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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는 도구에 불과…목적은 환자의 니즈를 충족하는 것”[한의신문=민보영 기자] 한의계와 의료계가 대형 병원, 질병 중심의 의료전달체계를 지역, 사람 중심의 체계로 개선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가 활용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특히 지역의 의원급 기관이 대면진료와 함께 비대면 진료 기술을 활용하면 의료전달체계 정착과 국민 건강 증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입장이다.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지난 18일 SBS CNBC ‘경제현장 오늘’에 출연해 비대면 진료 도입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밝히면서 언택트(비대면), 뉴노멀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시대를 대비해 대면 진료만 가능한 현 시스템을 기술발전의 추세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접근성, 포괄성, 지속성, 조정 가능성 등이 특징인 일차의료는 코로나19 등 일상에서의 감염병 예방·관리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다”며 “비대면 진료는 이런 일차 의료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비대면 문화가 일상이 되고, 저성장·소비 위축 등으로 대표되는 뉴노멀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비대면 진료는 기존 산업발전 중심의 ‘원격 의료’와 달리 의료 접근성을 높여 의료 공공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비대면 진료를 지역사회와 개인의 감염병 예방·관리를 담당하는 일차 의료기관이 주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일 온라인 매체 펜앤드마이크에서 유튜브로 진행한 ‘펜앤초대석’에 출연, “비대면 진료라는 도구를 일차 의료기관이나 공공의료기관에 먼저 사용하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나 의료 민영화를 초래하지 않을 수 있다. 비대면 진료는 도구이고, 도구는 목적에 따라 쓰임새와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정부에서 민간기업, 대형 병원이 주축이었던 원격 의료는 대규모 자본 투입, 병원급 의료기관으로의 쏠림 현상 등으로 의료 공공성을 붕괴시킬 수 있는 의료민영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최 회장은 또 “대면 진료를 비대면 진료가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대면 진료를 기본적으로 부족한 점을 비대면 진료로 채우는 게 핵심”이라며 “대면·비대면 진료가 배치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주장은 정치적”이라고 지적했다. 매우 부족한 의사수와 그나마 있는 의료인들마저 수도권, 대형병원 집중으로 진료시 의사 얼굴보기도 힘든 의료현실에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상담하고 설명할 수 있는 도구로 비대면 진료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가 의료기관을 찾아와야만 가능한 현재의 진료시스템과 더불어 환자가 있는 곳에서도 가능한 비대면, 의료인이 찾아가는 방문진료 등으로 다양화되어야 불충분한 일차의료가 강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 회장의 주장대로라면 대면 진료가 축소되거나 오진률이 높아질 가능성 역시 낮아진다. 현실적으로 의료인의 왕진이 활발하기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만큼 비대면 진료로 병원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높아지는 것이다. 비대면 진료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한의사·의사 등 의료 공급자의 적극적 참여, 정부 주도의 기술 개발과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공적 개입 등 의료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정부의 구체적 제도설계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앞서 원격의료는 추진 당시 의료 공급자의 참여를 배제하고 그 추진을 민간기업이 주도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홍윤철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은 SBS CNBC ‘경제현장 오늘’ 토론회에서 “민간 병원이 비대면 진료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주도하지 않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1차 및 2·3차 의료기관에 보급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며 “그래야 대형 자본이 기술개발에 투입돼 영리를 추구하게 되는 과정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역시 지난 19일 ‘펜앤초대석’에서 “정보통신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변화를 보건의료분야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나쁘지 않다”면서도 “의료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영역인만큼 시민사회단체, 의료인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해 비대면 진료 추진을 위한 장기적인 연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의사들이 주도하는 비대면 진료를 시행 중에 있다. 지난 3월 9일부터 대구·서울 지역에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를 개소해 확진자들의 치료에 기여해 왔다. 19일 기준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를 통해 상담을 받은 환자와 투약건수는 초진 2305명, 재진 9306명, 8159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전체 코로나19 확진자 수인 1만1110명의 20.7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비대면 진료의 유일한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한의사들의 감염병에 대한 비대면 진료의 경험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을 만들어가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
