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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목적 명확한 한의 물리요법, 실손보험 개혁안에 보장하라!”▲유창길 대한한의사협회 보험부회장 [한의신문]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이정문 의원이 14일 개최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 방안 토론회’에서 대한한의사협회가 치료 목적과 과학적 근거가 명확한 한의 물리요법을 정부의 5세대 실손보험 개혁안에 보장할 것을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에 촉구했다. 이날 유창길 대한한의사협회 보험부회장은 정부 관계자에 “국민권익위원회도 ‘치료 목적이 명확한’ 한의 비급여 의료비를 실손보험에서 보장할 것을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에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개혁특위의 실손보험 개혁안은 의료 당사자인 한의사가 배제된 안”이라면서 “한의 물리요법은 과학적 근거와 그 효과 또한 높은 치료인 만큼 환자들의 의료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향후 실손보험 개혁 과정에서 반드시 이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현장에 참석한 물리치료사들에겐 “물리치료가 배제된 실손보험 개혁이 국민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공동의견을 적극 개진해 나가야 한다”면서 한의협과 물리치료사협회가 연계하는 ‘실손보험 물리치료 공동대응 협력체’ 구성을 제안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한의 물리·추나요법, 약침 등 실손보험에서 보장되던 한의 비급여 의료비는지난 2009년 실손보험 표준약관 제정 이후 보장에서 제외함에 따라 현재까지 의료시장의 불균형 심화, 국민 의료선택권 제한,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증가 등의 문제가 지속돼오고 있다. 더욱이 올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마련한 ‘비급여 관리 개선 및 실손보험 개혁안’은 남용 우려가 큰 비급여를 선별해 ‘관리급여’로 전환했는데 이에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등 통증치료를 포함토록 했으며, 환자 본인부담금 또한 95%로 상향, 환자 치료 제한은 물론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를 야기하고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좌측부터 남인순·이정문·박주민·박희승 의원 이에 대해 남인순 의원은 “정부의 개혁방안이 실손보험 보장 축소로 환자와 국민의 경제적 부담 가중과 함께 보험제도의 신뢰를 훼손하는 우려가 있는 만큼 이번 토론회에서 의료계와 정부, 환자 및 소비자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되길 바라며, 이를 입법 활동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정문 의원은 “이러한 비급여 항목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층 및 재활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지속적 치료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으로, 정부 안에 안정적 의료서비스 공급이 담보되도록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참석한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도 “실손보험이 도입된 이래 발생한 ‘의료쇼핑’ 등 여러 부작용을 막고자 추진한 개혁이지만 정부만이 아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으며, 박희승 의원은 “개혁안이 보험회사 중심으로만 의견이 반영돼 자칫 환자에게 소홀한 정책이 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정부의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 방안의 문제점(박현식 대한정형도수치료학회장) △국민 중심 개혁 방안(이연섭 대한물리치료교수협의회장)을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박현식 회장은 실손보험 개편(특약2)으로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증식치료가 보장에서 제외됨에 따라 △근골격계 질환자들에 대한 치료 제한(수술 선택 증가) △병·의원의 물리치료 서비스 제공 축소 및 환자 수요 감소 △만성질환자 및 고령층의 보험료 부담 증가 △환자 치료 선택권 제한 및 맞춤형 치료 불가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이로 인해 허리디스크 환자의 경우 도수치료 대신 수술 선택이 증가될 수 있고, 스포츠 손상 환자는 체외충격파 치료비 부담 등으로 물리치료를 포기할 수 밖에 없으며, 실손보험 보장 내에서만 선택이 가능했던 교통사로 후유증 환자나 척추측만증 환자에 대한 맞춤형 치료도 이뤄지지 못한다”면서 “노인층 및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경우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함에도 보험료 인상에 따라 오히려 실손보험을 해지할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이에 박 회장은 의료인과 환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을 통해 정부 안에 △보험료 부담 증가 보완을 통한 환자 보호 △효과적 치료법의 지속성을 위한 평가 기준 재조정 △원활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행정 절차 간소화 △필수치료 항목의 급여화 확대 및 비급여 가격 규제가 전제될 것을 제안했다. ▲좌측부터 박현식·이연섭 회장, 강준 과장, 김동석 이사장 이어진 발표에서 이연섭 회장은 정부 추진 안에 대해 “비급여 보장 축소로 인해 실손보험의 혜택이 줄어들면 국민들이 추가적인 의료비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있고, 보험료 절감을 기대했으나 결국 실질적인 의료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을 