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 관계가 원활치 못하자 이로 인한 고립 인구와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성아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고립의 사회적 비용과 사회 정책에서의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타인과의 유의미한 교류가 없고 곤란한 일이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지지체계도 없는 국내 사회적 고립 인구가 28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통계청. 2019, 2021년 장래인구추계 기준)됐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고립이란 동거하는 가족이나 업무상 접촉 이외에 가족, 친지, 타인과 유의미한 사적 교류가 없거나, 생활에서나 경제적·심리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적 지지체계가 없는 경우를 뜻한다.
이와 관련 곤란한 상황이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할 사회적 지지체계가 없는 경우는 2019년 8.9%에서 2021년에는 12.5%로 증가했다.
또한 코로나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2019년 기준 13세 이상 인구의 고립 인구는 4.7%(약 220만 명)로 추계되었으나,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된 2021년에는 그 비율이 6.0%(약 280만 명)로 증가했다.
이처럼 곤란한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지지체계가 없는 국내 고립 인구의 비율은 2019년 기준 21.7%로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연령이 높아질수록 고립된 인구의 비율도 늘어났으며, 이로 인해 중장년과 노인층의 고독사 문제도 함께 늘고 있다. 이에 더해 청년의 고립 문제도 심각한 상태로 사회적으로 고립된 청년은 타인과의 관계 형성이나 결혼 및 출산 선택에서 스스로 자신을 배제해 사실상 저출산 문제가 심화할 개연성을 높였다.
이와 관련해 합계출산율의 경우 지난 2013년에 1.187로 감소한 이후 2015년에 1.239까지 다소 개선되었으나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20년 기준 가임 여성 1인당 합계출산율은 0.840에 불과(e-나라지표 합계출산율 기준)하다.
이 같은 사회적 고립은 더 이상 개인 단위의 사적 문제라기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전반적인 사회적 활력을 저하하는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회적 고립에 따른 경제 활동 부재로 인해 한국인의 사회적 고립 경험이 유발하는 심리적 비용은 가구소득 1단위의 4.79배로, 미국, 리투아니아, 스위스 등에 이어 비교 대상 38개국 중 12번째로 크다.
38개 국가의 평균값인 3.99배에 비해서도 높은데, 노르웨이(4.92배)에 비해서는 다소 낮고 호주(4.72배)에 비해서는 다소 높은 수준인데, 가령 한 사람이 곤란한 일을 경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지지체계가 없는 상태로 고립된다면 그가 10만 원어치의 행복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4.79배, 즉 약 48만 원의 소득을 더 필요로 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고립된 은둔자들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공공부조에 의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주거급여의 지원액과 경제활동으로 인한 조세 기여분을 합산하면 사회 전체가 떠안아야 할 경제적 소요 비용도 매우 크다.
예를 들어, 만 19세에 은둔을 시작한다고 가정하면 은둔의 경제적 비용은 은둔자 1인당 약 16억 원에 이르고, 25세에 은둔을 시작할 경우는 약 15억 원, 45세에 은둔을 시작해도 약 10억 원의 사회적 은둔 비용이 소요된다.
이에 대해 김성아 연구위원은 “개인 단위의 심리적 비용과 경제적 비용을 사회 단위의 총비용으로 추산하기 위해서는 고립된 인구의 규모를 고려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사회적 고립에 대한 사회적 관심뿐 아니라 실태조사조차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또한 “「헌법」 제32조에 따라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지며 제38조에 따라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점을 고려해 고립의 경제적 비용을 추산한 바 있으나, 사회정책의 역할은 제34조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우선하여 전통적인 방식의 경제활동과 납세의 의무를 무조건 강제하기보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또 “새로운 위험에 노출되어 고립된 인구의 규모와 고립된 삶의 실태, 정책 수요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종합적인 정책 대응 전략이 없는 실정”이라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지금 새로운 사회적 위험인 사회적 고립에 주목하고 연결된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