비대면·원격 진료 ‘도입’ 43.8%·‘안 된다’ 26.9%·‘잘 모름’ 29.3%비대면·원격 진료와 관련 ‘도입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43.8%로 나타나 ‘도입하면 안 된다’는 반대의견(26.9%)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잘 모르겠다’는 의견도 10명 중 3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원격 진료 허용에 관한 정부의 논의가 알려진 가운데 TBS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비대면·원격 진료 도입 여부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의료산업 활성화와 진료 접근성이 좋아질 수 있으니 도입해야 한다’라는 응답이 43.8%로 나타났으며, ‘오진 가능성이 있고 대형병원의 독점이 강화될 수 있으니 도입하면 안 된다’라는 응답이 26.9%로 조사돼, 찬성하는 입장의 비율이 16.9%p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비대면·원격 진료 도입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도 29.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대면·원격 진료 도입에 대해서는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의 비율이 높았는데, 18∼29세에서 52.5%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나 70세 이상에서는 33.3%로 가장 낮은 응답 비율을 보였다. 반면 고연령층으로 갈수록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비율이 높아져 60대에서는 40.4%가, 70세 이상에서는 과반인 50.7%가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권역에 따라서는 ‘도입해야 한다’는 찬성 응답 비율이 ‘광주·전라’에서 51.6%로 가장 높게 나타난 가운데 ‘대구·경북’에서는 37.1%로 가장 낮은 응답 비율을 보였다. 이밖에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도입해야 한다’가 51.9%로 전체 응답결과에 비해 높게 나타난 반면 미래통합당 지지층에서는 ‘도입하면 안 된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36.8%로 ‘도입해야 한다’(28.4%)는 응답에 비해 오차범위 내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조사됐다. 한편 이념성향에 따라서는 ‘도입해야 한다’ 응답 비율은 중도층에서 50.4%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진보층의 찬성비율은 45.2%, 보수층에서는 41.4%로 전체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20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7842명에게 접촉해 최종 500명이 응답을 완료, 6.4%의 응답률(응답률 제고 목적 표집틀 확정 후 미수신 조사대상에 2회 콜백)을 나타냈고, 무선(80%)·유선(20%) 자동응답,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 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통계보정은 2020년 4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대,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
퀀트레이즈 이미징 랩, 코로나바이러스 대규모 선별 신속 진단 레이저 장비 개발[한의신문=김대영 기자] 레이저 빔 기술을 이용한 카메라로 혈액세포의 구조 변화를 감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즉시 식별해 내는 대규모 선별 장비가 개발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추적의 판도가 바뀔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퀀트레이즈 이미징 랩(QuantLase Imaging Lab)은 더욱 신속한 대량 선별로 수 초 내 검사 결과를 얻어 대규모 검사가 가능한 새로운 장비를 개발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UAE 압둘라흐만 빈 모하메드 알 오와이스(AbdulRahman bin Mohammed Al Owais) 보건방역부 장관은 이번 개발과 관련해 희망을 드러내며 “코로나19 감염자를 조기에 신속하게 발견하는 혁신 기술을 추구해왔다. 보건 관리들은 이 장비를 시험하기 위해 퀀트레이즈의 연구 과정을 면밀히 모니터링했으며 국민 보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퀀트레이즈 이미징 랩에서 연구진 책임자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의 세포구조 변화를 연구해온 프라모드 쿠마르(Pramod Kumar) 박사는 “이 장비는 CMOS 감지기를 사용해 대규모의 판별이 가능하고 결과도 몇 초 만에 나온다”며 “우리의 레이저 기반 DPI(Diffractive Phase Interferometry, 회절광위상간섭계) 기술은 광위상 모듈에 기반한 것으로 몇 초 안에 감염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 또한 사용자 편의적이고 비침습적이며 비용이 적게 든다. 우리는 이 장비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저지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많은 수의 이미지가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분석될 필요가 있는 대규모 진단 프로그램에서 인공지능의 핵심적인 역할을 강조한 쿠마르 박사는 첨단 AI 이미지 분석 모델이 정확하고 빠르며 대규모로 각 이미지의 결과를 예측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퀀트레이즈 이미징 랩은 아부다비증권거래소(Abu Dhabi Stock Exchange) 상장회사인 인터내셔널 홀딩스 컴퍼니(International Holdings Company, IHC)의 의학연구 자회사다. -
