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한의학의 시작과 의의 국회 세미나
“일제 이후 차별받는 한의학, 정통성 회복하길”
[한의신문=윤영혜 기자]8.15 해방 이후 한의사 제도 확립에 크게 기여하고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보완과 융합을 강조했던 의학 발전의 선구자인 해산(海山) 조헌영 선생의 업적을 근대 한의학적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한의약진흥원, 한국한의학연구원, 대한한의학회,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이 공동 후원한 ‘근대 한의학의 시작과 의의’ 세미나는 10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국회 및 정부관계자, 유관단체, 한의계 주요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인사말에서 “오늘날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의학과 한의사의 높은 위상에는 조헌영 선생과 같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며 “모쪼록 이번 세미나가 한의학이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나 본연의 가치와 정통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헌신하신 조헌영 선생의 생애를 회고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한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윤소하 의원은 “일제 시대에 4000명이 넘었던 우리의 한의사들을 1000명대로 줄인 것은 한의학에 대한 일본의 적대시, 사멸시키려는 과정이었으며 이는 한의학에 민족의식이 베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의학은 의료체계에서 단순히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용성과 과학성, 미래 지향적 성격을 지닌 우리 고유의 민족의학인데도 불구하고 한의사가 의료기기 사용마저 제한받는 현실이 대단히 안타깝다”고 전했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51년에 국민 의료법이 개정되고 제헌 국회의원이신 조헌영 학자가 큰 역할을 해 근대 한의학이 수립될 수 있었다”며 “이후 2003년에 한의약 육성법을 제정하고 한의약진흥원이 설립되는 등 조 선생 덕분에 오늘날 행정적으로는 그래도 한의학이 홀대 받지 않고 이 정도까지 상당한 기반을 갖게 된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오 의원은 “27000여명의 한의사들이 국민 건강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고 서양에서조차 한의약에 더 많은 연구 개발 및 투자를 하는데 모쪼록 한의계가 분발해 세계적인 업적을 내는데 기여하길 바란다”며 “오늘 조헌영 선생의 재조명을 통해 한의학이 미래로 발전하기 위한 든든한 뿌리를 내리게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은 “전통의학인 한의학이 치료의학으로서 제도권으로 들어오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고 관련 단체 간에 갈등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질병 예방에 한의학이 분명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국민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의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의학으로 발전하도록 복지부에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정책관은 “특히 보장성과 관련해서는 국가 쪽 건강보험이 확대되고 있지만 한의는 아직 제한적이어서 건강보험에서 차지하는 의학으로서의 기능이 위축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환자 곁에서 열성을 다해 치료에 종사하고 있는 한의사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한의학이 국민 개개인에 맞는 치료의학으로서 기능하도록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조헌영 선생 흉상 건립 제안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는 △한의사 제도 확립에 기여한 조헌영 선생(박용신 서울특별시한의사회 부회장) △조헌영 선생에 대한 역사적 평가 및 의의(백유상 경희대학교 원전학교실 교수) △조헌영 선생의 가족사(조동원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前 부총장) 등이 진행됐다.
박용신 서울특별시한의사회 부회장은 ‘한의사 제도 확립에 기여한 조헌영 선생’ 발표를 통해 조헌영 선생이 1930년대 ‘신동아’에 한의학 학술논문을 연재하고 1934년부터는 ‘한의학원론’에 이어 ‘폐병치료법’, ‘신경쇠약치료법’, ‘위장병치료법’, ‘부인병치료법’을 간행했으며, 한의과 대학의 교과서로도 활용된 ‘동양의학사’와 ‘통속한의학원론’ 등을 집필한 한의학자로서 조헌영 선생의 업적을 설명했다.
또 지난 1950년 2월 서양의사제도만 두고 한의사제도는 폐지한다는 내용의 보건사회부 ‘보건의료 행정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자 당시 제헌국회에서 한의학계의 유일한 대변자였던 조헌영 의원이 “민족의학을 말살시켜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호소로 이를 저지하고, 전국에서 12만통이 넘는 진정서가 국회에 제출됨으로써 마침내 관련 법안이 폐지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이어 박용신 부회장은 “조헌영 선생의 이 같은 노력이 1951년 제정된 ‘국민의료법’에 ‘한의사’가 포함되는데 귀중한 밑거름이 됐으며 일제의 한의학 말살정책에 의해 의생 신분으로 격하됐던 한의사가 의료인으로서의 지위를 되찾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조헌영 선생의 대한한의사협회 명예회장 위촉 및 흉상 건립을 제안했다.
