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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의 한의학 <15>김태우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한의원의 인류학 : 몸-마음-자연을 연결하는 사유와 치유> 저자 닭이 아닌 치킨 “관계”는 생명 이해에 있어 핵심적이다. 생명과 생명 사이의 관계가, 관계 맺는 생명들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치킨용 닭의 관계가 닭의 생명을 결정하는 것은, 이에 대한 가까운 예다. 그 관계가 닭이라는 존재를 규정한다. 인간-닭 관계 속에서 닭은 생명이라고 말하기조차 어려운, 미약한 존재다. 생명의 명(命)이 뜻하는, 존재 이유를 가진 물(物)라는 의미가 무색하다. 생명이라기보다는 생명이 가진 대사, 성장 기능을 인간이 이용하는 대상이다. 닭 모이가 바로 치킨이 되지는 않지만, 닭은 사료와 물을 먹고 치킨 살을 한 달 안에 “생산”한다. 그 생산 가능성이 인간과 치킨 관계를 규정한다. 한국사회에서 닭이 치킨이 되고부터1) 닭에 부여해온 의미들도 변화했다. 아침을 알리는 닭의 이미지는 이제 없다. 민주주의를 상징하던 닭의 울음도 들어본 지 오래다. 손흥민 선수가 활약하는 토트넘의 상징도 닭이지만, 장닭의 용맹을 내세우지만, 치킨 공화국 한국에서는 이제 닭이 스포츠팀의 상징이 되기는 어렵다. 상대 팀이 얕볼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두드러지는, 닭과 인간의 관계가 존재의 의미를 규정한다. 하나가 아닌 관계“들” 인간과 닭의 관계에서 인간은 세계의 중심에 있는 존재다. 치킨용 닭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은 모든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에서도 중심에 있어왔다. 바다거북, 쑥부쟁이, 북극 빙하, 남극 펭귄, 땅속 석유, 바다 속 플라스틱과의 관계에서도 중심이다. 이 “인간 중심”에서 먼 존재들은 가치가 없는 존재다. 인간이 그 가치를 결정한다. 가치의 기준은 줄곧 인간에의 이로움이다. 스스로 자라는 살고기로서만 치킨 닭의 가치는 규정된다. 관계가 존재를 규정한다. 생명들의 관계가 생명을 규정한다. 인간과 치킨 관계의 예시가 규정의 힘을 말하고 있다. 이 예시가 드러내는 관계의 방식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개체가 우선한다는 것이다. 개체를 먼저 말하고, 그 다음에 관계를 말하는, 관계 이해의 방식이다. 개체가 먼저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세상의 모든 관계 이해 방식의 전부는 아니다. 관계를 앞에 두면 어떻게 될까? 관계가 먼저고 개체가 뒤로 가면 어떤 관계의 방식이 드러날까? 동아시아의 존재 이해에서는 그러한 다른 관계의 예시를 볼 수 있다. 동아시아의 이해의 방식에선 관계가 먼저라는 것이 어렵지 않게 파악된다. 음양, 사시, 육기 등 한의학의 키워드에도 관계를 중심에 두는 사유가 관철되어 있다. 단백질, DNA, 호르몬 같은 개별체들이 서양의학의 생명 개념의 키워드를 이루는 데 반해, 개별체를 내세우지 않는 음양, 사시, 육기 개념이 동아시아의학에서 핵심적인 것은 이러한 차이나는 생각의 방식을 예시한다. 음양(陰陽)은 동아시아 관계 중심의 사유를 구체화한다. 음양이 하늘땅[天地], 수화(水火), 기혈(氣血)에 있다. 여기선 하늘과 땅, 수와 화, 그리고 기와 혈 사이 관계가 중요하다. 이들은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인다. 생명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올랐다내려갔다, 들어갔다나왔다, 펼쳤다오무렸다, 움직였다쉬었다 밝았다어두웠다, 차가웠다따뜻했다, 길었다짧았다... 이들 움직임에는 변화가 도정되어 있다. 생명이기 때문에, 살아있기 때문에 움직이고, 변화한다. 움직임과 변화는, 하지만 과하지 않고 모자라지 않으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생명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원칙은 당연하다. 그래서 음양은 생명적인 것2)에서 피할 수 없는 내용이다. 또한, 생명적인 것을 빼고 음양을 말할 수는 없다. 음양의 이치를 공유하는 “생명적인 것”의 세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음양과 같은, 만물에 공유된 이치는, 그 관계 속에서 세계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공유된 이치가 있기 때문에, 의학의 논리로 기후를 이야기할 수도 있고(<인류세의 한의학> 글 시리즈가 가능한 이유이다), 기후에 대한 관찰을 통해 생리병리를 논할 수도 있다. 그리하여 음양은 발견의 대상이 아니다.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이치는 발견의 대상이 아니다. 당연한 이치다. 누가 음양은 없다고 하더라고 생명 활동 안에 살아움직이고 있다. 음양이 없다거나, 관념적이라는 주장에는, 개별의 존재를 먼저 찾으려는 생각의 습벽이 깔려있다. 개체를 앞세우면 개체를 먼저 확인하려고 한다. 음양의 사유는 개체를 먼저 내세우지 않기 때문에, 확인할 개체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체 우선의 관계 이해 방식에서는, 인간과 같은 주도하는 개체가 자리잡게 된다. 개체가 먼저일 경우 이 주도하는 개체에 의해 관계가 규정되기 십상이다. 인간과 치킨용 닭의 관계에서와 같이, 하나의 생명(인간)은 그 관계를 주도하지만, 다른 생명(닭)은 그 관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음양은 관계 속에 있는 생명적인 것에 관한 사유다. 음양과 같은 관계의 논리를 중심에 두면, 주도하는 자가 필요하지 않다. 관계가 먼저다. 니나 내나 다 음양이다. 모두 생명이기 때문이다. 관계를 중심에 두는 것은 생명을 더 생명답게 한다. 생명이 관계 속에 있기 때문이다. “인류세”는 지금의 시대명으로 적절하다. 인류가 본격적으로 지구 환경에 영향을 미친 1750년대 즈음부터 인류는 본격적으로 탄소도 태웠지만, 본격적으로 생명들을, 존재들을 규정해 왔다. 인류세가 지금의 시대명인 것은 이 인간을 중심으로 한 개체들 간의 관계 맺기와 깊이 연관된다. 인류세에, 주도권을 가진 인간들은 자신들의 의지와 관심에서 다른 개체들을 규정하고 결정해왔다. 여기에선 생명을 중심에 두기보다는 인류의 이득과 관심사가 중심에 있었다. 인류세, 지금의 시대와 존재를 규정하다 근현대라는 시대는 인간이라는 개체가 그 주도하는 존재로 떠오른 시대이다. 주도하는 개체가 존재하면, 생명들의 관계도 그 주도하는 개체와의 관계로 전유된다. 주도하는 개체가 중심에 있으면, 또한 연결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주된 개체와 그 대상인 객체와의 단일 관계가 단선적으로 구성된 것이 세계를 이룬다. 그 단일 관계만 보게 한다. 인간-치킨용 닭의 관계만 보게 한다. 개체-개체의 관계만 보면 인간이 먹는 치킨만 생각하게 된다. 닭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닭축사에서 나오는 암모니아와의 관계에 눈멀게 한다. 공장식 축사에 갇힌 닭의 생명도 보이지 않는다. 먼 훗날 인류세를 조사할 고고학자들은 닭뼈를 수 없이 발굴할 것이라고 한다. 인류세와 치킨닭의 연결은 말이 된다. 인류세는 인간이 탄소를 너무 많이 배출하는 시대이지만 거기에는 기본적으로 인류가 가진 관점이 깔려 있다. 인간 중심의 관점이 배태되어 있다. 인간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구조화한 시대다. 그러므로 인류세는 말이 된다. 그 결과는 세계의 쏠림이다. 닭 뼈, 아니 치킨 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바다 위 플라스틱의 섬 등 과도하게 쏠리는 상황이 된다. 이것이 인류세다. 인류세 너머를 상상하기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생각의 방식이 필요하다. 위기의 기후변화 속에서 “가이아”, “부엔비비르”, “녹색계급” 등 전에 없던 혁신적 언어와 사유가 제안되고 있다. “음양”과 같은 동아시아 사유도 혁신적이다. 기후위기 극복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게 열려있다. 1) 치킨(chicken)은 닭의 영어표현이지만, 지금 한국에서는 닭으로 만든 음식을 표현하는 보통 명사로 자리 잡았다. 영어에서, 소(cow)와 별개로 beef라고, 돼지(pig)와 별개로 pork라고 그 고기를 부르는 것과 비슷한 명명 방식이다. 한국어에서 그동안 동물명에 고기를 붙여 사용해오던 표현 방식(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같은)과 차이나는 명명법이다. 음식이 된 “치킨”은 닭이라는 생명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가림막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2) “생명적인 것”은 개별 존재를 상기하는 “생명”의 이미지를 우회하기 위한 이글의 단어 선택이다. 생명하면 우리는 까치, 송이버섯, 코뿔소 같은 개별 존재를 먼저 떠올린다. 