“코로나19, 소득 1분위 넘어 중간계층에도 심각한 영향 미쳐”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조흥식·이하 보사연)이 지난 20일 ‘보건복지 ISSUE & FOCUS’ 제385호를 발간한 가운데 이번호는 코로나19에 관한 특집호 11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영향 및 사회정책 대응 방안’으로 김태완 포용복지연구단장이 집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는 1997년 IMF 경제충격보다 더 크게 확산되고 있으며, 저소득층은 물론 중간계층까지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토대로 2020년 1분기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계층을 추정한 결과 ‘소득분배 악화’라는 따가운 지적을 받았던 2018년 때보다 상황이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김태완 단장은 “2018년의 소득분배 악화 현상은 국내적인 상황에 그쳤고, 3분위 이상 중간계층의 소득은 줄어들지 않아 국내 경기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2020년 1분기의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소득 1분위를 넘어 중간계층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소득 1분위(20% 미만)의 실업 및 비경제활동인구 중 60∼65%가 노인 가구라는 점에서 노인과 같은 취약계층을 동시에 지원하는 정책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취약계층의 긴급한 보호 강화를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우선 노인을 대상으로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단장은 “중간계층에 속하지만 위기 국면에서 언제든 빈곤층으로 떨어질 수 있는 자영자 그룹 또한 코로나19의 대표적 취약계층”이라며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무급 휴직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영세 소상공인과 같은 종업원 없는 자영업자 등의 경제활동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위한 지원 방안을 한층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김 단장은 중간계층 생활 보장 방안으로 “단기 휴직, 무급 휴직 등으로 인한 소득 상실 등에 대처하고 근로빈곤층, 자영업자 등의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현재 예정돼 있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확대해 실업부조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즉 고용보험이 정규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라면, 코로나19 여파로 실업상태가 지속되고 고용보험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실업부조제도가 필요하다는 것.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일을 하지 못하는 노동자, 자영업자 등을 위한 휴업수당 혹은 상병수당제 도입 검토를 제안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중간계층의 양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동수당의 지급 범위를 현재보다 점차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김 단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영향은 특정 계층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계층, 지역, 성별 등을 넘어서 사회 연대, 사회통합정책이 필요하다”며 “사회경제정책 확대를 위해서는 재원 마련을 위한 소득세, 법인세, 기타 조세정책 등 조세정책에 대한 개선이 동시에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일무이 코로나19 상담센터, 더 널리 알리고 싶었어요”[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최근 대한한의사협회가 주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극복을 위한 한의계 노력’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원광한의대의 최진우, 박신혁 학생에게 당선 소감과 참여 계기, 영상 기획 의도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당선 소감은? -박신혁(이하 박) : 대상까지 생각하고 신청한 게 아니어서 처음엔 정말 얼떨떨했지만, 졸업 전 이렇게 좋은 취지의 공모전에 당선되어 정말 영광이고 자랑스럽다. 이 공모전에 같이 신청해 고생한 동기에게 정말 고맙고, 영상 홍보에 자기 일처럼 도와주신 저희 가족, 친구, 선후배들을 포함한 많은 지인 분들께 감사 인사드리고 싶다. Q. 참여 계기는? -최진우(이하 최) : 처음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 격리자를 대상으로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를 개소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런 좋은 기회에 꼭 참여해서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본과 4학년의 임상 실습 일정과 개인 사정으로 참여를 할 기회가 없어서 아쉬움을 달래고 있던 찰나였다. 그러던 차에 협회에서 ‘유튜브 코로나19 공모전’을 주최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직접 봉사는 하지 못하더라도 한의계가 코로나19에 대응해 실행하고 있는 노력들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알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동영상 기획 배경과 의도는? -박 : 한의계 소식을 듣던 중,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가 감염병에 대해 국제적으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효과적이고 성공적인 사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세계적으로 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희는 다른 무엇보다 전화상담센터 운영이 코로나19 유행에 대한 한의계의 노력을 대표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홍보하고 그 의의를 조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Q. 