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 미래 의료에 선제적 대응 위한 실질적 방안은?

기사입력 2019.06.1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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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화 시대, 빅데이터‧스마트헬스케어 활용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의학 이론에 충실한 융‧복합 연구의 임상 활용 위한 제도적 뒷받침 필요
    국민의 니즈 담아내는 것이 핵심…제도 개선, 바텀 업 방식도 고려해야
    제1차 한의약 미래 기획 포럼 개최

    #MG_7334

    [한의신문=김대영 기자] 4차 산업혁명으로 보건의료분야 역시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한의약이 급변하는 미래 보건의료환경에서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강화, 확대해 나가기 위한 대응 전략을 모색해 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의약 분야 융‧복합 기술 개발 통한 의료서비스 혁신’을 주제로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한국한의약진흥원이 주관한 제1차 한의약 미래 기획 포럼이 18일 세종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는 연세대학교 보건과학대학 정형선 교수의 ‘보건의료의 현재와 미래’, 한국한의학연구원 미래의학부 이상훈 책임연구원의 ‘한의약 중흥을 위한 미래 R&D 전략’,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사업단 김남권 단장의 ‘한의의료 융‧복합 기술개발전략’에 대한 주제발표가 있었다.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한 고령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정형선 교수는 빅데이터, 스마트헬스케어 활용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빅데이터나 AI(인공지능), IOT를 활용해 임상현장의 질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임에도 스마트헬스케어를 통한 의료 접근성 향상의 가능성을 특정 직역의 이익에 손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해서 기득권 보호 차원에서 반대한다던지 민영화, 영리화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갇혀 반대해서는 안된다는 것.

    정 교수는 “빅데이터, 스마트헬스케어를 잘 활용해 의료체계에서 의료가 보다 질 높고 효율적으로 제공되며 의사인력 부족으로 돌보지 못하는 계층이 의료서비스에 충분히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나 의료 관련 구성원들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책임연구원은 의료에 AI 사용이 당연한 사회가 올 것이고 이로 인해 미래 의료는 All-in-One 의료시스템의 해체와 의료보험의 위상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 책임연구원은 지난 5월 22일 정부가 발표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에 한의약 분야가 전혀 포함되지 못했는데 한의약 연구 혁신 및 R&D 확대를 위해 △한의약 R&D 투자 확대 추진 △융합형 의료기기 개발 △예방용 한약제제 개발 △융합의학센터 설립 △시장진입 지원에 대한 내용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후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의 기반의 미래융합의학 발전전략과 미래 융복합 R&D 인프라 구축 전략을 소개했다.

    김남권 단장은 한양방 협진과 통합의학, 플랫폼 등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요구되며 의료 분야 외 융합연구의 △경제성(비용편익), 시장분석 지원 △다학제, 다기관, 정부의 협력체계 구축은 탑 다운 방식으로, △산업계, 임상현장 등을 중심으로 한 다학제 연구플랫폼 △개발 및 인허가 관련 연구모형 및 연구경로 지원 △인허가 프로세스지원은 바텀 업 방식으로 접근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한의의료 발전전략’을 주제로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권영규 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보건복지부 정영훈 한의약정책과장, 한국한의약진흥원 이응세 원장, 한국한의학연구원 김종열 원장, 벤플 이경전 대표, 제노텍 임시규 기술연구소장, 대한한의사협회 최문석 부회장, 화목한의원 박경숙 원장, 뜨레봄한의원 정훈종 부원장이 참여했다.

    “개인적으로 오늘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꺼낸 이응세 원장은 "한의약육성법에서는 한의약을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한방의료행위와 이를 기초로 하여 과학적으로 응용ㆍ개발한 한방의료행위 및 한약사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지만 임상현장에서는 같은 한약이라도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것을 한의사가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07년부터 2016년 까지 전체 신의료기술평가 신청건수 2121건 중 의과가 2040건인 반면 한의는 42건에 불과할 뿐 아니라 신청된 것 중에서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것은 단 한건도 없었다고 설명한 이 원장은 “의료도구나 신의료기술이 발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수가가 개발되고 그 분야가 발전할 수 있겠는가? 의사와 한의사 수로 보면 건강보험에서 차지하는 한의 비중이 20%는 돼야 하는데 현재 고작 3.7%에 불과한 것이 과연 한의계 자체의 문제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한의약이 국민에게 다가가고 산업화되기 위해서는 해결돼야 할 제도적 문제가 분명히 있고 여기에는 당사자들이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정책 입안자들이 풀어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열 원장은 “인공지능 없이 진료하는 의사는 경쟁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한의계도 이에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며 “데이터는 한의계가 함께 모아야 하고 알고리즘은 한의학연구원에서 만들게 될 것이다. 다만 새로운 알고리즘을 사용할 테스트베드로서 한의학연구원 내에 임상연구센터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유효하다는 결과가 나오게 되면 한의계 전체로 확대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와 원격의료가 발전되면 사람을 대체하는 형태가 아니라 의사의 의료행위를 도와주는 형태로 발전해 의사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전망한 이경전 대표는 “딥러닝이 한의학과 비슷하다. 한의학이 비판받는 것이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논리적 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재현성이 약하다고 하는데 딥러닝이 그렇다. 문제를 풀면서 실수도 하고 문제를 풀었는데 어떻게 풀었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딥러닝과 한의학의 이러한 유사성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며 미래를 본다면 10대와 20대에 다가갈 수 있는 서비스 시스템을 갖추는 방안도 고민할 것을 제언했다.

