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관점서 여성 ADHD의 임상적 특징 새롭게 바라보게 돼”

기사입력 2025.02.0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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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SARD 컨퍼런스에 다녀와서…
    ADHD 환자, 흔하게 만성통증 호소…한의학 치료 등 다학제 접근 필요
    한의학의 전인적 접근법이 새로운 ADHD 치료 가이드라인 마련에 기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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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주희 과장(국립중앙의료원 한방신경정신과) 


    필자는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샌디에고에서 개최된 ‘ASPARD(American Professional Society of ADHD and Related Disorders)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이 학회는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및 관련 장애의 연구, 치료, 교육, 그리고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 학회로,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ADHD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올해 컨퍼런스에서는 여성 ADHD, 미국 성인 ADHD 가이드라인, ADHD와 트라우마 등 필자의 임상 및 연구와 밀접하게 관련된 주제들이 다뤄졌기에,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참석을 결심하게 됐다.


    미국에서 ADHD에 대한 컨퍼런스로는 CHADD와 ASPARD 두 가지가 양대 산맥처럼 있는데, 지난해 11월 참석했던 ‘Chadd 컨퍼런스’는 좀 더 열려있고 전문가뿐만 아니라 코치, 환자 등 일반인도 참석이 가능한 좀 더 텐션이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의 현장이었다면, ‘APSARD 컨퍼런스’는 고도로 밀집된 전문적인 정보와 일정으로 연구자 및 임상의들이 집중적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냉철한 연구자적 접근과 열정적인 교류의 균형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자리였다. 


    특히 필자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세션은 ‘Head, Heat, and Hormones are connected in women with ADHD during peri-menopause’라는 주제로,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 ADHD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Prof. J.J. Sandra Kooij의 강연이었다. 

    그녀는 여성 ADHD 환자들이 호르몬 변동에 따른 심리적·생리적 증상 변화에 대해 언급하며, 월경 전 심한 감정적 불안정성, 산후 및 폐경기에 증폭되는 ADHD 증상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도파민 작용과 관련된 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설명했다. 


    그녀는 ADHD 여성 환자들 중 폐경기를 겪는 환자들이 심혈관질환(CVD)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공유하며, ADHD와 호르몬, 심혈관 건강 간의 다학제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실제로 네덜란드에서 확산 중인 Head-Heart-Hormone, 3H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면서 연대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많은 영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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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로웠던 점은, 아침과 점심식사 시간에 이뤄진 세션들은 주로 제약회사의 스폰서를 받는 연구자들이 발표하는 자리로, 새로운 제형과 효능을 가진 약을 발표하곤 했다. 


    팬데믹 이후 급증한 ADHD로 인해 현재 미국에서는 ADHD 약물 shortage로 인해 환자들이 제때 처방받지 못하는 상황도 종종 일어나는 지라, 더욱 제약회사들이 ADHD 약물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올해에 발표가 예정된 성인 ADHD 가이드라인 진행상황을 다룬 세션에서는 가이드라인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들이 기대와 우려를 공유하며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는데, 다소 격정적으로 논의를 하다가도 자리에 돌아가서는 나란히 앉아 웃으며 대화하는 등 이런 열린 토론문화가 무척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수년간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CDC의 ADHD 세션에서는 그동안 임상적으로, 경험적으로 짐작하고 있던 위험 요인들을 장기간의 연구를 통해 근거기반으로 밝여주었다는 연구진들의 노고가 느껴진 자리였다. 


    ADHD 증상 및 장애와 위험 요인 간의 연관성에 대한 다중 경로와, 공중 보건 접근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ADHD 위험 요인 연구를 통해 임신 중 항우울제 복용, 스트레스, 알코올 및 담배 노출이 ADHD 발병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모유수유의 부재, 두부 손상, 납과 유기인산염 같은 환경적 요인도 ADHD 위험 증가에 기여한다는 점이 논의되며, 공중보건 차원에서 조기 발견과 예방의 중요성이 재확인되었다. 


    이외에도 Genetics of ADHD, ADHD and Trauma, Neurodiversity in ADHD across the lifespan, Advancing ADHD therapy 등 유용한 정보가 많고 임상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는 내용들이 많아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갔다.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필자는 ADHD와 호르몬, 특히 월경과 폐경기에 따른 여성 ADHD의 임상적 특징을 한의학적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 월경통이나 갱년기 증상으로 내원하는 여성 환자들에게 ADHD 스크리닝을 병행한다면 진단 및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ADHD 환자들이 흔히 호소하는 만성 통증(섬유근통, 편두통, IBS 등)을 고려할 때, 일차진료의 영역에서 이러한 환자군들에게 ADHD 여부를 확인하고 한의학적 치료를 적용하는 다학제적 접근이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모유수유를 하지 않는 것이 ADHD 위험요인의 유의미한 요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는 이를 바탕으로, 모유수유를 장려하는 정책과 교육이 ADHD 예방 및 공중보건 증진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ADHD와 여성 호르몬, 그리고 통증에 대한 연구가 한의학의 전인적 접근과 결합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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