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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7일 (일)

이제마 선생이 최린에게 준 ‘향부자팔물탕’ 처방전

이제마 선생이 최린에게 준 ‘향부자팔물탕’ 처방전

이제마 선생의 체질진단 방법과 성정, 음식의 양생법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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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교수 

(상지대학교 한의과대학 사상체질의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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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대표 33인중 한 사람이며 천도교도로 활동했던 최린(崔麟·1878~1958·사진). 그는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점한 후 친일행위를 일삼았다. 최린은 1878년 1월25일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났다. 이제마 선생과 같은 고향출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마 선생이 1837년생이니, 41세정도의 터울이 있는 셈이다. 본란에서는 최린의 자서전 기록과 그가 이제마 선생에게 받았다는 처방전의 내용을 자세히 검토해 보고자 한다. 

현재 대한한의학회지 1971년 통권 31호 4페이지에 실린 내용(주동림 선생(한의사)이 제공한 여암문집 최린선생자서전 부분에서 발췌)은 이렇다.

“1903년 계묘년 봄 26세 때 함흥군 영천면 치촌(峙村)에 사는 친구 한석교(韓錫敎) 집에 가서 동무 이제마 선생의 동의수세보원과 기타 한방의학을 연구하였다. 이는 내가 21세 때 신병으로 신음 고통하다가 동무선생의 진단과 처방으로 살아난 일이 있었는데 그 후에 나는 선생 문하에 종종 출입하면서 선생의 사랑과 지도를 받은 관계로 선생의 저작인 사상방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처방과 훈화를 즉석에서 선생이 친히 써 주셔


최린이 21세라고 하면 1898년(이제마 62세)에는 고원군수에서 물러나 함흥으로 돌아가서 한의원을 경영하다가 1900년(이제마 64세)에 별세했다. 그렇다면, 이제마 선생이 사망하기 2~3년 전에 최린을 만나서 진료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 선생이 나를 보시고 진찰하실 때 먼저 맥박(脈搏)을 보시고 다음엔 수족(手足)과 피부(皮膚)를 만져 보신 후 종이와 붓을 주시면서 월도천심처(月到天心處), 풍래수면시(風來水面時)라고 쓰라 하시기에 그대로 썼더니 다시 말씀하시기를 그 아래 구(句)를 마저 써보라고 함으로 일반청의미(一般淸意味), 료득소인지(聊得小人知)라고 계속하여 썼더니 그 글씨를 자세히 보신 후에 다시 사랑 앞뜰로 데리고 나가서 5,6간 거리에 놓여 있는 화목장작을 가지고 오라 하기에 그 말씀대로 세 번 왕래하면서 그 장작개비를 운반하였다. 그것은 아마도 나의 신체동작(身體動作)을 검찰하신 듯하다. 이상과 같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험하신 후에야 비로소 소음인(少陰人)으로 판정하시고 다음과 같이 처방과 훈화를 즉석에서 선생이 친히 쓰시어 나에게 주시었다.”

이 글을 통해서 이제마 선생이 맥을 이용해 체질을 판단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맥에 대해서는 ‘동의수세보원 사상인변증론’에서 태음인 맥은 ‘장이긴(長而緊)’하다 하였고, 소음인 맥은 ‘완이약(緩而弱)’이라 하였다. 사상초본권에서 소양인은 삭맥(數脈)이라 하였다. 

또 수족과 피부를 만져 보았다는 것을 통해서 피부 상태도 체질판정에 이용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마찬가지로 ‘사상인변증론’에 태음인은 기육이 견실(堅實), 소음인은 기육이 부연(浮軟)하다고 하였는데, 이를 통해서 직접 피부를 누르거나 집어서 들어 올려 보는 등의 피부진단을 해 보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동무 이제마 선생이 쓴 ‘향부자팔물탕’ 처방


이에 대해서 현재 사상체질 진단시 맥진기의 맥파형을 연구하기도 하고, 피부진찰기를 이용해서 연구하기도 한다. 또한 기거동작을 보기 위해서 화목장작을 세 번 왕복해서 운반하도록 하였고, 아마도 행동거지, 땀의 상태를 관찰할 수 있었으리라 추측이 된다. 

또 한 가지는 최린이 쓴 글의 필체를 보고 판단한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든다. 현재 필체로 체질을 판단하는 것은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이 되지만, 아직까지 논문형태의 연구는 없는 상황이다. 

