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개정안·장애인 주치의·공공의료 확대 등 6대 과제 제안
[한의신문]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이하 한의협)가 22대 국회 후반기 출범을 맞아 그동안 계류됐던 법안과 주요 현안 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성찬 회장과 정유옹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소희 의원(국민의힘)과 간담회를 갖고 △건강보험 내 한의 보장성 강화 △한의사 X-ray 사용 제도 개선 △장애인 한의주치의제 도입 △국공립 의료기관 한의과 설치 확대 △의료취약지 공중보건한의사 활용 확대 등을 요청했다.
■ “한의진료 이용률 높지만 건보 진료비는 3.4%”
윤성찬 회장에 따르면 국내 한의사는 약 3만 명, 한의원은 1만4738개소, 한방병원은 582개소에 달한다. 일차의료기관 가운데 한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이며, 한의의료 이용 환자도 20%를 웃돌지만 건강보험 진료비 비중은 3.4%에 그치고 있다.
윤 회장은 “국민 만족도와 이용 경험은 높은데 건강보험 보장성이 낮아 비급여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며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도 2024년 기준 64.9%에 머물고 있는 만큼 한의 분야 보장성 강화는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 측면에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사법부 인정한 X-ray 사용, 이제는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한의협은 특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인 한의사 X-ray 관련 ‘의료법 개정안’의 조속한 논의도 요청했다.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이어 X-ray 사용 사건에서도 법원이 한의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법부 판단은 이미 마무리됐으나 방사선 안전관리자 관련 시행규칙상 신고·접수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현장에서는 여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 회장은 “중국과 대만에서는 중의사가 X-ray를 활용하고 있으며, 국내 한의대에서도 40년 넘게 관련 교육을 실시해 국가시험에도 출제되고 있다”며 “진료는 한의학과 양의학이 각각 담당하지만 진단은 의료정보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과정인 만큼 진단 도구 활용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법원 판단과 행정 현실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조속한 처리를 피력했다.
■ “장애인도 한의주치의 선택하게…수요·공급 준비 완료”
한의협은 올해 하반기 추진 예정인 어르신 한의주치의 시범사업과 함께 장애인 한의주치의 제도 도입도 건의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인의 건강권 보장과 의료선택권 확대를 위해 한의주치의 제도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며, 한의협 회원 설문에서도 94% 이상이 제도 참여와 방문진료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제도 시행 여건은 충분히 마련돼 있다.
윤 회장은 “이는 장애인과 한의계 모두가 필요성을 공감하는 정책”이라며 “장애인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장애인 한의주치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공공의료 공백, 한의과 확대·공보의 활용으로 메워야”
정유옹 수석부회장은 지역 의료공백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공중보건한의사 활용 확대를 제안했다. 의료취약지역은 이동이 어려운 고령층과 만성질환자가 많아 보건지소 등 지역보건의료기관이 일차의료를 떠받치고 있다. 반면 의과 공중보건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데 비해 한의과 공보의는 안정적으로 충원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진료나 시니어의사 채용은 근본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지역의사제의 경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추가 직무교육을 이수한 공중보건한의사에게 보건진료전담공무원 수준의 제한적 의료행위와 필수의약품 처방 권한을 부여할 것을 제안하며 “이를 통해 추가 재정 투입 없이도 의료취약지의 의과 공보의 공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국공립 의료기관 내 한의과 설치 확대도 요청했다. 국공립 의료기관 가운데 한의과가 설치된 곳은 14% 수준에 불과하며, 전국 6개 보훈병원 가운데 인천과 대구에는 한의과가 설치돼 있지 않고, 설치된 병원도 대부분 한의사가 1명만 근무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가 의료 이원화 체계를 운영하는 만큼 공공의료에서도 국민의 의료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며 “국가유공자의 치료 선택권 보장을 위해 한의과 설치와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소희 의원은 “당연히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사례들이 있었다”며 “이번 제안해 주신 사안들을 관심 있게 살펴보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윤 회장은 “한의계가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국민의 의료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의료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시장과 국민의 선택에 맡길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한의협은 이날 복지위 이달희 의원(국민의힘)에게도 관련 현안을 전달했으며, 앞으로 복지위를 비롯한 여야 의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이어가며 주요 정책 현안을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