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의 대표 “부정수급 문제, 보험사기 방지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의신문] 국토교통부가 4월1일 시행을 목표로 추진해 온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이 지연된 가운데 시민·소비자단체의 전면 재검토 및 철회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금융정의연대를 중심으로, 국회·금융당국에 ‘8주 치료 제한’과 향후치료비 지급 제외 방안이 교통사고 피해자를 잠재적 부정수급자로 전제해 피해자를 양산하는 정책이라며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개정안에 따라 금융감독원 또한 지난해 12월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을 사전예고했다. 이는 상해등급 12~14급 환자가 8주 이후에도 치료를 지속하고자 할 경우 진단서 등 추가 서류를 제출해 별도 심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보상은 줄이고, 심사는 강화”…등급·위자료·치료권 전면 손질 요구
이와 관련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지난 24일 금융감독원에서 ‘금융감독원-시민·소비자단체 간담회’를 갖고, 금융 관련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 주요 시민·소비자단체가 참여했다.
간담회에서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는 “8주 치료 제한과 향후치료비 배제는 피해자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상해등급 산정 체계의 투명성 확보 △치료 연속성을 보장하는 실시간 등급 조정 체계 도입 △위자료 현실화를 통한 보상체계 정상화 △의학적 취약계층에 대한 예외 적용 △심사 과정 중 치료비 지불보증 유지 △증빙서류 비용의 보험사 부담 등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현행 상해등급(1~14급)은 법적 기준에 따라 산정되지만 실제 등급 입력 및 확정 과정이 보험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에 의료계가 참여하는 ‘독립적 제3의 평가기구’를 통해 등급 산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사고 초기에는 단순 염좌로 판단됐더라도 치료 과정에서 신경 손상 등 중증 병변이 뒤늦게 확인되는 사례가 존재하는 만큼 이를 반영할 수 있는 탄력적 등급 조정 체계 구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는 ‘경상환자’라는 일률적 기준이 실제 치료 필요성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는 것.
보상체계 측면에선 2005년 이후 약 20년간 사실상 동결된 상해등급 12∼14급 환자 위자료(최대 15만원)의 현실화가 선행될 것을 요청하며 “위자료 개선 없이 치료기간과 향후치료비를 제한하는 것은 피해자의 손해보상을 이중으로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고령자, 임산부, 어린이, 장애인, 만성질환자 등 의학적 취약계층에 대해선 8주 심사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단 예외 또는 면제 규정을 둬야 한다는 제안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심사 진행 중 치료비 지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지불보증의 연속성을 명시하고, 진단서 등 증빙서류 발급 비용 역시 보험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 “2조 절감 중 소비자 몫 1800억”…‘보험사 중심 개편’ 논란 야기
이에 앞서 금융정의연대는 18일 금융감독원에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에 대한 공식 의견서를 제출, 보다 구체적인 문제점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인 ‘상해등급 12∼14급 환자 향후치료비 지급 제외’는 전체 교통사고 피해자의 약 95%에 해당하는 환자의 보상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조치라는 것.
먼저 정책 효과 측면에서도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 정부가 부정수급 방지를 통해 보험료 인하를 기대하고 있으나 약 2조원 규모의 비용 절감 예상액 중 실제 보험료 인하에 사용되는 금액은 약 1800억원 수준에 그쳐 그 효과가 소비자보다 보험사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김 대표는 “척추 염좌, 근육 및 인대 손상 등은 골절이 없더라도 장기 치료나 만성 통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손상으로, 단순히 상해등급 12∼14급이라는 이유로 향후치료비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치료비에 대해선 “사고 이후 예상되는 치료비를 사전에 보전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피해자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신체적·법적 책임을 더 이상 묻지 않는 ‘부제소 특약’을 전제로 하는 합의 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이를 일률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민사상 합의금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수십 년간 보험사와 피해자 간 개별 협상을 통해 형성된 합의금 체계를 정부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축소하려는 시도에 대해선 “정책적 타당성이 부족한 조치로, 이는 자동차보험업계의 비용 절감 논리를 과도하게 반영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상해등급 산정 구조에 대해선 “현재 등급 판정 과정에서 보험사가 실질적인 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구조로 인해 낮은 등급 유도 또는 지불보증 조기 종료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치료 초기 단계에서부터 공정하게 등급을 판정할 수 있는 ‘독립적 중립기구’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보상 수준과 관련해선 위자료 동결 문제가 재차 강조됐다. 물가 상승과 사회경제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낮은 위자료 수준을 그대로 둔 채 치료비 제한을 추진하는 것은 피해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조치라는 것이다.
아울러 금융정의연대는 상해등급 12∼14급 환자 치료 제한 정책이 시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취약계층 예외 적용 △심사 완료 전 치료비 전액 보장 △위자료 현실화 △증빙서류 비용 보험사 부담 등의 제도적 보완책을 함께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김 대표는 “일부 부정수급 문제는 진료비 심사 강화나 보험사기 방지 정책 등 정밀한 대응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전체 피해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새 정부 출범 당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공약한 바 있으나 이후 무산됐다”면서 “앞으로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한창민 국회의원실에 답변서를 통해 “치료 제한 심사 대상자 재설정과 위자료 등 자동차보험 합의금 지급 기준의 현실화 방안을 추가로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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