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간협)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지난 12일 제51회 국제간호사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국제간호사의 날 결의대회'를 공동 개최하고 간호법 제정과 불법의료 척결을 촉구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는 △개회선언 △개회사(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신경림 간협 회장) △국제간호사 연대사 △문화공연 △불법의료 관련 영상 시청 △현장 발언 △선언문 낭독 △집단 퍼포먼스 △행진 등의 순으로 진행됐으며 보건의료노조 조합원과 간협 소속 전국 시도지부 회원, 간호대 학생 등 주최측 추산 5000여명이 운집했다.
이날 이들 단체들은 국회와 정부에 △보편적 건강보장을 위한 간호법 제정 △환자 안전을 위한 간호사 1인당 적정환자 수 △의대정원 확대와 업무 범위 명확화를 통한 불법진료 근절 등 3대 요구안의 실행을 촉구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간호인력 부족 문제는 수년째 계속돼 왔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호사 양성과 체계적인 배치를 위한 간호법 제정, 불법진료 근절, 업무 범위 명확화 등이 절실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간호법안이 국민생명을 위협한다는 의협의 주장에 대해 "노인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지역 간호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간 건강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간호법 등으로 간호 인력을 양성하고 적정 수로 배치하려고 하는데 정작 의협의 주장은 국민의 이익과 반대된다"고 꼬집었다.
간호법 제정이 간호사의 단독 개원을 가능하게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진정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다면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당장 중단하고, 지금 당장 부족한 의사들을 충원하기 위한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해야 한다”며 “국제간호사의 날 역사상 처음으로 간협과 보건의료노조가 손을 맞잡았다. 이 손을 놓지 않고 간호법 제정, 간호사 1인당 적정환자 수 제도화, 불법의료 근절을 반드시 이루어내자”고 강조했다.
이어 신경림 간협 회장은 "간호법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보건의료와 간호돌봄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간호법 제정을 논의하는 자리에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대부분이 심의에 불참한 것은 유감"이라며 "4차례의 법안심사를 통해 충분히 논의한 만큼 남은 심의 절차를 조속히 완료해 초고령사회의 도래와 만성질환으로의 질병 구조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신 회장은 "의사 수 부족에 따른 무면허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하고, 의료인간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하지만 필수의료와 지역간 의료 질 격차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데도 의대 정원 확대 등 의사인력 확충 정책은 양의사단체의 저항으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진료 행위를 근절하고 환자 안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의사 인력을 확충하고 의료인간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라며 "간협과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대회를 통해 더 나은 간호 서비스와 의료현장을 만들기 위해 공동의 연대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총력투쟁을 예고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에 대해 “사장과 종업원이 함께하는 파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난해 코로나19 등 의료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의사 집단의 이익을 위해 진료를 거부했던 양의사단체의 행태를 국민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양의사 단체와 간호조무사 단체는 간호법에 대한 가짜 뉴스와 허위사실 유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며 "간호법 제정이라는 구체적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간협은 보건의료노조와 함께 전국적인 의료기관 파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아이로 세계보건기구 간호정책관은 국제간호사 연대 영상을 통해 "간호법 제정을 위한 여러분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며 "앞으로 우리 간호사들은 건강 증진과 예방,세계적 감염병 등에 대비하기 위한 연구와 혁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보편적 건강보장을 위한 간호법 제정' 등 준비된 구호를 외치고, '불법의료 근절' 등의 문구를 담긴 박을 터트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후 동화면세점 앞에서 서울역 인근까지 약 3km 구간을 행진하며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5일 대한간호조무사협회 3층 대강당에서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간호법 규탄 전국 의사 대표자 궐기대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