    정밀의료진단 분야에 한의약이 접근할 요소가 많다고 설명한 임시규 소장은 다만 임상시험 결과 등 실질적으로 근거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대규모 실험이 요구되며 원재료인 한약재의 품종부터 원산지, 약효까지 일괄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시스템과 안전성‧유효성뿐 아니라 안정성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경숙 원장과 정훈종 부원장은 융복합 연구가 한의학을 중심으로 한의학적 이론에 충실해야 하며 한의약이 가진 특징을 잘 살릴 수 있는 연구방법론으로 접근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리고 이러한 융복합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산물은 한의 임상가에서 초음파 등 의료기기를 활용해 바로 검증되고 증명되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문석 부회장도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을 들며 융복합은 한의학과 의료기술을 꿰는 것인데 임상현장에서 활용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는 만큼 정부가 국민과 미래 한국 의료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제도적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해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의사 수 부족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한의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일차의료에서는 한의사가 의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교육적 문제에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 부회장은 정부가 기존에는 양자 합의방식으로 접근했다면 양자합의가 힘든 현재 상황에서는 주도적으로 진행하되 양자 간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 기본의학 통합교육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또 열악한 상황에 있는 한의계에 의료기술의 과학화, 산업화를 알아서 하라는 것은 방치하는 것과 다름이 아닌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선도해 줄 것도 요청했다.

    정영훈 한의약정책과장은 한의약의 중흥과 융복합, 국민의 건강증진이 연계되는 접점은 결국 국민의 니즈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와함께 정 과장은 제도개선을 위해 바텀 업 방식의 접근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 과장에 따르면 커뮤니티케어는 본질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주도권을 갖고 진행되기 때문에 지자체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모든 자원을 연계해 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의료는 법적인 제약이 따른다.
    그래서 수요자가 원하는 케어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법적인 문제로 막혀있는 부분을 하나씩 뚫어 나가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한의는 커뮤니티케어에서 방문진료와 주치의 부분에서 장점을 갖고 있는데 최적의 모델을 만들고 이를 적용하는데 문제가 되는 제도적 문제를 수요자의 요구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보건복지부 이창준 한의약정책관은 이날 "한의학이 국민 생활속에서 경험의학으로 자리매김해왔는데 현재 근거중심 의학, 현대의학에 맞는 표준화, 과학화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이를 헤쳐나가야 한의학이 국민속에 제대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의약이 어떻게 하면 미래 의료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새롭게 도약할 것인가를 결정지을 중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또한 첩약 급여화와 한약제제 문제에 대해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국민들이 보다 적은 비용으로 안심하고 한의약을 이용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부분에 원칙을 갖고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한의계 내부에서 회원 투표로 결정해야한다거나 조제내역이 공개되고 받을 수 있는 비용이 줄어들며 조제권을 빼앗겨 궁극적으로 한의계가 오히려 퇴보하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에서는 그러한 우려를 같이 고민하면서 지금보다 한의계가 국민건강에 더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시범사업도 한의계가 선택적으로 참여해 이렇게 해 보니 문제가 없겠구나하는 것까지도 함께 고민할 것이다. 제제문제 역시 한의계가 우려하고 있는 부분, 다른 직능과 상생하는 방법을 고민해 전체적으로 한의계와 한의계를 둘러싼 의료영역이 잘 협업해 나가는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대해서도 "상대가 있고 단기간에 해결되기 보다 의원단위 협진과 같은 협업을 통해 국민 건강에 기여하도록 단계적, 점진적으로 가게되면 조금씩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빠른 속도로 한의계가 발돋움할 수 있도록 중장기 로드맵도 올해 하반기까지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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