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이연 및 분리과세를 통한 복리효과 극대화 전략

기사입력 2026.06.1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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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생활 속 조세·법률 상식 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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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호 변호사

    -한의사

    -법무법인 율촌, 조세그룹


     

    제마 원장은 개원 7년 차에 접어들며 본업으로 버는 돈은 제법 늘었지만, 정작 모아둔 자산은 생각만큼 불어나지 않아 고민이 깊다. 동기인 김제니 원장은 몇 해 전부터 연금저축계좌와 IRP(개인형퇴직연금), 그리고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차곡차곡 돈을 넣어 왔는데, 비슷한 수익률에도 자신보다 훨씬 빠르게 목돈을 굴리고 있다고 한다. 제마도 “세금 혜택이 있는 계좌”라는 말은 익히 들었지만, 막상 세 계좌가 어떻게 다른지, 무엇부터 채워야 하는지는 막막하기만 하다. 본업으로 높은 종합소득을 올리는 고소득 전문직일수록 위력을 발휘하는 세 계좌의 정체를, 하나씩 짚어 보자.


    세 계좌의 세제혜택, 한눈에 비교하기


    세 계좌는 모두 “세금을 깎아 주거나 미뤄 주는” 그릇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혜택을 주는 방식과 돈을 꺼내는 규칙이 서로 다르다. 먼저 큰 그림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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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금저축계좌와 IRP는 납입한 해에 연말정산을 통해 세액공제를 받는다. 두 계좌를 합쳐 연 900만 원까지(연금저축계좌는 그중 600만 원 한도) 납입액의 13.2%, 총급여 5,500만 원(종합소득 4,500만 원) 이하라면 16.5%를 세액에서 공제한다. 900만 원을 꽉 채우면 적게는 118만 8,000원, 많게는 148만 5,000원을 돌려받는 셈이다. 반면 ISA는 납입 단계의 세액공제는 없지만, 계좌 안에서 발생한 운용수익에 비과세와 저율 분리과세를 누릴 수 있다.


    과세이연이 주는 복리효과 - 조용하지만 강력한 무기


    연금저축계좌와 IRP가 공유하는 진짜 위력은 세액공제가 아니라 ‘과세이연’에 있다. 과세이연이란, 계좌 안에서 발생한 이자·배당·매매차익에 대해 그때그때 세금을 떼지 않고, 먼 훗날 연금으로 꺼내 쓰는 시점까지 과세를 미뤄 주는 것을 말한다.


    언뜻 “어차피 나중에 낼 세금”이라고 가볍게 여기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일반 증권계좌에서는 펀드나 ETF에서 배당금이 입금될 때마다, 또 과세대상 수익이 실현될 때마다 15.4%(지방세 포함)를 먼저 떼고, 남은 돈만 재투자된다. 매년 수익의 일부가 세금으로 빠져나가니, 그만큼 다음 해에 굴릴 원금이 줄어든다. 그런데 과세이연 계좌에서는 세금으로 떼였을 그 돈까지 고스란히 계좌에 남아 다시 수익을 낳는다. 이른바 ‘세전(稅前)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매년 2,000만 원 이상의 금융소득이 발생하여 금융소득 종합과세로 최고세율에 근접하는 세금 부담을 하였을 수 있으나, 이를 과세이연한 채 세전 소득으로 복리효과를 누리다가 55세 이후 연금 수령 시점에 3~5% 수준의 저율과세만을 적용받는다.


    복리효과는 체감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1~3년의 단기간에는 그 차이가 작아 체감하기 어렵지만, 장기투자 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1억 원을 매년 7%의 수익으로 30년간 굴린다고 가정해 보자. 일반 계좌에서 매년 수익의 15.4%를 세금으로 뗀다면 실효수익률은 약 5.9%로 떨어져, 30년 뒤 잔액은 약 5억 6천만 원이 된다. 반면 과세이연 계좌에서 세금을 떼지 않고 온전히 7%로 굴리면 같은 기간 잔액은 약 7억 6천만 원에 이른다. 약 2억 원, 비율로는 35%가량 더 많은 돈이 손에 쥐어지는 것이다. 


