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적 한의약으로, 통합돌봄 실현”
[편집자주] 김범석 부천시한의사회장이 보건복지부와 한국한의약진흥원이 지난달 개최한 ‘2025 한의약 건강돌봄 사업 성과대회’에서 기고 부문 대상(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한 데 이어 그가 참여한 한·양방 방문진료 협진 시범사업 및 다학제 재택의료센터를 통해 경기도 부천시 또한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본란에서는 김 회장을 통해 한의사 중심의 미래 통합돌봄 체계 구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부천시가 두 부문에서 수상했다.
부천시가 이번 한의약 건강돌봄 성과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게 돼 매우 영광스럽고, 무엇보다 기고문 부문에서도 뜻깊은 상을 받게 돼 감사한 마음이다.
이 상은 단지 한 사람의 성과가 아니라 지난 수년간 지역사회와 함께 꾸준히 걸어온 부천시한의사회와 시 행정, 그리고 돌봄 인력들이 함께 만들어낸 공동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역 속에서 한의 돌봄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수상작 기고문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기고문은 루게릭병 50대 남성의 재택진료 사례를 중심으로, 한의학 치료가 단순 증상 완화를 넘어 가족 전체의 삶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 점을 다뤘다.
한의진료로 환자의 통증, 경직, 수면장애가 완화되고, 보호자의 부담도 줄어들며 삶의 리듬이 회복되는 과정을 함께 지켜봤다.
이를 통해 재택의료의 진정한 의미는 ‘한 사람을 돌보는 것’이 아닌 ‘가족의 일상을 회복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Q. 부천시 재택진료센터의 운영 현황은?
부천시는 2019년부터 보건복지부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지자체로 선정돼 지역 중심 돌봄체계를 구축했다.
2021년 코로나19 상황에서 외출이 어려운 어르신을 위한 한의사 방문진료가 본격화됐으며, 이후 재택의료 시범사업으로 확대돼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진료 기반이 마련됐다.
한의사 5명, 간호사 5명, 사회복지사 4명 등 14명의 다직종 팀이 활동하며, 지금까지 350명 이상의 어르신을 진료했다. 특히 의료뿐 아니라 주거환경 개선, 지역아동센터 연계, 위기 가정 지원 등 지역 복지자원과 협력해 의료·복지 통합모델을 실현하고 있다.
Q. 지자체와 끈끈한 연계를 이어왔다.
가장 큰 비결은 현장을 꾸준히 지켜온 지속성과 신뢰라고 생각한다. 단기적인 사업이 아니라 매주 빠짐없이 현장을 찾아 진료를 이어온 지 벌써 5년째다.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솔직하게 전달하고, 행정이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안을 제안해왔다.
특히 한의사가 의료를 넘어 지역 복지 자원과의 연결자 역할을 수행하며 행정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낸 것이 신뢰의 바탕이 됐다고 생각한다.
Q. 돌봄 대상자들은 어떤 분들인가?
대부분 지역사회 통합돌봄 대상자로 의뢰되는 취약계층 어르신이다. 독거노인, 거동이 불편한 만성질환자, 인지 저하로 병원 접근이 어려운 분들이 많고, 가족의 돌봄이 거의 없는 경우도 많다.
현장에는 이른바 ‘쓰레기집’이라 불리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음식물 쓰레기나 오염된 침구가 방치된 상태로 생활하는 분들도 있어 단순 진료를 넘어 주거환경 정비, 위생관리, 사회복지 개입이 절실한 경우가 많다.
이때 한의사와 한의진료는 복합적 어려움 속 어르신들에게 몸과 마음을 돌보는 전인적 돌봄으로, 다직종팀과 함께 깊이를 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Q. 루게릭병 환자 사례가 인상 깊다.
루게릭병은 근력이 점차 약해지는 퇴행성 질환으로, 한의계에서도 접근이 쉽지 않다. 해당 환자는 처음 와상 상태로 대소변 처리가 필요했고, 보호자의 부담도 컸다.
먼저 정기적인 방문진료를 통해 침·약침·뜸 치료, 한약 처방으로 경직 완화, 수면 개선, 기력 회복에 집중했고, 치료 강도와 방식을 조절해갔다.
그 결과 상체 움직임과 호흡이 안정됐고, 보호자 도움으로 교회 예배에 참석할 정도로 회복했다.
의료적으로 이 기적과 같은 변화는 환자와 가족 모두 삶의 방향을 되찾게 했으며, 한의진료가 중증 희귀질환에서도 삶의 질 회복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Q. ‘한·양방 협진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협진은 환자 중심 의료를 실현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필요한 방법이다.
한의약은 기능 회복과 일상 복귀에 강점이 있고, 양방은 진단과 급성기 대응에 특화돼 있다. 결국 두 체계가 만나야 환자를 입체적으로 보고 치료의 깊이도 달라질 수 있다.
현장에선 의무기록 공유, 환자 경과 공동 모니터링, 정기 회의 등의 협업 구조를 점차 넓혀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한 팀’이라 부르기엔 갈 길이 남아 있고, 직역 간 역할과 시선 차이도 존재한다.
그래서 ‘설득’보단 시간을 들여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임’을 체감하고 있다.
협진 효과를 꾸준히 쌓고 결과를 공유하며 서로 전문성을 인정한다면 언젠가 ‘함께 환자를 보는 한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의사도 협진에서 대등한 의료 주체로서 실력을 꾸준히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내년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에 있어 급선무 과제는?
한의사 참여 재택진료와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은 양방에 비해 행위 범위가 제한적이고 수가도 낮게 설계된 구조적 한계가 있다.
따라서 통합돌봄체계에서 한의 돌봄이 실질적 역할을 하려면 수가 현실화와 제도적 근거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지자체 조례 제정이다.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되는 2026년 3월에 맞춰 조례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올해 12월까지 공표가 완료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9월까지는 논의가 마무리돼야 한다.
예방, 치료, 주치의 개념을 담은 한의 돌봄 내용을 조례에 반영하기에는 시간적으로 촉박한 만큼 각 지역 분회와 지부 차원의 집중적인 대응과 전략적 개입이 절실하다.
이는 현장의 실천이 제도로 반영될 마지막 기회일 수 있으며, 한의계가 공공의료에서 본격적 역할을 확보하려면 지금 전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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