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곱돌로 보는 한의약과 역사여행

기사입력 2024.10.1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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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박물관, 제22회 허준축제 맞아 곱돌온심 특별전 개막
    곱돌 약탕기 등 총 50여 점 작품·김영일 작가의 사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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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허준박물관에서 약을 달일 때 쓰던 곱돌을 소개하는 특별한 전시가 개막했다.

     

    이곳에서는 ‘제22회 허준축제’를 기념해 곱돌온심 특별전을 내년 3월16일까지 선보이고 있다.

     

    곱돌은 오래도록 끓여도 잘 타지 않아서 탕약을 달이는 데 적합한 재료로 여겨졌고, 약탕기·화로·솥 등 다양한 의약기로 쓰였다. 조선시대 어의였던 허준이 쓴 의학책이자 동양의학의 필독서로 꼽히는 동의보감에는 ‘곱돌을 곱게 갈아서 약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기도 하다. 전시에서는 이러한 곱돌 약탕기와 곱돌 솥 등 50여 점을 선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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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헌을 통해 본 곱돌

     

    곱돌에 대한 기록은 많이 남아 있지 않고, 현대에도 곱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동의보감과 조선왕조실록, 묵재일기 등 옛 기록을 통해서 곱돌에 대한 자료를 일부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조선시대 회화 작품과 일상 생활용품에서 어린 동자가 약탕기에 차 또는 약을 끓이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특별전을 방문했을 때 만날 수 있었던 건 각가지 모양을 간직한 곱돌이었다. 곱들은 크게 납석, 활석 그리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장수곱돌인 각섬석 등 아주 큰 범위의 광물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 곱돌의 특징은 다른 돌에 비해 부드러워 가공하기 쉽고 열 보존에 뛰어나다는 점이다.

     

    납석은 예로부터 불상, 탑, 그릇, 벼루, 인장 등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됐다. 특히 통일신라 시대에서 납석제 유물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불상과 항아리 등이 다수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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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석은 아주 연한 광물로 동의보감, 조선왕조실록 등의 기록에 따르면 곱게 갈아 약으로도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장수곱돌은 활석보다 더 단단한 특성이 있어 직접 열을 받는 탕기류, 솥, 화로 등의 공예품 제작에 많이 쓰였다.


    ◇ 의약기로서의 곱돌

     

    곱돌로 만든 의약기는 약탕기, 화로, 약볶이, 솥 등 다양하다. 전시에서도 각기 다른 생김새를 가졌지만 모두 약탕기로서 기능하는 곱돌들이 전시돼 있었다.

     

    약성주기는 액체로 된 약을 담거나 따를 때 사용하던 용기들을 의미한다. 약주전자, 약호 등이 대표적이다. 고약볶기는 고약을 만들 때 높은 온도에 오래도록 고아야만 되므로 주로 곱돌을 국자처럼 다듬어 사용했고, 높은 열을 견뎌야 하므로 그릇의 벽이 두껍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허준박물관 소장 곱돌 의약기를 김영일 사진작가의 시전에서 바라본 작품들도 전시돼 있었다. 김영일 작가는 카메라를 통해 통상적인 눈으로는 느끼지 못했던 곱돌의 선, 세월이 반영된 상처와 자국 등에서 새로운 미적 요소들을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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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일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검고 차가운 돌들이 시간을 머금고 빛을 받아 뿜어낸 모습 속에서 우리 가까이거나 혹은 아주 먼 우주의 어떤 이웃들이 찾아온 듯한 형태로 여기 모여 있다고 평가했다. 작가의 생각을 보면서 작품을 감상하니 그가 바라보는 곱돌의 세계를 어렴풋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작가가 명명한 작품의 이름들을 보면 작품을 보다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고요의 바다 △곱돌 아이언맨 △마주 선 정성 △굴곡진 수평 △먼 이웃의 초청 △석탑처럼 △외계의 부름 △정성의 부름 △정성의 시간 △심연의 생명. 글로만 보면 생소하지만 작품을 직접 감상하면서 작품의 이름을 본다면 또 다른 시선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선선한 날씨에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은 10월, 허준박물관에 들려 곱돌을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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