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실 영상은 90일 보관…촬영·열람·접근·폐기 등 관리 기준 마련 촉구
[한의신문]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정신의료기관 내 CCTV 설치·운영 기준을 관련 법령에 명시하고, 영상 보관기간을 최소 30일로 정할 것을 권고했다.
정신의료기관 폐쇄병동에서 환자 폭행이나 사망 등 중대한 사건이 발생해도 영상정보가 없거나 이미 삭제돼 사실관계 확인과 피해 구제가 어려운 점을 막기 위해서다.
인권위는 6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정신의료기관 내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CCTV)의 설치·운영에 관한 사항을 ‘정신건강복지법’ 등 관련 법령에 반영하고, 영상 보관기간을 일반 공간은 최소 30일, 보호실은 90일로 정하는 등 운영·관리 방침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권고는 폐쇄병동과 보호실의 특수한 환경에서 환자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CCTV 촬영과 영상정보의 보관·열람·접근·폐기 등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인권위는 2025년 10월부터 12월까지 수도권 소재 정신의료기관 15곳을 대상으로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현장조사와 의료종사자·입원환자 면담을 통해 시설 환경과 위생상태, 진정함 설치 여부, CCTV 설치·운영 실태 등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일부 의원급 정신의료기관은 보호실이 있는 폐쇄병동을 포함해 병원 내에 CCTV를 전혀 설치하지 않았으며, CCTV를 설치한 기관 중에서도 운영·관리 방침을 마련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 보건복지부의 ‘격리 및 강박 지침’에 따라 보호실 내 환자 관찰을 위한 CCTV를 설치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기관도 있었다.
CCTV를 설치한 13곳의 영상 보관기간은 7~30일로 기관마다 차이가 있었다. 대부분의 기관은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았거나, 공개하더라도 「개인정보 보호법」 제25조제7항에 따른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운영·관리 사항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인권위는 2022년 정신의료기관 방문조사에서도 영상정보 보관기간이 0~90일로 제각각이고, 녹음 기능이 탑재되거나 샤워실·화장실 등에 CCTV가 설치된 사례를 확인해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2025년 조사에서도 영상을 별도 서버에 보관하지 않고 보관기간을 0일로 설정한 뒤 휴대전화 등 개인용 기기로 연결해 확인하는 사례가 발견됐다.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정과 격리·강박 지침을 준수하지 않는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인권위는 이러한 관리 부실이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 권리구제를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폐쇄병동에서 환자 폭행·상해, 과도한 격리·강박, 사망 등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당시 상황을 확인할 영상이 없거나 보관기간이 지나 삭제되면 피해 환자와 유가족이 사실관계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소위원회 위원장 이숙진 상임위원)는 CCTV의 설치·운영 필요성과 함께 영상정보의 안전한 관리 및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개인정보 보호법」 제12조에 따른 표준 개인정보 보호지침과 같은 법 제41조제2항 등을 고려하고, 수술실 CCTV 및 교정시설 CCTV의 설치·운영 기준에 준하는 법적 보관기간과 안전성 확보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특히 보호실은 폐쇄병동 내에서도 별도의 격리 공간인 만큼, 인권 보호를 위해 영상정보를 90일간 보관하는 등 강화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이번 권고를 통해 정신의료기관의 CCTV 운영·관리 체계를 개선하고, 폐쇄병동 내 환자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는 한편 인권침해 사건 발생 시 객관적인 사실 확인과 피해 구제가 가능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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