위해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한 비급여 가격 비교 시스템 도입 △실손보험 혜택 유지 및 보험료 절감을 위한 실손보험사 이익의 국민 환원 제도 도입 △의료 서비스 질 유지 및 의료기관 지원을 위한 의료기관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이 회장은 “실손보험은 중증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보험이 아닌 발생한 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으로, 보장 범위가 축소되면 환자는 의료기관이 아닌 유사 건강관리 기관에서 경증질환 관리(운동센터 등에서의 유사 도수치료 서비스 확대)를 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면서 비급여 항목에 대한 명확한 규제, 의료기관의 자율적 감시, 실손보험과의 협력 강화 등을 통해 국민의료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패널토론에서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 의료개혁총괄과장은 “의개특위나 정부의 제도 개혁 방향은 적정한 표준 구축이 핵심으로, 비급여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 마련하고, 폭 넓은 현장 조사가 이뤄진다면 관리 비급여 영역이 명확해질 것”이라면서 “추진에 앞서 각 이해당사자와 의개특위와 함께 소통하면서 합리적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환자단체 토닥토닥 김동석 이사장은 “중증장애 아동들은 상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함에도 이번 개혁안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과 함께 그 부담을 온전히 가족들이 떠안게 됐는데 정부에선 데이터를 운운하고 있다”면서 “의료개혁은 아픈 국민이 그 중심이 돼야하며, 정부의 관리급여가 누군가에센 생명과 직결된 분야도 있는 만큼 이를 ‘필수치료’로 지정하고, 개혁안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한의사의 레이저 활용 근거 및 허리 통증 침도 치료 강연[한의신문]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가 16일 협회관 5층 대강당에서 ‘2024년 수도권역 추가 보수교육’을 개최, 한의사의 레이저 기기 활용 근거 및 허리 통증에서의 침도 치료 등의 강의를 진행했다. 이날 권승원 대한한의사협회 학술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오늘 진행되는 양질의 강연들이 모여주신 회원분들의 임상역량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한의협은 앞으로도 회원들이 원하는 최선의 교육을 준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며, 향후 더 좋은 강의를 통해 찾아뵐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보수교육에서는 △레이저 및 에너지 기반 의료기기의 한의 임상 활용 및 법적 학술적 근거(장인수 우석대 한의대 교수) △우리가 놓쳐왔던 허리 통증(안준석 대한침도의학회 수석부회장) △한의의료기관 위생감염 안전관리 (영상) 등의 강연이 진행됐다. 장인수 교수는 레이저 및 치료기기의 한의임상 근거를 △법적 근거 △학문적 근거 등으로 나눠 설명하는 한편 최근 연구를 기반으로 한 임상적 적용 방안 등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초음파 판결 이후 기기의 한의학적 원리의 유무를 더 이상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며 해당 판결에 대한 의의를 설명했으며, CO2 레이저의 검찰 불기소처분 사례, 치과 CO2 프락셀 레이저 대법원 판결 등을 소개했다. 또한 장 교수는 레이저 및 기기의 피부 임상 활용에 대한 강연을 통해 “리프팅은 피부HIFU 및 RF고주파, 제모는 다이오드레이저·IPL, 점빼기는 CO2 PW, 혈관질환은 혈관레이저 등으로 간단 분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이어 “피부HIFU는 주름 개선 및 목의 처진 피부 개선, 턱선의 선명도 개선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저강도‧집속 초음파이며, RF고주파는 주름 및 튼살 개선, 여드름 흉터, 상처 및 수술 흉터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레이저 기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장 교수는 “피부HIFU와 RF고주파는 모두 경근초음파, 경근고주파로서 한방물리요법의 범주이며, 기존의 초음파, 고주파에 비해 에너지 양, 위험도의 차이가 없다”며 “RF고주파의 경우 미세한 니들을 삽입해 전기자극을 추가하는 형식으로 매화침의 일종, 하니매화레이저의 변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피부HIFU의 한의 임상 활용 근거 및 RF고주파에 대한 유권해석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장 교수는 △Nd:YAG 레이저 △IPL 등의 적응증 및 한의 임상 활용 관련 논문 등을 소개하는 한편 각 기기 활용에 대한 법률적 판단 등을 강연했다. 이어 안준석 수석부회장은 요부의 주요 질환으로 △상둔피신경 포착 △늑골하신경 포착 △척추기립근 하단부(기본) △요배근막(굴곡 시) △천장관절(신전 시) 등을 꼽았다. 안 수석부회장은 “양말을 신거나 세면대를 사용하기 어려운 등 굴곡 시 증상이 심한 경우 척추기립근 하단부 위쪽이 손상된 것이며, 일어서기 힘들고, 허리를 펴는 것이 어려운 등 신전 시 증상이 심한 경우 척추기립근 하단부 아래쪽이 손상된 것”이라며 “이러한 증상을 잘 파악해서 각 치료점에 침도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 수석부회장은 “상둔피신경 포착, 늑골하신경 포착 등은 신경 질환에 속하며, 척추기립근 하단부 손상, 요배근막손상, 천장관절 손상, 장요근·하후거근·복사근·요방형근 손상, 극상인대·극간인대 손상 등은 연조직 손상 질환에 속한다”며 요부 질환을 분류했다. 특히 안 수석부회장은 해부도 및 척추 모형을 활용해 각각의 신경 질환, 연조직 손상 질환에 따른 증상 및 진단, 치료 방법 등을 설명해 참여자들의 이해를 도왔으며, 강연을 마친 후 직접 시연 및 치료 영상을 통해 강연에서 설명한 치료점을 직접 보여주는 시간을 가졌다. -
