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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와 재판 잘 받는 법-30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법무법인 한결) 의사의 환자 건강과 안전에 대한 주의의무는 진단과 수술 단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환자가 회복을 하기까지 사후적 관리와 경과 관찰이 필요하고, 만약 환자의 상태가 불량한 경우에는 타 전문의사 또는 의료기관으로 신속히 전의(轉醫) 혹은 전원(轉院) 조치할 필요가 있다. 환자의 질병이 자신의 전문 외의 영역에 해당할 때,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른 상급의료기관에서의 치료 필요성이 적극적으로 평가될 경우에 발생하는 주의의무가 있다. 우선 환자의 질환이 해당 의사의 전문 분야 외의 질환으로 자신의 임상경험 내지 의료설비에 의하여서는 환자의 질병의 진료를 감당하기에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와 함께 환자의 상태가 타 병원으로의 이송을 견딜 수 있어야 하고 이송을 통해 치료의 기회를 받는 것에 이미 뒤늦은 상태가 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지리적·환경 측면으로 환자의 병상과 관련하여 이송할 수 있는 지역 내에 적절한 설비 및 전문의를 배치한 의료기관이 있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전원을 통해 환자에게 중대한 결과 회피의 가능성이 있거나 그 질병 개선의 전망이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취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신속히 전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치 등을 취하여야 한다고 했다. 환자 또는 법정대리인에게 충분한 설명해야 이러한 경우에 의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속하게 환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부모 등 친권자)에게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 전원의 필요성, 전원을 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해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하여 다른 병원으로 옮겨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6다41327, 2013다33485판결). 환자에 대해 전원을 할 경우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나 의료법 제47조의 2상 천재지변, 감염병 의심 상황, 집단 사망사고의 발생 등 입원환자를 긴급히 전원시키지 않으면 입원환자의 생명, 건강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가 없더라도 전원이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 전원과 관련해서는 △전원시 환자의 상태를 전의나 전원하는 곳에 충분히 전달하였는지 △전원시 의료진이 동행하였는지 △전원시 산소공급 등 응급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였는지 △전원상 발생가능한 나쁜 결과를 회피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적절히 취했는지 △전원 전 단계에서 환자의 상태가 안 좋아진 상태인지 △전원 전 해당 의료기관에서 처치할 수 없는 의료행위인지 △환자의 특이한 체질적 소인이나 병력이 있었는지 등에 대한 세심한 점검과 확인을 할 필요가 있다. 제도적으로 전원 관련 지역 내 전문병원과의 협진, 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의 응급실과 응급전문위 등 신속한 호송 체계 확립, 소방 등 응급기관과의 신속한 연계시스템 유지가 확보돼야 한다. 더불어 전원 관련 의료과실 등의 분쟁 방지를 위해 위와 같은 세심한 사전 점검과 확인을 위한 진료 기록지의 기재와 함께 필요시 휴대폰 등을 활용한 녹음, 녹화도 필요하다. -
아이들의 기능성 소화불량, 신곡소식 구복액의 효과는?[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의 ‘근거중심한의약 데이터베이스’ 논문 중 주목할 만한 임상논문을 소개한다. 이지홍 대구한의대학교 한의과대학 한방소아과 KMCRIC 제목 기능성 소화불량(Functional dyspepsia·FD)이 있는 아이들에게 신곡소식 구복액은 돔페리돈 시럽에 비하여 효과적이고 안전한가? 서지사항 Yu Y, Xie XL, Wu J, Li ZY, He ZG, Liang CJ, Jin ZQ, Wang AZ, Gu J, Huang Y, Mei H, Shi W, Hu SY, Jiang X, Du J, Hu CJ, Gu L, Jiang ML, Mao ZQ, Xu CD. Efficacy and Safety of Shenqu Xiaoshi Oral Liquid Compared With Domperidone Syrup in Children With Functional Dyspepsia. Front Pharmacol. 2022 Feb 4;13:831912. doi: 10.3389/fphar.2022.831912. 연구 설계 다기관, 무작위배정, 이중 맹검(참가자·부모·연구자·통계학자), 더블 더미(double dummy), 양성 대조군 연구. 연구 목적 기능성 소화불량 소아에게 가능한 전통적 치료방법의 하나로 신곡소식 구복액(Shenqu Xiaoshi Oral Liquid·SXOL)의 사용을 지지하기 위해 양성 대조 시험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함. 다기관 무작위배정 비교임상연구로 2주간의 SXOL 요법이 돔페리돈 시럽보다 열등하지 않은지 여부를 평가함. 질환 및 연구 대상 · 중국 전역의 17개 3차 의료센터의 외래에서 소아 위장관 전문의에 의해 모집된 참가자. · Rome IV 기준에 따라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진단됐으며 사전동의를 얻은 3∼14세 외래환자. · 배제 기준은 1)급성 및 만성 위장염, 소화성 궤양, 위장 수술 이력, 급성 및 만성 간염, 신경성 식욕부진, 특정 약물에 의한 거식증과 같은 기질적 질병으로 인한 소화불량 2)변비나 위장관 운동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동시 치료 3)중등도 또는 중증의 영양실조 4)심혈관, 신경계, 호흡기, 간담도 및 비뇨기계의 심각한 원발성 질환 5)정신 장애, 지적 장애 또는 의사소통 장애 6)신곡소식 구복액이나 돔페리돈 시럽 성분에 대한 알레르기 7)최근 12주 내 임상연구 참여 8)본 임상시험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자. 시험군 중재 SXOL과 위약 1. 대조군 중재 돔페리돈 시럽과 위약 2. 평가지표 · 일차 평가변수: 무작위배정 2주 후의 반응률(복합 FD 점수가 기준선과 비교하여 30%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 · 이차 평가변수: 무작위배정 2주 후 임상 증상 소실 및 유의한 반응률; 무작위배정 1주, 4주에 임상 증상 소실, 유의미한 반응과 반응률; 기준선 대비 총 증상 점수 감소, 기준선 기준 각 단일 증상 점수 감소, 각 추적 시점에서의 체중 및 식이 시간 개선. · 안전성 평가변수에는 치료로 인한 유해 사례(treatment emergent adverse events·TEAEs), 치료 관련 유해 사례(Treatment related adverse events·TRAEs) 및 심각한 유해 사례의 발생률, 유해 사례를 경험한 피험자의 비율. 주요 결과 · 일차 평가변수: 2주 차 임상적 반응률은 SXOL[118 (83.10%) of 142] vs 돔페리돈[128 (81.01%) of 158](difference 2.09; 95% CI -6.74 to 10.71)으로 유사했다. · 이차 평가변수: 총 FD 증상 점수는 두 군에서 1, 2, 4주 추적 기간에서 의미 있게 호전됐다(p<0.005). 