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시험실·산학연병 협력 강화로 국내 기업 글로벌 진출 지원
최준용 천연물안전관리연구원 원장
[한의신문] 동남권 천연물 안전관리의 허브 구축을 목표로 출범한 천연물안전관리연구원(이하 연구원)의 초대 원장인 최준용(전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한방병원 교수) 신임 원장으로부터 연구원의 역할과 비전을 들어봤다.
Q. 연구원의 출범 배경과 신임 원장님의 비전은?
2017년 경남 양산시 일원에 동남권 의생명특화단지 조성이라는 지역 공약 추진을 위해 부산대학교 양산캠퍼스,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부산대한방병원 등이 경상남도, 양산시와 함께 기획안을 마련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천연물임상지원센터’라는 초안을 작성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부처 기능과 역할에 맞도록 사업안을 수차례 수정했다. 이후 ‘천연물안전지원센터’로 방향이 정리됐고, 2020년 식약처 지원으로 1.5억 규모의 타당성 조사 기획과제를 수행했다.
개인적으로 부산대한방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연구자로서 한약·한약제제의 기초·임상 연구를 수행하면서 여러 현실적인 문제를 지속적으로 체감해 왔다. 특히 한약과 한약제제 등 천연물을 원료로 하는 의약품은 천연물의 기원 문제, 위품 혼입, 제제약의 품질관리 문제 등이 꾸준히 제기됐다. 또 케미컬 의약품이나 바이오·재생의료 분야에 비해 국민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시장 성장도 충분치 못한 점, 전통의학의 오랜 경험과 자산에도 세계 천연물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며, 안전하고 품질 높은 한약과 한약제제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문기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이후 2021년에는 로드맵 및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기획과제를 추가로 수행했고, 2022년 설계에 착수했다. 2023년부터 건축이 진행돼 2025년 12월17일 준공됐고 약사법 개정(2026년 11월 시행 예정)을 통해 법인 설립의 기반이 마련됐다. 이를 바탕으로 2026년 1월 식약처 산하 재단법인인 천연물안전관리연구원이 정식 출범하게 됐다.
연구원의 핵심 추진 전략은 ‘과학적 품질관리 기술개발(Science)’, ‘생산 및 제품화 지원(Support)’, ‘시설·인력 등 인프라 구축 지원(Synergy)’의 3S로 설정했으며, 이에 맞춰 세부적인 중장기 과제를 수립하고 있다.
연구원의 핵심 역할은 기존 천연물 관련 시험·분석 기술을 고도화하고, 품질 및 안전과 관련한 약리 기반 AI기술 등 첨단기술을 도입해 국민이 보다 안전하고 품질 좋은 천연물 유래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 중장기적 목표로는 세계적 수준의 규제과학 역량을 확보해 해외 의약품 규제를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국내 기업의 품질관리 기술을 높여 우수한 국산 천연물의약품이 세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Q. 식약처가 강조하는 ‘천연물 의약품의 전주기적 안전관리 체계 구축과 천연물 산업 활성화’라는 목표를 지원하기 위한 연구원의 중요한 기능은 무엇인지요?
전주기란 의약품의 원료가 되는 천연물의 기원과 재배환경에서부터 시작해, 주로 건조한 동식물·광물 등의 한약재 제조과정, 한약·생약제제의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에 대한 다양한 시험·분석 방법, 개발 전 단계의 인허가에 필요한 의약품 규제까지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런 안전관리는 한 단계라도 놓치면 국민 건강에 직접적 위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식약처 규제 및 심의 업무를 과학적 연구개발 측면에서 적극 보조·보완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우수한 안전관리 기술을 국내외에 적극 알리고, 이를 통해 한약재와 한약·생약제제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보건의료인과 국민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결국 시장의 확대와 산업 활성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구원은 식약처의 공식적인 규제와 심의업무를 보다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는 전문 산하기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Q. 연구원은 AI와 디지털을 어떻게 한의약과 접목할 계획이신가요?
천연물은 성분의 복잡성과 다양성이 매우 큰 분야이기 때문에, AI와 디지털 기술이 도입될 경우 가장 혁신적인 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식약처에서도 AI를 활용한 한약재 관능검사학습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천연물의 경우, 산지와 재배 조건에 따라 축적되는 방대한 성분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AI 이미지 인식기술과 다성분 분석모델을 결합하면, 지능형 품질판별 및 진위감별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시스템이 실제 작동하기 위해선 각 요소에 대한 개별적이고 충분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면 천연물의 재배부터 유통까지 전주기 이력관리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어, 보다 투명하고 신뢰도 높은 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당장 모든 것을 구현하기보다, 향후 이러한 기술들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Q. 산·학·연·병 협력 플랫폼으로서 연구원이 국내 천연물 산업계에 제공할 수 있는 지원은?
