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에서 자주 활용되는 주요 한의치료의 근거 보다 명확하게 제시
남동우 경희대학교 교수
남동우 경희대학교 교수
<편집자주>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단장 이준혁)은 지속적으로 다양한 질환에 대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발간하고 있으며, 각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의 전자파일 및 홍보용 리플릿, 인포그래픽 이미지 파일 등을 국가한의임상정보포털사이트(www.nikom.or.kr/nckm)를 통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에 본란에서는 각 지침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에 참여했던 연구원들의 기고문을 소개하고자 하며, 이번 주 소개작은 ‘만성요통증후군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고도화 및 개정에 참여한 남동우 경희대학교 교수의 기고이다.
요통은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일생에 한 번 이상 경험할 만큼 흔한 질환이며, 이 가운데 약 10%는 3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만성요통으로 발전한다. 더욱이 만성요통은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특성이 있어 통증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고, 지속되면 환자의 보행과 움직임, 직업 활동 및 일상생활을 제한하거나 수면, 정신건강,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앞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만성요통에 대한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의료·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이다.
한의학은 오래전부터 만성요통 환자의 치료와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환자 개개인의 체질과 병적 상태, 증상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의학으로서, 임상현장에서 침, 전침, 뜸, 부항, 약침, 한약, 추나 등 다양한 치료법을 활용하였으며 환자들의 한의치료에 대한 선호도 역시 높은 편이다.
그러나 다양한 치료법이 존재하는 만큼,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와 안전성에 기반한 일관된 기준도 필요하다. 의료환경이 변화하고 국민이 요구하는 의료의 수준과 책임성이 높아지면서 진료지침에 기반한 의료서비스의 표준화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은 한의학이 국민의 신뢰를 얻고 제도권 의료 안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다.
이번에 발간한 「만성요통증후군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은 2020년 개발된 지침을 고도화·개정한 것이다. 기존 지침의 내용을 최신 과학적 근거와 임상 현장의 의견을 바탕으로 재검토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실제 진료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우선, 이번 고도화 과정에서는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에서 발간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매뉴얼(2022)’에 따라 최신 진료지침 개발 방법론을 적용하였다. 기존 지침을 포함하여 근거의 질과 권고의 적절성을 재평가하고, 국내외 임상진료지침과 새로운 임상연구 결과를 종합하였다. 한의 임상 전문가들의 검토와 의견수렴을 거쳐 연구자뿐 아니라 실제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가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침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리고 부족한 과학적 근거를 보완하기 위해 임상 근거 창출형 연구를 함께 수행하였다. 기존 문헌을 단순히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직접 임상연구를 수행하여 새로운 근거를 창출하고 그 결과를 지침에 반영하였다. 이는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이 기존의 연구결과를 정리하는 수동적인 문서가 아니라, 임상과 연구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하는 살아 있는 근거체계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이번 지침에서는 성인 만성 비특이적 요통환자를 대상으로 침, 전침, 레이저침, 뜸, 부항, 봉독약침, 매선, 추나, 한약, 침도 및 물리치료 등 다양한 한의치료에 대한 최신 근거를 종합하여 권고안을 제시하였다. 특히 침 치료, 전침 치료, 봉독약침 치료 및 한약 치료 등에 대해서는 중등도 수준의 근거를 바탕으로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는 권고를 제시하여 임상에서 자주 활용되는 주요 한의치료의 근거를 보다 명확하게 제시하였다.
또한 하나의 치료법만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임상에서 이루어지는 복합치료에 대한 근거도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침 치료와 약침 치료, 침 치료와 매선 치료, 전침과 뜸 치료, 침도와 추나 치료 등 여러 한의치료를 결합한 치료전략에 대해서도 권고안을 제시하였다. 아울러 전침 치료와 표준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한양방 복합치료에 대한 권고도 포함하여,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한의 단독치료와 한양방 협진을 선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권고안은 단순히 치료방법을 나열한 것이 아니다. 만성요통 환자가 내원했을 때 병력청취와 신체검진, 필요한 진단검사를 통해 비특이적 만성요통 여부를 확인하고,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감별한 후 통증과 기능장애의 정도에 따라 적절한 치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실제 임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진료알고리즘으로 구성하였다.
특히 만성요통 환자의 진료에서 중요한 것은 ‘허리가 아프다’는 증상만으로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신호가 있는지, 다른 질환을 감별해야 하는지, 통증과 기능장애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번 지침에서는 이러한 진단 및 평가 과정을 체계화하고, 한의 단독치료, 한의 복합치료, 한양방 복합치료 등 환자의 상황에 따른 다양한 치료경로를 제시함으로써 실제 진료현장에서 활용도를 높이고자 하였다.
이번 고도화 연구가 지향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가치는 ‘표준화와 개별화의 조화’이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은 모든 환자에게 똑같은 치료를 강요하는 규칙이 아니다. 현재까지 축적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함으로써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와 특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치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의사결정 지원 도구이다. 따라서 표준화된 기준이 마련될수록 한의학의 장점인 개별화된 치료를 더욱 안전하고 설득력 있게 시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지침 역시 완성된 최종 결과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은 끊임없이 진화해 나가는 생명체와 같다. 새로운 연구가 발표되고 새로운 치료기술이 등장하며 임상현장의 경험과 환자의 요구가 변화하는 만큼 지침 역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어야 한다. 이번 고도화 연구는 그 지속적인 진화 과정에서 하나의 작은 이정표를 남기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지침의 출판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임상의와 환자의 피드백을 다시 연구와 지침에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임상진료지침이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임상 현장과 과학적 연구를 연결하는 살아 있는 의료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궁극적으로 이번 「만성요통증후군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의 고도화가 만성요통 환자에게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하고, 한의 임상진료의 질과 일관성을 높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지속적인 개정과 근거의 축적을 통해 한의학의 과학성과 임상적 신뢰성을 높이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한의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한의학의 미래는 다양성을 버리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다양한 치료의 가능성을 근거와 표준이라는 틀 안에서 더욱 안전하고 합리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있다. 이번 지침이 그 과정의 작은 씨앗이 되어, 임상에서는 더 나은 진료를 가능하게 하고 연구에서는 새로운 근거를 만들어내며,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 한의 보건의료정책의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번 지침 개발에 참여하여 아낌없는 조언과 헌신을 보내주신 모든 연구자와 임상 전문가, 방법론 전문가 및 위원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여러분의 열정과 노력이 모여 이번 지침이 만들어졌으며, 이 지침이 한의 임상진료의 보장성과 과학성을 높이는 또 하나의 소중한 이정표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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