기준선에 비한 이 증상 점수의 감소는 두 군간 유사했다. · 유해 사례: 전체 연구 기간 동안 10명의 환자가 적어도 1건 이상의 TRAE를 경험했고 SXOL군에서 6명(3.37%), 돔페리돈군에서 4명(2.25%)이었으며, 심각한 유해 사례는 없었다. 저자 결론 SXOL를 사용한 치료는 소화불량 증상을 효과적으로 개선하고 내약성이 우수하다. 돔페리돈 시럽에 비해 열등하지 않으며, FD가 있는 소아들에게 지속적인 개선의 효과를 보인다. KMCRIC 비평 기능성 소화불량은 식후 충만감, 조기 포만감, 또는 상복부 통증·불편감의 만성 증상을 나타내며, 전신적, 기질적 또는 대사 질환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을 때를 말한다. 로마 IV 기준에 따르면 소아기 FD는 식후 불편 증후군(postprandial distress syndrome·PDS)과 상복부 통증 증후군(epigastric pain syndrome·EPS)으로 나뉜다[1]. FD는 가장 흔한 기능성 위장 장애 중 하나이며 세계적으로 소아에게 대략 4.5∼7.6%의 유병률을 보인다[2]. FD 소아들은 학교 결석, 건강 관리에 대해 재정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있고 신체적, 사회심리적 고통의 위험이 있다[3]. 이 무작위배정 비교임상연구에서는 2주간의 SXOL 치료가 돔페리돈 시럽보다 열등하지 않은 합리적인 내약성으로 FD 증상을 효과적으로 완화시켰고 중단 후에도 지속적인 개선 효과를 보였다. SXOL은 신곡, 산사, 맥아, 백작약, 당삼, 복령, 백출, 목향, 사인, 현호색, 감초로 구성된 중성약으로 消食健胃, 健脾理氣의 효능이 있어 비위허약한 사람의 기능성 소화불량에 효과적이다[4]. 단일 증상으로 SXOL은 상복부 통증, 오심, 구토, 트림을 완화시키는 데 이점이 있었고, 돔페리돈 시럽은 조기 포만감과 식욕부진에 더 나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단일 증상에서 두 군간의 통계적인 차이가 없었지만 표본 수를 증가시키거나 치료 기간을 연장한다면 FD에 대한 두 약물의 효능 목표를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의 한계점으로 반응률에 대한 두 군간의 비열등성과 PDS 혹은 EPS에 대한 두 군간의 유의미한 이점이 통계적으로 뒷받침하지 않았다는 점이 있는데, 불충분한 표본 크기 때문일 수 있다. 또한 치료 기간과 중단 후 추적 관찰이 효과 및 안전성 관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 적합한 모집단을 찾는 데 변증을 활용하지 않고 선별 및 분석했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치료 과정 중 돔페리돈은 FD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었지만 돔페리돈과 관련된 부작용(산통, 고프로락틴 혈증, 설사, 두통)을 고려할 때 단기간 사용만이 권고될 수 있다[5]. 이와 같은 상황에서 SXOL 치료는 안전한 치료 옵션으로 활용될 수 있다. 소아 FD 환자에게 한약 치료가 다빈도로 활용되고 있지만, 잘 설계된 다기관 이중 맹검 무작위배정 비교임상연구를 통한 근거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 연구는 다기관으로 참가자, 부모, 연구자, 통계학자의 맹검을 통해 진행된 연구이며, 치료 중단 후 추적 관찰을 통해 FD 증상의 개선 효과의 지속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참고문헌 [1] Hyams JS, Di Lorenzo C, Saps M, Shulman RJ, Staiano A, van Tilburg M. Functional Disorders: Children and Adolescents. Gastroenterology. 2016 Feb 15:S0016-5085(16)00181-5. doi: 10.1053/j.gastro.2016.02.015. [2] Korterink JJ, Diederen K, Benninga MA, Tabbers MM. Epidemiology of pediatric functional abdominal pain disorders: a meta-analysis. PLoS One. 2015 May 20;10(5):e0126982. doi: 10.1371/journal.pone.0126982. [3] Brook RA, Kleinman NL, Choung RS, Melkonian AK, Smeeding JE, Talley NJ. Functional dyspepsia impacts absenteeism and direct and indirect costs. Clin Gastroenterol Hepatol. 2010 Jun;8(6):498-503. doi: 10.1016/j.cgh.2010.03.003. [4] Lee J, Lee SH, Chang GT. Trends in Clinical Research of Herbal Medicine Treatment for Functional Gastrointestinal Disorders in Children. J Pediatr Korean Med. 2021 May;35(3):67-88. [5] Yang YJ, Bang CS, Baik GH, Park TY, Shin SP, Suk KT, Kim DJ. Prokinetics for the treatment of functional dyspepsia: Bayesian network meta-analysis. BMC Gastroenterol. 2017 Jun 26;17(1):83. doi: 10.1186/s12876-017-0639-0. KMCRIC 링크 https://www.kmcric.com/database/ebm_result_detail?cat=RCT&access=R202202053 -
“해외의료봉사, 한의학 세계화를 위한 첫 걸음”유미선 원장(무양한의원) 추석 연휴 동안 우즈베키스탄으로 봉사를 간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서둘러 신청했다. 코로나 시기에 한의대를 졸업했고, 이후 빠른 개원을 선택한 나에게 외국에서의 진료는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였기 때문이었다. 파견되는 시간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한의학이 알려지지 않은 낯선 나라에서 어떤 환자들을 만나고 또 어떤 배움을 경험할지에 대한 설렘이 커져만 갔다. 그래서 반드시 챙겨가야 할 공동 진료물품 때문에 작은 가방 하나로 단출하게 꾸려야 하는 상황도, 우즈베키스탄 부하라까지 가는 긴 여정도 모두 즐겁게만 느껴졌다. 버킷리스트였던 해외진료, 설렘 가득해 진료실이 준비되고, 진료가 시작되면서 기대는 긴장감으로 바뀌었고 나는 평상시의 진지함을 되찾고 진료에 매진했다. 서로를 도와가면서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4일간 4명의 한의사와 7명의 일반 단원들이 1139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한의학이라는 생소한 치료법에 대해 거부감 없이 다가오는 환자들과 한국 전통의학을 적극적으로 경험해 보고자 노력하는 부하라 의과대학교 양방의사들 모두 인상 깊었다. 우즈베키스탄에도 전통의학을 가르치는 곳이 10여 곳 정도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그 학교들과 우리나라 한의대와의 교류도 진행하고 있고, 콤스타에서 그들을 위한 교육 봉사도 이뤄지고 있었다. 또한 그 연장선에서 이번 진료기간 동안 부하라 의과대학에서 전통의학을 배우는 학생들이 견습을 왔는데, 그들과의 질의응답조차 나에게 매우 좋은 자극이었다. 이번 진료기간 동안 치료했던 다양한 환자들 중 유독 인상 깊었던 한 환자의 사례를 이야기 해볼까 한다. 40대 여성으로 백선 환자였다. 발제를 따라서 머리 전체에 하얗게 띠를 이루고 있었고, 긁어도 떨어지지 않는 아주 견고한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간지럽다고 하여 이 나라에도 민간요법 같은 것이 있어서 머리에 하얀 가루를 뿌린 줄 알았다. 그 정도로 나에게는 매우 생경한 질병이었다. 가렵고 피부가 건조하며, 약간 붉은 증상과, 맥삭유력(數有力)을 근거로 하여 실열증(實熱證)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으로 산자(散刺) 하고, 백회·곡지·대추에 자침(刺針)하여 10분 정도 유침을 했고, 이후 대추에 자락(刺絡)을 했으며, 열다한소탕을 처방했다. 