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숙 여의도 책방-75

기사입력 2026.04.2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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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이 아닌 문! 문이 아닌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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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신미숙의 여의도 책방』은 각 회마다 1개의 키워드에 5권의 도서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이어갑니다.


    “장애인들이 체육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처음에는 벽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 벽을 넘는 게 어렵지 않다. 한 번 넘으면 다른 벽을 넘는 건 더 쉬워진다. 스포츠가 자신의 세상을 깨부수고 나올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지난 3월26일 밀라노 동계 패럴림픽에서 5개의 메달을 목에 건 장애인 노르딕스키 국가대표 김윤지 선수(2006년생)의 웃는 얼굴도 인상적이었는데 인터뷰도 똑소리가 난다. 비장애인 선수들의 성공 서사와는 결이 다른 김 선수의 당당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시각장애를 가진 의원님 한 분이 가끔 내원하신다. 원래 가지고 있던 우측 무릎 통증이 12·3 계엄 때 월담하는 과정에서 더 악화되었다고 하셨다. 누워서 치료받는 그 짧은 시간에도 귀에는 이어폰, 손에는 노트북을 지참하시고 시각장애인용 음성 프로그램으로 발표 자료를 확인하는 열정을 이어가신다. 어디서도 들어볼 수 없는 찰진 유머와 구수한 입담을 보유하신 의원님께 그 비결을 여쭈었더니 친정 아버지께서 성대모사를 기가 막히게 잘 하시는 밝은 성격의 분이었다고 하시며 그게 재능이라면 아마도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 같다고 하신다. 중2 때 발병한 망막색소변성증으로 1급 시각장애인 판정을 받으셨지만 그 벽을 넘고 넘어 오늘이라는 당신 자리에 우뚝 도달하신 분! 본인이 가진 장애를 벽이 아닌 문으로, 문이 아닌 길로 만들어낸 분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불편이 불편이 아니었다. 이날까지 살아보니 이 불편이 내 삶에는 축복이었다!”

     

    『찬란한 불편』(하오밍이, 섬드레,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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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목발을 짚고 다니며 세계를 탐험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 탐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도 배웠다. 그 덕분에 나는 지금도 호기심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 어머니는 나를 위해 따뜻한 보온병 같은 세계를 만들어주었다. 밖에서 다칠까 봐 걱정했던 어머니는 내가 집에 머무는 걸 더 좋아하게 만들었다. 

    - 인생이란 한 사람이 성장 과정에서 다양한 사물에 대한 조합 능력을 개발하는 과정이다. 

    - 자신을 인식하고 정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핵심은 자신의 한계를 찾아내고 그것을 돌파하는 것이며, 자신의 파편을 직면하고 그 속에서 완전함을 발견하는 것이다. 


    『장애, 이해하고 있다는 오해』

    (에밀리 라다우,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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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으로서 자신을 설명하고 정의하는 방식에는 개인적인 선택지들이 있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은 핸디캡(handicapped)이란 용어는 이제 정말 그만 써야 한다는 것이다. 

    - 장애인 커뮤니티의 역사는 고통스러운 억압부터 힘겹게 쟁취한 시민권의 승리까지 꽤 파란만장하다. 

    - 신경다양성은 치료가 필요한 무언가가 아니다. 없어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들을 그들이게끔 하는 정체성의 일부분이다. 

    - 모든 장애인은 자신의 삶에 관한 전문가이다. 그러니 장애인을 대신에 장애에 관해서 이야기하지 말라. 

     

    『재활의 밤』(구마가야 신이치로, 동녘,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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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초에 몸의 긴장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의 운동에 불필요한 요소일까? 몸의 긴장이 없을 때만 사람은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일까?

    - 뇌성마비를 지닌 몸에서는 어떤 목표를 갖고 운동하려 할 때 목표에 반하는 긴장이 필연적으로 온몸에 넘쳐난다. 그러므로 운동을 할 때 그런 긴장, 즉 과도한 신체 내 협응 구조를 풀기 위해 자신의 몸에 어떤 암시를 준다. 

    - ‘회복접근’의 재활에서 드러나는 한계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클라이언트의 불만을 ‘장애수용’이라는 말로 억압하려는 현장의 독단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 나의 삶은 쇠퇴를 향해 서서히 형태를 바꾸어 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주변의 지원이 점점 더 필요할 것이다. 