개별 존재는 개별 생명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동아시아의 이해에서는 개별의 개체뿐만 아니라 생명들을 생명이게 하는 조건들, 즉 기후, 환경, 자연도 다 생명의 내용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생명의 거대한 장을 포괄적으로 지시하기 위해 “생명적인 것”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또한, 관계가 먼저인 동아시아에서 개별 존재를 상기시키는 “생명”은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생명적인 것” 혹은 “생명적인 것들의 장”이 동아시아의 관계 방식에서는 더 어울리는 말일 것이다. 말에는 세계와 존재를 이해하는 어떤 관성이 이미 내재해 있어서, 그 말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다른 세계와 존재의 가능성을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류세 너머와 같은 기존의 생각의 습벽을 떠난 사유와 실천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에서 말에 대한 고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공보의 감소…‘디지털 공보의’로 의료 사각지대 살필 수 있다면”김승호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 회장 [편집자주] 공보의의 꿈은 한의계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 회장를 맡고 있는 김승호 한의사는 세명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함께하는 한의사, 실력있는 한의사’라는 구호로 36대 협회를 맡으며, 다양한 단체와의 협업을 통한 교류, 공중보건의들 간의 행사를 통한 화합을 진행해왔다. 본란에서는 신년을 맞아 공보의를 대표해 김승호 한의사를 만나 그가 상상한 ‘공보의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Q. 협회의 활동 방향성을 ‘교육강화’로 잡은 이유는? 다양한 단체를 만나고, 한의신문을 통해 중요한 이슈를 살펴보면 핵심 키워드는 ‘한의사 역량 강화’다. 전국 900여명의 공보의들은 의료 소외 지역의 국민들에게 한의약을 접하게 하며, 긍정적인 인식을 높이게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위치다. 하지만 공보의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5년 미만의 임상경력을 가진 임상초년차로, 이제 막 졸업해 배운 것을 토대로 진료하며 학교에서 배운 것과 매일 맞이하는 진료의 현실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이 간격을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가장 필요한 것은 당장 내가 내일 맞이할 환자들의 질환에 대한 공부였다. 실제 현실에서 적용하는 것이 핵심과제였다. 하지만 교육내용 입수와 함께 전국 각지 의료 소외지역에 배치된 공보의 회원들에게 전달할 방법을 고민해야만 했다. 선택한 방법이 인터넷 강의를 통한 질환별 공부였다. 지금 공보의 세대는 인터넷 강의를 통해 수능 공부를 진행했으며, 정보 습득도 유튜브를 통해 얻을 정도로 시청각적 자료과 함께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익숙했다. 이에 플랫폼 ‘하베스트(havest.kr)’를 활용해 매달 질환별 특강을 런칭해 진행 중이다. 지난해는 초음파, 근골격계, 내과 질환 등 다양한 강의들을 매달 오픈하는 등 수강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아 앞으로도 주력 사업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Q. 한의과 공보의가 갖는 특장점은? 가장 큰 장점은 침 치료다. 침 치료를 통해 즉각적 효과와 함께 한의약 치료를 통한 만성 질환 관리도 가능하다. 또한 치료 과정에서 환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라포’를 쌓아 건강과 심리를 동시에 회복시킬 수 있다. Q. 공보의들의 주된 애로사항은? 의료 소외 지역에 배치된 공보의의 경우 생활 환경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지자체 예산 문제로 인한 낙후된 관사와 지원 부족 등으로 힘듦을 많이 호소한다. 이외에도 한의과 진료실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담당 공무원과의 관계가 원활하지 못해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었다. 이밖에도 문화생활 단절, 지역 교통문제로 인한 오프라인 세미나 불참 등 다양한 불편들을 감래하며, 공보의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Q. 정부에서 공보의 제도와 관련해 개선해줬으면 하는 사항은? 공보의 운영 지침 등에 한의과 공보의가 실제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의 배치한다’고 표기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는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한의사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이므로 하루빨리 수정돼야 한다. 이와 함께 지금 공중보건의들의 근무환경이 어려워 더 나은 진료를 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있다. 지침에 보조 인력 배치나 진료실 설치 등을 추가해 근무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국민들을 위한 더 나은 보건의료가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Q. ‘공보의의 미래에 대한 꿈’은? 코로나 이후 문명적으로 비대면에 익숙해진 시대가 왔다. 진료는 대면으로 이루어지는 게 제일 좋지만 비대면 변화의 흐름을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한의약이 그 흐름을 타고 다양한 사업들에 대해 나은 결과를 내보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바일 기기 등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의사가 상담을 진행해 방문 권고 혹은 처방 등을 내는 사업이다. 현재 공보의 수가 줄어들고 있으며, 효율적 배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비대면으로 모니터링하고 한의약 처방을 진행하는 과정이 나오면 직접 가서 케어할 수 없는 지역에 대한 보건진료에서 한의 진료가 효율적임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환자들이 직접 찾아오지 못해도, 방문진료를 하는 공보의 사업 특성상 근무지에서 환자들 상태를 확인 후 방문이 필요할 경우 직접 가서 그 지역을 확인하는 보건 사업도 상상했다. 현재 모바일 데이터를 구축하기에는 어르신들의 기기에 대한 활용도에 있어 힘들 수 있지만, 미래의 어르신들은 지금의 모바일 블루투스 기기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한의의료 헬스케어에 용이할 것이다. Q. 공보의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 공보의로서 마지막 해인 3년차를 맞이했다. 지난해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새롭게 시작한 사업들이 많으며, 이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공보의로서 할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교육과 역량 강화 사업만 하더라도 분야가 굉장히 다양하며, 협업하여 오픈할 수 있는 행사도 많다. 다양한 임상 질환에 대한 강의를 오픈하며 동시에 지난해 이뤄졌던 행사들도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임상 초년차인 공중보건의들이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 개인 역량이 강화된 상태로 공보의 이후 로컬에 나간다면, 한의계 전체가 좀 더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의계 선배분들의 도움으로 이러한 행사들을 열었듯 전한련 등과 협약을 맺어 미래의 공보의가 될 후배들도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들고 싶다. -