그 현장 상황에서 할 수 있었던 전부를 한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2일 차, 3일 차로 가면서 점점 호전되는 모습이 눈으로 보였으며 환자 스스로도 가려움이 호전됐다고 했다. 지역과 인종 뛰어넘는 한의치료 효과 ‘확인’ 나는 이 사례를 통해 질병을 변증(辨證)해 치료하는 한의학적인 방식이 얼마나 유용한 것인지 다시금 느끼게 됐다. 분명 환자 본인도 여러 차례 치료를 위한 노력을 했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치료법들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러나 변화하는 증상에 초점을 맞춘 치료법들에서 찾지 못한 해결책을 한의학에서 찾게 된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이는 지역과 인종을 뛰어넘어 같은 ‘사람’이라면 통용될 수 있는 치료하는 한의학의 우수성을 다시 확인하는 경험이 됐다. 위 환자를 비롯한 진료실에 내원했던 많은 환자를 통해 동일한 체험을 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다양한 나라의 많은 이들이 한의학의 우수성을 공유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 의료봉사란 그저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깊게 생각해 보았으며, 이를 통해 나의 편협했던 부분을 깨닫게 됐다. 한의학 세계화의 새로운 방향성 확인한 소중한 경험 한의약 치료법의 경험을 통해 현지 사람들이 좀 더 한의학에 관심을 갖게 해, 그들의 새로운 세대에도 한국의 전통의학을 많은 사람이 경험하게 하는 것 또한 이번 의료봉사의 목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경험의 축적들이 더 나아가서는 한의학의 세계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지게 됐다. 이번 콤스타 우즈베키스탄 의료봉사는 한의사-한의대생-일반인이 하나가 돼 한의학의 우수성을 보여준 기회였다. 또한 진료에 바빠 깊은 공부를 한동안 게을리했다는 것에 대한 반성과 한의학의 새로운 세계화의 방향성에 대한 희망을 보게 된 매우 값진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의학도에서 의료인으로 성장하는 동안 조금은 희미해졌을지 모르는 처음의 마음가짐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내가 하고 있는 한의학을 좀 더 사랑하게 됐고, 한 명의 의료인으로서의 반성과 포부를 다시 한 아름 담아왔다. 다시 일상이 시작됐고, 내가 만났던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며 좀 더 멋진 의료인이 되기 위해 하루하루를 더 열심히 살아보고자 한다. 나를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준 KOMSTA 의료봉사 활동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
‘의학적 침술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논한 뜻깊은 자리이승민 대한한의학회 국제교류이사 올해 추석은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후 처음으로 맞는 추석이자 6일간 이어지는 관계로 황금연휴라고도 불리는 기간이었다. 이 황금연휴에 약 30명이 넘는 한국대표단이 가족과의 시간을 반납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네덜란드로 출국했다. 바로 제36회 ICMART(International Council of Medical Acupuncture and Related Techniques, 국제 침술 협의회) 총회가 열리는 암스테르담에 가서 의학적 침술 분야의 최신 지견을 공유하고, 2024년 제주도에 열릴 차기 ICMART 총회를 홍보하기 위한 출장이었다. ICMART는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첫 학회를 열었고, 현재는 전 세계 약 80개의 의료침술협회 및 대학과 3만5000명의 의사 회원이 가입돼 있는 기관이다. 현대의학적 침술의 활용과 연구를 통한 근거 구축을 장려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침을 사용하는 수많은 의사들이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침구 치료를 행하는 의사가 한의사인 우리나라에서는 대한한의학회가 2019년에 정식 회원학회로 가입했고, 2024년에는 동아시아에서는 최초로 한국에서 제37회 ICMART 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내년 제주도에서 열릴 37회 ICMART 총회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번 네덜란드에서 열린 36회 ICMART 총회 또한 중요한 자리였다. 올해는 ICMART 창립 40주년이자 네덜란드 의사침술협회도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였기 때문에, 개막식에서는 화려한 축하 행사가 열렸고, ICMART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영상도 방영됐다. ICMART Board Member 15명 중에 ICMART 회장인 Patrick Sautreuil, 사무총장인 Konstantina Theodoratou를 포함해 거의 15명 전체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고, ‘침의 과학적 접근과 임상활용’의 저자이자 Acupuncture in Medicine 학회지의 associate editor인 Mike Cummings도 참석했다. 그리고 3일간, Novotel 호텔 컨벤션센터 내에 마련된 5개의 강의장에서는 90명 넘는 연자가 140개 이상의 세션을 준비했고, 14개의 워크샵 외에도 22개의 포스터 발표, 그리고 6명의 수의사가 침구치료 관련 발표를 진행했다. 침구치료에 치우쳐 있던 예전 총회와는 달리 이번 학회에서는 기공, 한약, 추나 등에 대한 세션도 열린 것이 흥미로웠다. 한국 연자 중에서도 사암침법학회 이정환 회장님, 상지대학교 유준상 교수님께서 사암침 관련 워크샵을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고, 대한통증진단학회 조성형 회장님, 경희대학교 남동우 교수님, 우석대학교 김경한 교수님, 주찬우 공군 의무사령부 한의진료과장은 한국에서 진행된 연구들을 소개하며 한국 한의학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전세계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침 치료라는 공통적인 관심사를 주제로 연구, 임상, 치료 등을 논한지는 오래됐다. 하지만 의사들이 주로 참여하는 국제학술대회에서 한국 전통침인 사암침이 논의되고, Oriental Medicine 혹은 Chinese Medicine이 아닌 Korean Medicine이라는 이름으로 침과 관련된 지식이 공유되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필자는 침구의학과 수련의 시절이었던 2014년부터 SAR(Society of Acupuncture Research), ISCMR(International Society of Complementary Research), BAcC(British Acupuncture Council) 등 한의계 국제학술대회부터 2017년도 제주도에서 열렸던 IEEE Engineering in Medicine and Biology Society 의용생체공학 학회까지 약 10여개의 다양한 학회에 참석했다. 한의계 분야의 석학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고, 궁금한 것을 직접 물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젊은 연구원이자 대학원생이었던 필자에게 학회에 참석하는 것은 매우 설레는 일이었다. 하지만 제36회 ICMART 총회에서는 전반적으로 참가자 연령층이 매우 높다는 것이 느껴졌다. 