영상 제작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은? -최 : 영상 제작도 처음이지만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도 처음이라 많이 헤맸던 기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더 밝고 가벼운 분위기의 영상이 완성됐어야 하는데, 긴장한 탓인지 외운 대사만을 뱉어내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저희는 유튜브에 올라온 저희의 연기 영상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더 좋은 영상으로 찾아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향후 감염병 대응에서 한의약의 역할은? -최 : 이번 코로나19 대응을 발판삼아 한의약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안전망으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료진과 병상의 부족, 효과적이고 적합한 치료법의 부재 등 현재의 국가방역체계에서 여실히 드러난 문제점과 한계에 대하여 책임감을 가지고, 지금의 불완전한 방역체계를 완성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한의학이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이번 영상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중국의 코로나19 진료 가이드라인과 국내 한의진료 권고안을 공부했고, 전화진료센터에 참여한 선배 한의사분들에게 한약 치료에 감사해하고 효과를 보신 환자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한의계도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추후 감염병 대응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다. Q. 남기고 싶은 말은? -최 : 최근 이태원 확진자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모두들 코로나19 감염에 주의하시고, ‘생활 속 거리두기’ 꼭!꼭! 실천하면서 건강한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 또한 이번 영상 공모전에서 홍보에 도움을 준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합창 동아리 하모니안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열심히 전화진료센터에 대해 홍보하겠다. -
[ISSUE Briefing] 추나요법 진단 급여 적용의 필요성■ 척추신경추나의학회 교육위원 박태용 추나요법 급여적용과 추나진단 2019년 4월 8일부터 시행된 추나요법의 급여화로 근골격계 환자의 한의 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한층 높아졌다. 국민의 높은 요구에 의해 추나요법 급여화가 이루어져 한의사들이 국민 건강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된 점과 한의치료의 문턱을 낮춰서 다수 환자들이 부담없이 추나시술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추나요법 보장성 강화의 가장 큰 기여라 생각한다. 이러한 추나요법 건강보험 진입은 정부, 대한한의사협회, 대한한방병원협회, 관련학회의 유기적인 협조와 정부의 보장성 강화 의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추나요법이 급여화가 되고 난 후에 한의사들에게는 하나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그것은 추나요법 시행을 위해서 사전에 상당한 시간을 추나진단에 사용함에도 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고 있지 못한 점이다. 따라서 추나요법 시술시 선행되는 추나진단에 대해 적절한 행위정의를 구성하고 급여화를 모색하는 것은 행위정의 수가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금의 보건정책에서 한의사의 정당한 진료행위를 보장받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일 것이다. 추나진단 급여 확대 필요성 <추나요법 시술 및 급여 청구 지침서>(2019. 대한한의사협회)를 보면 추나요법 시술 절차의 범주에 대해서 크게 1) 기본진료과정, 2) 추나요법 시술전 절차, 3) 추나요법 시술 절차, 4) 추나요법 시술 후 절차에 대해서 언급을 하고 있다. 이 4가지를 보다 상세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또한 한의사 대상으로 시행한 사전교육 자료를 참조하면 추나 진단 및 치료 행위에 단순한 기본진료 과정에 해당될 수 있는 병력청취 (History), 검사 (Examination), 평가 (Medical Assessment) 등은 기본 진료과정에 포함되어 추나 행위에서는 제외되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즉 기본진료과정에 포함된 검사 및 평가 등은 추나 시술을 위한 검사 및 평가에 해당되지 않으며, 이는 단순한 질병 및 상병에 대한 검사 및 평가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추나 시술을 하기 위해서 진료기록을 검토하고 영상기록을 검토하는 행위 등은 추나치료 전 행위에 포함되어 추나치료 행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C5/6 Cervical Disc Herniation으로 내원한 환자에 대해서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서 목디스크 확진을 내리고 그에 대한 근육 위약, 방사통 증상 등을 평가하는 것 등은 기본진료에 해당되는 병력청취, 신체 검사 및 평가에 해당되는 내용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진단명을 토대로 하여 추나시술을 위한 변위를 진단, 기능부전을 진단하는 행위 등은 추나치료 전 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기본진료과정에 포함되는 신체검사 및 평가와 추나요법 시술전 절차로서 추나진단 및 검사를 구분하여 언급하는 것은 추나치료를 행함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추나진단 행위는 기본진료 행위에 포함되는 신체검사 및 평가 행위에 비해 시간과 노력이 더욱 많이 발생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행위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현재 추나요법에 대한 행위정의는 진단과 치료를 하나의 행위로 묶여져 있기 때문인 것이다. 물론 추나요법이 급여화될 시점에 해당 사항에 대해서 충분히 검토하여 분리했어야 하는 사항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기에는 추나요법 예산재정 자체가 충분치 않아서 해당 사항을 논의할 여력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2019년도 추나요법 실행재정이 예산재정을 넘지 않고 있어 논의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의과에서도 행위별 수가제 정책아래 일반적으로 진단검사행위와 치료행위가 분리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할 경우 더욱 그러하다. 한번에 추나치료행위와 추나진단행위를 일괄 분리 적용하기가 힘들다면 적용가능한 항목부터 단계별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의미있을 것으로 본다. 