시흥시, 찾아가는 ‘시흥형 어르신 건강주치의 사업’ 운영[한의신문] 시흥시는 지역 어르신들의 건강한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시흥형 어르신 건강주치의 사업’을 이달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시흥형 어르신 건강주치의 사업’은 민선 8기 공약 사업으로, 시흥시 한의사회와 의사회의 협업을 통해 지역 내 경로당을 중심으로 어르신들의 건강 증진과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맞춤형 건강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번 사업은 건강에 취약한 경로당 70곳을 대상으로 한의사·의사·간호사 등 전문의료진이 참여해 기초 건강 체크, 만성질환 관리, 관절염 및 통증 관리, 영양 식단 및 운동법, 응급상황 대처법 등 실생활에 유용한 건강교육을 진행한다. 또한 개인별 맞춤형 건강상담도 제공될 예정으로, 어르신들의 행복하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흥시보건소 관계자는 “어르신들의 건강한 노후를 위해 지역 밀착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면서 “앞으로도 더 전문적이고 내실 있는 사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원광한의대, ‘제3회 리서치캠프’ 성료…차세대 한의사과학자 양성 박차[한의신문]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이 2024년도 리서치캠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차세대 한의사과학자 양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광대 한의과대학(학장 김성철)은 2022년부터 학부생의 연구 역량을 높이고 한의학 연구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리서치캠프를 운영해왔다. 2024년도에는 기초와 임상을 아우르는 총 8명의 교수와 44명의 학생이 참여해 다양한 주제의 연구를 진행하며 성과를 거뒀다. 캠프에는 권오상 교수의 ‘경혈자극과 신경-면역계 영향에 대한 연구, 취혈 표준화, 침구도구의 물성과 품질 안전성 연구’, 배기상 교수의 ‘한약 효능 검증을 위한 빅데이터와 실험연구의 융합’, 이원융 교수의 ‘다계층 네트워크 기반 질환 특이 후보 본초와 기전 규명’, 임정태 교수의 ‘심장질환의 한의치료 증례보고 및 증례보고 서식 개발을 위한 문헌리뷰’, 한예진·임정태 교수의 ‘인공지능 챗봇 기반 가상환자 개발 및 효과 검증 연구’, 하원배·이정한 교수의 ‘추나와 약침 등의 유효성 안전성 연구’, 임진웅 교수의 ‘적정 약침 용량에 대한 연구’ 등 다채로운 연구가 포함됐다. 캠프는 지난해 5월 학생 모집을 시작으로 총 26개 팀, 44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이어 11월에는 중간 서면평가와 구두 발표를 통해 우수 연구팀을 선정했다. 최우수상은 본과 3학년 한미희, 본과 1학년 이지수 학생(지도교수 한예진·임정태)이 수행한 ‘인공지능 챗봇 기반 가상환자 개발 및 효과 검증 연구(두근거림)’가 수상했다. 금상은 같은 연구 주제로 기침 증상에 대해 본과 3학년 이주은, 본과 2학년 박향유 학생팀이, 은상은 권용섭, 권용한, 김서리, 최수빈 학생팀(지도교수 권오상)의 ‘초음파 기기를 활용한 근건이행부 해당 경혈 취혈 기준 고도화 연구’가 각각 차지했다. 동상은 총 3팀이 수상했다. 본과 2학년 박지원 학생(지도교수 임정태)의 ‘침도치료와 호흡법 교정을 통한 흉추 기원성 흉부 압박감 및 호흡곤란 소실에 대한 증례보고’, 본과 3학년 조세령 학생의 ‘부정맥 과거력이 있는 환자에서 마황 용량에 따른 심혈관계 이상반응과 체중 감량 효과에 대한 증례 보고’, 본과 4학년 김기범, 신순우, 이수연 학생팀(지도교수 이원융)의 ‘네트워크 약리학을 활용한 건선 치료 신규 본초 후보 도출 및 유효 성분·효과 기전 탐색’ 연구가 그 주인공이다. 성과도 두드러졌다. 김기범, 신순우, 이수연 학생팀의 ‘Identifying Herbal Candidates and Active Compounds for Psoriasis Through Multiscale Network Analysis’ 논문이 SCIE 저널에 게재됐다. 이 외에도 총 8편의 KCI 논문이 출판됐으며, 현재 2편의 논문이 SCIE 저널 심사 중, 4편의 논문이 KCI 심사 중이다. 추가로 7편의 연구가 투고를 앞두고 있다. 원광대 한의대는 이번 리서치캠프의 성과를 바탕으로 5월 중에 제4회 리서치캠프를 개최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이를 2학기 캡스톤디자인 과목과 연계해 학점을 부여하고 학생들의 참여를 적극 독려할 방침이다. 특히 2025년도에는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에 박사윤 교수(생리학교실), 진단학 및 임상실습 분야에 조은별 교수(진단학교실)가 신규로 임용되어 더욱 폭넓은 연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를 통해 강화되는 인증평가 기준에 맞춰 연구역량을 개발하는 교육과정을 수행하고, 다양한 분야의 대학원 교육을 받도록 진로지도가 이뤄져야 하는 부분도 충실하게 대비하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은 미래 한의학 연구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한의사 교의, 아이들의 건강 지켜주는 ‘중차대한 사업’”[한의신문] 서울특별시한의사회(회장 박성우)는 15일 대한한의사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한의사 교의 오리엔테이션’을 개최, 올해 추진되는 교의사업에 대한 개요 및 교육현장에서의 주의할 점 등을 공유했다. 이날 박지나 서울시한의사회 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서울시한의사회는 2013년 서울시교육청과의 업무협약 체결 이후 12년 동안 서울시 학생들의 건강 관리에 힘써 왔다”면서 “교의사업은 학생들의 건강을 지켜나가는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이 사회를 이끌 미래세대들에게 올바른 한의학 지식을 알리고, 한의사로 자라나겠다는 꿈을 심어줄 수 있는 매우 중차대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이어 “지금까지 교의 사업을 이어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참여 한의사 회원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며 “서울시한의사회에서도 참여 한의사 회원들이 최대한 좋은 환경에서 사업에 참여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윤영희 서울특별시의원은 축사를 통해 “그동안 한의사 