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진료 톺아보기⑤

기사입력 2024.01.1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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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뇨 나을 수 있나요? 한의학으로 당뇨를 치료하고 싶어요”
    한의사에 의한 내과학, 한방내과학에서는 당뇨에 대해 새로운 목표를 제공하여 치료 계획 수립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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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 전문의인 이제원 비엠한방내과한의원장으로부터 한의사가 전공하는 내과학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내과학이란 단순히 몸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는 분야이며, 한의학의 근간이 곧 내과학이라면서, 한방내과적으로 환자를 어떻게 진료할 것인가의 해답을 제시해 나갈 예정이다. 


    한의사에 의한 내과학인 한방내과학은 양의사의 내과학과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한방내과학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과 같은 생활습관병에 대해 새로운 목표와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당뇨 나을 수 있을까요? 한방내과에서 당뇨를 치료하고 싶어서 내원했어요.” 50대 여성 환자가 내원했다. 약 4개월 전 양방내과에서 당뇨를 진단받고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 중이었다. 부모님 모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있었고, 이로 인한 뇌경색 및 심근경색의 가족력이 있어 크게 걱정된다고 했다. 그래서 양방내과와 달리 한방내과에서 당뇨를 치료할 방법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해 보고 싶다고 내원한 것이다. 

     

    그런데, 환자는 말하는 내내 표정이 없었고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환자의 병력과 약물 복용 내역에 대해서 꼼꼼하게 조사했다. 환자는 초진설문지에 당뇨병과 고지혈증의 병력이 있다고만 답했다. 

    하지만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하여 약물 복용 내역을 조회해 보니, 당뇨병과 고지혈증에 대한 약물인 메트포르민, 로수바스타틴 외에 프로프라놀롤, 로라제팜, 에스조피클론, 독세핀, 티볼론 등 모두 아홉 종류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  

     

    이 약물들을 처방받은 과정에 대해 살펴보았다. 약 2년 전 편두통으로 프로프라놀롤을, 약 1년 전 발생한 수면장애로 로라제팜, 에스조피클론, 독세핀 등을 복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지인을 따라 내원한 의료기관에서 호기심으로 여성호르몬 검사를 시행했고, 그 후 여성호르몬제인 티볼론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다고 했다. 부적절한 다약제 복용이 의심됐다.

     

    진단의학적 검사에서는 AST 80 IU/L, LDH 656 U/L, BUN 33 ㎎/dL, Creatinine 0.5 ㎎/dL, Hs-CRP 4.70 ㎎/L, ESR 24 ㎜/hrs, Hb A1c 6.2 %, WBC 0.7×103/㎕ 등의 이상 소견이 관찰됐다. 환자의 舌質은 紅, 舌苔는 燥하였고, 脈象은 虛•澁•緩했다. 이를 바탕으로 心脾兩虛證 또는 氣陰兩虛證으로 辨證하였다. 

     

    환자가 가진 질병의 내면을 들여다본 결과, 단순히 혈당만 조절하는 것으로는 당뇨를 치료하거나 건강을 회복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에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 듯, 질병의 내면이라는 퍼즐에 한 단계씩 접근하는 치료 계획을 수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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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치료와 동시에 로수바스타틴 및 티볼론은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메트포르민 역시 치료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저혈당증을 감안하여 복용을 중단하고, 혈당은 하루 네 번 측정하여 관찰했다.

     

    치료 4주 차가 되자, AST 26 IU/L, LDH 206 U/L, BUN 25 ㎎/dL, Creatinine 0.8 ㎎/dL, Hs-CRP 0.40 ㎎/L, ESR 3 ㎜/hrs, Hb A1c 6.0 %, WBC 7.3×103/㎕ 등 거의 모든 검사 수치가 개선되었다. 특히, 메트포르민 중단 후 오히려 당화혈색소가 6.0 %로 감소한 것은 치료가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결과였다(그림 1).

     

    다음 단계로 歸脾湯加味方을 투약하면서 로라제팜, 에스조피클론, 독세핀 및 프로프라놀롤의 점진적 감량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항불안제, 최면진정제(수면제) 및 베타-차단제 감량에 따른 금단 현상으로 수면상태 변화, 손 저림 등 증상을 호소했다. 증상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첩약에 九味羌活湯을 合하거나, 침구치료를 시행하는 등 대증요법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그와 함께 약물을 서서히 줄여나갔다. 결국, 치료 12주차에 복용 중이던 양약을 모두 중단할 수 있었다. 

     

    금단 현상으로 인한 증상이 완화된 후 혈당변동성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혈당 추이 관찰을 위해 연속혈당측정검사를 시행했다(그림 2). 이를 통해 식단과 혈당 변화의 상관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보다 적극적인 혈당 조절 및 관리를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환자는 치료 기간이 종료된 후 당화혈색소 5.8%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혈당 조절에 대한 한약 또는 양약의 사용 없이 당화혈색소는 6.5% 미만을 유지했다. 당화혈색소는 서서히 5.6% 이하의 정상 범위로 회복돼 현재까지 정상 범위에서 잘 유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환자는 치료를 시작한 후 당뇨와 고지혈증에 관련된 약물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고, 장기간 복용 중이던 양약을 모두 중단했음에도 편두통이 발생하거나 수면장애가 나타나지 않았다. 부적절한 다약제 복용으로 인한 문제 역시 해결된 것이다. 현재 환자는 생기발랄한 표정의 밝은 모습으로 내원하고 있다. 

     

    환자가 당뇨를 치료하기 위해 내원했으므로 혈당과 당화혈색소라는 숫자 관리에만 목표를 두고 치료계획을 수립했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었을까? 

     

    한의학적, 한방내과적 관점에서 우리 몸의 각 부분과 장기는 유기적인 상호연결성을 바탕으로 생명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당뇨라는 복잡한 질병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숫자 관리에만 목표를 두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이고 포괄적인 관점으로 질병의 내면을 탐구하여 치료해야 한다. 

     

    한의사에 의한 내과학은 당뇨의 완화(remission)를 목표로 치료 계획 수립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환자는 더 건강해질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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