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환·환자 좁혀 처방·시술 표준화…통합돌봄 연계 시범사업 등 제안
[한의신문] 초고령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늘어나는 만성질환에 대응해 온천요법을 의료행위로 제도화하려면 건강보험 급여화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 대상 질환과 환자군을 좁혀 행위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지역사회 시범사업을 통해 임상근거와 정책근거를 함께 축적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은수 의원(더불어민주당·아산시을)과 충남 아산시가 16일 ‘온천요법의 의료적 활용 제도화 방안’ 토론회를 공동개최한 가운데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CPG)을 토대로 △대상 질환·환자 선별 △온도·시간·횟수 등 처방 기준 설정 △시술자 자격·응급대응·감염관리 기준 마련 △지역 통합돌봄 연계 시범적용 △의료이용·건강결과 등 정책효과 평가를 거쳐 적정 급여 여부와 범위를 판단하는 단계적 접근이 제시됐다.
특히 이날 김기송 호서대 바이오헬스대학장이 좌장을 맡은 패널토론에서는 온천요법의 건강보험 진입 가능성과 함께 R&D·시범사업·지역 인프라 활용 등 구체적인 제도화 경로가 집중 논의됐다.
◎ “표적 질환부터 실증”…건보 겨냥한 ‘패키지 처방’
김동수 동신대 한의대 교수는 지난 3년간 온천요법 제도화 논의가 △근거 축적 △의료행위 정의 △표준화·CPG 개발을 거쳐 시범적용을 검토할 단계까지 진전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건강보험으로 나가려면 최대한 질환과 환자군을 좁히고 치료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며 “어떤 환자에게 어떤 온도·시간·횟수로 적용할 것인지 명확히 하는 것이 지금의 과제”라고 말했다.
의료기관 밖 온천시설을 치료공간으로 활용할 경우에는 의료법상 쟁점이 발생하는 만큼 △환자 선별·처방 △치료 수행자 자격 △응급상황 대응 △감염관리 등의 기준 마련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온천수뿐 아니라 자연환경·공간·분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특성을 고려해 ‘처방-시술-모니터링-안전관리-온천시설·지역’을 묶은 패키지형 의료서비스 모델도 제안했다.
시범적용 방안으로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활용한 실증을 제안했다. △나주 노인 대상 산림치유 연계사업 △상주·제주 치유농업 기반 치매예방 사업 등을 참고모델로 든 김 교수는 표준화된 온천요법을 아산지역 어르신에게 우선 적용해 건강지표와 의료이용 데이터를 축적하고, 행위별 수가를 넘어 건강증진·의료이용 감소 등 성과를 반영하는 가치·성과기반 지불제도 방안을 제시했다.
▲(왼쪽부터) 김동수 교수, 최병희 책임연구원, 이준혁 단장
◎ “급여화 전제한 시범사업은 안돼”…적정 제도 찾는 ‘정책실험’으로
이어 최병희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온천요법의 급여화를 정책목표 자체로 설정하는 접근을 경계했다. 국민의 치료·재활·회복·예방을 우선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온천요법의 의료화·제도화·급여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온천산업을 관광에서 의료·재활·건강관리 영역으로 확장하려면 국가 개입의 필요성을 뒷받침할 정책논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온천요법이 의료서비스로 편입되면 의료인이 환자 선별부터 효과성·안전성 관리까지 담당하게 되는 만큼 적용기준과 금기사항, 안전관리 등 공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책임연구원은 △임상적 효과를 입증하는 ‘Clinical Evidence’ △정책 편입을 뒷받침하는 ‘Policy Evidence’ 축적을 강조하며, 서비스 제공 주체·대상·장소와 함께 시범사업 전후 의료이용·건강결과까지 평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급여화를 위해 근거를 만들어 나가기보다는 적정한 급여 여부와 범위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며 “시범사업도 급여화를 위한 절차라기보다 적정한 제도와 규칙을 찾기 위한 정책 실험의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복지부 R&D가 마중물…‘관광’→‘의료행위’ 인식 전환
이준혁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장은 한의약 분야의 근거창출 경험을 온천요법에 접목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온천요법 역시 중재 특성상 엄격한 무작위대조시험(RCT)만으로 근거체계를 구축하기 쉽지 않은 만큼, 현재 확보 가능한 최선의 근거를 체계적으로 축적해 CPG와 임상연구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단장은 과거 복지부에 온천 관련 RCT 사업을 제안했을 당시 ‘온천을 복지부 소관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을 접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온천요법을 보건의료정책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치료근거 축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의사결정자의 인식을 바꾸려면 사회적 인식과 통념의 변화도 중요하다”며 “치료적 근거를 꾸준히 축적하는 과정이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다시 관련 연구를 활성화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가 R&D를 마중물로 △국내외 근거 추적·축적 허브 △임상연구 △스파·의료기관 연계 지역 리빙랩 △전담조직 구축 등을 제안했다.