연구원이 위치한 부산대학교 양산캠퍼스 일대에는 한강 이남 최대 규모의 의료클러스터가 조성돼 있다. 상급종합병원, 재활병원, 어린이병원, 한방병원, 치과병원 등이 집적돼 있으며, 의·치·한·간호학과 등 보건의료계열 대학과 정보의생명공학대학이 함께 위치하고 있어 천연물 관련 제품의 초기 아이디어 발굴부터 제품 승인과 임상까지 전 주기적 연구가 가능한 매우 우수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또 인근의 부산항은 우리나라 한약재 수입 통관의 가장 중요한 항구다. 때문에 연구원은 천연물 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개발과 안전관리에 매우 적합한 입지라고 생각한다.
산업계와 기업에 대해서는 제품화 연구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다양한 전문가의 컨설팅을 연구원 플랫폼을 통해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동남권에 위치한 한약재 제조업체들에게는 개방형시험실 서비스를 통해 한약재 확인시험과 필요 시 지표성분 및 유효성분 확인 등을 통해 hGMP에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한약재 제조업체 이외의 천연물 유관 기업, 대학, 병원 등과도 협업을 통해 연구 및 개발(R&D), 아이디어 구체화 가설 검증, 시제품 제작, 기술 사업화까지 폭넓은 품질관리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아울러 한약·생약제제 생산 제약회사에는 의약품 기준 및 시험법 지원, 제품화를 위한 한약 조성 설정, 임상시험 관련 자문 등 실질적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연구원이 이제 막 출범한 신생기관인 만큼,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은 개방형시험실을 통한 한약재 품질관리 지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대한약전과 대한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 수록된 여러 시험법을 실제 산업현장에서 보다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에 우선 집중하고자 한다.
Q. 기존 한약 산업과의 연계 또는 지원 방향은 어떻게 설정하고 계신지?
한약재의 품질관리는 연구원의 매우 중요한 핵심 업무 가운데 하나다. 상당수의 hGMP 한약재 제조업체는 규모가 영세해 충분한 자체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식약처가 운영하는 개방형시험실 서비스는 이러한 소규모 한약재 제조업체들이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활용해 품질관리와 hGMP 기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현재까지 서울 1개소에서만 운영되고 있었는데, 올해부터 연구원 내에도 개방형시험실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천연물 단계에서부터 한약재의 기원과 진위를 보다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생산부터 유통까지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한약산업 전반의 신뢰도를 높이고 보다 안정적인 품질관리 기반을 마련코자 한다.
Q. 국내 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전략을 구상하고 계신가요?
천연물의약품의 세계시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대만, EU,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한의학에서 활용되는 소재를 포함한 다양한 천연물을 추출·가공해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우수한 기술력과 전통의학의 경험이 있음에도, 까다로운 해외 규제의 장벽을 넘지 못해 글로벌 시장 진출이 상당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천연물안전관리연구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연물의약품 분야의 규제외교’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자 한다. 단순히 규정을 해석하는 수준을 넘어, 각국의 규제 체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과할 수 있는 규제기술 역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필요할 경우, 외교적 협력과 제도적 지원까지 연계해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보다 안정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연구원의 중장기적인 목표다.
Q. 신뢰받을 수 있는 천연물(한약재)의 위상 제고를 위해 어떤 계획을 설정하고 있는지?
신뢰받을 수 있는 천연물의 출발점은 무엇보다 천연물의 품질과 안전관리다. 여기에 더해 가공된 한약재의 품질 확보, 제약회사에서 제조하는 다양한 제형의 한약·생약제제 및 천연물의약품에 대한 과학적이고 엄격한 품질관리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그동안 다소 침체되고 위축됐던 한약과 한약·생약제제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품질관리뿐 아니라 적극적인 홍보와 신뢰 회복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홍보성 광고를 넘어, 엄격하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국내외 유수 학술지에 발표하며, 그 결과를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 해당 분야와 관련한 ISO 국제 표준을 선도해 천연물 안전관리 분야의 선진국으로 발돋움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겠다.
제약회사들도 품질관리가 까다로운 의약품들을 연구원과 협력해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제품화에 성공할 수 있다면, 국민의 신뢰는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다. 나아가 국민의 신뢰는 국내시장의 활성화는 물론 해외시장 진출의 기반이 돼, 우리나라 천연물의약품 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 향후 대한한의사협회와의 협력 방안은?
한약재 및 한약제제 품질의 개선은 한의사의 처방 확대, 국민의 신뢰도 상승 및 시장 확대라는 바람직한 현상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기에 매우 중요한 것으로 연구원은 대한한의사협회와 양방향 소통을 통해 연구 주제의 발굴, 연구결과 홍보 등을 계속해 나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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