“한의사의 감염병 진단·신고의무 보장돼야 한다”<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코로나19가 앤데믹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한의약의 역할을 되돌아 보면서 성과 및 치료효과를 점검하는 한편 이를 통해 향후 신종 감염병 유행시 한의약이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위한 방안 등을 제시하고자 한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중국과 일본 등에서는 유행 초기부터 전통의약을 적극 활용해 국민건강을 돌봐온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한의계의 지속적인 목소리를 외면한채 한의학의 참여를 철저히 배제해 왔다. 특히 치료 이외에도 감염병 진단에 대한 진단·신고 의무가 법적으로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 코로나19의 검사마저 인정치 않아 한의계에서는 지난해 4월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코로나19정보관리시스템 사용권한승인신청거부처분 취소의 건’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감염병예방법을 보면 ‘감염병환자’의 정의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진단 등에 따라 확인된 사람(제2조)으로, 또한 한의사 등은 감염병환자 등을 진단하는 등의 경우에 의료기관장 및 관할 보건소장에게 신고할 의무(제11조)가 있다. 또한 감염병이 발생한 경우 한의사 등에게 진단이나 검안을 요구(제12조)할 수 있으며, 1·2급 감염병에 대해 신고의무를 위반하거나 거짓으로 보고한 경우 및 방해한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즉 한의사는 감염병에 대한 진단권과 신고의 의무, 신고하지 않을 경우에는 벌칙조항까지 있는 등 법적으로 한의사의 감염병 진단·신고 의무를 명확히 하고 있다. 한의사의 RAT 검사 여부, 이유없는 정부의 말 바꾸기 이에 정부에서는 검체채취 및 역학조사관 등 감염병 대응 관련 업무에 한의사가 투입돼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2020년·2021년 국정감사를 통해 답변한 바 있으며, 한의사의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대면·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수가까지 산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14일 정부는 모든 의료기관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이하 RAT)로 코로나를 확진 판정한다고 발표한 후 이틀째인 3월16일 돌연 한의과 의료기관의 코로나19 RAT 실시 여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번복하면서 한의사의 코로나19 진단을 원천봉쇄했다. 정부에서는 한의사의 RAT 시행 여부와 관련 국회 보건복지부 질의를 통해 “한의의료의 범위 안에 포섭되는 의료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디까지인지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판례는 면허를 구분한 입법목적 등 법령의 규정 및 취지, 의료행위의 학문적 원리 및 경위·목적·태양, 교육과정 등 의료인의 전문성 확보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적 통념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코로나19 검사(검체채취 및 진단) 등을 한의의료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한의계에서는 이미 RAT와 실시방법과 유사한 ‘비위관삽관술’을 지난 2000년 1월1일부터 한의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으며, 한의과 공중보건의사들이 지자체에서 코로나19 검사에 참여하는 등 현실과는 전혀 다른 비상식적인 정부의 답변에 한의계의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한의계의 목소리 철저히 외면당해 이에 대한한의사협회(회장 홍주의·이하 한의협)에서는 보건의료발전협의체를 통해 지방 소재 한의과 공중보건의사의 수도권 지역으로의 파견 요청은 물론 지속적인 한의사의 코로나19 방역체계의 참여 촉구를 위한 성명서 발표, 정부기관과의 면담을 통해 한의계의 열망을 전달했지만 아직까지도 정부에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권선우 한의협 의무이사는 “감염병예방법에 한의사의 진단권과 신고의무가 명확히 명시돼 있음에도 RAT를 통한 코로나19의 진단 및 신고시스템에 한의사의 접근을 막는 정부의 행태는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의료인의 권리와 의무를 가로막는 것”이라며 “오로지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국민건강 보호라는 의료인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방역체계에서의 한의사의 참여를 요청한 것인데, 이같은 목소리마저 일관되게 외면하고 있는 것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이사는 이어 “한의사는 RAT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은 비위관삽관술을 건강보험 급여로 진행하고 있는데, 한의사의 해부학적 지식 부족 등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면서 한의사의 RAT 시행을 막고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처럼 한의사가 RAT를 시행해야 하는 이유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철저히 한의계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양의계 눈치보기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이유가 없는 듯 하다”고 꼬집었다. 의료인의 책무 다하도록 법제도 개선 ‘시급’ 특히 권 이사는 “전문가들은 기후 등의 환경변화로 인해 인류가 처음 맞닥뜨릴 신종 감염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고, 그 발생주기 또한 점차 짧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등 인류는 신종 감염병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이번 코로나19를 거울삼아 향후 신종 감염병 유행시에는 초기부터 한의사가 적극 활용되도록 관련 법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권 이사는 “다행히도 정부에서는 향후 감염병 대응을 위해 정부 예산을 투입해 △한의약 감염병 대응 정책·제도 연구 및 전문 지식정보 체계 구축 △한의약 감염병 대응 증례기록 분석 △감염병 대응 한의약 증례기록지(CRF, Case Report Form) 개발 및 클라우드 플랫폼 구축 △한의약 감염병 대응 중장기 종합계획 수립 및 상시 신속 대응체계 구축 등의 내용을 담은 ‘한의약 감염병 대응방안 마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같은 연구결과와 함께 코로나19에 대한 한의약의 치료·예방 효과가 국제학술지 게재 등을 통해 입증되고 있는 만큼 이를 근거로 한의사의 참여를 방해하는 잘못된 법제도를 개선하는데 회무를 집중, 향후 신종 감염병 유행시에는 초기부터 한의사가 참여해 국민건강을 돌보는 의료인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18[편집자 주]본란에서는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학생회연합 소속 한의대 학생들에게 학업 및 대학 생활의 이야기를 듣는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를 게재한다. 지정연 경희대학교 본과 4학년 평소 그림 그리는 것, 보는 것을 모두 좋아해서 SNS에 올라오는 그림이나 만화를 많이 둘러보곤 했다. 그러던 중 교사, 간호사 등의 직업을 가진 작가들의 만화를 보게 됐는데, 단 4∼5컷만에 그 전에는 전혀 몰랐던 직업적 고충에 공감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그림이야말로 가장 쉬우면서도 정확한 메시지 전달 수단이라고 느꼈다. 이처럼 한의학 또한 만화로 표현하면 많은 분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의대생 김감초와 친구들’ 캐릭터를 창작했다. 한약재 ‘감초’가 모든 약재들을 조화롭게 한다는 효능이 있듯이 캐릭터 ‘김감초’ 역시 한의학 전공자와 비전공자를 모두 아우르는 콘텐츠가 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 어느덧 ‘김감초와 친구들’은 한의대생으로서 직접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소개하고 공유하며, 한의학을 잘 모르는 일반인에게는 한의학에 흥미를 느끼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고 한의학 전공자에게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역할을 5년째 이어가고 있다. 더 나아가 마음 맞는 소중한 동료들과 함께 ‘감초단’이라는 이름으로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에서는 한의원에 처음 방문한 환자들을 위한 ‘그림 한의학 가이드북’을 연재 중이며, 올해 가을에는 한의학을 주제로 한 전시회 ‘김감초와 친구들: 한의학은 처음인데요?’를 무사히 개최했다. 이번 글을 통해 ‘그림 한의학 가이드북’ 만화, ‘한의학은 처음인데요?’ 