추나요법 행위에 추나치료 및 추나진단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의과에서 행위별 수가제 정책아래 일반적으로 진단검사행위와 치료행위를 분류하고 있는 현실과 배치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충분한 진단기기가 없는 개원 한의사의 경우 수기로 일일이 시행하는 이유로 더욱 시간소요가 많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추나진단 행위의 필요성에 대한 체감도는 더욱 높다고 판단된다. 학계 전문가들은 한의사가 행위정의 수가제도 하에서 충분한 시간 및 노력을 투여하고도 적절한 행위수가를 받고 있지 못한 측면이 많다고 얘기한다. 이는 한의사 의료행위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앞으로 추나진단 행위만이라도 추나치료 행위와 엄밀히 구분되어 한의사 행위에 대한 노력이 충분히 보상되었으면 한다. 추나진단 임상경로 추나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추나진단의 일반적인 임상경로는 추나일반진단검사, 추나기기진단검사, 추나치료선별검사 크게 3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추나일반진단검사는 한의사가 기기의 도움없이 추나의학 지식을 활용하여 수기로 행할 수 있는 검사이며, 추나기기진단검사는 기기를 활용하여 추나진단 도움을 받아 한의사가 최종적으로 진단 결정하는 검사이고, 추나치료선별검사는 주로 추나치료의 절대적 금기 및 상대적 금기를 구분짓기 위해서 시행되는 혈액학적 검사 등을 말한다. 대체로 추나일반진단검사, 추나기기진단검사, 추나치료선별검사가 순차적으로 수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추나 일반진단검사에는 다음과 같은 추나진단 항목이 포함된다. ◯ 상기 언급된 추나 일반 진단검사 세부항목은 정적자세평가·동적자세평가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되어 기능전신패턴분석까지 완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해당 환자의 질병 및 상태에 따라 일부 세부항목 검사는 생략할 수 있다. 추나 기기진단검사에는 다음과 같은 추나진단 항목이 포함된다. ◯ 추나 일반 진단검사 이후 해당부위에 적절한 추나치료를 시행하기 위해 추가 심층 진단이 필요하거나 특정 질환에 대한 배제진단이 필요할 때 해당 부위에 대한 추나 기기 진단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 관절변위진단 (X-Ray) : 일반 진단검사에서 자세평가, 촉진, 관절가동평가 등에서 이상이 발견되고 해당 척추분절 등에 대해서 명확한 변위진단이 필요할 경우 추나진단에 참고할 수 있다. (Type 1 관절변위, Type 2 관절변위 등에 대한 객관적 진단) ⋏ 심층관절변위진단 (CT) : 2차원적인 관절변위 진단에서 명확한 진단이 어려워 추가적인 심층진단이 필요하거나, 골절여부에 대한 확인 후 추나치료의 적용 등이 필요할 경우 추나진단에 참고할 수 있다. ⋏ 경근변형진단 (MRI) : 뼈조직에 대한 변위진단이 필요한 관절변위진단 (X-Ray), 심층관절변위진단 (CT)를 이용해서 충분한 추나 진단의 결과를 얻기가 어려운 경우 경근변형진단을 시행함. 경근의 개념은 신경 및 신경막을 포함하는 개념으로서 정상적 경근의 변형이 있는 요추부추간판탈출증 등의 증상이 의심될 경우 해당 경근변형진단검사를 추나진단에 참고할 수 있다. ⋏ 장부경락진단검사(SONO) •장부진단검사 : 내장기 추나 등을 시행하기 위해 적절한 장기의 형상을 살펴보기 위해 추나진단에 참고할 수 있다. •경락진단검사 : 경락이 주행하는 위치에 발생한 근골격계 질환 등에 대해서 중증도를 감별하고 이후 적절한 추나 적용에 대해서 판단하기 위해 추나진단에 참고할 수 있다. ⋏ 관절경도검사 (BMD) : 60세 이상의 연로한 환자 중에서 추나 적용에 있어서 관절교정추나와 같은 테크닉이 필요한데 골다공증 등에 대한 사전검사가 필요한 경우 추나진단에 참고할 수 있다. 골다공증이 심한 환자의 경우 관절 교정 추나를 시행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 경피한열검사 (DITI) : 경근 및 신경 주행로를 따라 이상감각, 이상한냉감각 등을 호소하는 경우 이에 대한 객관적 확인 등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음. 이외 환자가 호소하는 냉증, 열증 등에 대한 객관적 증상 확인을 위해서 추나진단에 참고할 수 있다. 객관적 증상을 토대로 해당 경근, 신경 등을 치료하는 추나 기법을 선택 사용 할 수 있다. ⋏ 추선검사 (Plumb line) : 격자모양 판을 뒤로하고 추선을 내린 선에 인체를 정렬하여 정면 측면 등에 대해서 신체 정렬의 부정렬 등에 대해서 추나진단에 참고할 수 있다. 추선 검사는 전신체형의 상태 등에 대해서 진단할 수 있는 방법으로 X-Ray 등의 진단기기검사와 종합하여 체형을 평가 진단 할 수 있다. ⋏ 경근무늬측정검사 (Moire) : 좌우 경근의 비대칭에 대해서 추나진단에 참고할 수 있다. 관절변위진단검사 (X-Ray)와 병행하여 시행하면 보다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 체형균형 양발저울검사 : 좌우 체중부하 (Weight Bearing)의 차이를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으며, 보행검사, 기능적족지장단분석, 기능적전신패턴검사 등과 병행하여 추나진단에 참고할 수 있다. ◯ 추나치료 선별검사 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을 고려할 수 있다. · Routine LAB : WBC, RBC, Hemoglobin (Hb), Hematocrit (Hct), RDW, PLT count (PB), PDW, Protein, Total, Albumin, Direct Bilirubin, Total Bilirubin, Glucose, Creatinine, BUN, e GFR, AST, ALT, ALP, GTP, CPK, LDH, Sodium, Potassium, Chloride, HDL Cholesterol, LDL Cholesterol, Total Cholesterol, TG · Uric Acid · ESR · CRP · RA · HLA-B27 · Bone Scan ⋏ Routine LAB : 추나치료의 상대적 금기증 및 절대적 금기증에 해당되는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이에 대한 배제진단의 목적으로 일반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혈액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또한 내장기 추나를 시행할 목적으로 해당장기의 적절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추나진단에 참고할 수 있다. ⋏ Uric Acid : 통풍으로 인한 관절 염증이 의심되는 경우 적절한 추나기법 선택을 위해서 추나진단에 참고할 수 있다. ⋏ ESR, CRP : 염증 수치 증가로 인해서 관절 교정 등의 추나요법이 시행 가능한지에 대해서 점검하기 위해서 추나진단에 참고할 수 있다. ⋏ RA : 류마티스 관절 염증이 의심되는 경우 적절한 추나기법 선택을 위해서 추나진단에 참고할 수 있다. ⋏ HLA-B27 : 강직성척추염이 의심되는 경우 적절한 추나기법 선택을 위해서 추나진단에 참고할 수 있다. ⋏ 뼈스캔 (Bone Scan) : 골절이 의심되는 경우 적절한 추나기법 선택을 위해서 추나진단에 참고할 수 있다. 추나 관련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나 진단 임상경로를 상기와 같이 간략하게 도식화하여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추나를 시행해야 하는 환자가 처음 내원했을 경우 추나 일반진단검사에 있는 모든 세부항목을 다 시행하진 않을지라도, 최소 2가지 이상의 검사는 반드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후 추나 기기진단검사 및 추나 치료선별검사는 추나 일반진단검사를 바탕으로 한의사의 의학적 판단 하에 추가적으로 순차적으로 시행되거나, 두 가지 검사가 동시에 수행될 수 있다. 지금까지 추나요법 급여적용과 추나진단, 추나진단 급여확대의 필요성, 전문가가 제시하는 추나진단 임상경로 등에 대해서 알아봤다. 이와같은 사항을 바탕으로 추후 추나의학의 진단 영역이 급여화 되고 한의 추나요법의 보장성 강화의 기틀이 더욱 공고해지기를 기대해본다. -