◇통속한의학원론, 동서의학 융합 지향
백유상 경희대학교 원전학교실 교수는 근현대의 대표적인 한의학자로서 조헌영 선생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의의를 해석했다.
특히 백유상 교수는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조화를 중시한 조헌영 선생의 신념에 주목했다. 조헌영 선생은 1934년에 발간한 대표 저서인 '(응용자재)통속한의학원론'을 통해, 이전에 발행된 서양의학 소개의 의학서적들(조선총독부 발행)이 단순히 해부학과 생리학, 약물학, 전염병학 등 서양의학 기초지식과 진료 및 치료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과 달리, 한의학의 기본 원리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서양의학의 내용을 실용적으로 접목시켜 한의사뿐만 아니라 처음 한의학을 접하는 입문자나 일반인들에게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하는 동서의학 융합의 학문관을 지향했다.
백유상 교수는 “조헌영 선생이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특성을 철저하게 따져 보고 각각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서로 보완해 접목해 나간다면 현실에서 많은 질병들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며 “단순히 한의학과 서양의학 간의 형식적인 통합이나 어느 한편의 이득을 위한 보완적 병합을 추구하지 않고 양자 간 비교와 융합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현재에도 생각해 볼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조동원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前 부총장은 ‘조헌영 선생의 가족사’를 통해 3.1 운동 6주년 기념시위 주도와 반탁투쟁회 중앙집행위원직 수행, 제헌의회에서 ‘반민족행위처벌법’ 추진,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 활약 등과 같이 한의학 이외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선생의 약력과 가족사를 소개했다.
조 교수는 “조헌영 선생이 한의학을 발전시키는데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 중 하나가 동방한의학연구소를 만들어 소장을 맡아 한의학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을 정도까지 연구한 것”이라며 “조 선생은 극좌나 극우 노선을 택하지 않은 민족주의자로서 납북되서도 정치를 하지 않고 김일성 주치의의 대접을 받으며 의학 발전에 기여한 덕에 88세까지 북한에서 온전하게 계실 수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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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이후 차별받는 한의학, 정통성 회복하길”
[한의신문=윤영혜 기자]8.15 해방 이후 한의사 제도 확립에 크게 기여하고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보완과 융합을 강조했던 의학 발전의 선구자인 해산(海山) 조헌영 선생의 업적을 근대 한의학적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한의약진흥원, 한국한의학연구원, 대한한의학회,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이 공동 후원한 ‘근대 한의학의 시작과 의의’ 세미나는 10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국회 및 정부관계자, 유관단체, 한의계 주요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인사말에서 “오늘날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의학과 한의사의 높은 위상에는 조헌영 선생과 같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며 “모쪼록 이번 세미나가 한의학이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나 본연의 가치와 정통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헌신하신 조헌영 선생의 생애를 회고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한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윤소하 의원은 “일제 시대에 4000명이 넘었던 우리의 한의사들을 1000명대로 줄인 것은 한의학에 대한 일본의 적대시, 사멸시키려는 과정이었으며 이는 한의학에 민족의식이 베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의학은 의료체계에서 단순히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용성과 과학성, 미래 지향적 성격을 지닌 우리 고유의 민족의학인데도 불구하고 한의사가 의료기기 사용마저 제한받는 현실이 대단히 안타깝다”고 전했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51년에 국민 의료법이 개정되고 제헌 국회의원이신 조헌영 학자가 큰 역할을 해 근대 한의학이 수립될 수 있었다”며 “이후 2003년에 한의약 육성법을 제정하고 한의약진흥원이 설립되는 등 조 선생 덕분에 오늘날 행정적으로는 그래도 한의학이 홀대 받지 않고 이 정도까지 상당한 기반을 갖게 된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오 의원은 “27000여명의 한의사들이 국민 건강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고 서양에서조차 한의약에 더 많은 연구 개발 및 투자를 하는데 모쪼록 한의계가 분발해 세계적인 업적을 내는데 기여하길 바란다”며 “오늘 조헌영 선생의 재조명을 통해 한의학이 미래로 발전하기 위한 든든한 뿌리를 내리게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은 “전통의학인 한의학이 치료의학으로서 제도권으로 들어오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고 관련 단체 간에 갈등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질병 예방에 한의학이 분명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국민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의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의학으로 발전하도록 복지부에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정책관은 “특히 보장성과 관련해서는 국가 쪽 건강보험이 확대되고 있지만 한의는 아직 제한적이어서 건강보험에서 차지하는 의학으로서의 기능이 위축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환자 곁에서 열성을 다해 치료에 종사하고 있는 한의사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한의학이 국민 개개인에 맞는 치료의학으로서 기능하도록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조헌영 선생 흉상 건립 제안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는 △한의사 제도 확립에 기여한 조헌영 선생(박용신 서울특별시한의사회 부회장) △조헌영 선생에 대한 역사적 평가 및 의의(백유상 경희대학교 원전학교실 교수) △조헌영 선생의 가족사(조동원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前 부총장) 등이 진행됐다.