전시회 등 한의학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있어 지금까지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는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쉽고 재미있는 한의학 한의학은 사람 한 명 한 명의 건강을 위해 맞춤형 치료를 하는, 따뜻한 의학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낀 것이 필자가 한의대에 입학한 계기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내용들을 배우고 의료봉사 등의 기회를 통해 임상적인 내용까지 직접 경험하게 되자, 한의학은 필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나고 가능성이 큰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의계 내부에서 이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친구들조차 한의학의 가치를 잘 알지 못하고 오히려 오해하고 있는 부분도 많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해보니, 한의학적 언어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한 편차가 너무나 크다는 점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이상학적인 표현이라고 해서 항상 모호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만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비유적인 표현이 직관적인 이해를 가능케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의학이 사용하는 언어의 철학적 뿌리가 우리나라의 문화에 깊숙하게 자리잡은 일상용어들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한의학 용어는 일반적인 비유적 표현과는 다르게 더욱 유의해야만 그 의미가 명확히 전달될 것이다. 인문학에서의 달과 NASA에서의 달이 받아들여지는 의미와 방향이 다르듯, 일상 속에서 흔히 사용하는 화(火), 기(氣), 음양(陰陽) 등의 단어와 한의학적 표현으로써의 이들 단어는 다르기에, 한의학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전공자와 비전공자간 시각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정말 사소한 부분이라도 주석을 달아 설명하거나 쉬운 용어로 대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한의원 침구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설명할 때 ‘자침’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한의사 선생님이 침 치료를 한다’ 혹은 ‘침을 놓으신다’ 등으로 풀어서 설명했다. 또한 전시회 현장에서는 탕약 이외의 제형도 있다는 점을 알리고자 환, 산, 연조제 등을 모두 비치하고 직접 만져보거나 냄새를 맡아볼 수 있도록 했다. 한의학은 치료의학이라는 메시지 강조 한의학이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지길 바라는 것은 모든 한의학 콘텐츠의 지향점일 것이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의학의 최고 전문가인 ‘한의사’에게 한의치료를 받는 것이 환자 입장에서 한의학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전시회 1부에서는 의약품용 한약재와 식품용 한약재의 차이를 구분하는 내용을 담았고, 2부에서는 한의대생들에게 의료봉사 및 실습이 허용되는 의료법상 근거를 함께 설명했으며, 3부에서는 침, 뜸 등의 치료는 한의사에 의해서만 시행될 수 있기에 전시공간 내에서 실제 의료행위는 이뤄질 수 없음을 명시했다. 실제로 전시회 준비 중에서도 침, 뜸 등 의료기기를 전시하는데 법률상의 문제는 없는지 다각도로 검토하는 과정을 거쳤다. 만화 콘텐츠를 제작할 때에도 항상 논문 또는 교과서에서 근거를 찾고 교수님, 원장님의 자문을 거침으로써 정확하고 신뢰감 있는 내용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한의대생만이 갖고 있는 시각의 장점은? 한의대생들은 한의학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일반인(비전공자)의 눈높이에 가장 가까운 전공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 역시 예과 때는 한의학의 원리나 언어 체계에 대해 정말 많은 궁금증을 갖고 있었던 것 같은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느새 아무런 저항감 없이 익숙하게 사용하게 돼서,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타 전공 팀원과 대화하며 ‘아! 나도 처음에는 이걸 참 궁금해했었구나’하고 생각하게 된 부분들이 많았다. 그 덕분에 더욱 쉽고 친절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었다. 한의대생 시절 한의학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과 기억은 한의사가 된 이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의학 콘텐츠를 만들 때 혹은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에게 다가갈 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한의대생이 만드는 콘텐츠는 큰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어쩌면 일반인들이 가장 원하는 재질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계속해서 후배들과 협업하고 싶은 이유이며, 더 많은 한의대생이 한의학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흥미를 느끼고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또 돕고 싶은 이유다. ‘김감초와 친구들’ 외에도 한의대생 콘텐츠 창작자 및 팀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들을 포함해 현재 꿈을 키우고 있을 수많은 예비 창작자 모두에게 따뜻한 시선과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신뢰 깊어지는 콘텐츠 제작 기대 직업은 하나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의미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특히 ‘한의사’는 직업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개인의 정체성에 있어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한의학을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한 이유를 돌이켜 봤다. 내 친구들이 앞으로 한의사가 된 나를 온전히 신뢰하고 몸을 맡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의학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더욱 확장돼야 한다. 콘텐츠라는 것이 꼭 글이나 그림의 형식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봉사일 수도, 교육일 수도, 혹은 진료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최근 팀원들과의 마지막 회의를 통해 올해 진행했던 전시회 프로젝트의 운영 비용을 마련 과정에서 얻은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한의학을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만큼 한의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에 기부하게 됐다. 한의계에서 진행하는 또 다른 프로젝트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팀원들과 함께 모두 뿌듯해 했다. ‘김감초와 친구들’ 팀 대표로서 5년간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넘치는 애정을 가진 ‘능력자’ 분들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더 많은 한의학 콘텐츠가 세상에 태어나고 이를 바탕으로 교류와 순환이 지속돼 한의학 전공자와 비전공자 간의 이해와 신뢰가 더욱 풍성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487)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제4회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가 1985년 10월19일 일본 京都 국제회관 대회의장에서 15개국 900여명의 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전승과 발전’을 주제로 열린 본 학술대회에서는 일본동양의학회장 室賀昭三의 개회선언, 坂口弘 대회장의 개회사와 吳昇煥 사무총장의 인사 등으로 이어졌다. 