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은 무궁화한의원장·주찬호 경희늘푸른한의원장·정충묵 ㈜한퓨어 대표
[한의신문] 뉴질랜드 사슴협회(이하 DINZ·Deer Industry New Zealand)의 초청으로, 지난해 1차 녹용산업 시찰에 이어, 보다 심도 있는 교류를 위해 ㈜한퓨어가 주관한 제2회 뉴질랜드 녹용 산업 시찰이 지난 11월 21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됐다.
시찰단은 ㈜한퓨어 정충묵 대표와 무궁화한의원 김다은 원장, 경희늘푸른한의원 주찬호 원장으로 구성됐으며, 뉴질랜드의 사슴 농장과 녹용의 주요 연구·생산 시설을 방문했다. 이번 2기 시찰단에서는 실제 임상에서 녹용을 사용하는 한의사의 시각이 충분히 반영된 밀도 높은 교류가 이뤄졌다. 현지에서는 DINZ 관계자와 연구진, 농장주들이 직접 동행하며 뉴질랜드 녹용 산업의 전반을 체계적으로 소개했다.
한의학에서 녹용은 으뜸가는 약재 중 하나다. 그만큼 환자들의 기대치가 높으며, 안전성에 대한 관심 또한 지대하다. 이에 시찰단은 임상에서 사용되는 녹용이 어떤 환경과 기준 아래 생산·관리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세계 최대의 녹용 생산지인 뉴질랜드를 찾았다. 이번 시찰은 사슴 사육, 절각, 선별, 연구로 이어지는 전 과정의 실제 운영 체계를 면밀히 살펴볼 수 있었던 중요한 자리였다.
표준화된 품질 관리: PGG Wrightson grading centre
첫 일정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규모가 큰 녹용 선별시설 중 하나인 PGG Wrightson 방문이었다. 시찰단은 먼저 녹용 총괄 책임자인 토니 코크렌(Tony Cochrane)으로부터 안전 규정과 선별 작업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작업소 내부로 들어갔다. 농장에서 절각된 녹용은 수의사가 할당한 VelTrak 전자 추적 태그가 즉시 부착되며, 냉동 상태로 작업소에 배송된다. 입고 단계에서는 이 VelTrak 태그를 다시 스캔하여 개체 정보와 이력을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는데, 이러한 추적 시스템은 농장에서부터 최종 시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반복적으로 활용되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역추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선별실에 도착한 녹용은 성상, 무게, 길이, 둘레, 단면 구조 등을 기준으로 SAT·SA·A·B 등급으로 분류되고, 이후 영하 20℃의 냉동실에 보관된다. 등급 결과는 다시 농가에 통보되어 생산자의 품질 관리와 사육 전략에도 반영된다. 시찰단은 현장에서 다양한 등급의 녹용을 직접 들어보고 무게와 성상 차이를 비교해 보며, 분류 기준과 관리 체계에 대한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이를 통해 녹용 선별 과정이 단순 외형 평가가 아니라 기준화된 데이터에 기반한 철저한 품질 관리 시스템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 직원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는데, 총괄 책임자인 토니 역시 실제로 녹용 농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작업자 대부분이 20년 가까이 녹용 산업에 종사해 온 베테랑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장기간의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이 엄격한 기준에 따라 수많은 녹용 중 최상품만을 골라내고 있었으며, 한국으로 수출되는 의약품용 녹용은 이 중에서도 최상위 등급에 한정된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했다. 대형 냉동창고에서 등급별 녹용을 직접 비교해 보니, 뉴질랜드가 오랫동안 고수해 온 ‘표준화된 품질 기준’과 ‘추적 가능한 관리 체계’가 녹용 산업의 신뢰도를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동물 복지 중심의 생산 현장: Whyte Farm
애쉬버턴 지역 최대 규모의 사슴 농장 Whyte Farm에서는 사육 환경과 절각 시설을 중심으로 운영 실태를 살펴봤다. 이 농장은 가족 경영으로 약 5000마리의 녹용 생산용 사슴을 사육하고 있으며, 뉴질랜드 녹용 산업 1세대에 속하는 도널드 화이트(Donald Whyte) 씨가 오랜 기간 일군 농장이며 아들 글렌 화이트(Glen Whyte) 씨와 딸 안젤라 화이트(Angela Whyte) 씨로 대를 잇고 있다.
