계의 발전과 공공의료에서의 한의학 역할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
함안군, 마을 한의 주치의 사업 ‘스타트’[한의신문] 함안군보건소는 5일부터 ‘마을 한방 주치의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마을 한방 주치의 사업’은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의료취약지 주민들을 위해 한의사·간호사·행정요원으로 구성된 의료팀이 마을회관을 직접 방문해 침 치료, 건강 상담 등 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지난해에는 15개 마을회관을 방문해 400여 명의 주민들에게 다양한 보건 서비스를 제공했다. 특히 일회성 방문이 아닌 한 마을당 일주일 간격으로 네 차례의 연속적인 방문 진료로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는 17개 마을회관을 대상으로 각 4회씩 방문할 계획이며, 주민들의 건강을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보건교육과 다양한 보건사업을 함께 연계해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주민들의 건강 인식 수준을 높이고 보건서비스 만족도를 향상시킬 계획이다. 함안군보건소 관계자는 “한의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여 주민들의 실질적인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태안군, 농촌지역 주민 위한 ‘왕진버스’ 달린다[한의신문] 태안군 내 의료시설이 부족한 농촌지역 주민들을 위한 ‘왕진버스’를 운영한다. 군은 3월부터 9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2025 농촌 왕진버스’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13일 남면농협 본점 회의실에서 첫 진료를 시작했다. 농촌 왕진버스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공모사업으로, 지역농협과 협력해 의료시설이 부족한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종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군은 지난해 12월 공모에 최종 선정돼 올해 사업비 2억 1600만 원을 확보했으며, 농협중앙회가 운영기관으로 참여해 고령자와 취약계층, 농업인을 대상으로 검진을 펼친다. 대전대 한방병원 의료진이 왕진버스를 타고 현장을 찾으며, 한방 진료를 비롯해 치과, 구강검사, 검안 등 다양한 분야의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질병관리 및 예방교육 등도 함께 진행된다. ‘(주)아이오바이오(구강검사)’와 ‘아이디어안경원(검안)’ 등 외부업체도 함께 참여한다. 진료 첫날인 13일 남면 왕진버스에는 약 300여 명의 주민들이 찾아 성황을 이뤘으며, 이용자들은 “각종 장비들이 잘 갖춰져 있고 분야별 의료진이 친절하게 진료해주셔서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멀리 나가지 않고 집앞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농촌 왕진버스 사업은 태안읍을 비롯한 전 읍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향후 일정은 △소원면 4월 3일 △원북면·이원면 7월 15일 △태안읍 7월 22일 △근흥면 8월 28일 △안면읍·고남면 9월 18일이다. 군은 농업인 등 군민들의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주민 특성에 맞춰 진료항목을 선택하고 보다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위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는 사업의 성공적인 운영을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태안군은 남북으로 긴 지역 특성상 원거리 고령자 및 취약계층의 불편이 잦은 만큼 찾아가는 서비스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며 “이번 왕진버스 사업에 대한 농업인 및 주민들의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
정읍시, 난임 부부 대상 ‘한의난임치료’ 지원[한의신문] 정읍시보건소(보건소장 손희경)가 도내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는 난임 진단을 받은 부부(사실혼 포함)를 대상으로 한의난임치료 비용을 지원한다. 정읍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난임 부부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임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한의치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선정된 난임 부부는 최대 18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으며, 4개월간 침‧뜸 등 한의치료 및 한약처방 등을 진행하고, 추가로 2개월간 경과 관리 및 임신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다만 치료 시작일로부터 6개월 동안 양방 보조생식술(체외수정 및 인공수정 등 난임 시술)은 받을 수 없다. 신청은 전북특별자치도에 거주하면서 난임 진단을 받은 부부의 경우 여성의 주소지 보건소에서 할 수 있으며, 전북특별자치도한의사회를 통해 대상자로 확정되면 한의난임치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 손희경 보건소장은 “올해부터 전통 한의약을 활용한 난임 지원 사업을 추진해 난임 부부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임신과 출산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기타 문의는 모자보건팀(063-539-6216)으로 하면 된다. -
“한의학, 빅데이터 기반으로 미래를 열어야”[한의신문] 대전대학교 한의학과(학장 류호룡) 주관으로 둔산캠퍼스에서 오수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획이사가 ‘의료통계로 보는 한의보험’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이번 강연은 대전대학교 한의학과 본과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의학의 현황과 미래, 의료 데이터의 중요성 등을 조명하는 자리였다. 오수석 이사는 강연을 시작하며 전통 의학과 불교의 영향 속에서 의료에 대한 관심을 키웠던 유년기의 호기심을 언급했다. 그는 차별 없는 의료 환경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한의사가 되고자 했던 열망이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된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주요 역할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심평원의 4대 원칙인 공정성, 신뢰성, 전문성, 연결성을 강조하며 △의료비 심사 및 평가 △건강보험 급여 기준 설정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등의 핵심 업무를 소개했다. 심평원이 지난해 진행한 지역 사회 공동체 의식 확산 캠페인 ‘세대공감 프로젝트’도 주목을 받았다. 이는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지역사회 기여 방안을 고민하며, 노인 돌봄과 보육을 결합한 모델이다. 프로젝트를 통해 아동은 정서조절과 사회성 기술이 평균 13% 향상됐고, 노인의 생활 만족도와 행복도는 16% 증가했다. 면담 조사 결과, 아동의 노인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했으며, 노인들은 지역사회에서 교수자로서 보람과 책임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이사는 “한의학이 이러한 돌봄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단순 치료를 넘어 지역사회 내에서 건강관리 및 정서적 지원까지 포괄하는 한의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빅데이터, 한의학 혁신의 열쇠 빅데이터의 중요성도 강연의 핵심 주제였다. 오수석 이사는 한의사의 빅데이터 활용 능력을 강조하며, 이를 실제 교과과정과 수업에서 적극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건강보험 적용은 곧 국가 의료 통계에 반영되는 것이라며, 데이터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임상 현장에서의 정직한 활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3년과 2023년 데이터를 비교했을 때, 치매가 주요 입원 질환으로 떠오른 점과, 관절 장애, 염좌, 탈구, 긴장이 외래 다빈도 질환으로 상위권에 오른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오수석 이사는 한의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의학의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의학계가 공공 분야에서도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며, 공직 진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도전할 것을 독려했다. 그는 고령화 사회에서 한의학이 다양한 분야에서 기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와 실천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대전대학교 한의학과 학생들은 “한의학이 사회적 돌봄과 데이터 기반 치료를 통해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앞으로의 학업과 진로 선택에 있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