“한의 진료의 폭이 넓어질 수 있는 교육 펼칠 것”“되도록 근거중심 강의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대학에서 기공과 추나의학 등의 강의를 할 때 학생들이 실습을 통해 임상에서 사용하도록 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개교기념식에서 젊은 교육자상을 받은 황의형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강의가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하면서 “수용자 중심의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 등 교육 수요자의 생각은 시대의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윤리교육, 자기소개, 세세한 위생 교육, 안전교육 등 학생 입장에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교육에 맞추자는 의도는 아니라고 했다. 다만 역량 중심, 근거 중심, 임상 중심 등 시대의 흐름이 중시되는 시대에 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교육자상은 양질의 강의, 강의 평가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10년 미만의 신진 우수 교원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황 교수는 현재 한의전에서 한방재활의학, 추나의학, 보완대체의학, 근골격학과 함께 “인체의 장상과 양생” 이라는 과목에서 기공(氣功)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수상 소식에 그는 처음에 많이 놀랐다고 했다. “1996년에 우석한의대에 입학했으니, 더 이상 젊지만은 않다고 생각을 하던 터에 ‘젊은 교육자’상을 받는다고 해서 더욱 놀랐습니다. 그렇지만 이처럼 수상하게 된 것은 모두 학생들의 도움이라 생각하면서 더 노력하는 교수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강의 외에도 한방레이저의학회 홍보이사, 한방재활의학과학회 보험이사, 척추신경추나의학회 부산·울산·경남지회 교육위원, 척추신경추나의학회 편집이사 등 학술 활동의 내용을 만들거나 외부에 알리는 작업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한의사가 마음껏 진료하기에 부족한 여건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현재 한의사들은 외부에 나아가 환자 진료 시 의료기기 사용이나 추나, 운동치료 등에 있어서 그 행위와 수가에서 현실의 벽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 교육 밖에서는 의료기기 및 행위 정의 정립에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한편 학교 안에서는 한의 진료의 폭이 넓어질 수 있는 의료기기 등 다양한 교육을 펼칠 계획이다. “새로운 행위나 의료기기에 대한 교육을 열심히 해서, 한의사 진료의 폭이 넓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상에 있어 저 자신의 노력보다는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여러분들의 믿음에 보답하겠습니다.” -
독립군 군의관이 된 한의사, 신홍균 선생의 독립투쟁일지 上[편집자 주]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독립을 위해 독립군 군의관으로서 활동하며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친 한의사가 있다. 바로 신홍균 선생이다. 하지만 신홍균이라는 이름은 세상에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일제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수시로 가명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흘, 신굴, 신포’ 등 그의 수많은 가명들은 아직도 기록들 속에 남아 그의 업적을 증명하고 있다. 독립군 3대 대첩 중 하나인 대전자령 전투의 숨은 영웅으로 평가되는 독립운동가이자 한의사 신홍균 선생의 일대기를 3부작으로 나눠 조명해본다. 신홍균 선생은 음력 1881년 8월 20일 함경남도 북청군 신북청면 동상리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한의업을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었고 그도 마찬가지로 한의사로서 성장했다. 당시 일제는 한의학을 민족 정신의 일부로 보고 민족말살정책을 통해 없애고자 했지만, 이 계보는 끊기지 않고 오늘날 자생한방병원 설립자인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에게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독립 정신뿐만 아니라 한의학 역시 그가 후세에 전하고자 한 유산이라 볼 수 있다. 1911년, 신홍균은 30세의 나이에 갑작스레 가족을 데리고 고향을 떠나 압록강을 건넜다. 그가 도착한 곳은 중국 봉천성 장백현 17도구 왕가동 삼포였다. 도구는 오늘날 ‘면, 리’에 해당한다. 그가 어떤 이유로 만주로 향했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려우나, 월남유서에 따르면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4000여평의 토지를 종손 신현석에게 전부 위탁하고 홀연히 만주로 떠나 그곳에서 한의사로서 의술을 펼치며 살았다. 이해할 수 없는 행보였다. 그러던 1916년 여름 어느 날, 김중건(원종교 창시자, 대진단을 조직해 항일 무장투쟁을 펼친 독립운동가, 함남 영흥 출신)이 장백현 17도구 왕가동으로 자신의 부하 6~7명을 이끌고 신홍균을 찾아왔다. 1914년 봄에 북간도로 망명한 김중건은 독립군 ‘대진단’을 조직하기 전 민족종교인 원종교를 만들어 한인들을 대상으로 포교활동을 하고 있었다. 독립운동가 김중건과의 만남은 한의사 신홍균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민족종교를 세워 독립군을 양성하려는 김중건의 큰 뜻에 감명받은 신홍균은 남은 삶을 그와 함께하기로 했다. 1920년 5월 김중건은 200여명의 청년과 함께 독립군 대진단을 창설했다. 