회원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면서 자신들의 재능 기부 형식으로 교의사업을 이어왔으며, 2023년부터 교육청 예산이 반영돼 보다 확대된 교의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며 “아직까지 한의사 교의 사업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은데,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이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 운영될 수 있도록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부터 사업의 필요성을 적극 알리는 역할을 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리엔테이션에서는 △2025년 교의 사업 안내(이승환 서울시한의사회 교의운영위원장) △학생 대상 성교육 진행의 이론과 실제(구성애 푸른아우성 소장) 등의 내용으로 진행됐다. 이승환 위원장은 발표를 통해 “2013년 서울시교육청과 업무협약 체결 이후 교의사업 추진이 어려운 가운데 저 같은 경우에는 2015년 종로구에 위치한 운현초등학교에서 처음 교의사업을 진행한 이후 지난해까지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면서 “또한 서울시한의사회에서도 교의운영위원회 운영을 통해 매년 사업 평가보고서 작성 및 이를 토대로 한 다양한 논문 발표를 통해 한의사 교의의 필요성에 대한 근거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 위원장은 이어 ‘한의사 교의가 진행한 서울소재 일개 초등학교 학생 대상 성교육 프로그램의 효과’, ‘중학생·교사·학부모 대상 한의사 교의 사업 인식도 조사’ 등의 논문을 공유하면서 교의 사업의 효과를 소개하고, 2023·2024년의 사업 현황을 소개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교의사업 운영시에는 아이들에게 단순한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보다는 흥미를 유발할 수 있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내용으로 진행해야 수업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면서 “더불어 교의운영위원회의 공식 교재를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자신이 직접 작성한 교재를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교의운영위원회나 동료 회원들의 의견도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한의사’라는 인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것은 물론 강사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 시에는 ‘가운’을 입는 것이 좋으며, 학교와의 협의 하에 진행되는 것인 만큼 시간은 반드시 엄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구성애 소장은 사전에 받은 질의내용에 대한 답변을 중심으로 강연을 진행하면서, 한의사 교의들이 성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들은 물론 학생들을 대하는 자세 등에 대해 알기 쉽게 전달했다. 구 소장은 “성교육을 진행하면서 ‘성건강’의 개념과 연계시키는 것이 필요하며, 어른들의 편의성이 아닌 아이들이 성의 주인으로 인식되도록 교육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성교육은 단순한 윤리나 도덕적인 교육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아이들을 믿고 실질적인·실리적인 교육으로 변화하는 등 현실문화 속의 변화를 적극 반영하면서 성교육도 변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리엔테이션에서는 교의사업의 적극적인 참여 등을 통해 보건의료 발전과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한 한의사 회원들에 대한 표창이 진행됐다.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서울특별시의회 의장 표창: 지승재 원장(약선당한의원), 장승훈 원장(청계한의원), 김지희 원장(가로세로한의원) △서울시한의사회장 표창: 김가람 원장(경희일생한의원), 김남희 원장(인수한의원), 서영광 원장(꿈의숲경희한의원), 이동석 원장(이동석한의원), 임미혜 원장(구파발이한의원) △서울시한의사회 교의운영위원장 표창: 고병호 원장(경희스마일한의원), 곽미주 원장(다시봄한의원) 박수연 원장(터한의원), 박재은 원장(해움한의원), 백승원 원장(경희류한의원), 서희연, 손병국 원장(함소아한의원), 오성종 원장(강남인한의원), 위지훈 원장(바른마음한의원), 유한상 원장(건강만세한의원), 이경민 원장(강산한의원), 이재문 원장(두꺼비한의원), 이재욱 원장(생명마루한의원), 이현일 원장(경희부강한의원), 정영숙 원장(다품한의원), 한봉재 원장(경희토정한의원), 허진영 원장(청심당한의원), 허홍 원장(서울경희한의원)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539)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이명래고약’이라는 말을 들으면 50대 중반 이상의 사람들은 추억이 떠오를 것이다. 필자도 어린 시절 피부에 종기가 없어지지 않아 이 고약을 발라서 치료했던 기억이 있다. 어림잡아도 한 10번은 되었던 것 같다. 아마 이 글을 읽는 50대 중반 이후의 한의사들은 대부분 비슷한 기억을 갖고 있을 듯하다. 이명래고약은 근현대 한의학 역사의 핵심 아이콘의 하나였다는 점에 대해서 부정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 고약은 독특한 탄생 배경과 확산 동인, 사멸 과정이라는 독특한 역사적 승강부침을 통해 ‘과거 역사적 추억’이라는 국민적 공통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의신문 1991년 6월10일자에 ‘杏林街’라는 코너가 운영되어 한의사와 인터뷰를 한 기사가 나온다. 여기에 李光眞 명래한의원 원장과의 인터뷰 기사가 나온다. 인터뷰 내용을 보니 이명래고약을 만들어서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이명래고약집의 가업을 계승한 이명래 원장의 둘째 사위로서 명래한의원의 이광진 원장을 소개한 기사였다. 이광진 원장은 보성전문 법학과를 졸업한 후 이명래 원장(1890〜1952, 해방 이후 미군정기에 醫生면허증 취득하여 한의사로 활동)의 둘째 사위로 들어가 경희대 한의대를 6기로 입학하여 1957년 졸업 후에 명래한의원에서 한의사로 활동하면서 이명래고약을 위주로 한 외과술로 한의술을 펼쳤다. 