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광고법 의료계 빈익빈 부익부 심화 ‘우려’

기사입력 2007.03.1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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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회 통해 급조된 시행세칙 아직 ‘미흡’

    우여곡절 끝에 오는 4월부터 대폭 확대 시행될 예정인 새로운 의료광고법이 명확한 규정은 물론 세부 시행규칙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에 따라 복지부가 부랴부랴 지난 1일 시행세칙을 입법예고했다. 불과 1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발표된 시행세칙은 의료광고의 사전심의 권한을 대한한의사협회·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에 위탁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한의협은 한의사나 한방병원, 요양병원(한의사가 설립한 경우)이 행하는 의료광고에 대한 사전심의를 실시하게 되며, 위원장 1인과 부위원장 1인을 포함한 10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심의시 신청인으로부터 5~20만원의 의료광고 수수료를 받는다.

    입법예고된 시행령은 △치료효과를 보장하거나 암시해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 △다른 의료기관·의료인의 기능 또는 진료방법과 비교하는 내용 △다른 의료법인·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을 비방하는 내용 △수술장면 등 직접적인 시술행위를 노출하는 내용 △의료인의 기능, 진료방법과 관련해 심각한 부작용 등 정보를 누락하는 경우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내용 및 근거 없는 내용 △신문, 방송, 잡지 등을 이용해 기사 또는 전문가 의견형태로 표현되는 광고 등 포괄적으로 명시돼 있던 금지조항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금지조항 구체적 명시
    우선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46조 2항 2호)’는 객관적인 근거 없이 특정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의 기능이나 진료방법이 일정기간 내에 질병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표현하는 광고를 말한다. 또한 ‘비교하는 내용의 광고(46조 2항 3호)’는 비교대상 및 기준을 명시하지 않거나 객관적인 근거 없이 특정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의 기능이나 진료방법이 다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것과 비교해 우수하거나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광고로 규정했다. ‘비방하는 내용의 광고(46조 2항 4호)’는 다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기능과 진료방법에 관해 객관적인 근거 없이 비방하거나 불리한 사실만을 광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직접적인 시술행위를 노출하는 광고’는 의료인이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을 행하는 장면이나 환부 등을 촬영한 동영상 또는 사진이 일반인들에게 혐오감을 일으키는 광고로 범위를 정했다.

    금지규정 위반시 1년 이하 징역·500만원 이하 벌금
    이 같은 금지 규정을 어긴 경우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의료기관과 의료인 등은 광고에 앞서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 사전심의 대상은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제2조)에 따른 정기간행물, 신문, 잡지, 기타 간행물, 인터넷 신문에 광고하는 경우와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제2조·제1호)에 따른 옥외광고물 중 현수막, 벽보에 광고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처럼 복지부가 전격적으로 의료광고시장을 확대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자율경쟁을 통한 경영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도 있으나, 대부분의 의료인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시행령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려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몇몇 금지조항을 제외한 전면적인 광고시장 개방으로서 비록 일부 구체적으로 위법사안을 명시했지만 여전히 국민들에게 극심한 정보혼란을 야기하고 의료인간 광고전쟁을 야기해 의료시장이 붕괴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라든지 ‘직접적인 시술행위 노출’ 등 금지조항에 ‘객관적이지 않은’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이 객관적이라는 것 또한 상당히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객관적’이라는 단서조항 의미 ‘모호’
    결국 해외연구보고나 사례, 자체 임상사례를 객관적 자료로 제시한다면 얼마든지 치료효과에 대한 과장광고나 타 기관에 대한 비방광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는’이라는 규정 역시 사람마다의 견해차를 어디까지 명확하게 규정해서 혐오감을 일으킨다, 아니다를 판정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사전심의 제도 역시 ‘과대광고 방지’라는 일부 긍정적 효과 외에 자칫 의료광고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법 시행에 난항이 예상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심의기구가 만사형통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의료광고를 제한하고 사전심의를 규정하고 있는 광고는 방송과 신문, 인터넷매체, 옥외광고 등 비교적 단속하기 쉬운 대상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전단지와 홈쇼핑 등에 대한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의료시장이 무분별·무차별 광고전쟁으로 혼탁해 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노연홍 본부장도 지난 토론회에서 “4월 의료광고 실시 후 병원 홈페이지와 브로셔, 전단지 등에 대한 심의는 현재의 인력과 자원으로 사실상 할 수 없다”며 “의료광고 실시 이전의 병의원 홈페이지는 과도기로 인정할 수밖에 없으나 현수막과 입간판 등 외부로 드러나는 광고에 대해서는 엄격히 심의 규제해 나가겠다”고 밝힌바 있다. 결국 맹점과 허점이 무수한 법을 의료시장에 풀어 놓고 시운행하겠다는 것으로서 시행이 불과 1개월만은 현 시점에서 의료계의 빈익빈 부익부를 더욱 심화시키고 의료인간 갈등을 조장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의료광고 논의는 지난 2005년 10월 헌법재판소가 홈페이지 광고로 제소된 모 안과의사의 위헌여부심판 제청신청을 받아들여 위헌판결을 함에 따라 급진전된 것으로, 복지부는 의료법을 개정해 오는 4월부터 방송을 제외한 모든 대중매체의 의료광고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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