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인지기능 개선 및 치료의 재현성 입증, 효과의 지속성 ‘확인’
[한의신문=강환웅 기자] 본란에서는 올해로 9년째 부산광역시와 부산시한의사회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한의치매 예방관리사업’과 관련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이경석 부산시한의사회 학술이사로부터 사업에 대한 개요 및 진행 절차, 치매 관리·예방에 있어서의 한의약적 장점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이경석 부산광역시한의사회 학술이사
Q. 부산에서 시행 중인 한의치매 예방관리사업이란?
“한의치매 예방관리사업은 부산광역시와 부산광역시한의사회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사업으로, 올해로 9년차를 맞이하고 있다. 이는 부산시민 중 경도인지장애로 판정된 분들을 대상으로 한의약적 치료를 시행하는 치매 예방 프로그램이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부산에서 한의치매예방관리 지원을 위한 단독 조례안이 전국 최초로 제정된 바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올해는 사업완료자가 500명으로 확대됐으며, 참여대상자 연령도 만 55세(1969년 1월1일 이전 출생) 이상으로 완화됐다.”
Q. 경도인지장애의 의미 및 구체적인 증상은?
“경도인지장애란 비슷한 연령·학력에 비해 인지 저하가 있지만, 그 정도가 가벼워 약간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스스로 사회생활이 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 구체적인 증상을 보면 기억력에서는 신문이나 책을 읽은 후 생각나는 내용이 예전보다 줄어들고, 가족의 경조사나 정기적인 공과금 납부일을 놓치거나, 또는 약속이나 스케줄을 깜박하는 경우가 있어 달력에 메모하고 수시로 확인하게 된다. 더불어 휴대폰이나 열쇠같은 개인 소지품이나 귀중품을 놔두고 찾는데 오래 걸리기도 하고, 약 복용을 때때로 잊기도 하는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Q. 기억력 이외에도 경도인지장애로 인한 증상이 있는지?
“시공간능력에서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때 환승을 어려워하거나, 운전자는 주차나 차간거리 유지 등 운전능력이 줄어든다. 여행지에 가서 숙소를 못 찾아 오는 등 새로운 장소에 가서 길을 헤매기도 한다.
또한 언어능력에서는 평소에 잘 알던 사람이나 물건 이름이 생각이 안 나서 막히는 일이 잦아지는 것과 함께 주의가 산만해지거나 한 번에 여러 일을 하기가 쉽지 않고, 평범한 일을 하는데 이전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복잡한 일을 처리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이밖에도 집행기능의 감소와 함께 감정이나 성격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Q.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의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경도인지장애의 경우 특별한 관리가 없어도 정상으로 돌아오거나 혹은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머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치매로 진행하게 된다. 실제로 인지력이 정상인 경우 매년 1∼2%가 치매로 진행되는 반면 경도인지장애자인 경우에는 10∼20% 정도가 치매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아두카누맙, 레카네맙 등 치매 치료제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뇌부종(ARIA-E)이나 미세출혈(ARIA-H) 등 안전성에 의문이 있으며, 치료비용 또한 고가이기 때문에 상용화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따라서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부터의 적극적인 관리는 증상의 악화 및 치매로의 이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Q. 한의치매 예방사업에 참여하는 방법은?
“2016년도부터 부산시한의사회는 부산시와 MOU를 맺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분들은 거주지로 등록된 구·군 치매안심센터에서 참여 신청을 하고 선별검사와 면담을 실시한다. 이후 선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사업대상자로 선정되면, 6개월간 부산시한의사회에서 지정한 한의원에서 한의학적 치매예방치료를 받게 된다. 현재는 사업 참여, 선정, 진료 등의 모든 행정사항이 전산프로그램을 통해 편리하게 이뤄지고 있다.”
Q. 그동안 한의치매 예방관리사업의 결과는?
“사업 참여 후 인지검사를 통해 참여자의 기억력을 포함한 전반적인 인지기능 개선과 더불어 매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어 재현성은 물론 치료 효과도 장기적으로도 잘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사업 종료 후 설문조사에서 치료만족도와 재참여의사에서 8년간 모두 평균 85% 이상을 상회하는 등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Q. 사업에 참여한 시민들의 반응은?
“실제로 사업 중간에도 참여자들이 스스로 인지력이 좋아졌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일상생활에서 사람이나 물건 이름이 잘 떠오르고, 신문이나 책을 읽고 예전보다 내용이 더 많이 기억나며, 전화번호나 계좌 비밀번호 등 예전에는 1∼2개 밖에 못 외우던 게 3∼4개 이상 늘어났다고 얘기한다. 또한 수면개선에 대한 보고도 많았는데, 기존에 수면제를 복용하는 경우 복용량이 줄고, 중도각성 빈도가 줄어들며,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고 말씀들을 하신다. 이밖에도 사업 참여 후 마음이 편해지고 화도 덜나며, 평소 어깨와 목 뭉침 증상이 호전되고 몸이 가뿐해졌다는 반응도 많다.”
Q. 지난해부터는 치매안심한의원 시범사업도 진행했는데.
“치매안심한의원은 부산에서 처음 시도되는 사업으로, 한의원이 국가치매사업 플랫폼인 치매안심센터와 협력해 초기 치매 환자를 관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치매로의 진행을 최대한 억제하고 보호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6개월간 진료를 위해 필요한 한약과 약침에 드는 비용을 지원한다. 대상자들은 배정된 한의원에 매주 1회 이상 방문해 관리를 받으면 된다. 시범사업이라 예산이 부족한 관계로 올해는 부산 지역에서 총 10명 정도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Q. 기타 하고 싶은 말은?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활 관리가 필수다. 이를 위해 운동을 주기적으로 꾸준히 하고, 자주 사람들과 만나서 소통하고 읽기, 쓰기 등을 통해 두뇌를 활용하며, 될 수 있으면 나쁜 음식을 피하고 충분한 수면시간을 유지해야 한다. 치매로 진단시 생존기간은 평균 10년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이와 관련 사업을 완료한 분 중 기억나는 소감이 있어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치매예방사업을 더 넓혀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 좋겠다. 자식한테 피해 안주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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