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사, 환자의 생활·건강 총체적으로 조율하는 일차의료 관리자 역할
김동수 교수(동신대 한의과대학)
[한의신문] 고혈압·당뇨·고지혈증. 이른바 ‘3고(高)’는 현대 만성질환의 핵심이다.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은 이 중 한 질환 이상을 갖고 있으며, 3개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도 10%가 넘는다. 더욱 큰 문제는 이 질환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하고 위중한 후유증들이며, 이로 인한 의료비는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부터 만성질환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핵심정책에 한의사는 계속 소외되어 왔으며, 이는 최근 강화되고 있는 정부의 일차의료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인 대만에서는 적극적으로 전통의사인 중의사를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활용하고 있다.
지난 2월12일 대만 전민건강보험(全民健康保險)은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중의(中醫) 3고 환자 관리 방안(中醫三高病人加強照護方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3고 질환으로 중의 의료기관을 주로 이용해 온 환자를 발굴하고, 중의사가 이들을 지속적으로 사례관리하는 제도다.
이 제도에서 중의사의 역할은 기존의 치료를 넘어선다. 먼저 환자의 개인 건강기록을 구축한다. 가족력, 만성질환 병력, 흡연·음주·빈랑 등 습관, 복용 약물까지 망라한 포괄적 자료를 정리한다. 여기에 생활습관 자기평가도 수행한다. 운동량, 수면 시간, 식이 패턴, 사회적 연결, 스트레스 관리 능력 등 22개 문항으로 구성된 평가표를 통해 환자의 생활 전반을 점검한다.
또한 진료 측면에서는 중의 변증(辨證) 원칙에 따른 진료기록 작성, 혈당·혈중 지질·혈압 등 관련 검사 수치의 주기적 확인, 질환별 맞춤형 보건교육 제공이 의무화된다. 중의사는 의료기관에서 처방전만을 쓰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생활과 건강을 총체적으로 조율하는 일차의료 관리자로서 역할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 제도는 성과지불(Pay for Performance) 방식으로 운영된다. 중의사는 사례관리비(기본 250점+개인건강자료 30점+생활습관 평가 40점)를 받고, 응급실 내원율 감소, 혈당·혈중 지질 조절률, 혈압 업로드 비율, 성인 건강검진율 등 4개 지표 달성도에 따라 최대 1000점(약 4만7000원)의 품질관리 장려비를 추가로 지급받는다. 지표 60점 미만이면 사업에서 탈락한다. 단순 투약을 넘어 실질적인 건강 결과를 제도가 요구하는 구조다.
현재 한국에서는 ‘한의 장애인 건강 주치의’, ‘한의 노인 주치의’ 제도 등 한의사의 주치의 제도 진입이 한의 일차의료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한의사의 역할과 지위가 유사한 중의사가 3만명의 만성질환 환자를 사례관리하며 혈당·혈압 조절률과 응급실 방문율 감소를 공식 지표로 책임지는 구조가 국가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의사도 주치의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대만에서의 사례와 같이 국민의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한의사 주치의 제도를 주저하지 않고 시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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