이 농장은 암수와 연령, 상태에 따라 세밀하게 패덕(paddock, 가축을 방목하거나 관리하기 위해 구획해 놓은 울타리 안의 초지(草地) 구역)이 구획되어 있었으며, 임신한 암사슴들의 경우 은신처가 충분히 있는 넓은 방목지로 배정되었다. 사슴의 영양 공급과 보조제 투여에 대한 질문에는 “순수 grass feeding으로 운영한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절각 대기 및 절각 시설은 사슴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바닥에는 부드러운 미끄럼 방지 매트가 깔려 있어 발자국 소리에 놀라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었고, 사슴을 이동·고정하는 장치는 몸이 닿는 모든 부분에 쿠션이 덧대어져 조용하고 부드럽게 작동했다. 절각은 과학적으로 연구된 방식으로 마취해 고통 없이 진행되며, 반드시 수의사 또는 면허 소지자만이 절각이 가능하다.
이러한 설비를 통해 사슴이 다치지 않으면서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절각이 이뤄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동물복지를 중심 가치로 두는 뉴질랜드의 사슴 산업 운영 철학을 실제로 체감할 수 있었다.
귀에 부착된 태그를 스캔하여 개체 이력을 확인한 뒤, 절각이 끝난 녹용에는 곧바로 VelTrak 추적 태그를 부착하고 즉시 냉동창고로 옮긴다. 이처럼 절각 직후부터 녹용의 위생과 이력 관리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절각 시설과 냉동 보관실이 물리적으로도 가까이 위치해 있어, 신선도가 떨어지기 전에 빠르게 냉동 상태로 전환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정밀한 분석과 데이터 기반의 과학 기술: BSI 연구소
이번 시찰의 핵심 일정 중 하나는 링컨대학교 내 BSI(구 AgResearch) 연구소에서 진행된 학술 교류였다. 스티븐 하인즈(Stephen Haines) 박사는 화학 및 합성 유기 화학을 전공한 녹용 연구의 권위자로, 1985년부터 지금까지 녹용의 성분과 작용 기전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다.
하인즈 박사는 녹용의 생리활성 기전에 대해 “핵심은 단백질이 분해되며 생성되는 펩타이드”라고 설명했다. 녹용에는 콜라겐과 헤모글로빈 등에서 유래한 다양한 펩타이드가 풍부하게 존재하며, 이들이 면역 조절, 상처 회복, 항염, 신경 보호 등 여러 기능성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한국 환자들이 특히 궁금해하는 임상 질문들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녹용 복용이 비만을 유발하는지, 소아에서 성호르몬 교란이나 성조숙증을 유발하지는 않는지, 기존 종양을 자라게 하지는 않는지 등에 대해 하인즈 박사는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직접적인 성호르몬 증가나 종양 성장 촉진 작용은 확인된 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전립선암·유방암·골암 등 다양한 종양 모델에서 종양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와 항암제 투여 시 피로·체중 감소를 줄이고 회복력을 높이는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한의 임상에서 체력 저하, 만성 피로, 항암 후 회복 관리에 녹용이 활용되는 현실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로 볼 수 있다.
학술 교류 후에는 최신 설비를 갖춘 연구실 견학이 이어졌다. 표지물질을 이용한 추적 실험, 펩타이드 및 단백질 분석을 위한 전자현미경 등 다양한 장비들을 직접 보면서, 녹용 연구가 단순 경험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정밀한 분석과 데이터에 기반하여 축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녹용 산업의 초석: Invermay 연구소
이어서 방문한 Invermay 연구소는 뉴질랜드 사슴 연구의 발원지라 불리는 곳으로, 사슴의 품종·영양·사육 방식 등에 대한 기초 연구가 오랜 기간 축적되어 온 곳이었다. 한때 유해동물로 취급되던 사슴을 체계적으로 사육 가능한 가축으로 전환하고, 오늘날과 같은 녹용 산업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기관이기도 하다.
