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통해 임상근거 체계화…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적용
화사한 봄기운이 성큼 다가온 가운데 알레르기 환자들은 재채기와 콧물, 눈 가려움 등의 증상이 유독 심해지는 이 시기가 반갑지만은 않다.
알레르기란 특정 항원에 면역체계가 과민하게 반응하는 상태로, 꽃가루나 집먼지 진드기뿐 아니라 기온 변화나 먼지 같은 비특이적 자극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봄은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결막염, 두드러기 등 알레르기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로,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 통계에 따르면 ’24년 알레르기 질환 전체 환자 2942만 여명 중 4월에 280만 여명으로 연중 가장 많았고, 3∼5월 환자는 778만 여명으로 연간 환자의 26%가 이 기간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왜 봄철에 알레르기가 더 심해질까?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해 짧은 봄·가을에 급격히 더워지고 추워지며, 일교차도 크게 나타나는 등 급격한 환경 변화에 면역계와 자율신경계가 충분히 적응하기 어려워지며 감기와 알레르기 증상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 매해 심해지는 봄철 미세먼지와 황사는 알레르기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봄철의 가장 중요한 알레르겐이자 특히 알레르기 결막염의 주요 원인인 꽃가루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 시기가 앞당겨지고 농도가 증가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알레르기 원인 피할 수만은 없어…면역력 높여야
이처럼 변화가 큰 환경은 인체의 적응력을 키워 면역계를 더욱 단련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문제는 현대인의 생활환경이다.
이와 관련 김민희 교수(강동경희대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는 “면역계와 자율신경계는 계절 변화에 따라 조절돼야 하는데, 과도한 냉·난방으로 몸이 계절에 맞게 적응할 기회가 줄어들게 되며, 아울러 불규칙한 수면이나 실외 활동 감소 또한 적응 능력을 더욱 줄이는 요소로 작용한다”며 “이로 인해 외부자극에 대한 반응이 과도해지면서 알레르기 증상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항원 노출, 날씨의 영향, 미세먼지 등을 완전히 피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봄철 알레르기 증상이 해마다 반복되고 심해진다면 단순한 환경 문제라기보다 몸의 조절 능력이 계절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면서 “외부자극을 피하는 데만 집중하기보다는 전신 면역 균형과 적응 능력을 함께 회복시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절 변화에 맞춰 몸을 기르는 ‘養生’
한의학에서는 계절 변화에 맞춰 몸을 기르는 ‘양생(養生)’을 중요하게 여긴다. 즉 봄에는 몸을 서서히 풀어주고, 여름에는 과도한 소모를 피하며, 가을과 겨울에는 수렴과 보존을 중시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이러한 과정은 자율신경계가 하루와 계절의 변화에 안정적으로 적응하도록 돕는 것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계절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면 외부자극에 대한 면역 과민 반응을 완화하고, 알레르기 증상의 재발과 악화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한의학은 알레르기를 눈·코·피부의 개별 증상으로 나누어 보는 것이 아니라, 외부자극에 과민해진 면역 반응을 전신적인 관점에서 조절하고, 계절 변화에 대한 몸의 적응력을 회복시키는 데 치료의 초점을 둔다.
김 교수는 “한의치료에서는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뿐 아니라 반복되는 시기와 양상, 개인의 체력과 회복력, 생활환경까지 함께 고려해서 치료한다”면서 “한약을 통해 면역 반응을 조절하고, 침 치료로 자율신경 기능을 안정시키며, 뜸 치료를 병행해 기혈 순환을 돕는다”고 밝혔다.
이같은 한의치료의 효과는 2021년 ‘알레르기 비염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으로 정리, 임상 근거를 체계화해 표준화된 치료 기준을 마련한 바 있으며, 정부에서도 알레르기 비염에 대한 한약의 효과를 인정해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시행을 통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이밖에 김 교수는 “봄철에는 면역력이 약해지기 쉬운 시기인 만큼 규칙적인 수면과 일정한 생활리듬을 유지하면 자율신경계 균형이 안정되고 면역 반응 완화에 도움이 된다”면서 “아울러 적절한 실외 활동으로 계절 변화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것도 중요하며, 무엇보다 기초 체력을 유지하는 꾸준한 운동이 외부자극에 대한 회복력을 높이는 데 긍정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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