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배’를 넘어, 타슈켄트에서 만난 한의학

기사입력 2026.09.0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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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윤진 학생(부산대 한의전 석사 3학년)
    KOMSTA 제184차 우즈베키스탄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4>

    184차 정윤진기고2.png


    [한의신문] 이번 우즈베키스탄 의료봉사는 중앙아시아에 대한 오래된 관심과 한의학이 한곳에서 연결되는 시간이었다. 고등학생 때 윤후명의 소설 『하얀 배』를 처음 접하며 중앙아시아에 살아가는 고려인의 삶과 정체성, 언어에 대한 이야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유라시아 한인문화 탐방’ 교양수업을 들으며 서울에 있는 고려인 음식점을 직접 찾아가 보기도 하면서 언젠가는 중앙아시아를 직접 방문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그러던 중 KOMSTA를 통해 오랫동안 막연히 그려왔던 중앙아시아를 의료봉사라는 의미 있는 방식으로 직접 경험할 기회가 찾아왔다.

     

    타슈켄트 진료실에서 만난 사람들

    4일간의 의료봉사에서는 고려인 환자를 비롯하여 총 691명의 우즈베키스탄 주민들을 만났다. 

     

    타지에서 온 우리를 믿고 진료실을 찾아온 환자들이 쾌유하기를 바라며 한 분 한 분에게 우즈베크어 인사말인 “Assalomu alaykum (안녕하세요)”라고 크게 인사를 건넸다. 직역하면 ‘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이라는 뜻으로, 낯선 사람에게도 평안을 빌어주는 이 인사말에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 특유의 따뜻한 정서가 담겨 있었다.

     

    환자마다 증상도 치료도 달랐지만, 치료를 마친 뒤 “Rahmat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건네는 미소와 감사의 표현은 의료봉사의 의미를 더욱 깊게 느끼게 해주었다. 

     

    치료를 마치고 고맙다며 주머니에서 챙겨온 사탕을 꺼내 건네주신 할머니가 떠오른다. 작은 스티커침을 맞고도 씩씩하게 인사하고 진료실을 나서던 아이도, 안면마비로 얼굴에 전침 치료를 받으면서도 차분히 치료를 이어가던 환자의 모습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분은 허리 통증으로 침 치료를 받으러 온 할아버지였다. 목 부위에 연성 섬유종이 많아 보이셔서 진료실을 나가실 때 옆 진료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레이저 치료를 권유드렸다. 이후 할아버지는 레이저가 끝난 후 다시 진료실을 찾아와 레이저 치료를 추천해줘서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전해주셨다. 

     

    진료를 보조하는 역할이었지만 환자에게 필요한 부분을 한번 더 살피고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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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현장에서 본 한의학교육”

    진료실에는 환자들과 더불어 ‘2026 국제 대한민국 침구학 교육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몽골 등 해외 의사들도 함께 참관하였다.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침구학이 전통의학의 한 분야로 인정되어 있지만,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이 ODA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침구학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현재 대학원에서 한의학 교육과 임상술기 평가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국내 한의학교육을 중심으로 생각해왔던 질문을 국제 현장으로 확장하여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서로 다른 의료제도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의료인에게 전통의학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전통의학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활용되어 각자의 의료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하얀 배』에서 타슈켄트까지

    고등학생 때 『하얀 배』를 읽으며 막연히 상상했던 중앙아시아는 이제 타슈켄트의 거리와 진료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로 기억된다. 

     

    오랫동안 가보고 싶었던 곳에 도착했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했지만, 봉사단원으로서 현지 환자들을 만나고 여러 나라의 의료진과 교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었다.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해외 의료진과 교류하며, 한의학과 전통의학이 서로 다른 문화와 의료환경 속에서 어떻게 함께 발전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번 의료봉사를 이끌어주신 이경민 팀장님과 한성수 원장님을 비롯하여 안준영, 정수빈, 최다인 원장님들, 그리고 허태경, 최지원, 백건욱, 김우진, 김보미, 문현지, 정희식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또한 현장에서 아낌없이 도움을 주신 송영일 원장님과 통역사분들, 직원분들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았지만 한마음으로 함께했기에 4일간의 진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오래 기억에 남을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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