젊은 연구자가 설레는 마음으로 와서 세계 무대에 자신의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세계적인 학자가 되기 위해 배워야 하는 다양한 경험 및 네트워크를 얻는 자리는 많지 않았고, 오히려 임상 경력이 많은 임상의들이 와서 최신 기술과 경험을 논하는 자리였다. 어느 학문이든 젊은 사람이 몰리는 곳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사람이 몰리기 위해서는 10년 후, 20년 후에도 활용 가치가 있고, 뚜렷한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의 의견을 듣고 공감하며 같이 미래를 그려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37회 ICMART 총회를 준비하는 대한한의학회에서는 전국 12개 한의과대학, 대학원 연구원을 대상으로 37회 ICMART 총회 주제를 공모했고, 젋은 세대의 의견을 반영해 ‘Future of Integrative Healthcare: Convergence of Acupuncture, Medical Science, and Technology(통합의료의 미래: 침, 의과학, 기술의 융합)’이라는 주제를 선정했다. 그리고 총회 마지막 날인 10월1일, 차기 총회를 홍보하는 폐막식 자리에서 내년에는 침술의 미래에 더욱 초점을 맞춰서 의과학뿐만 아니라 테크놀로지까지 적극적으로 융합한 침구 치료에 대해 논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발표됐고, 관중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황금 연휴를 반납해서가 아니라, 내년 학회 준비에 대한 설렘과 부담으로 이번 출장은 30여명의 대표단에게는 마냥 즐겁고 가벼운 여행은 아니었다. 출발하기 몇 개월 전부터 차기 국제학술대회 홍보를 위한 로고 및 홍보 동영상 제작, 브로셔 및 기념품 준비, 다양한 이벤트 구상, 메인 홈페이지 구축 등을 준비해야 했고, 내년 학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타학회 임원진과 교류 협력하기 위한 사전 미팅도 준비해야 했다. 무거운 마음과 무거운 ‘짐’을 끌고 출발한 대표단이었지만, 돌아올 때는 내년에 한국에서 열릴 학회에 대한 기대를 안고 조금 더 가볍게 돌아온 것 같다. 제36회 ICMART를 빛내준 대표단들에게 감사드리며, 내년 37회 제주도에서 많은 분들을 뵐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생활습관병 치료 전략1제강우 원장 경북 구미시 구미수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경북 구미시 구미수한의원 제강우 원장으로부터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발생되는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각종 질환의 치료 전략을 실제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척추신경추나의학회 중앙교육위원인 제강우 원장은 <모르면 나만 고생하는 교통사고 후유증>의 저자이자, 유튜브 채널 <한의사의 속마음>을 운영하며 올바른 한의약 정보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출판계에서는 ‘챗GPT’라는 말만 붙으면 책이 팔린다죠. 데이터, 인공지능. 이런 말만 붙으면 프리미엄이 붙는 시대에 우리 한의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우리도 데이터 기반으로 할 수 있는 최신, 첨단 의학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요? 이 시대 한의학의 역할이 무엇일까요? 학창 시절에 진정한 의사는 치미병(治未病)한다라고 들었지요. 한의학은 예방의학에 강점을 가진다고 숱하게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나요? 저는 감히 우리 한의학의 역할을 다시 찾는 진료를 하려고 합니다. 한의사가 더 잘 치료할 수 있는 또 다른 영역 수년간 한의학이 월등히 점유율을 끌어올린 영역이 있었습니다. 자동차보험 시장이었지요. 교통사고 후유증 치료에서 한의학이 할 역할이 많습니다. 골절이 아닌 염좌 사고, 그리고 후유증 관리, 재활의학에서 연부조직 치료의 전문가는 분명 한의사입니다. 저는 2020년 한의사가 이 부분의 전문가임을 알리고 더 많은 분들에게 교통사고 후유증 치료에 대한 바른 정보를 드리기 위해 국내 건강 서적 최초로 <모르면 나만 고생하는 교통사고 후유증>이라는 졸저를 미력하게나마 발간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분명 교통사고 후유증에서 많은 한의사 선생님들이 치료를 잘하고 있고 국민 만족도가 높아도 외부적인 압력이 들어오고 있죠? 실제 외제차 등의 고가 차량에 대한 손해율 상승분이 한의학 점유율 상승으로 인한 손해율 상승보다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더라도 여러 잘못된 논리를 통해 한의학 치료 시장을 제한하고 있지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는 다음을 준비했습니다. 교통사고 후유증도 분명 한의사가 더 잘 치료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또 다른 영역이 없을까? 더 많은 대중들이 고생하는, 그리고 풀어야 하는 더 큰 문제는 없을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는 바로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같은 생활습관병 치료입니다. 이하는 우리 구미수한의원 홈페이지에 있는 철학입니다. “‘일의 철학’을 마음에 간직하고 살아갑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에 일을 하고 살아갑니다. 많은 분들이 행복에 대해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행복은 ‘의미가 충만한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구미수한의원의 존재 의미는 우리가 더 잘 치료할 수 있는 병, 우리만이 치료할 수 있는 병을 효율적으로 잘 치료하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우리와 인연을 맺은 분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기능의학이란 게 있습니다. 기존 의학에서 조직학, 해부학적 관점 위주로 인체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벗어나 신체의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하도록 돕는 의학입니다. 현대 의학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어 기능의학으로 잘 치료할 수 있는, 기능의학으로만 치료할 수 있는 병을 구미수한의원이 치료하고자 합니다. 이런 ‘일의 철학’을 가지고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연구, 개발하고 있습니다.”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생활습관병 주목 어떤가요? ‘우리가 더 잘 치료할 수 있는 병, 우리만이 치료할 수 있는 병’을 치료하는 하루를 살아간다면 가슴 뛰지 않으신가요? 이런 병을 찾았습니다.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같은 생활습관병입니다. 조기검진의 시대입니다. 직장 조기검진을 하고 와서는 “원장님, 저 당뇨병 전 단계라는데요. 당뇨병 조심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구체적으로 조심하지요?” “원장님, 저 당뇨병이라고 당뇨약 먹으라는데요. 당뇨약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요?”라고 말합니다. 