이광진 원장은 1996년 세상을 떠났고 이후 이광진 원장의 사위인 임재형 원장(경희대 한의대 21기)이 명래한의원을 이어받아 진료하였고, 2011년 한의원은 문을 닫게 된다. 이명래 선생은 1890년 출생 후 천주교박해가 불어닥치자 명동성당의 한 외국인 신부의 주선으로 충남 아산군 인주면 공세리에 있는 한 성당 부근으로 아버지를 따라서 이주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공세리의 성당에 있는 성 신부라고 불린 프랑스인 선교사를 만나게 되는데, 이 신부는 자연과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으며 한의학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 프랑스 신부는 한문으로 된 의서와 라틴어로 된 의서를 지니고 다니면서 의료로 선교 활동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명래 선생이 성 신부를 만나서 프랑스 신부의 고약의 원천 제조법을 전수받게 되어 1906년 무렵이 되어 직접 고약을 직접 조제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성 신부의 한의학을 기반으로 하는 고약의 조제법과 치료법은 매우 뛰어나 수많은 부스럼환자들을 완쾌시켰고, 이러한 조제법과 치료법은 이명래 선생에게 그대로 전수된 것이다. 훗날 이 고약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서 ‘이명래고약’이라고 이름붙이고 생산, 판매해서 문전성시를 이루게 된 것이다. 필자도 어린 시절 약국에 가서 이명래고약을 샀던 기억이 있었다. 한번은 초등학교 시절 시중에 떠도는 가짜 이명래고약을 모르고 사서 친구 형님 심부름으로 사다 주었다가 효과가 없어서 그 형님이 외과 수술 받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던 기억도 있다. 그 때 진짜배기 이명래고약이 과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가짜배기를 만들어 판매한 어른들을 속으로 원망하기도 했다. 추억의 타래 속에 고이 간직되어 있는 이명래고약을 사본 경험도 50년도 더 지난 옛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그러나 근현대 한의학의 역사 속에 숨어 있는 보배로운 기억은 오늘도 고약이라는 미래 한의학 외과술의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두드리는 힘찬 손짓으로 연결시켜주고 있다. 언젠가는 다시 열릴 것이리라. -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 ❶김호철 교수 경희대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편집자주] 필자는 10여 년 전, 한의신문에 ‘꼭 알아야 할 한약이야기’라는 제목으로 한약 관련 칼럼을 연재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층 더 깊어진 연구 성과들을 토대로, 매달 한 번씩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라는 새로운 시리즈를 선보이려 한다. 무엇보다 임상 현장에서 자주 제기되는 궁금증과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최신 연구 결과와 한의학적 해석을 결합해 쉽게 풀어낼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이 기존의 한약 지식을 새롭게 바라보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 이어질 칼럼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한약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한약을 먹으면 간에 부담이 된다”는 말이다. 과연 한약은 간에 무조건 해로운 것일까. 최근 연구들과 임상 현장의 경험을 종합하면, 간을 손상시키는 한약은 극히 일부이며 대부분은 적절한 처방과 용량을 지키면 안전하다는 결론에 가깝다. 한약과 간 독성의 관계를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왜 “간에 독성이 있는 한약은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간에 독성이 있다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일반적으로 약물이나 화합물을 섭취했을 때, 이 물질이 간세포에 손상을 주거나 간 기능 검사에서 간효소 수치(AST, ALT 등)를 상승시키는 경우를 지칭한다. 간은 우리 몸에서 약물과 독소를 대사하고 해독하는 중요한 장기이므로, 소화 기관을 통해 체내로 들어온 모든 물질은 크고 작은 대사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성분이 간세포에 직접적인 독성을 유발하거나 면역학적 반응을 일으켜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두고 “간에 독성이 있다”거나 “간에 부담이 된다”고 말한다. 양약도 간 독성 존재하는 것은 마찬가지 양약(서양약)도 마찬가지로 간 독성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해열진통제로 자주 사용되는 아세트아미노펜(파라세타몰)만 해도 과량 복용 시 간 기능 악화를 유발할 수 있음이 잘 알려져 있다. 일부 항생제나 진통소염제, 항암제 등도 부작용으로 간 손상이 보고되기도 한다. 따라서 ‘간 독성’이라는 문제는 특정 의학 체계의 약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어떤 약물이든, 얼마나 안전성이 입증되었고 어떤 상황에서 어느 정도 용량으로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약은 대부분 여러 종류의 한약재를 배합하여 사용하는 복합 처방이다. 이때 독성 가능성이 존재하는 몇몇 한약재가 있는데, 이를 적절한 제법으로 처리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자(附子)는 제대로 포제(炮製)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독성분이 남아 중추신경계나 심장에 독성을 유발할 수 있고, 일부 보고에서는 간 손상도 언급된다. 그러나 한의학에서는 부자를 안전하게 가공하기 위한 다양한 포제법을 활용해 독성을 최대한 줄인 뒤 사용한다. 또한 환자의 체질이나 증상에 따라 부자 용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문제를 최소화한다. 