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진료 톺아보기 30

기사입력 2026.05.1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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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화가 안 되고 신물이 자주 올라와요 ”
    파편화된 증상 너머 환자의 삶 전체를 조율하여 질병의 ‘졸업’을 이끄는 만성질환 주치의, 한의사의 증명된 역량이자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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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이제원 원장으로부터 한의사가 전공하는 내과학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한의학이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고 생명 활동의 조화를 돕는 데 탁월하다면서,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물 의존을 줄이고 환자의 근본적인 건강 회복을 이끄는 일차의료 주치의로서의 생생한 임상 기록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병을 치료하려면 반드시 근본에서 찾아야 한다(治病必求於本).”  『黃帝內經』 「素問·陰陽應象大論」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는 증상을 누르고 숫자만 교정하는 대증요법을 넘어 인체 생명 활동 및 대사의 조화로움, 즉 항상성을 회복하는 것이 의학의 본질임을 시사한다. 


    “소화가 안 되고 신물이 자주 올라와요” 60대 남성 환자가 내원했다. 환자의 증상은 수년 동안 지속되고 있었다. 양의사로부터 ‘위염’ 또는 ‘역류성 식도염’이라 진단받았다고 했으며, 증상이 심할 때면 라베프라졸, 판크레아틴, 시메티콘, 우르소데옥시콜산, 모사프리드, 애엽95%에탄올연조엑스 등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하지만 약을 먹으면 잠시 증상이 덜한 듯했다가 다시 나빠졌고,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질병의 내면, 그 근본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먼저 자세한 병력 청취가 필요했다.  

    환자는 약 10년 전 당뇨와 고지혈증을 진단받아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및 의무기록을 확인해 보니, 현재 복용 중인 당뇨 및 고지혈증 관련 약물은 글리메피리드 4mg, 제미글립틴 50mg, 메트포르민 1,000mg, 에제티미브 10mg, 로수바스타틴 10mg이었다. 이 중 Sulfonylurea계 약물의 복용량은 2년 전에 하루 1mg이었다가, 1년 전에 하루 2mg으로 증량됐고, 내원 4개월 전부터 현재 용량인 하루 4mg으로 복용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환자는 담당 의사로부터 혈당이 자꾸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걱정이 된다고 했다. 당화혈색소(Hb A1c) 검사는 약 1개월 전에 마지막으로 시행했으며, 그 결과는 6.8%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리고 10여 년 전, 건강 검진으로 시행한 갑상선 초음파 검사에서 혹이 있다고 들어서 조직 검사를 시행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 결과, 검사한 병원에서는 수술해야 한다고 했으나, 다른 병원에서 다시 조직 검사를 했더니 수술 안 해도 되고,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다면서 지금까지 추적 관찰 중이라고 했다. 약 3년 전에는 쓸개에서 1.2 cm 크기의 용종이 발견되어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환자는 소화기 증상 외에도 좌측 무릎 관절의 통증도 호소했다. 무릎 통증은 약 1년 전 발생하였으며, CT 및 MRI 검사에서 무릎 연골에는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들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바닥에 앉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서 양방 정형외과에서 치료받았다고 했다. 지금은 약 140도까지는 통증 없이 무릎 굽히기가 가능하고, 그 이상 굴곡을 시도하면 반대측과 달리 통증이 나타났다.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정밀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Hb A1c가 환자의 진술과 달리 8.3%로 매우 높았다(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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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1. 다약제 중단 및 한의 치료에 따른 대사 지표 및 체성분 변화
    당뇨 및 고지혈증 화학약물을 중단했음에도 당화혈색소(Hb A1c)가 8.3%에서 7.0%로 크게 개선됨. 대사 건강의 핵심 지표인 TG/HDL 비율 역시 1.7에서 0.9로 개선되었으며, 유의한 근육량 감소 없이 체지방 위주의 감량(-5.0kg)이 이루어지는 등 안정적인 대사 회복과 신기능(eGFR) 유지를 확인함.
     