과거 당뇨병의 진단 기준은 공복 혈당 140mg/dl이었다가 1996년에는 126mg/dl로 변경되더니 2002년에는 ‘당뇨병 전 단계’라는 것이 도입돼 더 많은 당뇨병 환자가 생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30년이 되면 당뇨병 환자가 1,000만 명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당뇨 환자를 만들어 놓고 2형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환자 중 25%가 5년 이내에, 60%가 10년 이내에 1형 당뇨병으로 악화된다고 대한당뇨병학회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현 의료체계 시스템 안에서, 혹은 기존 의학에서 당뇨약만 반복적으로 투여하게 하는 게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뇨병에 당장의 혈당강하제만 반복적으로 투약하는 것보다 당뇨병 자체를 치료할 수는 없을까요? 이런 비슷한 시도는 계속 있어 왔습니다. 온갖 블로그, 유튜브에서 당뇨병에 좋다는 음식, 건강보조식품이 많습니다. 일부 맞는 말도 있지만 근거가 없는 낭설도 많습니다. 여기에 우리 한의사의 역할이 있습니다. 혈액 검사를 통해 우리는 환자의 전후 변화를 체크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적 관점으로 당뇨병이 그 환자에게 왜 생겼는지 진단할 수 있습니다.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좋은 처방을 쓸 수 있고, 식이조절도 환자에게 자세히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혈액 검사 수치라는 과학이 준 데이터를 가지고 우리는 증명할 수 있습니다. 지금 치료하고 있는 환자 한 분을 예로 들어 보이겠습니다. 이 분은 내장비만이 심한 환자로 만성 소화불량을 치료하는 분이었는데요. 지금 치료하고 있던 만성 소화불량이 어느 정도 괜찮아지는 대로 당장이라도 빨리 당뇨약 용량을 줄일 수 있는 치료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의료급여 환자로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분인데도 얼마가 들더라도 치료하고 싶다면서 생활습관병 치료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가지고 있었습니다. 처음 8월 16일 공복 혈당 230mg/dl에서 최근 10월 9일은 공복 혈당 103mg/dl로 안정되고 있으며 그 기간 동안 AST가 99 IU/L, ALT 32 IU/L에서 AST 54 IU/L, ALT 40 IU/L로 안정되고 총 CHOL가 114에서 152, HDL이 32에서 50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덤으로 체중 감소도 5kg 감량 중입니다. 곧 당뇨약을 처방하는 내과에 가서 당뇨약 용량을 줄이는 것에 대해 상담을 하시라고 알려드릴 생각입니다. 이 환자는 다른 어떤 치료보다 그동안 큰 두려움을 갖고 있던 당뇨병 같은 생활습관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는 것을 그동안 치료를 하면서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 분에게 지금껏 어느 누구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 실질적으로 무엇을 평소 조심해서 먹어야 하며,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어떤 운동 설계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생활습관병 치료 예시 공유할 예정 여기, 우리 한의사들에게 기회가 있습니다. 외부적으로 수많은 이들이 고생하지만 누구 하나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생활습관병, 내부적으로 한의 진료를 하면서 보람이 있는 생활습관병 치료를 우리가 할 수 있습니다. 뒤를 이어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을 포함한 생활습관병 치료를 위해서 기본적으로 갖춰 할 혈액 검사 기기부터 기초적인 생리학을 가볍게 흝고 이후 생활습관병을 치료하기 위한 전략들을 실제 제가 치료하고 있는 환자에게 적용한 예시를 들어가며 공유할 예정입니다. -
배 타고 환자 찾아가는 한의진료…병원선 ‘충남501호’박연훈 공중보건한의사 지난 8월, 첨단 의료장비를 실은 새로운 충남병원선 ‘충남501호’가 출항을 시작했다. 충남501호는 도내 6개 시군 32개 섬을 도는 일정을 소화해내며 주민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같이 충남 내에서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도서지역을 항해하는 충남501호에서는 한의진료도 이뤄지고 있는데 박연훈 공중보건한의사가 담당하고 있다. 이에 본란에서는 박연훈 공보의에게 병원선에서의 일상은 어떤지,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충남501호를 소개한다면? 충남501호는 320t급 배로, 6개 시군 32개 섬을 매월 1회 이상 순회하고 있다. 구성으로는 한의과, 의과, 치과 진료가 있으며 그 외에 약국, 물리치료실, 방사선실, 임상병리실이 있다. 충남501호에서는 3명의 공중보건의를 포함해 총 21명의 직원이 충남 도서지역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Q. 병원선에 처음 탔을 때의 마음은? 공중보건의 근무지 추첨일까지 병원선을 타게 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병원선으로 근무지역이 결정됐을 때 두려움보다는 설레는 마음이 더 컸다. 평소에 바다를 볼 기회가 없었는데 1년 동안 바다를 보며 진료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기 때문이다. 수많은 공중보건한의사 중 소수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병원선 근무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 맡은 바 임무를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병원선에서 평소 하는 일은? 병원선 한의과 진료는 크게 육상 및 선상 진료로 나뉜다. 육상진료의 경우 보트를 타고 마을회관으로 나가 환자들을 진료한다. 주로 고령이라 보트를 타고 배로 이동하는 것이 힘드신 주민들이 많은 섬이 육상진료의 대상이다. 또한 선상 진료의 경우에는 환자들이 보트를 타고 배로 와서 진료를 보는 경우로, 환자들이 방문하면 침 치료와 한약 치료가 이뤄진다. 필요시에는 물리치료를 추가로 진행한다. Q. 병원선 진료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하루는 육상진료를 나가는 날이었는데, 폭우가 쏟아졌다. 우비를 써도 온몸이 젖을 정도로 비가 쏟아져 환자가 없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그 폭우를 뚫고 환자들이 평소와 같이 마을회관에서 기다리며 하는 말이 “한 달에 한 번 침을 맞고 확실히 좋아지는 것을 느끼니 비가 와도 오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 말이 아직도 가슴 속 깊이 남아있고, 힘들고 지칠 때마다 다시금 힘을 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 Q. 병원선 탑승을 희망하는 예비 공보의들에게 조언한다면? 병원선은 바다에서 대다수의 근무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멀미가 심한 사람들은 지내는데 다소 힘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 자연환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1년 동안 즐겁게 생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여러 사람이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으므로 외향적인 사람들이 근무하게 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Q. 앞으로의 목표나 각오는? 앞으로 더욱 더 열심히 정진하고 공부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한의사가 되겠다. 병원선에서도 남은 기간, 단순히 시간을 보낸다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사명감을 가지고 진료하겠다. 전국 각지에서 근무 중인 공중보건의 선생님들 모두가 힘내고 건강하시길 바란다. -