실제로 한국한의학연구원 등에서 수행한 안전성 평가에서는 일반적인 한의사 처방을 따른 한약 복용 시, 간 독성이 임상적으로 드물게 나타났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그러면 한약은 실제로 언제 간 독성을 일으킬 수 있을까. 오남용이 가장 큰 위험 요소이다. 민간요법으로 “이 약재가 좋다”는 말을 듣고 개인이 임의로 구해 장기간 복용하거나, 체질에 맞지 않는 약재를 충분한 확인 없이 복합해 쓸 경우가 대표적이다. 심지어는 부작용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진 특정 약재를 고농도로, 혹은 다른 양약과 병행해 쓰면서도 전문의와 상의하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간 독성을 비롯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제대로 검증된 한의사 처방과 용법, 용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간에 도움이 되는 한약재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인진호는 간세포를 보호하고 담즙 분비를 촉진해 염증을 줄이는 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오미자는 항산화 효과와 더불어 간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갈근이나 헛개나무과병은 알코올성 간 손상에서 효과가 있으며, 산약(마)이나 작약 등도 전통적으로 간 기능을 보강하는 데 자주 쓰이는 편이다. 실제 임상에서도 이들 약재를 적절히 배합하면 간 수치가 개선되는 경우가 종종 보고된다. 한약재의 독성·약리 작용 연구 활발 결국 한약이 간에 안 좋다거나 독성이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극히 일부 독성이 강한 약재가 존재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가공하고 어떤 환자에게 어떻게 처방하느냐가 핵심이다. 한의학은 수천 년 동안 안전성을 고려하면서 약재를 발전시켜 왔고, 현대의 과학적 분석 기법으로도 한약재의 독성·약리 작용에 대해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약이 간에 유익한 점도 분명 존재하므로, 잘못된 민간요법이나 오남용 사례를 전체 한약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한약, 양약 할 것 없이 모든 약물은 적절한 용량과 적합한 환자 상태를 전제로 안전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간이 주된 대사 기관이기 때문에 약물을 복용하면 어느 정도 간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지만, 이것이 곧 간 손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대 의학과 한의학을 포함해 의약품 개발과 임상 활용에서 간 독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안전지침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약물 사용의 위험성을 대폭 줄이고 있다. 한약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약재와 처방을 정확히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미 간 질환을 앓고 있거나 약물에 민감한 체질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모든 약물에 해당하는 원칙이기도 하다. “간에 독성이 있는 한약은 거의 없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은, 적절한 처방과 안전성 검증을 전제로 하여 충분히 과학적으로 뒷받침되는 결론에 가까워 보인다. <참고문헌> -대한한의학회지. 한약 독성 및 안전성 평가에 관한 고찰, 2019. -BMC Complement Altern Med. Hepatotoxicity in Traditional Herbal Medicine, 2017. -Journal of Alternative and Complementary Medicine. Hepatoprotective Effects of Herbal Formulae, 2020.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재 표준화 및 독성 연구 보고서, 2021. ▷김호철 교수는? 경희대 한의대 및 대학원에서 한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서울의대 약리학교실, 미국 코넬의대 분자신경생물학실, 존스홉킨스의대 응급의학과, 중국 수도의대, 산동성중의병원, 베트남전통의약대학 등에서 객원교수로 연구와 교육을 수행했다. 현재는 경희한의대 본초학교실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시선나누기-42] 붓과 그림자문저온 보리한의원장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공연 현장에서 느낀 바를 에세이 형태로 쓴 ‘시선나누기’ 연재를 싣습니다. 문저온 보리한의원장은 자신의 시집 ‘치병소요록’ (治病逍遙錄)을 연극으로 표현한 ‘생존신고요’, ‘모든 사람은 아프다’ 등의 공연에서 한의사가 자침하는 역할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문저온 원장의 ‘시선나누기’ 연재를 마칩니다. 독자 여러분과 필자에게 감사드립니다. 캄캄한 무대에 웅크리고 앉아 한 사람이 먹을 간다. 벼루 옆 촛대에 꽂힌 작은 촛불 하나가 바닥을 비춘다. 벼루에 먹이 갈리는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공간에 번진다. 그는 먹을 놓고 곁에 놓인 붓을 들어 벼루를 쓰다듬듯 먹물을 적신다. 촛불 하나로 비추는 이 광경은 보일 듯 말 듯 눈앞에 있다. 먹을 쥘 때도 붓을 쥘 때도 두 손은 맞대어 모은다. 숙인 얼굴에 불빛이랄지 그림자랄지 어슴푸레한 것이 비친다. 그는 이제 천천히 오른손에 붓을 들고 왼손에 촛불을 들고 일어선다. 종이 뒤로 들어간다. 종이는 무대 가운데 펼쳐져 있다. 엄밀히 말하면 두루마리 종이가 양쪽 기둥에 감겨 고정된 채로 공중에 펼쳐져 있다. 그는 촛불을 들고 무대 한쪽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너무 작은 불빛이어서 움직이는 그가 겨우 보일 뿐이었다. 촛불을 든 그가 널따란 종이 뒤로 걸어가자 불빛이 그의 그림자를 만든다. 길게 가로 펼쳐진 종이가 일순 환해지며 그림자 극장이 생겨난다. 그가 종이에 붓을 찍는다. 검은 먹물 자국이 종이 위로 번져간다. 말하지 않고 생각을 전하는 방법은? 처음 보는 광경이다. 종이 위가 아니라 종이 뒤에서 찍는 붓 자국. 종이를 투과하는 촛불의 아련함이 한지 위로 번지면서 그가 그리는 붓 그림을 생생하게 만든다. 선 하나, 점 하나, 선 하나, 점 하나. 