    『발달장애 당사자연구』

    (아야야 사츠키, EM실천,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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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량으로 자극을 너무 많이 받아들여 많은 감각에 머리가 파묻혀있는 상태를 나는 감각포화라고 부르고 있다. 

    - 누른 부분에서 누르지 않은 부분을 제어할 수 있다는 이러한 감각은 나 또한 기분 탓인가 하고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침을 맞으러 가게 되었을 때도 ‘동양의학이라니, 정말로 효과가 있는 걸까? 비싸기만 한 거 아닐까?’ 의심하고 있었다. 

    - “거기를 누르니 위가 움직이기 시작하네요” “역시 그곳은 목이랑 이어져 있었군요” “온열요법은 피 순환을 좋게 하거나 림프액의 흐름을 촉진시키는 거로군요” ‘이렇게 동양의학에 익숙해져 가는 나는 또 뭘까?’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권용덕, 김영사,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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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는 그저 하나의 특징이고, 서로 다른 수많은 사람에게서 하나의 다름일 뿐이다. 이 다름은 옳고 그름의 기준에서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차이일 뿐이다. 

    - 많은 사람이 장애는 태어날 때부터 발생한다고 생각하는데, 국내 전체 장애인의 88.1%는 후천적으로 발생한다. 

    -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장애인의 이동권은 권리로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애인의 권리로만 보여졌던 것이다. 

    - 통합교육을 통해 같은 공간에서 함께 공부하고 고민하고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게 익숙해져야 한다. 그래서 통합교육이 필요하고 존재하는 것이다. 


    4월 말 모교 학술위 초청으로 특강을 앞두고 있다. 2026년에 한의대생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더 이상 핫하지 않은 한의대에 진학하여 5∼6년차에 접어든 본3∼4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복지부보다 문체부랑 더 가깝고 『EBS명의』보다는 『동치미』에 주로 초대되는 게 한의사랍니다. 의사, 약사와 상의하라는 TV광고의 글귀는 있어도 한의사와 상의하라는 권고를 공중파에서 접한 적은 없죠?” 이런 대사로 강의를 시작했다간 괜히 분위기만 싸해지는 건 아닐까? 간만에 학부생 대상 강의를 하러 간다고 하니 딸냄이 당부하며 건넨 말 “어머니, 강의하시다가 상처받지 마세요. 아무도 안 들을 거예요. 딴짓하고 질문 없고 모두 폰만 들여다보고 있어도 저희 세대 특징이니 그러려니 하세요. 광주까지 먼 걸음 하시는데 기왕 가시는 길, 맛집 탐방 많이 하고 오셔요!” 이 팩폭은 위로인가? 응원인가? 조롱인가? 사랑인가? 


    2006년 산티아고 순례길 800km 도보여행을 다녀온 후 고향 제주에 올레길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셨던 서명숙 이사장께서 지난 4월7일 별세(향년 68세)하셨다. 2007년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발족된 이래 올레길은 현재 27개 코스(437km)가 완성된 상태다. “걷는 길은 우리 국토 곳곳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걷지 않았고 잊어버렸고 상실한 것일 뿐이다”라고 생전에 말씀하신 바 있다. 지금은 높은 벽으로 느껴지지만 개발된다면 올레길이 될 수도 있는 한의학에도 아직 발견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5년 12월19일 이형훈 제2차관 주재로 ‘제5차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2026∼2030)’을 확정했다. 2026년부터 어르신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살피는 ‘한의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고 한의약을 돌봄 중심 의료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의 건강주치의 시범사업도 동시에 검토된다. 2018년 5월부터 시행되어온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이 홍보 부족으로 장애인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임에도 의협은 위 발표 닷새만에 한방 난임사업도, 한의사 주치의 돌봄 확대도 즉각 중단하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의계의 모든 사업에 절대반대를 외치는 의협이라는 철벽이 무너질 날이 오기는 할까? 이번에 강의를 마칠 무렵 학생들 중 그 벽을 한 번 넘어볼 학생이 있는지 한 번 물어봐야 겠다. 물론 아무도 손 들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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