“의대정원 1000명 증원하고, 공공의대 신설하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26일 경실련 강당에서 ‘의사인력 수급 실태 발표 및 의대정원 확대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 의대 입학정원을 최소 1000명 이상 증원하고, 공공의대 신설을 요구했다. 최근 정부는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필수의료 전달체계를 강화하는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의대정원 확대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이를 추진하기 위한 의대정원 증원 규모와 방식은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경실련은 그동안 주장해 왔던 의대정원의 1000명 이상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에 대한 근거와 관련 의사인력의 국제 비교 및 의료이용량 변화에 따른 수급 현황을 분석하는 한편 이를 토대로 적정 의대정원 증원 규모와 방식을 제시하고 정부에 정책 추진을 촉구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1인당 의료이용량을 반영한 의사인력을 비교할 경우 한국의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수는 OECD 평균의 26.3∼28.6%에 불과하며, 면허의사수는 23.3∼25.3%로 더 낮은 상황이다. 또한 의사인력의 수급 추이를 보면 2001∼2018년간 의사인력의 공급(면허의사수)은 65.4%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의사인력의 수요(국민건강보험 총내원일수)는 94.7% 증가해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의료시장에서 의사인력에 대한 공급부족 심화는 도시근로자소득 대비 의사소득의 격차로 나타나는데, 2007년 3.5배였던 임금격차가 2018년에는 6.2배로 급증했다. 이와 함께 의사인력의 지역별 불균형 분포도 심각해, 지역간 인구 1000명당 300병상 병원 의사수는 서울이 1.59명인 반면 전남은 0.47명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나고, 생명을 지킬 수 있었지만 치료를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받지 못해 사망한 사람의 수(치료가능 사망률)는 지역간 3.6배 차이를 보여 의료불균형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밖에 의사공급량과 의료이용량 지수의 최근 3∼5년 추세를 반영해 인력을 추계하면 2018년 기준 2030년에 1만9000명, 2040년에는 3만9000명의 의사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즉 의료이용량 기준 입학정원 4000명 이하이면 중장기적으로 공급 부족 발생하고, 5000명 이상이어야 수급 부족 해소가 가능한 만큼 단계적 증원의 경우에는 사회적 갈등 지속과 환자의 희생이 예상돼 일괄증원 후 단계적 감축정책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경실련은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대입학정원을 최소 1000명 이상 증원하고, 공공의대 신설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지방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입학정원을 증원하면 지역필수공공의료 의사인력이 확충되겠지만, 지역에 남는 의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지역공공의료기관 복무를 의무화해야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의대정원 증원의 합리적 방안 마련을 위해 지방정부와 시민사회, 정책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주체가 참여하도록 논의구조를 확대해야 할 것이며, 더불어 국회는 공공의대 신설 관련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
‘통합의학의 침술’ 주제로 각국 패널들 활발히 토론유준상 교수(상지대학교 한의과대학) “TCM과 TKM의 차이점은? 사람의 체질 유형을 나누는 사상의학과 사암침법 등 효과적으로 활용, 많은 서양 의사들은 TCM 보다 한의학 이야기에 높은 관심” ‘제36회 ICMART(International Council of Medical Acupuncture and Related Techniques) 총회 및 국제학술대회’가 지난 9월 29일부터 10월1일까지 3일간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열렸다. 지난 1983년 결성된 ICMART는 올해 40년이 되는 해로, 지난 2018년 독일 뮌헨에서 iSAMS와 ICMART가 공동 주최한 행사 이후 5년 만에 ICMART 회원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필자는 사암침법학회 워크숍 발표와 함께 포럼에서 공동 좌장을 맡게 됐다. 첫날인 9월 29일에는 WHO에서 근무하는 안상영 박사를 비롯해 Patrick 대회장, Wavan ICMART 회장, Nadire Dogan, Bram Doorgeest NAAV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공(양생), 음식 알레르기 치료, 경락의 기원(발생학적 관점) 등이 발표됐다. 이어 ICMART 40년 회고 및 포럼을 통해 각국의 패널들이 ‘Acupuncture as a Part of Integrative Medicine’을 주제로 토론을 펼쳤다. “통합의학의 중심은 침술이 돼야 해”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패널들이 Acupuncture에 대해 ‘서양의사 시각에서 침을 이용하는 medical acupuncture’, ‘중국식의 TCM을 배워 사용하는 TCM acupuncture’, ‘일본 방식의 acupuncture’ 등으로 표현했으며, 특히 ‘Integrative medicine’이라는 표현들이 이어지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다. 통합의학이라고 하면 각종 보완대체요법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한 참석자는 “중심은 acupuncture가 돼야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라고 말해 깊은 인상을 주기도 했다. 이날 오후에는 총 6개(논문 포스터 전시룸 포함) 섹션별로 마련된 강의실이 운영됐다. 그 중 ‘Joint session(ICMART & WFAS)’ 강의에서는 Patrick 대회장이 연자로 나서서 ‘족소음신경의 발목부위에서 Loop(고리)’에 대한 구성을 고증했다. 이후 몇 연자들을 통해 COVID-19와 관련된 질환에 침과 부항을 추가적으로 이용하는 무작위대조군 연구 내용들이 발표됐다. 이어 진 워크숍에서는 경혈을 선택해 침, 뜸, 부항, 지압, 수기법 등을 통해 각각 神, 氣, 血, 身體에 미치는 영향이 소개됐다. 또한 세계 임상 의사들(일부 국가는 물리치료사가 침 치료)의 △터키 지진 관련 PTSD에 대한 침 치료의 효용성 △혼, 신, 의, 백, 지를 치료하기 위한 침 치료 △다발성 경화증을 가진 환자의 인지기능에 대한 침 치료의 효용성 등의 발표를 통해 다양한 질환에 침 치료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게 됐고, 이정환 사암침법학회장은 이날 ‘Treatment of Psychosomatic disorders’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각종 질환에 대한 다양한 침 치료법 소개 둘째 날 워크숍에서는 Umberto Mazzanti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갑상선유두암 환자의 장기간 한의치료(김경한 우석대 교수) △요골경상돌기염에 대해 정골요법과 침 치료의 결합치료 △일본식 PNST 치료 △유착성 관절낭염에 대한 침도요법 △네덜란드 의사의 다양한 치료법과 함께 △침(BL33, BL35)과 전침으로 치료된 과민성 방광 환자 사례 △발바닥 사마귀에 대한 성공적 침구치료 등이 발표돼 참석자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Oncology와 Neuropathy’ 세션에서는 △커커민(강황, 울금 성분)과 진세노사이드를 이용한 간암치료에 대한 시너지 효과 △암환자에 대한 침 치료 등 통합치료 프로젝트(벨기에) △항암화학치료 중 침 치료를 위한 평가와 실행프로그램(ACUCHEM) 소개 △TCM 부서의 항암에 관한 침 치료(브라질 상파울로대학) △항암치료 유발의 신경통(CIPN)에 대한 침 치료 △CIPN에 대한 무작위 가짜 침, 단일 맹검 침 치료 발표(대만) 등이 있었다. 