붓 그림을 그리며 그가 종이 뒤에서 말한다. “장자가 잠을 잔다.” “장자는 꿈속에서 나비가 된다.” 다시 선 하나, 점 하나. “나비가 잠을 잔다.” “나비는 꿈속에서 장자가 된다.” 종이 위에는 겹겹이 장자와 나비가 포개진 커다란 꽃 하나가 피어난다. 그림을 마친 그가 자리를 옮겨 선다. 제 얼굴 뒤에 초를 갖다 대었는지 새까만 그림자 하나가 나타난다. “스승님!” 머리를 길게 땋은 옆모습이 종이 가득 나타나서 동자는 노스승께 배움을 구한다. 장자 우화 몇 장면이 연이어 나타나고 사라진다. 붓은 수월한 몸짓으로 선 하나를 긋고 선 두 개를 긋고 화폭에는 산이 나타나고 배가 나타나고 까치와 사마귀와 매미가 나타나고 그가 천천히 하늘 천 따지를 읊는다. 두루마리를 힘주어 말아 당긴다. 무대 한쪽에서 북을 치던 고수가 두루마기 옷소매로 종이를 푼다. 검을 현 누를 황을 함께 읊는다. 오래된 서정이 종이 위로 지나간다. 어둑한 무대 위로 숨소리가 고여 든다. 팽팽한 종이를 그가 붓으로 내리칠 때 종이는 찢어질 듯 찰랑이면서 견디는 소리를 냈다. 쾌감이 일었다. 붓이 종이와 만나는 소리가 이렇게 낯설었다. 찰싹 소리를 내며 붓이 손바닥을 그리고 모기를 잡을 때 객석의 아이들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장자가 아이들을 웃게 했다. 공연 막바지, 그가 생경하게 이렇게 물었다. “말하지 않고 생각을 전하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바뀌어버린 지금 상황이 녹록지가 않네” 나는 순간 마임이스트 선생을 떠올렸다. 그가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생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말해서도 안 되지만, 그는 말하지 않고도 전한다. 큰 질문에 이렇게 쉬운 답을 떠올리면서 나는 빙그레 웃었다. ‘선생, 이것이 인연을 함께한 저만의 특권입니다.’ 말을 마친 그가 종이 뒤에서 붓 그림을 그린다. 집을 그리고 달을 그리고 사과를 그린다. 갑자기 보이지 않는 칼이 종이를 가른다. 집을 긋고 달을 오리고 사과를 오린다. 종이와 부딪치던 붓 소리. 이제 종이를 베어 버리는 소리. 칼날이 종이를 긋는 소리가 선득하게 귓가를 긋는다. 뚫린 종이 뒤에서 그가 손바닥에 올린 사과를 베어 문다. 겨울을 뚫고 봄인가. 선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광복 80년, 을사늑약 120년, 그리고 자이니치! 강제 연행 및 징집에 의해, 혹은 현실적, 사회적 이유로 자의 혹은 타의적 유배를 선택했어야만 했던 우리의 선조들과 역사의 질곡 속에서 외롭고 고된 이민자의 삶을 이어 나가야 했던 우리의 동포들에게로, 그들의 후손들에게로 떠납니다.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작년 초봄의 ‘신유배기행’이 올해는 일본으로 간단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살아있는 예인들의 혹한기 예술 유랑-디아스포라 일본 편’이라고 적혀 있다. “재일조선인의 ‘재일’이 ‘자이니치’야. 간단하게 줄여서 재일조선인을 자이니치라고 부르는 거지. 간편하지만 멸시하는 말이기도 해. 이번 공연에서는 그분들을 초청해서 무대를 만들려고 해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 몇 군데를 찾아가서 현지 예술가들 몇 분과 함께 무대를 꾸릴 거예요.” 예전에 보았던 다큐멘터리가 생각났다. 조선인학교 영화 얘기를 하자 선생은 안타까워했다. “안 그래도 조선인학교를 찾아가 보려고 했는데, 신고를 하고 허가를 받도록 바뀌어버린 지금 상황이 녹록지가 않네.” 말하지 않고도 전해지는 그 무엇 공연을 위한 후원금을 모으는 사이트에 선생은 후원금 달성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면서 시 한 편을 써서 올려놓았다. 새삼 그는 몸으로 글을 쓰는 시인이다. 꽃은 어머니/ 꽃은 아버지/ 꽃은 나// 살아서 다행이라는/ 질곡(桎梏) 속에서/ 스러지지 않고/ 조선의 꽃으로/ 환하게 피어있는 당신입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그 속으로 떠나가신/ 겨레의 넋들 불러 모시고/ 우리 한판/ 신명나게 놀아봅니다 ―‘자이니치 앞에 바치는 꽃’ 아토는 선물이라는 뜻이라 했다. 아토는 순우리말이라 했다. 아토는 인형극 극단이라 하고, 아토는 1인 극단의 1인이라고 했다. 머리를 땋은 어여쁜 사람이 선배 연기자의 유작(遺作)을 이어받게 되었노라고 공손히 말했다. 장자와 도덕경을 읽고 있다고 했다. 촛불과 그림자, 그리고 붓그림. 그림자로도 전해지는 것이 있다면 색(色)은 무엇일까... 말하지 않고도 전해지는 그 무엇을 들고 선생은 그늘진 곳으로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
“환절기 어르신들 건강 챙기러 한의사가 갑니다”[한의신문] 자생한방병원(병원장 이진호)이 13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1동 주민센터와 함께 관내 경로당 및 어르신 가정을 방문, 한의의료봉사활동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자생한방병원 의료진은 논현경로당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요추·흉추·어깨·무릎 등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이후 증상에 따라 침 치료를 실시했다. 아울러 치매 예방법 등 건강관리 정보를 전달하고, 개인 맞춤형 복지서비스에 대해 안내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의료진은 환절기, 어르신들의 면역력을 키우기 위한 진료에 힘을 쏟았다. 환절기에는 급격한 기온 차이로 인해 근육과 혈관이 수시로 수축·이완을 반복, 신체 대사를 교란시켜 면역기능 저하는 물론, 이로 인한 근육통을 발생시킨다. 자생한방병원 이진호 병원장은 “어느덧 자생한방병원이 압구정동에서 논현동으로 이전한 지 9년이나 됐다”며 “앞으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논현동 관내 어르신들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도록 맡은 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8년 업무협약(MOU)을 맺은 자생한방병원과 논현1동 주민센터는 8년째 ‘자생한방병원과 함께 찾아가는 의료봉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사업은 ‘민관 협력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복지사업’의 일환이며, 양 기관은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월 1회씩 관내 4개의 시설(논현경로당, 논현아파트경로당, 논골경로당, 세심경로당)에 의료진 및 복지사업 담당자를 파견할 예정이다. -
