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침, 근골격계 치료 넘어 복합 통증·자율신경 증상 치료법으로의 가능성 확인
이승훈 경희대 교수,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Medicine’에 연구 결과 게재
[한의신문] 기존의 여러 약물치료에도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하고, 일부 약물은 부작용으로 중단해야 했던 난치성 섬유근통 환자에게 한의 복합치료와 함께 초음파 유도하 미주신경 표적 약침술을 적용한 증례가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Medicine’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이승훈 교수가 직접 시술을 시행한 임상 증례를 바탕으로 진행됐으며, 특히 최근 근골격계 통증질환을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는 초음파 유도하 약침술을 미주신경이라는 자율신경계 관련 구조물에 적용해 섬유근통과 같이 통증과 전신·자율신경계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환자에서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탐색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한의 복합치료에 초음파 유도하 미주신경 표적 약침술 병행
환자는 50대 후반 여성으로 광범위한 전신 통증과 함께 심계항진, 수면장애, 피로, 소화불량, 구강건조, 인지기능 저하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했다. 이후 섬유근통 진단을 받은 환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프레가발린, 노르트립틸린 등 여러 약물과 체외충격파·물리치료 등을 시행했지만 충분한 호전을 얻지 못했다. 특히 둘록세틴과 밀나시프란은 복용 후 빈맥이 발생해 중단한 환자는 이후 경희대학교 한방병원에서 침, 전침, 일반 약침, 부항, 한약 등 한의 복합치료를 받았다.
치료 초기에는 반응이 충분하지 않아 5주차에 첫 번째 초음파 유도하 미주신경 표적 약침술을 추가했다. 이후 기존 한의치료를 지속하면서 통증과 전반적인 증상이 개선됐으며, 9주차에는 일부 증상이 남아 있고 호전이 정체되는 양상을 보여 두 번째 시술을 시행했다. 이승훈 교수는 초음파를 이용해 경동맥과 내경정맥 사이의 미주신경을 직접 확인하고, 실시간으로 침끝과 주변 혈관을 확인하면서 미주신경 주변에 약침술을 시행했다.
통증과 자율신경계 관련 증상 함께 개선
치료기간 동안 환자의 전신 통증 NRS는 7점에서 2점으로 감소하는 한편 수면장애, 피로, 불안·우울, 삶의 질 등 여러 평가 지표에서도 개선이 관찰됐다.
특히 첫 번째 미주신경 표적 약침 이후 환자는 심계항진의 빈도와 강도가 상당히 감소했으며, 심박변이도(HRV)에서도 치료 전후 변화가 확인됐다. 다만 연구진은 HRV가 제한된 시점에서만 측정됐고 침·전침·한약·약침 등 여러 치료가 함께 시행됐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미주신경 표적 약침술 자체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근골격계 넘어 자율신경 증상으로 활용 영역 탐색
최근 유튜브와 다양한 매체에서 이른바 ‘자율신경실조’와 관련된 여러 치료법이 소개되고 있다. 한의 임상에서도 두근거림, 불면, 소화불량, 피로, 두통 등 다양한 자율신경계 관련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침과 한약 등 기존 한의치료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이승훈 교수는 “자율신경계 관련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미주신경 표적 시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기존 한의치료만으로도 충분히 호전되는 환자가 많다”며 “이번 증례는 기존 의과 치료의 효과가 제한적이고 일부 약물은 부작용으로 중단해야 했던 환자에서 한의 복합치료를 시행하고, 치료 반응에 따라 초음파 유도 미주신경 표적 약침술을 추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음파 유도하 침·약침술은 지금까지 주로 근육, 관절, 말초신경 등 근골격계 영역에서 발전해 왔지만, 초음파를 통해 신경과 혈관을 포함한 다양한 구조물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한다면 자율신경계 관련 증상을 동반한 복합질환에서도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에서 시작된 질문, 젊은 한의사들과 함께 증례보고로
이번 연구는 실제 진료 과정에서 관찰된 임상적 경험을 젊은 한의사들과의 학술적 논의를 통해 국제학술지 증례보고로 발전시킨 사례이기도 하다.
제1저자인 이주현 한의사를 비롯해 당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던 한의임상해부학회 소속 이영웅·최탄혁 한의사가 이 교수와 함께 증례의 임상적 의미와 미주신경 표적 치료 가능성을 논의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증례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논문화했다.
이 교수는 “임상에서 흥미로운 치료 경험이 있어도 이를 체계적으로 기록하지 않으면 개인적인 경험에 머물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실제 환자에게서 관찰한 현상을 젊은 한의사들과 함께 토론하고 하나의 연구 질문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단일 증례…탐색적 치료 옵션으로 봐야”
한편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모든 섬유근통이나 자율신경계 증상 환자에게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연구는 단일 증례보고이며 여러 한의치료가 동시에 시행돼 미주신경 표적 약침술의 독립적인 효과를 분리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치료 효과를 입증한 근거라기보다 향후 연구를 위한 가설 생성적(hypothesis-generating) 관찰로 해석해야 한다.
이 교수는 “섬유근통과 같이 통증과 다양한 전신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면서 기존 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서 하나의 추가적인 치료 옵션으로 고려해 볼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향후 보다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실제 추가 효과와 적절한 적용 대상, 안전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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