    상복부 초음파 검사에서는 쓸개가 전 절제된 상태였다. 그리고 갑상선 초음파 검사에서는 좌엽에서 다발성 결절 소견이 관찰되었다. 그 중에는 변연부 석회화(Rim calcification) 소견을 보이는 결절도 있었다(그림 1). 환자 舌質의 色은 紅, 舌苔는 白•厚 했고, 脈象은 전체적으로 滑•弱•無力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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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갑상선 좌엽에서 관찰되는 변연부 석회화(Rim calcification) 결절 
    좌엽 내 다발성 결절 중 변연부 석회화를 동반한 결절의 횡단면(A) 및 종단면(B) 소견임. 결절 경계부를 따라 형성된 강한 고에코의 석회화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특징적인 후방 음영(Acoustic shadowing)이 관찰됨. 이는 과거 수술 권고 및 조직 검사 시행의 근거가 된 주요 병변으로, 환자의 병력과 건강 상태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됨.


    결국 환자의 소화기 및 관절통 증상은 단순히 위장 또는 무릎관절의 국소적인 문제가 아니라, ‘쓸개 부재로 인한 소화 불균형’, ‘조절되지 않는 혈당으로 인한 대사 및 호르몬 불균형’, ‘다약제 복용에 의한 영향’ 등이 매우 복잡하게 얽힌 상태였다. 즉, 파편화된 국소 증상의 나열이 아닌 전신적인 대사 장애의 연쇄 반응이었다. 


    이에 消渴의 中消 및 濕熱證으로 진단하고 『東醫寶鑑』에 수록된 加減白虎湯을 기반으로 처방했다. 치료 과정에서 연속혈당측정(CGM)을 통한 면밀한 모니터링 하에 기존 약물의 필요성을 재평가하고 조정(Deprescribing)했다. 이들 약물이 일부 환자에서 위장관 부작용을 유발하거나 혈당 제어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치료 과정에서 저혈당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의료진이 환자의 식단, 수면, 운동 등 생활 습관에 적극 개입하는 “포괄적 다중 한의 치료(Comprehensive, Multimodal Korean Medicine intervention)”를 시행했다. 


    환자는 치료 8주 만에 Hb A1c가 7.0%로 뚜렷한 개선을 보였다. 연속혈당측정 데이터에서도 치료가 진행됨에 따라 혈당의 극심한 변동성이 사라지는 양상이 확인되었다(그림 2). 체중은 72.7kg에서 65.6kg으로 7.1kg 감량되면서도 근육량은 유의한 감소 없이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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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치료 기간 중 월별 혈당 변동성 및 분포 변화(Monthly Box Plot)

    치료 경과에 따른 월별 혈당의 추이를 보여줌. 치료 전에 비해 치료 후 혈당의 변동성(박스 크기 및 이상치)이 감소함.


    심혈관 질환의 실질적 위험 인자인 중성지방은 96에서 73으로 꾸준히 감소했고, HDL은 58에서 79로 상승했다. 

    결국 인슐린 저항성과 대사 건강의 핵심 마커인 TG/HDL 비율이 1.7에서 0.9로 개선되는 안정적인 대사 회복이 이뤄진 것이다(표 1). 이와 함께 오랫동안 환자를 괴롭히던 소화기 증상과 무릎 통증은 자연스럽게 호전됐다.  


    파편화된 증상이나 눈앞의 수치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삶 전체를 조율하여 생명 활동의 균형을 회복하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黃帝內經』에서 강조한 '치본(治本)'이자, 환자를 다약제 복용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여 진정한 치유로 인도하는 길이다. 

    다가오는 통합 돌봄 시대가 요구하는 ‘만성질환 주치의’는 단순히 병명을 진단하는 것을 넘어, 환자의 삶과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통찰하는 의료인이어야 한다. 


    한의사는 전체론적 관점이라는 전통의 지혜와 현대 과학의 도구를 두루 갖추고 있어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의료인이다. 환자에게 진정한 ‘건강한 자유’를 되찾아주는 것, 이것이 한의사인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사명이다. 그리고 우리의 역량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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