당시는 일제가 봉오동·청산리 전투에서 크게 패배한 보복으로 1920년 10월부터 3~4개월 동안 북간도지역 63개 한인 마을의 민간인 2200여 명을 살해하고 2500여호를 방화한 경신참변을 자행하던 시기였다. 이때 원종교 역시 타격을 입었다. 원종 총사 집무실이 불타고 김중건도 일본군에 체포되고 말았다. 대진단 본부가 와해될 위기에 처했으나 장백현 16도구에 위치해 있던 장백현 지단(지부)만은 온전해 흥업단, 광복단, 태극단 등 당시 인근 지역에서 활동한 독립군 부대와 연합해 무장투쟁을 이어나갔다. 이 어려운 시기에 원종교를 재건한 인물들이 바로 신홍균, 김준, 김전 등이다. 이들은 일본군을 탈출한 김중건과 함께 1921년 원종 교도들을 이끌고 우여곡절 끝에 지방 법회를 조직하고 원종 학교를 설립했다. 당시 김중건은 대한국민단의 간도 지방 지단장으로도 활동했다. 지단장으로서 군자금 모집 활동을 주로 했는데 이 행적을 알아챈 일본군의 급습을 받게 된다. 이 사건으로 김중건을 포함 동지 10여 명이 다시 검거됐고 3년간 중국 재류금지 명령을 받아 고향으로 강제 추방당했다. 이때 김중건의 빈자리를 신홍균이 채웠다. 그는 단장이 사라진 대진단을 유지하고 지켜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독립운동가들 양성에도 힘썼다. 당시 그의 지위는 대정원장이었다. 대정원은 독립적인 기관으로 원종교의 유지 방침과 포교방법에 대해 종무회를 감독하는 임무를 담당했다. 1925년 3년 만에 국외로 추방됐던 김중건이 돌아왔다. 그가 돌아온 후 행한 첫 번째 일은 남성 위주의 원종교를 여성과 함께하는 새 조직으로 재편성하는 일이었다. 여성종우회 등을 조직해 ‘새바람’이라는 잡지를 발간하고 순회강연과 연극 활동을 통한 계몽운동을 전개하며 원종교와 대진단 세력을 키워나갔다. 1925년 6월, 중국과 일제는 중국 내 한인들의 무장을 해제시키고 독립운동가를 체포해 일제에 인계하는 ‘삼시협정’을 체결했다. 중국 당국으로부터 독립운동가를 비롯한 한인 전체가 탄압을 받았고 이로 인해 북만주지역에서 활동하던 독립군 단체들은 존립 자체가 위기에 놓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남북 만주에서 활동하던 공산주의 단체들의 견제도 더욱 심해졌다. 특히 1926년 1월 용정에서 조직된 동만청년동맹은 원종 학생들에게 접근해 모스크바 유학을 시켜준다며 공산주의로 포섭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 해 5월 결성된 조선공산당 만주총국도 한인학교 내의 교원을 통해 공산주의 이념을 선전하는 등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었다. 결국 1927년경 원종교 내에서도 분열이 일어나 신도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공산주의로 돌아서고 말았다. 이에 김중건은 본격적으로 반공주의 투쟁을 전개해 나갔다. 설상가상으로 일제 경찰에 의해 원종 총본사가 압수 수색을 당했고 김중건을 비롯한 신도 6명이 검거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 해 5월 김중건은 총영사관 재판소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검사가 불복해 공소하는 바람에 서대문경찰서에 수감됐고 1927년 9월 경성복심법원에서 무죄를 재확인 받고서야 방면됐다. 그러나 이 시기 동안 자행된 수많은 고문은 그의 신체를 철저히 망가뜨려 놓았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원종교와 대진단은 한인 농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지역 내 한인 사회를 결집시키는 역할을 했다. 특히 이들은 당시 토착 도적세력들로부터 지역 마을 사람들을 지켜냈다. 당시 도움을 받은 마을 사람들이 이들의 업적을 기록한 자료들이 발견됐을 만큼 신홍균이 받았던 신임은 매우 두터웠다. 그러던 중 1931년 9월 일제는 만주사변을 일으켜 급기야 1932년 3월 만주국과 만주군을 수립하기에 이른다. 이는 만주에서 활동하고 있던 독립운동단체들이 중국 민중들과 함께 본격적인 한·중연합 작전을 벌이게 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이는 후에 펼쳐질 독립군 3대 대첩 가운데 하나인 대전자령 전투와 신홍균 선생이 독립군 군의관으로서 펼친 활약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 정상규 작가는 지난 6년간 역사에 가려지고 숨겨진 위인들을 발굴하여 다양한 역사 콘텐츠로 알려왔다. 최근까지 514명의 독립운동가 후손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그들의 보건 및 복지문제를 도왔으며, 오랜 시간 미 서훈(나라를 위하여 세운 공로의 등급에 따라 훈장을 받지 못한)된 유공자를 돕는 일을 맡아왔다. 대통령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
“족구에 뭔가 있는데…그게 뭔지 알고 싶어 책 썼죠”“글 쓰는 소재를 선택하는 데 분명한 계기는 없어요. 다만 작중 화자의 입을 빌어 말하자면 ‘족구에 뭔가 있는데 그게 뭔지 알고 싶어서’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소설 ‘족구의 풍경(위즈덤하우스)’을 펴낸 오수완 경희수한의원장은 족구를 소재로 택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하면서 작품 속 족구는 우리들 자신이 순수하게 지키려고 하는 각자의 다른 표상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의 편지를 받고 황량한 족구장에 모여든 소설 속 등장인물은 ‘한 물 지나간’ 왕년의 선수들이지만 투지만큼은 남다르다. 이들은 범죄자, 변신 로봇, 소림 족구팀 등 환상 속 강자들과 목숨을 걸고 족구를 한다. “이 소설은 마이너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환상 속에서 족구는 세계를 지배하지만 현실에서는 마이너한 스포츠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족구의 순수를 해치는 여러가지 것들에 침식당하고 있어요. 화자는 족구의 순수를 지키기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싸우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 족구는 우리가 순수하게 지키려 하는 각자 다른 뭔가의 표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96년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경희의료원 소화기내과에서 전문의 과정을 마친 그는 서울 중랑구에서 10년 째 한의원을 운영 중이다. 10년 전인 2010년은 오 원장이 소설 ‘책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로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해이기도 하다. 