이번 일정에서는 녹용 연구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두 원로 연구자, 캔 드류(Ken Drew) 박사와 지미 서티(Jimmy Suttie) 박사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두 분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로서의 태도와 열정을 잃지 않고 학술 회의에 흔쾌히 응해주었으며, 그들의 모습 자체가 뉴질랜드 녹용 연구가 걸어온 시간의 깊이를 보여주는 듯했다.
특별히 시찰단을 위해 준비된 서티 박사의 ‘1970년대부터 2004년까지 인버메이에서 진행된 녹용 연구’ 브리핑은 뉴질랜드 녹용 산업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역사적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학술 교류에서는 뉴질랜드 녹용 산업이 시작된 초기 배경부터 환경에 따른 녹용의 효능 차이, 품질 향상을 위한 종자(種子) 관리의 중요성 등이 논의되었으며, 1세대 연구진이 수행했던 녹용 부위별 약성, 추출법, 효율 분석 등 기초 연구 성과들도 함께 공유됐다. 이를 통해 오늘날 뉴질랜드 녹용 품질의 철학적 기반이 특정 기술이나 단기 성과가 아니라, 오랜 연구 축적과 현장 경험 위에서 형성되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약 50년에 이르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뉴질랜드가 높은 수준의 녹용 산업으로 성장해 온 과정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원로 연구자들이 들려준 연구용 사슴 도입 초기의 시행착오와 현장 경험담은 뉴질랜드가 현재의 수준 높은 관리 시스템과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갖추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연구소에서는 절각 시기와 절각 후 처치에 따른 녹용의 성장과 효능 변화를 분석하는 실험이 현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한편 연구소와 바로 인접한 곳에는 연구소 관할의 사슴 농장이 있었다. 이곳에서 생산된 녹용이 앞서 방문했던 BSI 연구소의 연구에도 사용되고 있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연구와 사육 현장이 긴밀하게 연결된 구조를 직접 확인하며, 뉴질랜드 녹용 산업이 과학적 연구와 현장 실험을 토대로 발전해 온 체계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녹용산업 발전을 위한 현장 교류의 장: SCNO Velvet Competition
마지막 일정은 South Canterbury–North Otago 지역에서 열린 Velvet Competition 행사였다.
Velvet Competition은 뉴질랜드 농가가 참여하는 녹용 경연대회로, 명칭과 달리 경쟁 중심의 품평회에 그치지 않는다. 사육농가를 비롯해 선별사와 유통 관계자 등이 한자리에 모여 한 해 동안 생산된 녹용의 특성을 함께 살펴보고, 품질 향상과 산업 발전을 위한 정보를 교류하는 자리였다.
심사에서는 녹용의 형태, 균형, 성장 상태 등 다양한 요소가 평가되며, 우수한 평가를 받은 사슴은 이후 정자 교류를 통해 뉴질랜드 사슴 사육 기반을 개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통해 사슴의 유전 형질과 녹용 품질을 장기적으로 향상시키려는 뉴질랜드 농가들의 지속적인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행사에는 지역 농가를 비롯해 DINZ 패디 보이드(Paddy Boyd) 의장과 품질관리 담당자 등이 참석했으며, 특별히 이번 시찰단을 향한 따뜻한 환대가 이어졌다. 시상자로 정충묵 대표가 함께 참여하도록 배려한 점을 통해, 한퓨어가 뉴질랜드 녹용 산업의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장에서 확인한 뉴질랜드 녹용의 가치와 신뢰
이번 시찰은 사슴 사육, 절각, 선별, 연구, 그리고 산업 전반에 형성된 운영 철학과 품질 기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특히 뉴질랜드 녹용 산업이 보여준 신선도 유지 관리 시스템과 표준화된 선별 과정, 동물복지를 중시하는 사육·절각 시스템, 그리고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와 농가 간의 긴밀한 협력 구조는 뉴질랜드 녹용의 경쟁력을 소비자와 임상 현장에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느껴졌다.
앞으로도 한국과 뉴질랜드가 연구와 임상 경험을 지속적으로 교류하여, 녹용 산업이 더 건강하고 신뢰성 있게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한퓨어는 이번 시찰을 통해 얻은 녹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일반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을 제작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한의원에 공급되는 의약품용 녹용의 안정성과 품질 관리 수준을 보다 투명하고 신뢰성 있게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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