이 단장은 “온천요법의 의료적 활용을 제도화하려면 복지부 차원의 R&D를 통한 과학적 근거와 임상연구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며 “아산시와 진흥원이 협력해 복지부 국비 R&D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김연준 과장, 이철강 원장, 채유미 교수
◎ “부력으로 관절 부담 낮춘다”…온천 재활, ‘효과 분리’가 관건
임상 현장에서는 근골격계 재활 측면의 활용성도 거론됐다. 김연준 아산충무병원 정형외과장은 “어르신들을 보면 ‘목욕탕에서 운동을 열심히 했다’, ‘온천에 갔다 왔더니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표현하는 분들이 실제로 많다”며 부력에 따른 체중부하 감소와 온열에 따른 혈행개선·근육이완 등을 활용한 관절운동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철강 이너피스 운동재활센터 원장은 아산지역 주민 대상 수중운동치료 경험을 토대로, 여과·소독·유지비용 부담이 큰 민간 의료기관에 별도 시설을 구축하기보다 기존 온천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의료기관 밖 의료행위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현행 제도 내 수중운동치료나 장기요양서비스와의 연계 가능성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반면 채유미 단국대 의대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과 국내 의료접근성을 고려할 때 즉각적인 급여화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제도는 각국의 사회·경제적 배경에서 형성된 만큼 단순 도입하기보다 △온천 자체 효과 △전문가 지도 효과 △약물·물리치료 대비 효과 등을 구분하는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급여 대신 일본식 의료비 세제혜택이나 지역 바우처 사업을 우선 검토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아울러 김기송 좌장은 “제도적 절차만으로 풀어가기보다 온천요법의 의료적 활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공감대가 정책을 움직이는 동력이 될 수 있는 만큼 어떻게 이슈화하고 방향성을 만들어갈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많이 본 뉴스
- 1 한의원 3곳 X-ray 설치, 질병관리청에 검사 신청
- 2 외래환자 21.5% 찾는데 건보는 3.4%…한의의료 제도 격차 좁혀야
- 3 韓醫신경이과학×中현대이과학, 이명 ‘청각신경망’ 다중조절 전략 제시
- 4 전북특별자치도 해외의료봉사단, 몽골 우문고비주서 온정의 의료봉사
- 5 “노인외래정액제의 조속한 개선을 촉구합니다!!”
- 6 국립소방병원, 의사 충원 60%…운영 정상화 언제쯤?
- 7 “한의학은 우리가 계승할 독창적 의학”…후반기 복지위 논의 테이블로
- 8 수원시한의사회, 산후조리 한의약 지원에 ‘市 예산·조례 정비’ 제안
- 9 지역의료 격차·간병 공백·사업 지연…보건의료 재정 빈틈 도마
- 10 美서 한의학 교육·바레인에 임상술기 전파…“현지화가 곧 세계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