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2명 중 1명이 언어폭력 당해

기사입력 2019.01.2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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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 여학생 37.4% 언어적 성희롱, 전공과 선택 시 배제 58.7% 경험
    인권위, (사)인권의학연구소와 인권단체공동협력사업 후속 토론회 공동개최

    의대생

    [한의신문=김대영 기자] 의대생 2명 중 1명이 언어폭력을 경험했으며 의대 여학생 37.4%가 언어적 성희롱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피해 경험 학생의 3.7%만이 이를 대학 또는 병원에 신고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가 신고해도 아무 소용이 없고 문제를 공정하게 다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23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와 (사)인권의학연구소(이사장 함세웅)가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공동개최한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인권위는 2016년 ‘보건의료분야 여성종사자 인권 개선방안’을 복지부와 노동부에 권고한 바 있고 2017년 00대학교병원 전공의 폭행사건에 대해 직권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전공의들과 예비의료인인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상황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에 (사)인권의학연구소는 예비의료인 교육과정에서의 인권침해 현황과 그 예방대책을 마련하고자 국가인권위원회 공동협력사업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 1763명(여학생 743명, 남학생 1017명)이 참여했으며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를 병행했다.

    그 결과 수업이나 병원실습 중 '언어폭력'을 경험한 의과대학 학생이 49.5%에 달했다.
    회식 참석을 강요당한 경우가 60%였고 음주를 강요당한 경우는 47%였다.
    언어폭력의 경험에는 성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회식 참석과 음주 강요 경험의 경우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더 높았다.
    16%는 '단체기합'을 경험했으며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 응답자도 6.8%로 조사돼 의학교육과정에서 다양한 집합적, 개인적 수준에서 폭력이 가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성희롱은 언어적 성희롱이 25.2%로 가장 높았고 신체적, 시각적 성희롱 경험이 각각 11.1%, 11%로 집계됐다.
    특히 여학생들은 남학생에 비해 더 많은 언어적, 신체적, 시각적 성희롱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의 37.4%가 언어적 성희롱에, 18.3%가 신체적 성희롱을 경험했으며 17.1%가 시각적 성희롱에 노출됐다고 답했다.
    의학교육과정 내에서 성차별적 발언을 들은 학생은 56.6%로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는데 여학생의 경우 72.8%로 남학생의 44.5% 보다 1.6배나 높았다.
    성별로 인한 전공과 업무 선택에서 제한과 차별을 경험한 응답자도 35.1%였다.
    여학생의 경우 58.7%로 남학생의 17.7% 보다 3.3배 높아 여학생의 경우 교육과 진로 선택에서 성별에 의한 제한과 차별이 남학생에 비해 상당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의학교육과정에서 성희롱과 성차별에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더 취약하게 노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의대생2

    병원실습을 시작한 본과 3, 4학년 학생들에게서 폭력, 성희롱의 주요 가해자는 교수, 인턴과 레지던트, 학생 순이었던 반면 실습을 시작하지 않은 본과 1, 2 학년 학생들에서 주요 가해자는 교수, 학생, 인턴과 레지던트 순이었다.
    그러나 전 학년에서 폭력, 성희롱, 부당한 대우의 주 가해자는 교수였다.
    가해자 조사결과 교수나 선배와 같은 위계에 의한 폭력과 성희롱 문제뿐만 아니라 같은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성희롱에 대한 주목과 대처가 필요하다는 점도 시사했다.

    폭력, 성희롱, 성차별 등의 부당한 대우를 경험한 학생 중 44.3%는 주변의 지인들에게 지지와 도움을 청하거나 의논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피해 경험 학생의 3.7%만이 이를 대학 또는 병원에 신고했다.
    특히 대부분 신고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이유로는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처리 경과에 대해 보고받지 못하거나 학교 당국과 다른 학생들이 가해자를 두둔하는 등 2차 가해와 보복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부당한 대우를 경험했으나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응답자의 42.6%가 ‘신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 31.9%는 ‘그 문제가 공정하게 다루어지지 않을 것’ 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약 25%는 ‘신고 결과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나 ‘진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두려워서’ 아예 신고하지 않고 침묵했다.
    폭력, 성희롱, 차별 등 부당한 대우를 경험한 후 응답자의 50%는 분노, 23.2%는 우울감과 무력감, 18.7%에서는 불안감과 같은 정서적 고통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태도의 변화로는 18.4%가 졸업 후 다른 병원을 지원하기로 마음먹었고, 15.9%는 학습 의욕이 줄어들고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으며, 15.7%는 해당 과목 전공을 포기했다고 답해 교육과정에서의 부당한 대우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전공과목 선택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응답자들은 폭력, 성희롱, 차별 등 부당한 대우가 발생하는 것을 해결, 예방하기 위해 가해자에 대한 엄격하고 명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봤다.
    폭력, 성희롱, 차별 등에 대한 교육과 피해를 신고할 수 있는 병원과 학교 내 체계가 구축돼야 하며 피해 신고로 인해 2차 가해를 당하거나 전공과목 선택 등 향후 진로에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피해자 보호가 필요하고 피해자를 문제시하거나 가해자를 두둔하지 않도록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근본적으로 병원과 의과대학 내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강압적, 권위적 의사결정 구조가 변화해야 하며 사회 전반적으로 성평등과 상호존중에 대한 의식이 향상돼야 한다고도 답했다.

    이번 실태조사를 수행한 (사)인권의학연구소는 병원실습 중인 의과대학생과 병원 교수들로부터 수업을 받는 의과대학생의 인권 보호 사항을 추가하도록 의료법과 전공의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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