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학제적 접근 통해 침 치료를 외상 치료에 활용할 수 있길 소망"
이다혜 학생, 대한한의학회 미래인재상 ‘미래상’ 수상
이다혜 학생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편집자주] 최근 대한한의학회가 ‘제7회 미래인재상’ 시상식을 개최한 가운데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이다혜 학생이 ‘Factors associated with willingness to receive acupuncture in patients with major traumatic injuries: a qualitative study(중증 외상 환자의 침 치료 선택과 관련된 요인에 대한 질적 연구)’라는 제하의 논문으로 ‘미래상’을 수상했다. 이에 본란에서는 이다혜 학생의 기고를 통해 연구를 진행하게 된 이유 및 연구의 주요 내용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외상은 전 세계적으로 주요한 사망원인이며, 특히 청장년층의 주된 사망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중대하게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사망원인 중 중증 외상을 초래하는 ‘운수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 20년 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2022년 기준 10~39세의 5대 사망원인에 ‘운수 사고’가 포함돼 있다.
다행히 지난 2012년부터 우리나라에 권역외상센터가 설립되고 국가 외상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중증 외상 환자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비율인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은 해가 갈수록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환자의 생존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 생존한 환자의 통증 관리를 비롯한 삶의 질 개선이다.
중증 외상 환자들의 침 치료 요인은?
다발 늑골 골절, 척수 손상과 같은 중증 외상 환자 들은 외상 자체 혹은 급성기 수술 이후에 발생한 만성 통증과 장애로 신체적·정신적·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만성 통증 관리에는 마약성 진통제를 비롯한 약물 치료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다만 그 효과가 지속적이지 못하거나 남용 문제나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해 약물 치료와 함께 다양한 접근법이 함께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침 치료는 중증 외상 환자의 통증을 개선하고, 재활을 도우며, 진통제 처방량을 감소시킨 사례가 있어 효과적인 외상 후 통증 관리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침 치료가 중증 외상 환자 들에게 폭넓게 활용되지 못해 아쉬운 실정 이다. 이에 필자는 중증 외상 환자가 침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이때 중증 외상 후 침 치료를 받은 경우는 특수하고 드문 경우이므로, 통계를 활용한 양적 방법을 활용했을 때 연구 질문에 따른 측면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었다. 따라서 면담을 통해 치료가 이뤄지는 상황과 환자의 관점을 더욱 면밀하게 파악하게 해주는 방법론인 질적연구 방법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에 2021년 8월부터 2022년 8월까지 부산대학교병원과 국립재활원에서 침 치료를 포함한 한의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다발 늑골 골절 및 척수 손상 환자 총 10명을 선정, 심층 면담을 진행했다. 그 결과 중증 외상 환자들이 침 치료를 받게 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었다.
먼저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건물에서 추락하는 등의 이유로 중증 외상을 입게 되면 그에 대한 치료를 받기 시작한다.
침 치료를 포함해 어떤 형태의 치료를 받든 공통적으로 ‘환자들이 특정 치료기관에서 지속적으로 치료 받을 수 있는가’와 관련된 요인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주거지에서 치료기관까지의 거리 △환자 중심적 시설 구축 여부 △의료인력과 치료 프로그램 등 의료 자원의 충분함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급여 문제를 들 수 있다.
또한 이렇게 치료받는 중증 외상 환자 가운데, 초기 치료를 받는 중이나 초기 치료 후에 다양한 치료 선택지 중 침 치료를 선택해 받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환자들이 침 치료를 어떤 이유로 받게 되는가’와 관련된 요인으로는 침 치료에 대해 알게 되는 것, 치료 경험, 의과 의료진의 침 치료에 대한 태도를 들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첫째로 환자들은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같은 병동의 환자들로부터, 혹은 스스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본인의 상태에 침 치료를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시도해볼 수 있었던 경우다.
둘째로 환자들은 과거에 침 치료에 대해 긍정적으로 경험한 바가 있고, 그에 더해 외상 후 치료를 시도 했으나 효과가 없는 등 침 이외의 치료에 대한 부정적 경험이 누적되면서 외상 후 침 치료를 선택하고자 하는 의향이 강해지기도 했다.
셋째로 초기 치료를 주도한 주치의가 한의 협진을 제안하거나 환자의 침 치료 의뢰를 허용하는 경우 침 치료 선택 의향이 강화되었고, 주치의가 침 치료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여 말릴 경우 환자의 침 치료 선택이 저해되는 모습을 보였다.
침 치료 선택 동기…회복에 대한 절박함
무엇보다 환자가 이러한 요인에 영향을 받아 침 치료를 선택하는 기본적인 동기가 되어주는 것은 ‘회복에 대한 절박함’이었다. 예상치 못하게, 급작스럽게 찾아온 신체적 변화와 극심하고 지속적인 통증, 이로 인해 생겨난 미래에 대한 걱정은 환자가 ‘어떻게 해서든 낫고 싶다’는 절박함이 들게 했다.
이 절박함 때문에 환자들은 침 치료라는 또 하나의 선택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중증 외상 환자들은 장기간 잘 회복되지 않으면 그 상태를 그저 수용하고 ‘기다리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그렇게 체념해 버릴 수 있는 환자들에게 침 치료가 하나의 희망이 되어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필자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침 치료라는 좋은 선택지를 알지 못한 채 진통제가 유일한 치료법인 것으로 생각하고 버티거나, 침 치료를 받고 싶으나 다양한 이유로 받지 못하는 중증 외상 환자들이 대다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국내 외상 표준 진료 지침상 침 치료를 포함한 한의 치료에 대한 권고안은 부재하다. 또 중증 외상 환자에게 초기부터 침 치료를 제공할 수 있으려면 한·양의 협진이 필요한데 이러한 협진이 가능한 중증 외상 치료기관은 여전히 한정적이다.
중증 외상의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다학제적 접근이 필수적이라는 사실, 무엇보다 환자가 가장 절박하게 그것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향후 침 치료를 적극적으로 외상 치료 환경에 활용할 수 있기를 소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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