올 초에는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나무옆의자)’라는 책으로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도서관이 문을 닫을 시점에 주인공인 사서가 도서관의 열정적이고 기이한 기증자의 희귀 컬렉션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소설이 당선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제까지 읽었던 한국 소설과 다른데다가 현재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문제들과도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죠. 이런 이상한 소설을 흔쾌히 선정해준 심사위원들의 용기와 결단에는 지금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 수상으로 이제껏 소설의 가능성에 대해, 또 한국 문학계의 유연성에 대해 쓸데없는 의심과 걱정을 품고 살아왔다는 걸 알았습니다. 앞으로는 두려움 없이 내가 쓰고픈 글을 쓰고 가고픈 길로 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세계문학상 심사위원들은 그의 소설을 두고 “이토록 지적이고 감성적인 작품을 올해 세계문학상 당선작으로 선택하는 데에는 오랜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면서 “16회째를 맞은 세계문학상이 한국문학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새로운 가능성을 한껏 부풀린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현재 글쓰기의 ‘휴지기’에서 조금씩 빠져나오고 있다. 글쓰기로 기울어진 삶의 균형을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책을 전혀 읽지 않았지만, 최근 다시 읽기 시작했고 운동도 조금씩 하고 있다. 출근해서는 진료에 집중하고 소설은 퇴근한 후에만 쓴다. “출판사와 메일을 주고받는 등의 업무는 일과시간 중에 해야 해서 어쩔 수 없지만 진료할 때와 글 쓸 때의 마음가짐이 달라야 해서 한의사의 일과 작가의 일은 시간도, 공간도 분리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축구에 관한 소설을 쓰고 있었다는 그는 여러 번 다시 썼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여름쯤부터 다시 써볼 계획이다. 10년차 등단 작가이지만 앞으로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게 글쓰기와 진료를 삶의 주된 축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현재 한의원에서 근골격계 질환을 위주로 보는 그는 삶의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방향으로 치료 방향을 전환해가고 있다. 끝으로 그는 자신의 걸음이 어딘가에서 글쓰기를 꿈꾸고 있을 동료 한의사들이 갈 길에 바탕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의사라는 직업이 삶을 글쓰기를 향해 인도하기라도 하듯, 문학의 역사에는 아르투어 슈니츨러,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아서 코난 도일, 루쉰 등 의사 출신의 빼어난 작가들의 이름이 곧잘 등장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오래전 천리안 문학동호회를 소개해 준 동기 이지연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182)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李炳幸 先生(1906∼1974)이 지은 『鍼道源流重磨』는 1974년 『鍼灸大成』의 내용을 취사선택해서 주석의 형태로 정리한 침구학 전문서적이다. 호가 晩齋인 李炳幸(1906∼1974)는 종로구 명륜동에서 선화당한의원을 운영하는 재야의 한의학자로서 鍼灸學에 정통한 인물이었다. 『대한민국건국십년지』에 따르면 李炳幸은 漢學을 10여년 수학하고 15년간 한의학을 연구하였고, 당시 입학하기 어려웠던 충남사범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여 졸업한 후에 敎員으로 2년간 근무하였다. 이후 뜻한 바 있어 한의학 연구에 더욱 매진하여 1954년에 한의사검정고시가 시행되었던 당시에 한의사국가시험 합격한 후에 한의학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저술 『鍼道源流重磨』는 제1편 總論篇, 제2편 補瀉手技篇, 제3편 鍼灸要訣篇, 제4편 病形篇, 제5편 經穴學篇, 제6편 晩齋篇, 제7편 名醫驗方篇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제3편 鍼灸要訣篇의 서두에 나오는 ‘鍼灸要訣論’은 李炳幸 先生의 침구학에 대한 견해를 적은 것으로 의의가 있다. 이 글에서 그는 玉龍歌, 金鍼賦 등 歌賦의 중요성을 논급하고 있다. 아래에 그 내용을 소개한다. “어느 鍼灸를 莫論하고 大槪는 口訣이라는 것이 收錄되어 있으니 이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鍼灸의 중요성을 收錄한 것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後學으로서 名鍼이 되려면 이것을 熟讀玩味함으로써 그의 奧妙한 眞理를 把握할 수 있는 것이다. 玉龍歌에 云하되 扁鵲이 玉龍歌를 나에게 주었으니 玉龍法을 한번 施術한 즉 痼疾이 즉시 完治된다. 그러나 玉龍歌는 참으로 求得하기 어려운 것이다. 千年을 流傳했으나 조금도 틀림이 없도다. 내가 지금 이 玉龍歌의 口訣을 불러보면 玉龍歌는 一百二十穴로 되어 있으나 배운 후 실험해보면 지극히 妙한 점이 많다. 단지 걱정되는 것은 지금 學徒들이 잘못 배우고 輕率히 해서 잘못하지 아니할까 하는 점이다. 그러나 補瀉手技法만 指下에서 잘 한다면 鍼 한번에 名醫라는 名聲이 날 것이니 傴者는 즉석에서 바로 설 것이므로 名聲이 天下에 알게 될 것이라 하였고 金鍼賦에는 대개 鍼砭은 經絡을 통하여 氣血을 균형하게 하며 邪氣를 제거해서 精氣를 扶支하므로 捷勁의 법으로서는 가장 奇妙한 것이나 哀惜하다. 黃帝軒轅氏와 岐伯은 古人이라서 가신지가 오래 되었고 盧醫는 作故한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이 道는 뜻이 甚遠해서 한마디로 다 說明할 수 없고 이글은 세밀해서 長久한 세월의 학습이라야만 비로소 能通할 것이니 어찌 普通學者의 學說이며 下流輩의 鍼術이리오. 이것은 잘 배워서 得理한 자는 科擧에 合格한 것과 같이 마음이 기쁠 것이요. 이 法을 활용하는 자는 활을 쏘아 적중함과 같이 눈으로 目前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法은 先聖이 發明하여 後學에게 傳한 것이니 鍼灸를 배움에 뜻한 자는 과연 玄妙한 점에 能通하고 精妙산 점을 收得한 즉 세상에서 어떠한 痼疾이라 해도 因緣이 있어서 鍼을 맞게 되면 즉석에서 완치가 될 것이니, 이 方法은 後學이 大器를 成就하는데 一助가 되는 길이 되기를 바라는 바라고 하였다.” 그는 역대 침구학자들의 정수를 모아 놓은 鍼灸歌賦야말로 질병치료에 있어서의 뛰어난 방법을 요약한 것이기에 충분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李炳幸 先生은 고전을 연구하여 침구법의 방안을 깨우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 학자로서 四象醫學을 이론적 바탕으로 한 太極鍼法을 창안한 한의사로도 유명하다. 그의 이러한 신지견은 현재에도 한국 한의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