박용신 서울특별시한의사회 부회장은 ‘한의사 제도 확립에 기여한 조헌영 선생’ 발표를 통해 조헌영 선생이 1930년대 ‘신동아’에 한의학 학술논문을 연재하고 1934년부터는 ‘한의학원론’에 이어 ‘폐병치료법’, ‘신경쇠약치료법’, ‘위장병치료법’, ‘부인병치료법’을 간행했으며, 한의과 대학의 교과서로도 활용된 ‘동양의학사’와 ‘통속한의학원론’ 등을 집필한 한의학자로서 조헌영 선생의 업적을 설명했다.
또 지난 1950년 2월 서양의사제도만 두고 한의사제도는 폐지한다는 내용의 보건사회부 ‘보건의료 행정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자 당시 제헌국회에서 한의학계의 유일한 대변자였던 조헌영 의원이 “민족의학을 말살시켜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호소로 이를 저지하고, 전국에서 12만통이 넘는 진정서가 국회에 제출됨으로써 마침내 관련 법안이 폐지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이어 박용신 부회장은 “조헌영 선생의 이 같은 노력이 1951년 제정된 ‘국민의료법’에 ‘한의사’가 포함되는데 귀중한 밑거름이 됐으며 일제의 한의학 말살정책에 의해 의생 신분으로 격하됐던 한의사가 의료인으로서의 지위를 되찾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조헌영 선생의 대한한의사협회 명예회장 위촉 및 흉상 건립을 제안했다.
◇통속한의학원론, 동서의학 융합 지향
백유상 경희대학교 원전학교실 교수는 근현대의 대표적인 한의학자로서 조헌영 선생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의의를 해석했다.
특히 백유상 교수는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조화를 중시한 조헌영 선생의 신념에 주목했다. 조헌영 선생은 1934년에 발간한 대표 저서인 '(응용자재)통속한의학원론'을 통해, 이전에 발행된 서양의학 소개의 의학서적들(조선총독부 발행)이 단순히 해부학과 생리학, 약물학, 전염병학 등 서양의학 기초지식과 진료 및 치료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과 달리, 한의학의 기본 원리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서양의학의 내용을 실용적으로 접목시켜 한의사뿐만 아니라 처음 한의학을 접하는 입문자나 일반인들에게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하는 동서의학 융합의 학문관을 지향했다.
백유상 교수는 “조헌영 선생이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특성을 철저하게 따져 보고 각각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서로 보완해 접목해 나간다면 현실에서 많은 질병들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며 “단순히 한의학과 서양의학 간의 형식적인 통합이나 어느 한편의 이득을 위한 보완적 병합을 추구하지 않고 양자 간 비교와 융합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현재에도 생각해 볼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조동원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前 부총장은 ‘조헌영 선생의 가족사’를 통해 3.1 운동 6주년 기념시위 주도와 반탁투쟁회 중앙집행위원직 수행, 제헌의회에서 ‘반민족행위처벌법’ 추진,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 활약 등과 같이 한의학 이외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선생의 약력과 가족사를 소개했다.
조 교수는 “조헌영 선생이 한의학을 발전시키는데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 중 하나가 동방한의학연구소를 만들어 소장을 맡아 한의학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을 정도까지 연구한 것”이라며 “조 선생은 극좌나 극우 노선을 택하지 않은 민족주의자로서 납북되서도 정치를 하지 않고 김일성 주치의의 대접을 받으며 의학 발전에 기여한 덕에 88세까지 북한에서 온전하게 계실 수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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