특히 대만 연구를 보며 ‘어떻게 저런 시스템을 만들어 암환자를 대상으로 함께 연구할 수 있을까? 그것을 어떻게 우리 정부에도 요구해서 만들어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자리가 되기도 했다. 필자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팔풍, 팔사혈 전침과 우차신기환을 소개했다. 필자는 ‘Pulse Diagnosis for Saam Acupuncture Method’을 주제로 진행한 이번 워크숍을 위해 그동안 사암침 관련 도서에서부터 오행체질침(Five Element Constitutional Acupuncture), 이재원 선생 필사본 등을 살펴봤으며, 영어 발표 연습도 병행했다. 워크숍 강의 후 수강자들을 대상으로 맥진의 요령, 비교맥진을 시연했다. 이후 자원자 2명에게 맥진을 실시하고, 또 다른 자원자에게는 맥진을 진행하도록 해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를 학습케 했다. 이날 받은 주요 질문은 ‘TCM과 TKM의 차이점’이었다. 필자는 이에 대해 한의학에서는 변증논치를 비롯해 사람에 대한 체질 유형을 나누는 사상의학과 사암침법 등이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소개했다. 이에 서양 의사들은 TCM보다도 한의학적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고 집중했다. 셋째 날 워크숍에서는 미국의 한약 사용에 대한 전망이 발표됐고, 안면신경마비에 대한 다양한 치료법도 소개됐는데 장침과 강자극, 음차(tunning fork), 각종 마사지 기구 등을 사용하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코로나19로 투병한 노인들을 위한 영양요법도 발표됐다. 이날 ‘ICMART Science award 및 lecture’가 열렸다. 얼마 전 ICOM에서 만났던 대만의 Hung-Rong Yan 중국의약대학(이하 CMU) 학장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그는 대만 CMU에서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를 통해 국립 서울대병원에 한의과가 설치돼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언제 우리나라에 그런 일이 생길까?’하는 아쉬움과 부러움이 스쳐갔다. 내년 제주 ICMART 성공적 개최 기대 또 Policy 관련 포럼에서는 각국 전문가들은 의료보험제도 및 사적 보험제도의 영역에서 침구치료 등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선 남동우 대한한의학회 국제교류이사가 발표했다. 행사는 내년 ICMART 총회 및 학술대회가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열린다는 발표와 함께 막을 내렸다. 이후 이정환 사암침법학회장으로부터 사암침을 칠정으로 연결하고, 해석해 마음침 등을 개발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동안 사암침법의 총론과 진단이 부족해 뭔가로 채우고 싶었던 나는 맥진을 그 해답으로 찾았다. 하지만 이정환 회장은 10여 년간 심리에서 그 해답을 찾았던 것이다. 이번 ICMART를 통해 연구 분야의 견문을 넓힐 수 있었으며, 국내에서 만나지 못했던 반가운 분들을 만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2024년 우리나라 제주에서 열리는 ICMART 행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
점봉산 곰배령 가는 길이재수 원장 대구광역시 이재수한의원 “자생종의 20%에 해당하는 약 850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유네스코(UNESCO)가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한 천상의 화원, 점봉산 곰배령” 점봉산 곰배령 가는 길은 구불구불하고 산세가 험난하다. “얼마나 가야 도착할까?” 하는 조바심과 불안감으로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이윽고 ‘설악산 국립공원 곰배령’ 표지판이 눈앞에 들어온다. 긴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여보, 다 왔어요. 초행길이라 그런지 참으로 멀기도 멉니다.” 작은 배낭에 약간의 간식을 챙기며 등산화로 갈아 신고 출발하려는데, “오늘 예약하셨나요?”라는 공원 안내원의 말에 “예, 저희는 인터넷으로 예약을 했는데요”라고 말하면서, 산림휴양 통합플랫폼에서 보내온 알림톡 문자를 내보였다. 귀둔리 점봉산, 진동리 점봉산? 그는 “여기는 귀둔리 점봉산 입구로 길을 잘못 찾아왔고, 진동리로 가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혀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곳으로 왔다”하니 “가끔 이렇게 오는 분이 있다”고하며 “여기서 40분쯤 왔던 길로 가면 예약하신 곳인 진동리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점봉산 곰배령은 설악산 국립공원과 산림청에서 각각 관리한다”라고 우리 부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다행히 입산 금지 시간이 끝나기 전 ‘점봉산 산림생태관리센터’에 도착했다. 안내소에 이름과 신분증을 제시하고 입산 허가를 기다렸다. “오늘(27일)이 아니고 내일(28일)로 예약되어 있네요”라는 센터 관리직원의 얘기에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니 오늘로 분명히 예약했는데요. 여기 알림톡도 이렇게 보내주셨는데요”라면서 확인을 하는 데 아뿔싸! 점봉산 곰배령 산림생태탐방 이용일은 27일 아닌 28일로 적혀 있었다. 제한된 인원만이 입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입산이 되지 않는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담당자는 우리 내외를 센터 내 사무실로 안내하더니 오늘 예약인원이 다 차지 않아 다행이라면서 입산 허가를 내주었다. “감사합니다. 제 불찰로 이렇게 번거롭게 해서 미안합니다.” “매사에 그렇게 완벽하던 당신이 실수를 다 하네요”라는 아내의 걱정스러운 말에 나는 멋쩍게 웃음을 보이며 “그러게 말이에요…”, “회갑이 지나니 내가 늙기는 늙었나 봐요.” 매사에 어떤 일을 실행하기 전에 꼼꼼히 확인하는 편이지만 오늘처럼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나 스스로 말문이 막힌다. 탐방객 제한제로 사전 인터넷 예약 필수 점봉산 곰배령 산행을 계획하고 탐방객 제한제로 인해 1달 전 인터넷 예약까지 마쳤다. 비록 산행 예약 날보다 하루 일찍 오는 웃픈 해프닝이 있었지만 이날 고맙게도 곰배령 정상을 향해 내딛는 첫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곰배령이 우리 내외를 받아 준 것이다. 산책로 초입부터 계곡물 소리가 점입가경이다. 산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더욱 장엄하다. 소나기가 그친 후라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걸쳐 있고, 따뜻한 햇살을 받은 나뭇잎들은 푸른빛으로 생기가 감돈다. 