아래에 향부자팔물탕 처방과 훈화(訓話)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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香附子八物湯: 香附子/白何首烏(或以人蔘代之)/白朮/白芍藥/當歸/川芎/陳皮/灸甘草 各一錢/或 官桂 一錢 加入/入薑三棗二(生薑三片 大棗二枚)/禁忌 喜樂之心 猪麵生冷/所喜 雉鷄狗肉 蜜糖甘熟之物/世間可喜者 心中所欲之事也 順/理而所欲則其事美也 不得順理/則其事不美 無論順理 與/不順理 過欲則成病也/成事雖則可喜 敗事終 或不喜/屢喜而屢不喜 陽氣爲喜心之所耗也/申言之曰 天下事 不如意者/十常八九 世間何事 能使此人/每日喜 欲使此心 每日喜 故不得/其喜 自然窮愁而不樂成/病也 是故雖目前 十全必成/之事 視之恒若不成則 五臟不傷而事亦易成/事有成不成而每每欲成 所/以浪喜也 爲喜心所傷 必戒/喜心...右東武親書 傳全者也. 

금기할 것 희락지심과 돼지고기, 밀가루(메밀), 생냉한 것(날 것). 즐겨할 것 꿩고기, 닭고기, 개고기, 꿀(밀당), 단 음식, 익힌 것. 

世間可喜者 心中所欲之事也(세상에 기뻐할 만한 것은 마음에 하고 싶은 일을 품고 있는 것이니라). 順理而所欲 則其事美也 不得順理 則其事不美(순리대로 하고자 하면 그 일이 아름다우나, 순리를 얻지 못하면 그 일이 아름답지 못하다). 無論順理 與不順理 過欲則成病也(순리와 순리 아닌 것을 막론하고, 하고자 하는 마음이 지나치면 병이 되는 것이다). 成事雖則可喜 敗事終或不喜 屢喜而屢不喜  陽氣爲喜心之所耗也(일을 이룬다면 비록 기뻐할 만하지만, 일을 실패하면 마침내 늘 기뻐하지 못하니, 자주 기뻐하거나 자주 기뻐하지 못하면, 양기가 기쁜 마음으로 인해 소모되느니라). 

申言之曰 天下事 不如意者 十常八九(명백히 밝혀 말하자면, 이 세상의 일은 뜻과 같이 되지 않는 것이 10중 8-9인데), 世間何事 能使此人 每日喜 欲使此心 每日喜 故不得其喜 自然窮愁而不樂 成病也(세상에 어떤 일이 이 사람으로 하여금 매일 기쁘게 할 수 있으며, 이 마음으로 하여금 매일 기쁘게 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기쁨을 얻지 못하면, 저절로 뜻이 빈궁해지고 슬퍼지며 즐겁지 않아 병이 생긴다). 


관형찰색, 피부, 행동거지 등을 이용해 체질 진단


是故雖目前 十全必成之事 視之恒若不成則 五臟不傷而事亦易成.(이 때문에 비록 눈앞에 열 가지가 전부 반드시 이루어질 일이더라도, 보기를 늘 이루지 못할 것 같이 하면, 오장이 손상되지 않고 일도 이루기 쉬운 것이니라). 事有成不成 而每每欲成 所以浪喜也. 爲喜心所傷 必戒喜心(일에는 이루고 이루지 못할 것이 있는데, 언제나 이루고자 하므로 쓸데없이 기뻐하는 것이다. 기뻐하는 마음에 손상되는 것이니, 반드시 기뻐하는 마음을 경계할 것이니라).

右東武親書 傳全者也(우측은 동무가 친히 쓰신 것이다. 온전한 글을 전한다).  

그리고 나서 최린이 자신의 소감을 적어 놓았다. “이상의 처방과 훈화는 동무선생께서 나에게 친히 주신 바인데, 선생께서 나의 위인(爲人)과 성격(性格)을 거울과 같이 들여다보시고 나의 수양(修養)과 장래 사업(事業)을 위하여 주신 계명(戒銘)이었다. 그 후 나는 선생의 이 처방에 의하여 불치의 병이 완치되었다. 그 정중한 교훈(敎訓)으로서 얻은 바가 참으로 적지 아니하였다. 그런데 동무선생 문하에 출입하는 인사(人士)가 적지 아니하였으나 이와 같은 교훈을 주신 일은 별로 없다고 한다. 동무(東武)는 선생의 도호(道號)이었다.”

위의 글을 통해서 소음인의 경우 희락지심(喜樂之心)을 경계하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 이제마 선생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썼는지를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이를 통해서, 현대의 우리는 사상체질진단을 할 때 환자의 관형찰색(觀形察色), 맥진(脈診), 피부진찰, 행동거지(기거동작) 등을 이용해서 체질을 진단할 수 있다는 힌트를 얻을 수 있고, 또한 처방시에 음식의 즐겨 먹을 것, 피할 것과 성정(性情)의 관리에 대해서 환자에게 안내를 해 줄 수 있을 것이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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