    만약 연금으로 수령할 때까지 기다리면 3.3~5.5%의 낮은 세금을 내므로, 세제혜택이 극대화된다. 게다가, 충분한 시간동안 복리로 돈이 불어나면, 중도인출로 세금이 추징되어도 이익이라는 계산이 선다. 특히 연금저축계좌의 경우 중도인출을 할 때 세제혜택을 받지 않고 납입한 원금부터 아무런 추징 없이 인출이 되므로,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다. 조금 더 살펴보자.


    연금저축과 IRP — 닮은 듯 다른 인출 규칙


    세제혜택이 강력한 대신, 두 계좌에는 돈을 꺼내는 데 제약이 따른다. 

    연금저축계좌는 중도에 자유롭게 출금할 수 있다. 일부 인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그런데 인출되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 ① 당해 연도 납입분, ② 그 전에 납입한 원본이면서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금원, ③ 세액공제를 받은 원금과 운용수익의 순서로 빠져나간다. 앞쪽의 ‘세제혜택을 받지 않은 돈’을 꺼낼 때는 아무런 추징이 없다. 다만 뒤쪽의 ‘세액공제를 받은 원금과 운용수익’은 개인이 스스로 노후대비를 하기로 약속하고 받은 세제혜택을 다시 내려놓아야 한다. 즉, 앞서 받은 혜택에 상응하는 세금이 추징된다. 개략적으로 기타소득세 16.5%에 약간의 가산세가 붙는다.


    IRP 계좌의 중도인출은 이보다 엄격하다.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전세보증금, 6개월 이상의 요양 의료비, 개인회생·파산, 천재지변 등 법이 정한 사유에 해당할 때에만 중도인출이 허용되고, 그러한 사유 없는 인출은 불가능하다. 목돈이 필요하면 계좌 전체를 해지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경우 세액공제를 받은 원금과 운용수익 전부에 기타소득세 16.5%가 부과되므로, 그동안 받은 세제혜택을 뛰어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IRP는 ‘은퇴 전까지는 손대지 않을 노후자금을 장기투자할 용도’로 활용하고, 일부 유동적으로 활용할 자금은 연금저축계좌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ISA — 분리과세, 그리고 한도를 넓히는 우회로


    ISA는 과세이연이 아니라 ‘비과세와 분리과세’로 혜택을 준다. 계좌 안에서 발생한 손익을 통산한 뒤, 순이익 중 200만 원(서민형·농어민형은 400만 원)까지는 비과세하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9.9%로 분리과세한다. 한편, ISA는 의무가입기간 3년을 채우면(혹은 만기가 도래하면) 해지할 수 있는데, 이렇게 3년 이상 유지한 뒤 해지한 자금은 60일 이내에 전액 연금저축계좌나 IRP로 옮길 수 있다. 그리고 옮긴 금액의 10%, 최대 300만 원까지 연말정산을 통해 추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앞서 보았듯 연금저축·IRP의 과세이연 혜택이 워낙 강력해서, 정부는 이와 같은 연금성 계좌의 납입 한도를 통합하여 연 1,800만 원으로 제한해 두었. 그런데 ISA 만기자금을 연금계좌로 이전하면, 이 연간 납입한도와 별도로 상당한 자금을 과세이연 계좌에 추가로 납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결국 ISA를 ‘연금계좌로 들어가는 자금을 3년간 분리과세로 키워 두는 대기실’로 활용하면, 과세이연을 받으며 굴리는 자금의 규모를 더 키울 수 있게 된다. 


    다만 의무가입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해지하면 충분한 복리효과를 누리지 못한 채 비과세·분리과세 혜택에 상응하는 세금을 추징당한다. 즉, 일반 계좌로 굴린 것과 다름없거나 그보다 못한 결과를 받아드는 셈이다. 천재지변, 퇴직, 사업장 폐업, 3개월 이상의 입원·요양을 요하는 질병, 사망·해외이주 등 부득이한 사유라면 혜택을 유지한 채 해지가 가능하지만, 그 외에는 최소 3년은 묻어 둘 각오로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제마 원장에게


    김제니 원장이 제마보다 빠르게 자산을 불릴 수 있었던 비결은 특별한 종목을 선택해서가 아니라, 과세이연이 되는 좋은 투자 도구를 선택한 데 있다. 특히 과세이연과 저율과세로 세전 복리효과를 오랜 기간 충실히 누리면, 투자한 기초자산의 수익률이 동일하더라도 복리효과를 통한 혜택을 보다 크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복리는 시간이 빚어내는 마법이고, 과세이연과 저율과세는 그 마법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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