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웅모 대한융합한의학회 회장
[편집자주] 대한융합한의학회가 대한한의학회 회원학회로 인준됐다. 2018년 경희한의대 융합한의과학교실 기반 연구회에서 시작된 융합한의학회는 현재 약 500여명이 넘는 정회원을 둔 규모 있는 학회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본란에서는 양웅모 회장으로부터 회원학회 인준 소감, 학회의 주요 활동 및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Q. 회원학회로 인준된 소감은?
학회의 가장 중요한 소임은 학문적 연구성과를 의학의 결실인 진료와 연계시키는 것이다. 이번 회원학회 인준을 계기로 ‘임상한의사’가 중심이 돼 타 학문과의 융합을 통한 한의학의 발전에 더욱 매진할 생각이다. 열린 마음과 긍정적인 평가로 인준해준 대한한의학회 모든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
Q. 학회 결성 계기 및 주요 활동은?
한약분쟁에서 천연물신약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주체적으로 융합을 주도하지 못하면 그 과실은 다른 이가 가져간다’는 교훈을 남겼다. 글로벌 의료시장은 과거 근거중심의학(EBM)에서 개인 건강정보(PHR)를 활용한 맞춤의학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는 우리 한의학이 오랜 기간 해왔고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다. 우리 학회는 글로벌 의료계의 변화에 발맞춰 한의계 주도로 현대과학을 비롯한 타 학문과의 융합을 통해 임상 현장에서 그 가치를 발휘하는 한의학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융합한의학회는 2018년 경희대 한의대 융합한의과학교실을 기반의 ‘융합한의학 연구회’로 시작돼 2019년 정식으로 창립했다. 지금까지 많은 학계 및 연구계의 참여로 매년 다양한 주제의 학술대회를 개최했으며, 연 2회 학회지를 발간해오고 있다. 또한 학계 연구가 학술적인 결과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임상 현장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소지방분해약침인 ‘리포사’의 연구결과를 특허 및 국제학술지(SCI)에 등재했으며, 이제는 학회 회원들이 사용하고 있다. 올해는 한의 융합 정밀 진단 플랫폼인 ‘예진’ 서비스를 학회 회원들 대상으로 3월부터 시작했으며, 조만간 협력 원외탕전실을 통해 개별 약재를 농축해 조제하는 ‘ES한약’을 학회 회원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아토피, 탈모 등 다양한 외용제와 흡입제제의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연구자 및 임상한의사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ES한약’이 생소하다.
한의학에는 약재의 효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탕전법과 제형, 포제법 등을 사용하는데, 이 중에는 ‘문화(文火)’, ‘무화(武火)’, ‘선전(先煎)’, ‘후하(後下)’, ‘별전(別煎)’, ‘포전(包煎)’ 등이 있다. 한의사의 적절한 처방과 환자의 복용 노력 외에도 약을 잘 ‘달이는 정성’도 중요하다. 예로부터 보호자는 첩지에 싸온 약을 물의 양, 불의 온도, 달이는 시간과 순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정성껏 달였다. 이는 약의 효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의학에서는 이같은 원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제형과 제법을 발전시켜왔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일률적인 탕전법에 익숙해져 약효를 생각하지 않았다. 이에 지난 10여 년간 200여 종의 약재 하나하나를 문헌과 논문을 검색하고 반복 실험을 통해 약재별 최적의 추출 조건을 연구해왔고, 약재마다 다른 용매, 시간, 온도의 조건을 최적화했다. 이렇게 추출된 약을 농축 과정을 거쳐 약의 진액(Essence)를 담은 개별 농축한약으로 조제했고, 이를 ‘ES한약’이라 명명했다.
ES한약은 약재별 특성에 따른 최적의 추출 및 농축 공정으로 한의사의 처방이 최대한 약효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효성분을 극대화 및 QC를 통한 안정적인 효과를 구현했다. 또한 농축 스틱 제형으로 제작돼 향, 맛, 복용편의성을 개선했으며, 이를 통해 기존 첩약의 문제점인 성분 및 효능의 불분명함, 보관 및 유통의 어려움, 복용의 불편함 등을 개선했다. 또한 사전 조제가 아닌 환자 맞춤형 조제를 통해 진정한 한의학의 가치를 실현했다.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은 물론이고 일반식품까지 물성에 따른 추출 공정을 최적화하고 성분분석을 통해 품질 관리를 하는 시대다. 한의약 분야에서도 최신 기술을 활용한 효율적인 추출 및 제조 방법이 중요하다. 한약재에는 약효를 높이기 위해 특정한 추출 방법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이를 효과적으로 구현하면서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의약은 1990년대 탕전기의 보급 이후 별다른 개선이 없었다. 실손보험에서의 배제, 국가 정책의 외면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약효를 정량화하고 효능 관리를 하지 않았던 점도 크다고 생각한다. 또한 거듭되는 처방전 공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우리 한의계는 이제 한약도 당당히 근거를 제시하고 약효를 보장해야 한다.
식품과 혼용되며 시장에서 쉽게 구하는 원료 한약재가 아닌 최적화된 추출·농축을 통해 약효 정량화, 효능 관리 및 투약 근거제시가 가능한 ‘전문한의약품’으로서 한약이 인정받고, 더 많은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로서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Q. 올해 중점적인 사업계획은?
최근 정회원이 500명을 넘었다. 학회에서는 이미 비만약침 ‘리포사’, 한의 융합 정밀 진단 플랫폼 ‘예진’, 개별 농축 맟춤 제형 ‘ES한약’의 연구개발 상용화에 이르렀다. 앞으로 ‘임상 한의사’가 진료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진단 치료 기술을 계속해서 연구개발해 나갈 것이며,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는 주로 연구 인력 위주였다면 앞으로는 일선 진료 현장의 한의사 회원들과 더욱 소통하고 같이 고민해 나갈 생각이다.
모든 연구개발은 한의학이 타 학문과의 융합을 통해 의료현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함이며, 진단 및 치료 분야에서 임상 한의사들과 소통하고 같이 연구하며 교육해 나갈 예정이다. 물론 이러한 연구개발의 성과를 대외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논문과 성과 발표를 위한 학술대회 등도 매우 중요한 사업계획이며, 특히 학회지의 경우 KCI 등재를 올해의 목표로 삼았다.
일차적으로 진단 및 치료 기술의 공동 사용과 교육이 될 것이고, 또한 회원들이 직접 참여하고 연구할 수 있는 ‘임상자문단’, ‘연구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과 연구지원은 올해 회원학회 인준을 계기로 곧 구체적인 방향을 잡으려고 한다.
Q. 그 외 강조하고 싶은 말은?
한의학이 대외적인 상황으로 인해 위축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한의학이 현대 과학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진화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더욱 강조하는 시점이라고 할 수도 있다. 또한 자동차보험 상황과 같은 문제는 한의사들과 학회, 단체가 함께 대처하고 대응해야만 극복할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의학이 더욱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
융합한의학회는 단순히 서양의학의 진단을 이용하고 환자에게 알려주는 양진한치의 방식이나, 서양의학을 모방하려는 모습이 아닌 진정한 한의학적 가치를 타 학문과의 융합을 통해 발전시키고자 하는 학회다. 변화와 발전을 갈망하는 한의사들의 소망을 함께 충족해나갈 수 있는 학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많은 분들의 동참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