이 학술대회에는 한국을 비롯 일본, 중국, 대만, 미국, 인도, 홍콩, 프랑스, 독일, 스위스, 브라질 등 5대주 15개국에서 200여명의 해외학자와 일본 국내에서 700여명의 일본동양의학회 회원들이 참석했다. 18일에는 2시에 특별프로그램으로 각 지역의 證의 진단법을 테마로 교육강연, 임상보고, 종합토론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종형 교수가 證의 체질론에 대해 발표했다. 대회기간 동안 이종형, 오세붕, 선우기 등은 학술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좌장으로 활약했다. 20일에는 대황과 천식을 주제로 심포지움이 진행됐다. 한국에서는 오세붕 선생이 大黃을 주제로, 강석균 선생이 소청룡탕의 기관지 천식 치료의 임상연구에 대해 발표했다. 21일에는 동통과 고혈압을 주제로 심포지움이 이어져 경희대 한의대 이경섭 교수가 고혈압증에 있어 죽상동맥경화증의 치료에 대해 발표했다. 김동필, 염동환, 송재옥 등은 포스터 발표에 참가해 관심을 끌었다. 학술대회 전체 일정이 끝난 후 차기 대회의 서울 개최가 발표됐다. 특히 각국의 전통의학 현황에 대해 일본, 한국, 중국, 홍콩, 대만, 구주, 미국의 순서로 발표가 있었다. 이 가운데 눈에 띠는 발표가 있다. 당시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이었던 宋長憲 先生의 「한국의 한의학」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이다. 이 주제발표에서 그는 한국 한의학의 역사를 소상히 소개하고 한국에서 한의학의 발전상을 정리하여 발표했다. 그는 특히 내경, 상한론, 본초경, 향약집성방, 의방유취, 동의수세보원, 침구의서, 동의보감 등의 한국에서의 의미와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과 연구활동 등에 대해 상세히 발표했다. 한편 국제동양의학회의 이사국 및 이사 명단이 제4회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 주최측에 의해 정식으로 접수됐다. 10월20일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4회 이사회 의결에 의해 이사국으로 선정된 국가는 한국, 일본, 대만, 홍콩, 미국, 프랑스, 독일, 베트남 등 8개국이다. 한편 본 학회 본부국인 한국을 비롯한 일본은 이사 3명, 대만과 미국은 2명씩 선임되고 기타 이사단은 1명씩의 이사가 선임돼 이사회 정원수는 18명으로 결정되었다. 이사 명단은 다음과 같이 결정되었다. 회장 坂口弘(일본), 부회장 송장헌(한국)·許鴻源(미국). 사무총장 배원식(한국), 이사 오승환·이종형·선우기(한국), 室賀昭三·大塚恭男·松田邦夫(일본), 林庚申·郭榮趙(대만), 張雄謀(홍콩), BW할스테드(미국), 진보시(프랑스), 헤리버트 슈미트(독일), 구엔 타이투 바오차우(베트남). 한편 귀국 후 대한한의사협회는 차기 대회인 제5차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가 1988년 한국 서울에서 개최되게 예정됨에 따라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동양의학회 본부국 임원과 한의계 중진 15인으로 집행위원회를 구성해 학술기획, 재정, 진행, 등록안내, 홍보 등의 분과위원회를 설치하여 제반 집행기구 운영에 대한 사항은 협회의 의결기구의 승인을 거쳐 출범시키기로 했다. -
“뮤지컬 ‘영웅’, 한의약과 ‘역사’라는 키워드로 일맥상통”박호영 경희궁전한의원장 [편집자 주] SBS 예능스포츠 프로그램 ‘골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의 한의사 전담 주치의를 맡았던 박호영 원장이 이번에는 영화로도 개봉돼 화제인 뮤지컬 ‘영웅’의 한약 의료지원에 나섰다. 그는 엔터테인먼트를 대상으로 한의의료 활동을 지속해 나가며 한의약 홍보에 열정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에 대한 배경과 한의 의료 지원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Q. 뮤지컬 무대에 한약 지원을 했다. 지난 2020년 모차르트 뮤지컬 10주년 기념으로 극단의 의료 지원을 하게 되며, 당시 김문정 음악감독님과 인연을 쌓았다. 당시는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인한 비대면 시대로 공연계가 힘든 시기였다. 평소 뮤지컬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한의 의료지원을 하게 됐다. 반응이 너무나 반응이 좋아 지속적인 요청이 있었다. 이번에 김문정 감독님께서 뮤지컬 ‘영웅’의 음악감독을 맡게 되시며 배우 분들과 오케스트라팀들을 돕기로 마음 먹었다. 영웅은 최근 영화화되어 뮤지컬과 동시에 개봉했으며, 우리나라의 역사를 다룬 작품이라는 점에서 한의약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꼭 연계하고 싶었다. Q. 한약 지원은 어떤 내용인가? 뮤지컬 배우는 항상 많은 관객을 향해 노래와 연기를 함께 하기 때문에 목이 상하기 쉬우며, 그날 컨디션에 따라 공연의 성공여부가 좌우된다. 배우팀에게는 기침, 기관지염, 인후통 개선과 면역에 도움되는 제제를 전달했다. 또, 오케스트라팀은 고정된 자세로 반복적인 동작을 많이 하면서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어 관절에 도움이 되는 약과 함께 한방파스 등을 전달했다. 역사를 다루는 뮤지컬이기 때문에 한의계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영웅’팀 한약 지원에 참여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Q. 현장의 반응은? 지난달 뮤지컬 영웅의 ‘시츠프로브’ 현장에서 전달식을 가졌다. 시츠프로브는 공연 직전 극단과 악단이 모여 극과 음악을 맞춰보는 현장으로, 분위기는 매우 촉박하고 엄중하며, 협찬 관계자 등 외부인은 들어갈 수 없는 자리다. 감독님의 배려로 시츠프로브에 참석해 지원 취지와 한의약에 대한 설명도 진행할 수 있었다. 약 100명의 인원들이 모였는데 안중근 역할을 맡으신 정성화·양준모·민우혁 배우님들께 대표로 한약을 전달 드리자 매우 환영해 주시며 큰 박수갈채를 주셨다. Q. 대중매체에서 한의약의 강점은? 한의약이 일차의료에서 할 수 있는 요소들은 무궁무진하다. 앞서 TV예능 프로그램인 ‘골때녀’의 팀닥터도 맡았었다. 팀닥터라고 하면 보통 양방 의사들을 떠올려 한의사는 생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기중 발이나 손목을 삐끗하거나 담이 걸리는 경우에 침, 추나 치료 등으로 증상이 완화되는 모습을 즉석에서 보여줬다. 또, 경기나 녹화 시 컨디션이 매우 안좋은 경우 한의진료를 통해 바로바로 개선할 수도 있었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앞두고 체력을 끌어올린다든지, 신체 기능을 보호한다든지 하는 기능들로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Q. 엔터테인먼트와 관련해 활동하는 이유는? 한의약이 ‘올드하다’는 이미지에 많이 덮여 있는 것 같다. 이로 인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느껴왔다. ‘올드’와 ‘클래식’은 한 끝 차이다.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들을 통해 한의약이 보여진다면 올드한 이미지 쇄신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방송 활동도 시작하며 엔터테인먼트사나 예능 방송 관계자들과 지속적인 연결을 만들어 왔다. 처음 프로그램 섭외 당시, 한의치료에 대한 역할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였으나 출연자·스탭 분들을 찾아가 문진과 함께 진료를 통한 효과를 꾸준히 보여줬다. 이로 인해 점점 한의진료에 필요성이 부각돼 어느 순간 메인의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한의진료팀이 참여하지 못하게 되는 날에는 방송팀에서 어떻게든 꼭 참여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이는 한의대생 때부터 꿈꿔왔던 목표로, 한의약을 다루는 한의사라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으며, 사람들에게 널리 직능을 알리고 싶어서였다. 우리에게 전해 내려온 한의약의 효과를 대중매체에 전파함으로써 결국 한의 진료를 찾게 될 것이다. Q. 강조하고 싶은 말은? 이번에 뮤지컬 영웅을 통해 한의약의 강점을 알릴 기회가 생겨 매우 기쁘다. 한의사의 직능 발전을 위해서는 한의약을 경험해 보지 못한 이들에게 ‘퍼포먼스’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 결국 니즈는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환자를 진료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우리의 한의약을 보여주고 훌륭한 효과를 입증시킨다면 대중들이 찾아주고, 직능을 알릴 수 있는 매개체와의 연결 또한 지속될 것이다. 앞으로도 방송 뿐만 아니라 한의약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여러 가지 활동 분야를 연구해 나갈 것이다. -