내과 진료 톺아보기⑱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이제원 원장으로부터 한의사의 내과 진료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내과학이란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는 분야이며, 한의학은 내과 진료에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의사의 내과 진료실에서 이뤄지는 임상추론과 치료 과정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양방의료기관에서 처방되는 약물은 약물 유발 간 손상(Drug-induced liver injury, DILI)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관찰되었으며, 한의사가 한의의료기관에서 처방한 한약은 약물 유발 간 손상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최근 서울대 원성호 교수팀과 단국대 이상헌 교수가 국내 약 67만 여명의 외래, 입원 및 간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쉬어도 쉰 것 같지 않고, 잠을 자도 피곤해요. 마치 부종이 있는 것처럼 몸이 붓고, 두통과 인후통이 자주 발생합니다. 건강 검진에서 지방간이 있다고 진단받았어요.” 30대 여성 환자가 내원했다. 먼저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병력청취 및 검사를 자세하게 시행했다. 피로감은 약 1년 전부터 매우 심하게 나타났으며, 체중은 지난 8년 동안 약 30kg이 증가한 상태였다. 몸이 붓는 느낌은 하루 종일 지속되었고, 아침에 일어나면 양쪽 손목 아래로는 감각이 무뎌져 마치 양손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구내염도 반복적으로 자주 발생하고 있었다. 내원 21주 전 시행한 건강 검진에서 복부 초음파상 중등도의 지방간 소견과 함께 AST 64 IU/L, ALT 107 IU/L, HDL-Cholesterol 28 mg/dL의 이상 소견이 확인됐다. B형 및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의심 소견은 없었고, 체중은 79.9 kg으로 체질량지수(BMI)는 32 kg/㎡였다(표 1). 이에 대해 의료기관을 통한 치료는 하지 않고 있었으며, 건강기능식품 섭취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외 화학합성약물을 포함한 약제 복용력은 없었다. 내원 4주 전 갑상선 및 유방초음파 검사를 시행했고, 그 결과 임상의로부터 유방에서 결절과 석회화 소견이 관찰된다고 들었다. 환자는 2개월에 한 번 정도 음주한다고 했고, 회당 맥주 1병 정도 섭취했다. 아침으로는 주로 우유나 빵을, 점심으로는 한정식 또는 라면을, 저녁으로는 밥과 함께 김치찌개나 생선구이를 자주 섭취한다고 했다. 간식으로 초콜릿 또는 과자류를 수시로 섭취하고 있었다. 내원 시 체중은 80.5 kg, BMI는 32.2 kg/㎡로 21주 전보다 조금 더 증가한 상태였다. 정맥천자를 통해 채혈하여 진단의학적 검사를 다시 시행했다. ALT 60 IU/L, HDL-Cholesterol 36 mg/dL, hs-CRP 1.54 mg/L, Hb A1c 5.7 % 등의 이상 소견이 관찰됐다(표1). 본원에서 다시 시행한 복부초음파 검사에서도 중등도 이상의 간지방증(Hepatic steatosis) 소견이 관찰됐다(그림1). 舌診상 舌質의 色이 紅, 특히 舌尖 부위 색이 심하게 紅했다. 芒刺한 形이 관찰되었으며 피로감이 심할 때 혀끝의 도돌도돌한 느낌이 더욱 심해진다고 했다. 舌苔는 매우 薄하여 거의 無苔에 가까운 상태였다. 脈診 소견은 虛 • 沈 • 滑했다. 병력청취를 통해 습득한 정보와 다양한 검사 결과 데이터를 클러스터링한 결과, 환자의 상태는 비만, 당뇨 전단계(Prediabetes),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 NASH)으로 辨病 진단, 濕熱證으로 辨證 진단할 수 있었다. 이러한 진단을 바탕으로 치료를 계획했다. 치료는 첩약 복용을 기반으로 이뤄졌고, 이와 함께 식습관에 대한 교육이 함께 이뤄졌다. 첩약은 防風通聖散을 바탕으로 石膏와 知母를 加味하고, 혈액 검사의 ALT와 hs-CRP 수치를 고려하여 茵蔯蒿도 함께 사용된 처방으로 구성했다. 치료 3주 후 시행된 검사에서 AST, ALT 수치가 약간 상승하였으나 이러한 일시적인 수치 변화는 급격한 체중 감량 및 간지방증 개선 과정에서 종종 관찰되는 현상이다. 치료 5주 후 시행된 검사에서 AST, ALT를 포함한 hs-CRP, Hb A1c 수치가 모두 정상 범위로 회복된 것이 관찰되었고, 체중이 6.7 kg 감소하여 BMI는 29.5 kg/㎡였다. 치료 9주 후 시행된 검사에서 Choles terol, total 수치가 253 mg/dL로 상승하였으나, 일시적이었다. 이 외에는 간과 신장 관련 검사를 포함한 모든 검사 결과가 첩약 복용을 통해 회복되거나 정상 범위 내에서 잘 유지되었다(표1). 결과적으로 치료 22주 후 환자의 체중은 처음보다 약 19.6 kg 감소하여 BMI 24.5 kg/㎡로 회복되었다. 이 과정에서 당화혈색소 수치도 정상 범위로 회복되어 잘 유지되었고, AST, ALT, hs-CRP 수치도 회복하였을 뿐만 아니라 간지방증도 크게 개선될 수 있었다. 대전대 한방병원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약 30%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NAFLD)을 앓고 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2010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평균 12만 명 이상의 새로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환자가 발생하였으며, 2010년 대비 2021년에는 그 수가 10배 이상 증가하여 현재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방간이 지속되어 염증이 발생한 지방간염은 간섬유화증 및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기에 임상적으로 지방간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의의료기관에서 처방되는 한약은 약물 유발 간 손상 위험이 거의 없어, 화학합성약물보다 안전성이 높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는 한약을 포함한 한의학적 치료 방법이 지방간을 비롯한 다양한 간질환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