산길을 오를수록 “아, 시원하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깊은 산의 정기가 나그네의 눈을 맑고 시원하게 한다. 고즈넉한 산속 자연의 소리에 듣는 귀마저 상쾌하다. ‘천상의 화원’이라는 점봉산 곰배령 정상까지는 5.1km, 해발 1,164m로 야생초 특산 희귀식물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점봉산에는 자생종의 20%에 해당하는 약 850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국제기구 유네스코(UNESCO)가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천혜의 장소다. ‘산림유전 자원 보호구역’의 점봉산에는 교목층의 신갈나무, 들메나무, 박달나무. 아교목층의 당단풍나무, 물푸레나무, 옻나무. 관목층의 조릿대, 철쭉, 꽃개회나무(희귀식물) 등의 식물이 자생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만 생육하는 고유 식물인 특산식물을 비롯해 자생지에서 개체군의 크기가 극히 작거나 감소하여 보전이 필요한 희귀식물 등으로 자생식물을 분류하여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인류의 자연유산을 품고 있는 점봉산 초본층에는 모데미풀(특산·희귀식물), 구실바위취(특산·희귀), 한계령풀(희귀), 금강초롱꽃(특산·희귀) 등이 자라고 있는 세계의 유산지다. ‘인류의 자연 유산’을 품고 있는 점봉산. 이름처럼 곰배령 정상에 오르니 사방으로 탁 뜨였고, 주위에는 맑은 기운과 푸른 산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으며, 주변에는 야생초들이 즐비하게 자라고 있다. 곰배령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먼 산을 바라보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나그네의 땀을 식힌다.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네. 천상의 화원이라 할 만하네. 우리가 언제 또 이곳에 올 수 있을까?” 곰배령의 계곡물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서 맴도는 듯하다. 높은 산 깊은 계곡 맑은 물소리 우렁차니, 산의 정기(精氣)를 알겠다. -
“지금은 좀 괜찮아지셨나요?”원유미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4학년 대학 생활 내내 해외봉사활동은 나의 로망이었다. 더군다나 평소 학생 교육 분야에 관심이 많았기에 KOMSTA 우즈베키스탄 페르가나 교육봉사활동 모집에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좋은 기회를 통해 추석 연휴에 우즈베키스탄 페르가나로 봉사활동을 다녀올 수 있었다. 페르가나는 직항 비행편이 없는 도시이기 때문에 인천에서 타슈켄트로 이동한 후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페르가나에 가게 됐다. 따라서 타슈켄트와 페르가나 두 도시에서 의료·교육봉사 활동을 했다. 전 세계에 알려지는 한의학 타슈켄트 메디컬 아카데미, 페르가나 국립의과대학, 타슈켄트 소아병원에서 의대 학생 및 교수님들을 대상으로 한국 한의학 임상교육이 진행됐다. 강의는 크게 파킨슨병, 장애아동 치료 및 관리, 척추 근골격계 질환의 도침, 진단과 치료를 함께 하는 침 치료법 등의 주제를 가지고 이론과 실습으로 이뤄졌다. 강의는 질의응답을 통해 소통하고 직접 침 치료를 시연해 효과를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돼 학생들이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나는 강의 보조를 도와드리고 사진 및 동영상을 찍는 업무를 맡았는데, 원장님께서 치료하시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덩달아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강의가 끝나고 내게 강의 관련 자료 공유를 요청하는 교수님도 계셨고, 어떻게 하면 한의학을 더 심도있게 배울 수 있는지 묻는 학생들도 있는 등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머나먼 우즈베키스탄 땅에 한의학이 알려진다는 게 뿌듯했고 한국 한의학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는 순간에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대학교 강의가 없기에 페르가나 지역 종합병원과 아리랑병원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내원한 환자의 대부분이 요추디스크로 인한 다리 저림, 경추디스크로 인한 팔 저림을 호소했고 안면마비나 무릎 통증, 사경 환자도 있었다. 아무래도 외국인이다 보니 침 치료나 사혈 부항에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달리 이미 몸에 부항 자국이 선명한 환자도 많았고 다들 침 치료에 호의적이었다. 근골격 환자는 손영훈 원장님이 도침으로 치료해 주셨는데 아무래도 일반 침보다 자극량이 많다 보니 치료 중 환자들의 신음소리와 곡소리가 많이 들렸다.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처럼 치료가 끝남과 동시에 표정이 밝아진 환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뿌듯한 감정이 들었다. 장애아동 부모들의 간절한 마음을 이해하게 되다 진료 첫날 병원 복도에서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의자에 앉아 두려운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낯선 환경에 겁이 나는지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진료를 기다리는 모습에 마음이 쓰였었다. 병원에 방문한 장애아동들의 대다수는 발달장애 아동이었는데 보호자분들은 또래 아이들보다 성장이 더딘 자녀가 언제쯤 괜찮아질지, 나아질 수는 있는지 등 궁금한 점들이 아주 많으셨다. 허영진 원장님께서는 이러한 궁금증들에 답을 해주시고, 아이를 달래가며 치료를 진행함과 동시에 보호자분들께 집에서 할 수 있는 마사지 등을 가르쳐 주셨다. 이러한 정성과 관심이 아이들에게 닿아서일까, 진료 마지막 날의 분위기는 첫날과 사뭇 달랐다. 원장님과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눈물을 펑펑 쏟고간 아이도 있었고, 본인도 의사가 되겠다는 하는 아이도 있었다. 모든 장애아동이 꾸준한 치료를 통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살고 본인들이 원하는 바를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던 값진 시간들 누군가가 나에게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물으면 한의사의 사전적 의미에서 벗어난 대답을 한 적이 없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침을 잘 놓고 약을 잘 쓰는 한의사가 되어야지’가 나의 진부한 대답이었다. 이번 우즈베키스탄 봉사활동 기간 동안 많은 어른들을 뵙고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페르가나 공항에서 타슈켄트행 비행기가 지연돼 생긴 3시간 가량의 대기시간에 원장님들께서 나누시는 한의학 관련 대화들과 내게 직접 시연해 주신 실습, 한의학 치료에 대해 강의하시는 모습들, 우즈베키스탄 현지 병원에서 침 치료를 활용하시는 현지 의사분 등 매 순간순간이 나의 시야와 생각을 확장시켜 주는 듯했다. 단순하게 ‘치료를 잘하는 한의사가 되어야지’가 아니라 앞으로 어떤 한의사가 되어야 할 지를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학생으로서 보내는 마지막 학기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어 매우 영광이었고,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우즈베키스탄에 다시 방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