대한형상의학회에서 전하는 임상치험례 <13>유서정 은한의원장 남자 만 8세. 2020년 12월3일 재진 내원. 【形】 상중하로 긴 얼굴, 눈초리·코끝이 들림. 【色】 面黃白. 【脈】 전화 진료 【旣往歷】 2018년 2월, 2019년 1월, 2020년 3월에 성장, 식욕 부진, 콧물 등으로 補中益氣湯 春方 加녹용 각 7첩씩 복용 【症】 ① 알러지성 자반증 진단. 3주 전 축구하고 많이 뛰고논 후 자반이 다리로 올라와 피부과약 먹고 호전. 1주 전에 뛰어논 후 복통, 구토하고 자반이 올라와서 1주일 입원하고 혈액검사 등 실시하고 퇴원했는데 욕실에서 따뜻하게 하고 논 후에 다시 발생. 하체 위주기는 한데 이번에는 팔에도 올라왔다. 항생제 주사 맞고, 진통제 복용. ② 밤낮으로 땀을 많이 흘린다. ③ 비염기 약간. 【經過】 ① 2020년 12월3일. 추운 날 땀 흘리면서 하는 무리한 활동을 피하고, 비타민, 두유, 영양제, 건강기능식품 다 끊으라고 티칭. 陶氏補中益氣湯 去세신 加작약 2.8g 10첩 70cc 33팩. ② 12월11일. (전화)약 먹고 팔다리 가라앉았다가 다시 팔 쪽으로 많이 나고 다리도 조금 올라왔다. 약을 먹어도 올라오니 걱정이 된다. ③ 12월18일. (전화)전보다는 심하지 않으나 다리로 약간, 팔에도 몇 개 올라왔다. 자반이 올라왔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듯하다. 땀 많고 발이 차다. 도한이 줄었다. 상동 처방 10첩. ④ 2021년 1월4일. (전화)2주 전부터 자반이 하나도 올라오지 않는다. 발등에 멍 자국이 남아있긴 하나 새로 올라오는 것은 없다. 감기 안 걸리고, 식사 잘하고 화장실 잘 가고 잠도 잘 잔다. 상동 처방 10첩. ⑤ 1월25일. (전화)컨디션 양호하고 땀도 잘 안 흘린다. 상동 처방 10첩. ⑥ 9월28일. (전화)체중, 식욕 조절하고 싶다. 작고 마르고 안 먹던 애가 식욕이 늘어서 잘 먹으니 좋아서 단거, 기름진 거 달라는 대로 많이 먹였다. 지난 겨울에 한약 먹고는 땀을 안 흘렸는데 살이 쪄서 그런지 움직이면 땀을 흘리고 더워해서 밤에 잠들기 전까지 손 선풍기를 틀어놓고 이불 덮고 잔다. 환절기가 되니 비염. 후비루, 기침, 코 막힘 있어서 최근 이비인후과 약을 복약했다. 加味六君子湯 加마황3分 15첩. 【考察】 상기 환자는 눈초리·코끝이 위로 들린 상승하는 기세의 남아로 이전에는 성장, 식욕 증진, 비염 치료를 위해 補中益氣湯 春方에 녹용을 넣어서 복용하고 좋은 효과를 보던 환자다. 이번에는 1달 동안 세 번 재발한 알러지성 자반증을 치료하기 위해 전화 연락이 왔다. 알러지성 자반증은 약물이나 식품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생기므로 알러젠이 될 수 있는 건강보조식품의 복용을 일단 중지시켰다. 『東醫寶鑑』 血門의 內傷失血을 보면 ‘음식을 갑자기 많이 먹으면 배가 불러 오르고, 생활에 절도가 없고 힘을 너무 많이 쓰면 양락맥이 상한다’고 하였다. 또한 『東醫寶鑑』 脾臟門의 脾傷證을 보면 ‘부딪쳐 넘어지거나, 술에 취하거나 배부른 채로 성교하거나, 땀이 난 후 바람을 쏘이면 脾가 상한다’라고 되어 있다. 皮白하고 陽盛陰虛한 남아가 추운 계절에 발한이 되어 외감이 들어왔고 심하게 뛰어놀아서 내상을 겸했으며 脾統血이 안 되고 不能攝血하여 알러지성 자반증이 생긴 것으로 변증하고 도씨보중익기탕을 선방하였다. 도씨보중익기탕은 보중익기탕 중에서도 외감과 내상이 겸했을 때 쓰는 처방으로 보중익기탕과 비교했을 때 생지황·당귀·천궁 등 혈약이 들어서 혈기를 보하면서 강활·방풍으로 외감도 함께 치료하는 약이다. 땀을 밤낮으로 많이 흘린다고 하여 『醫學入門』의 가감법을 참고하여 발한하는 세신을 去하고 수렴하는 작약을 加하여 처방하였다. 알러지성 자반증의 일반적인 경과는 1∼3주 이내에 자연 호전되나, 이 환자는 1달간 3번이나 재발하면서 부위가 확장되고 있었는데 도씨보중익기탕 가감방을 복약하면서 증상이 빠르게 호전되었다. 『東醫寶鑑』 血門 血汗에 나오는 黃芪建中湯도 혈기를 보하는 측면에서 고려를 하였으나 이전에 잘 들었던 보중익기탕 계열에서 우선 선방하였다. 【參考文獻】 ①「東醫寶鑑·傷寒·外感挾內傷證·陶氏補中益氣湯」治內傷氣血, 外感風寒, 頭痛身熱, 惡寒自汗, 沈困無力. 人參, 生地黃, 黃芪, 當歸, 川芎, 柴胡, 陳皮, 羌活, 白朮, 防風各七分, 細辛, 甘草各五分. 右剉, 作一貼, 入薑三片, 棗二枚, 葱白二莖, 水煎服. 如元氣不足, 加升麻三分. 『入門』 안으로 기혈이 상하고 겉으로 풍한이 들어와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며, 오한·자한이 있고 몸이 노곤하여 무력한 것을 치료한다. 인삼·생지황·황기·당귀·천궁·시호·진피·강활·백출·방풍 각 7푼, 세신·감초 각 5푼. 이 약들을 썰어 1첩으로 하여 생강 3쪽, 대추 2개, 총백 2줄기를 넣어 물에 달여 먹는다. 원기가 부족할 때는 승마 3푼을 넣는다. 『입문』 ②「醫學入門·傷寒用藥賦·類傷寒·陶氏補中益氣湯」治勞力 內傷氣血 外感風寒 頭疼 身熱惡寒 微渴自汗 身腿酸軟無力 如元氣不足者 加升麻少許 以升之. 喘嗽 加杏仁 汗不止 去細辛加芍藥 胸中煩熱 加山梔 竹茹 乾嘔 加薑汁 炒半夏 胸中飽悶 去生地 甘草 芪朮 加枳殼 桔梗 痰盛 去防風 細辛 加瓜蔞 貝母 腹痛 去芪朮 加芍藥 乾薑 因血鬱內傷有痛處 或大便黑 去羌防 芪朮 細辛 加桃仁 紅花 甚者 加大黃 下盡 疼血自愈 愈後 去大黃調理 日久 下證具者 亦量 加酒製大黃 體厚者 大柴胡下之 -
“우리 한의사들이 정치권력을 직접 획득해야 한다”배한호 한의사 [편집자 주] AKOM TV에서는 인플루언서 한의사들을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의 유명인을 대상으로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네 번째 초대 손님으로는 ‘배한호 TV’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한방내과 전문의 배한호 한의사를 초청, 다양한 한의학 건강정보에 대해 들어봤다. Q 한의과대학에 입학한 동기는? 중학교 때 유도를 하다 우연히 인문계를 잘못 들어간 이후 수학 0점, 일본어 0점.. ‘아, 내가 진학을 정말 잘못했구나’ 싶어 고1을 방황 속에서 보냈다. 그러다 박정희 대통령과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걸 보고 남자라면 저렇게 쿠데타 한 번은 해야겠구나 싶어 육군사관학교 진학을 목표로 했다. 그럴 때쯤 헌병대 중사 수사관 출신인 아버지께서 ‘왜 사람을 상하게 하는 군인이 되려고 하냐, 너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너는 한의대를 가는게 맞을 것 같다’고 정해주셨다. 40년 전 분위기에서는 아버지가 말씀하시는데 토를 달 수 없었고 아버님이 정해주시면 그대로 따라야 했다. 입학할 당시는 의대보다 한의대가 더 높았는데, 의대 끄트머리로 약간 들어갈 수 있는 정도는 되는데 한의대는 못들어가는 성적이었고, 재수생 시절에 역전의 1등을 하게 돼 한의대에 입학하게 됐다. Q 한의대생들에게 한의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준다면? 한의사라는 직업은 돈 버는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돈을 벌려면 한의대나 의대보다는 경영학과를 가는 것이 맞을 것이다. 사람을 고치는 직업이라는 사명의식을 확실히 갖고 입학했으면 좋겠다. 이 분야에서 ‘성공’이란 돈을 버는 것도 있지만 명성과 실력을 얻는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근거중심의학(EBM)에 따라 논문 중심으로 공부를 하고 트레이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의학 전통의 캐릭터인 체질과 도제적으로 내려오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트레이닝도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측면을 놓치지 말고 잘 해야 앞으로 더 좋은 한의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Q 사상체질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다면? 사실 이 ‘체질의학’이라고 하는 것은 한의학이 결국 갈 수밖에 없는 마지막 종착지라고 생각한다. 많은 환자들이 검사상으로는 정상이지만 이곳저곳이 아프거나, 혈액검사 결과는 형제나 친척들과 비슷한데 증상과 느낌은 다르다라고 느끼는 어느 불일치 지점이 생긴다. 검사나 검진이 많아질수록 결과와 자신의 상태가 불일치하는 경우가 전문용어로는 ‘개체특이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개체특이성이 바로 한의학적 용어로 ‘체질’ 이야기다. 그래서 체질을 알아가려고 하는 노력은 전문가인 한의사 뿐만 아니라 소비자인 환자들에게도 굉장히 중요한데, 그중 사상체질이 가장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며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최근 MBTI와 같이 내가 누구고, 남이 누군지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 유행인데 사실은 사상체질이 훨씬 더 월등하고 학문적으로 뛰어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사상체질적으로 본인이 누구인지를 한의사와 끊임없이 의논해가며 찾아가고 본인의 체질에 부합하는 결론을 얻었을 때, 그에 맞는 운동과 식이를 곁들인다면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 및 치료에 충분히 도움을 받을 것이다. Q 현대 진단의료기기에 대한 견해는? 사실 양의계의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반대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독점적으로 의사들만 쓸 수 있다고 배워왔기 때문에 그 결론을 얻은 것이다. 그런데 한의대 교육과정 커리큘럼을 보면, 의대보다는 양이 적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쓸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커리큘럼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 경우도 본과 3학년 때 진단방사선과 교수님으로부터 1년 동안 방사선학을 배웠다. 또한 조직학, 해부학, 비교 해부학 등 각 과별로 현대의학의 기본적인 트레이닝을 충분히 받았고, 검사를 시행하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또한 대학병원에서 수련의, 인턴, 레지던트를 거쳐 전문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한의사들이라면 한방병원에서 4년 동안 한의사 교수님뿐만 아니라 의사 교수님으로부터도 트레이닝을 똑같이 받기 때문에, CT·MRI 및 기본적인 X-ray에 대한 판독능력을 갖고 있다. 저 역시 대학병원에 있을 때는 충분히 병행해 진단을 했었다. 예를 들어 발목 접질린 환자가 왔는데, 그냥 인대가 늘어난 것과 뼈에 금이가는 피로골절이 있는 상태에서 인대가 늘어난 것은 예후가 다르다. 그것은 X-ray 촬영을 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옆동네에 있는 정형외과를 가서 엑스레이를 한 번 더 찍으라고 말씀을 드리기도 임상의로서 민망한 부분이 있고, 또 한편으로는 환자들도 불편한 부분이 있다. 의료소비라고 하는 측면에서 불편한 부분들은 해결해야 하며, 그 해결점에서 한의사들은 한약과 침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으로 발전한 과학적 근거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트레이닝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기회가 열렸으면 좋겠다. 물론 이 기회는 우리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권력도 어느 정도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의사가 한 명이라도 국회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차이가 많이 난다. 아무리 한의계 주변에 국회의원이 있어 도움을 준다고 해도 한의사들이 직접 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그래서 우리 한의사들이 정치권력을 직접 획득해야 한다. 국회의원 중 한의사가 10명만 되면 입법을 통해 제도를 바꿀 수가 있다. 양의계의 반발이라고 하는 것도 지역에 기반을 둔 국회의원들이 어느 정도 밀고 나가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이건 현대 의학을 하는 의사들의 분야를 뺏는 게 아니고 기본적으로 의료에 불편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다. 정치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공감대를 어느 정도 형성해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Q 직장인들의 건강을 위한 꿀팁이 있다면? ‘복식호흡’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 몸에 중요한 것이 심장이 뛰는 것, 그리고 폐가 호흡을 하는 것 두 가지인데, 심장이 뛰는 것은 조절할 수 없고 호흡은 조절할 수 있다. 아기들은 배꼽 밑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원, 또는 단전이라고 불리는 혈자리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고, 명치에 있는 횡경막을 내렸다 올렸다 하며 상당히 깊은 호흡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살다보면 뇌 쪽으로 생각할 것이 많아서 점점 기운이 상기돼 호흡 자체가 굉장히 짧아진다. 그래서 호흡을 깊게 하려는 습관이 상당히 중요한데, 깊은 호흡은 ‘수련’을 통해 평상시 연습해야한다. 2시간 정도 수련을 통해 뇌파가 안정적이게 되면 모든 일에 훨씬 더 집중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효용이 나도록 몸이 바뀔 수 있다. 따라서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호흡’이라고 전하고 싶다. -
“한의학적 치료에 필라테스 운동 잘 접목시키고파”김민아 경희미려한의원장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미시즈 그린 인터내셔널 최종본선에서 탤런트상을 수상한 경희미려한의원 김민아 원장으로부터 수상 소감과 향후 계획을 들어본다. 김민아 원장의 본업은 15년차 한의사이며, 이외에도 필라테스 원장, 미시즈 모델, 여성 의료인 인플루언서 등 소위 말하는 프로 N잡러(2개 이상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Instagram @hanisa_mina Q. 미시즈 그린 인터내셔널서 탤런트상을 수상했다. 다이어트에 성공해 결혼 전보다 더 날씬해지고 나니, 172.8cm의 큰 키 덕분에 모델 같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됐다. 인스타를 통해 기혼 여성이 출전할 수 있는 미시즈 대회를 추천받았고, 개인적으로도, 또한 한의사로서도 좋은 기회라 생각해 출전을 결심했다. 아쉽게도 진선미에 들지는 못했지만 탤런트상을 수상했고, 결과에 상관없이 도전하는 모습을 좋게 봐준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받았다. 특히 저와 같은 싱글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이 대회를 통해 ‘미시즈 모델’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게 되어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고, ‘미인대회 출신 한의사’라는 수식어도 갖게 돼 여성 리더로써 좋은 이미지를 갖추게 됐다. Q. 다이어트에 성공했는데, 최근 근황은? ‘21년 남편과 사별한 후에 운동과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오랜 간병으로 몸과 마음이 상하기도 했고, 또 한의원에 소홀해서인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비만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홍보 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6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한약과 식단, 다양한 운동을 통해 16kg를 감량했고, 현재 13∼15%대의 체지방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 과정을 SNS에 공유했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판단이었다. SNS에 올리기 위해 준비한 다이어트 식단과 운동은 다이어트 환자 티칭용으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고, 촬영한 바디프로필 또한 의료법 걱정없이 비포&애프터 홍보사진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환자 라포 형성에도 많은 도움이 됐는데, 직접 다이어트를 해봤기에 환자와 공감대 형성을 하기 쉬웠고, 성공적으로 감량하고 유지하고 있는 저를 롤모델로 삼아 환자들도 더욱 의욕적으로 다이어트에 임했다. 결과적으로 최근 안 좋은 경기에도 한의원 비만 매출 하락세는 벗어났고, 소문을 듣고 초진, 재초진 환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Q. 필라테스 강사로도 활동 중인데. 필라테스도 경영적인 이유로 시작했다. 추나요법 급여화가 한의계에 호재였지만, 여한의사들에게는 예외였다. 전화로 추나가 가능한지 확인하고, 안한다고 하면 아예 오지 않는 환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물론 추나를 잘하는 여한의사들도 있겠지만, 저를 비롯한 많은 여한의사들은 시작할 엄두조차 내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통증 시장을 놓치지 않을까 고민하던 중 추나는 소아청소년 대상으로 한정하고 부족한 면은 필라테스로 보완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한의학적 치료와 필라테스 운동을 병행한다면 효과면에서 시너지가 날 것이라 생각했고, 한의원 매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시작하게 됐다. Q. 필라테스의 매력 포인트는? 우선 대중적이며 인지도가 높고 이미지도 좋아, 특히 한의원 잠재고객인 여성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그리고 필라테스의 태생이 재활 목적이다보니 환자들이 하기에 안전하고, 환자에 맞게 세심하게 난이도 조절도 가능하다. 강사자격증을 취득하기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Q. 진료와 필라테스 강의를 병행하는 하루 일과는?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방향으로 저와 한의원이 성장할 것이라 믿고, 알뜰하게 시간을 쪼개서 쓰고 있다. 주로 10시에 취침하고 4시경 기상해 새벽시간에 운동이나 필라테스 연습, 이론 공부, 대회 준비 등을 했다. 또 진료도 주 4일만 하고 있다. 처음에는 간병과 육아 때문에 진료일을 줄였는데 지금도 늘리지 않고 저와 한의원의 발전을 위한 시간으로 삼고 있다.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지금은 ‘투자’라고 생각하고 허투루 시간을 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Q. 향후 계획 및 목표가 있다면? 먼저 한의사로서는 필라테스를 한의학에 잘 접목시켜 치료와 수익면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새로 얻게 된 두 가지 직업을 잘 안착시키는 것이다. 40대에 필라테스 운동강사가 된 것이니 더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모델로서도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오디션을 통해 다양한 무대에 서며 경험과 스펙을 쌓아갈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이 과정들을 SNS에 잘 담아내어 여성 의료인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Q. 기타 하고 싶은 말은? 미시즈 대회에 나가면서 자기소개로 한 말이 있다. “진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합니다. 저는 제 안의 열정과 잠재력이라는 진주를 발견하고 보배로 만들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렇게 대회 출전 동기를 밝혔다. 한의계에도 진주와 같은 숨은 인재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잘 꿰어서 보배로 만들어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나갔으면 좋겠다. -
‘삶의 의미’를 찾게 하는 정신건강 한의학김명희 연구원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박사과정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2~3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팬데믹이 최근 인구 대국 중국에서 또 다시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코로나가 종결된다 해도 감염병이 인류에 남긴 키워드는 질병으로부터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안녕을 구축하는 견고한 해결책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정신건강 한의학은 인간개체를 ‘몸과 마음’의 일원론적으로 관찰하여 혼·신·의·백·지의 오행학리를 구조역학적으로 분석하여 이를 수천 년 동안 임상실험으로 실증해왔던 만큼 분명한 해법을 지니고 있다. 한의학리는 생명력에 대해 해부학적 기계론 체계를 취하지 않고 신체 내의 발생력·추진력·통합력·억제력·침정력인 생·장·화·수·장의 자발적 자기대사 활동을 통한 구조역학적 체계를 취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개개인이 처한 사회적 환경에서 항상성(Homeostasis)을 벗어날 때 생리현상도 이상변이를 일으키며 생기활동이 조화만 잃지 않으면 질병은 발하지 않지만 조화가 회복되지 못하면 질병은 치유되지 않는다. 즉, 생기활동이 조화(調和)로운 것은 생리적인 것이고 자기대사 활동의 부조화(不調和)는 병리적 변이라는 연구방향을 제시하여 실제 한의학임상에서 활용해 왔다. 이러한 동태적 평형의 구조역학적 정신건강학리는 뉴노멀 다음 단계에도 무너지고 있는 인류 정신건강 증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나갈 수 있다. 임상사례 50대 중반의 부인이 “불안, 현훈, 두한, 두통, 전신통, 흉통, 불면증으로 모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수 개월간 입원치료를 받고 항정신약을 계속 복용해도 오히려 우울증이 심해진다”라며 힘없는 표정으로 내원했다. 망문문절 진찰 후에 한의사: 언제부터 이런 증상이 시작됐나요? 환 자: (눈물이 맺히며) 지난 겨울에 남편이 대장암으로 투병하다 저세상으로 떠나고 난 뒤부터예요. 건강했는데. 갑자기 암진단을... 매일매일 남편이 생각나서 사별 후 6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산소에 갔어요. 한의사: 남편과 사이가 무척 좋았나 봐요. 환 자: 네. 저를 엄청 아껴줬어요. 매주 교회도 같이 가고, 집도 구석구석 꼼꼼히 고쳐놓고, 직장에서도 모범적이었고요. 애들도 다 컸으니까, 이제 둘이 재밌게 여행 다니며 여생을 보내자고 굳게 약속했는데... 너무 그립고 보고 싶어요. 한의사: 정말 가정적인 분이셨네요. 처음에 어떻게 만나셨어요? 환 자: 읍내 농협에서 근무했는데 시어머니가 먼저 저를 좋게 보시고 막내아들을 선보이셨어요. 저도 남편이 착하고 직장생활도 성실해서 맘에 들었고요. 한의사: ‘똑순이’로 불릴 정도로 직장에서 야무지게 일했을 거 같아요. 환 자: 맞아요. 어릴 때 아버지가 술, 노름으로 전 재산을 날렸는데, 제가 혼자 벌어 친정어머니께 논마지기 해드리고 혼수도 장만해서 시집왔어요. 여기저기 행상하며 고생하신 어머니 아니었으면 저희 6남매는 아마도 고아원에 보내졌을 거예요. 한의사: 환자분도 친정어머니처럼 생활력도, 의지력도 무척 강하시네요. 정말 대단하세요. 환 자: 저는 고마운 엄마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생으로 학교 다녔고, 졸업 전에 이미 농협에서 저를 ‘스카웃’ 했어요. 한의사: 직장생활하면서 싹싹하다고 윗분들에게 칭찬 많이 받으셨죠? 환 자: (살짝 웃으며) 네. ‘친절하고 일도 잘한다’고들 말씀하셨어요. ‘며느리 삼고 싶다’고 여러 곳서 맞선이 들어왔지만, 저는 그래도 남편이 좋았고요. 화목한 시집식구들도요. 한의사: 똑똑한 아가씨와 성실한 청년이 함께 사랑의 가족을 만들었네요. 환 자: 남편에게 너무나 감사해요. 제게 늘 잘해줬어요. 아이들도 잘 돼서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고요. 한의사: 남편 투병 중에 그래도 ‘이건 잘 해드렸다’고 하는 건 뭐가 있나요? 환 자: 이런저런 대화를 다정하게 실컷 나눴어요. 저는 몸이 지치고 아팠지만 지극정성으로 병간호해 드렸고, 편안히 가셨어요. 마지막에 남편이 저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아요(눈물). 한의사: (눈을 맞추며) 환자분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언제나 열심히 일하고 돌보면서 살아왔잖아요. 이제 남은 생은 자신을 위해 행복하고 의미 있게 사는 건 어떨까요? 환 자: (안정되어 차분해진 얼굴로) 네. 제가 받은 사랑과 선물은 너무너무 많아요. 아이들도 저를 얼마나 챙기는지. 이제는 맘 편히 남편을 보내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선생님과 상담하니 마음이 훨씬 편안해지네요. 필자는 ‘금슬이 매우 좋았던 남편과 사별’로 인한 애별리고(愛別離苦)의 깊은 슬픔으로 오랫동안 우울증이 나타나는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환자에게 간기울결, 사려과다, 심신허약, 불면증으로 분석진단, 이를 침구시침하고 가감향부자안신탕으로 방제했다. 복약 두 달 후 내원한 환자는 “요즘은 교회 봉사활동도 하고 바쁘게 생활하며 잠도 푹 잔다”고 미소 지었다. 혼·신·의·백·지는 전체적 관찰분석식 치료법 이처럼 한의학리의 분석과 치료방법으로 자발적 대사 활동을 강화시킨 결과 질병을 치유시킬 수 있었지만 이를 등한시한 결과는 신경을 안정시키는 약물로도 제대로 치유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 사례에서 보듯 필자는 통합·억제기능이 병리적 작용으로 부조했던 환자에게 변이를 분석하여 발생·추진하는 인생에 대한 공감과 존중의 ‘정서상승요법’과 사랑의 ‘이정변기활동요법’으로 생리 작용이 강화되도록 하였다. 이는 병리적 변이를 제대로 분석하고 증후군을 찾아내어 ‘혼백’의 생기활동을 회복시켰기에 이처럼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 실제 한의대 정신의학 진료병동에서는 정신장애군 환자들에게 ‘이정변기요법’, ‘지언고론요법’, ‘오지상승위치’, ‘경자평지요법’, ‘감정자유요법(EFT)’등 다양한 한의정신요법을 개인맞춤식으로 적용하여 자생력의 생리활동 강화로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이고 있다.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가 뉴노멀 시대에 맞춰 수천 년 축적된 학문체계를 계승하는 것은 이를 전문자산으로 활용하여 한의학리, 신의료기술, 임상표준 등 향후 ‘한의학의 세계화’ 및 ‘국제전통의학 표준화사업’에 기여하고자 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