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임상 한의사과학자 대한 맞춤형 지원 필요…한의약 발전의 원동력
최근 의과학의 발달로 기초 생명과학과 임상의학의 간극이 커지면서, 그 사이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의료 분야의 혁신을 주도하는 의사과학자(physician-scientist)의 역할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의계에서도 현대과학과 한의학적 임상지식을 통합함으로써 현대의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한의학적 치료기술을 개발하는 ‘한의사과학자’의 필요성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국내 한의과대학 및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는 기초 및 임상 분야의 석·박사 과정을 통해 매년 한의사과학자를 배출하고 있는데, 이러한 한의사과학자의 현황에 대한 실태를 다각도로 평가한 논문이 ‘대한한의학회지’ 제44권 제3호에 게재됐다.
‘한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한의학과 대학원 재학생의 교육 및 연구환경 실태조사와 제언’이라는 제하의 이번 논문에서는 한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대학원 교육 및 직무 만족도 △경제적 여건 △진로 결정 요인 △진로 방해요인을 조사했다.
응답자는 석사과정 18명(27.7%), 박사 과정 27명(41.5%), 석박사 통합과정 20명(30.8%)으로 총 65명이었다. 또한 기초 한의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은 32명(49.2%), 임상 한의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은 33명(50.8%)이며, 전일제 대학 원생과 주 40시간 이상 연구하는 풀타임 연구자를 포함해 연구에 전업으로 종사하는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18명(27.7%), 파트타임 연구자는 47명(72.3%)으로 나타났다.
종합적인 만족도 평균 3.52점으로 보통 수준
설문조사 결과 대학원 교육에 대한 종합적인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3.52점으로 보통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전일제 대학원생이 비전일제 대학원생보다 0.43점 더 높았다. 세부항목별 만족도에서는 전체적으로 보통 이상의 점수를 보였으며, 특히 졸업 요건이 공지돼 있으며 잘 지켜지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대학원에서 수강한 수업이 전공 분야 역량을 심화시키는 데 충분하다는 문항에 대해서는 평균 3.32점으로 가장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세부 항목별 만족도에서는 경제적 여건에 대한 만족도가 1.98점으로 가장 낮았고, 연구자로서 가족과 사회로부터 존중받는다는 만족감이 4.05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러한 추이는 전일제와 비전일제 모두 동일했으며, 전반적으로 전일제 대학원생의 만족도가 비전일제 대학원생보다 높은 경향을 보였다.
전일제 대학원생 인건비,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미쳐
전반적인 경제적 상태를 묻는 질문에서는 전체 응답자는 5점 만점에 평균 2.84점(약간 어렵다)으로 답했다. 특히 실수령 월 소득을 기입하는 문항에서 전체 평균은 월 487.71만원이었으나 전일제 대학원생(월 227만원)과 비전일제 대학원생(월 586.56만원)간에 약 2.6배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전일제 대학원생의 평균 근무 시간에 대한 소득을 2023년 최저임금으로 환산했을 때, 임상을 제외하고 교육·연구·행정에 소요한 시간은 주 43.89시간으로 약 181.56만원에 해당한다. 그에반해 전일제 대학원생이 실제로 연구활동에 대해 지급받은 인건비는 평균 171.11만원으로, 전일제 대학원생의 희망 인건비인 283만원의 약 60%에 불과할 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에 의한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이는 연구활동에 대한 충분하지 못한 경제적 보상이 경제 전반 상태에 어려움을 느끼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전체 대학원생의 학기당 등록금은 평균 678.52만원으로 조사됐다. 학비의 주 조달원은 전일제 대학원생의 경우 장학금(42.86%), 비전일제 대학원생의 경우 자비(59.18%)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으며 2순위는 모두 대출(22.86%)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원 시작 동기… ‘연구에 대한 흥미’가 1위
대학원 학위과정을 시작한 동기에 대해서는 전일제 대학원생의 경우 1순위가 연구에 대한 흥미(36.36%), 2순위가 자아실현(25.00%), 3순위가 한의계 및 한의학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22.73%)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비전일제 대학원생의 경우 1순위가 경력 및 스펙을 쌓기 위해서(22.22%), 2순위가 자아실현(19.66%), 3순위가 연구에 대한 흥미(18.80%)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전일제 대학원생의 55.56%는 대학 교원을, 비전일제 대학원생의 87.23%는 임상 진로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나 두 군 간에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한편 1.5%의 응답자만이 한의학과 무관한 진로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로를 결정하는 데 있어 어떤 요인을 중요하게 고려하는지에 대한 조사에서는 전일제 대학원생의 경우 자기 계발(4.46점), 사회적 기여(4.17점), 근무 지역(3.94점) 순으로 높은 가중치를 두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비전일제 대학원생의 경우 경제적 요인(4.62점), 자기 계발(4.60점), 일과 삶의 균형(4.09점) 순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6.6명, 연구실 내 특별한 갈등 없다
한의사과학자 진로 방해 요인 탐색을 위해 연구실 내 갈등 및 잡무에 관한 조사를 수행했는데, 연구실 내 갈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 66.15%의 응답자가 특별한 갈등이 없거나 연구원으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중복 응답을 통해 도출된 갈등상황으로는 연구 외적인 업무 분담의 문제, 불평등한 인건비 지급 문제, 구성원간 연구 실적 분배 문제가 각각 33.33%, 20.51%, 15.38%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전일제 및 비전일제 대학원생의 미충족 수요에 대한 내용을 주관식으로 응답하게 한 개방형 문항 응답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먼저 전일제, 비전일제 대학원생이 공통으로 언급한 항목은 연구에 필요한 자료 접근성 확대다. 일부 대학은 ebase, Cochrane library 등 웹 데이터베이스 이용이 제한돼 있으며, 기초한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의 경우 대학에 소속돼 임상한의학과와 달리 의료원 저널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두번째 공통 항목은 경제적 지원이었다. 등록금 면제, 연구비 외의 고정 수입 등의 학비 감면 및 생활비 보장에 대한 의견이 있었고, 논문 투고 및 게재 시 투고료및 번역료 지원을 요구하는 응답도 있었다.
체계적인 정책 지원방안 ‘강구’
또한 한의과대학 대학원생들은 논문 작성법, 기본적인 의료통계, 연구설계방법론부터 건강보험데이터나 빅데이터 등 심화된 연구 역량에 대한 교육을 희망했다. 한의과대학·대학원 간 학점은행제 또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 등을 통해 대학원생의 교육 요구를 만족시키고, 연구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취업 불안과 경제적 기회비용이 전업 연구자 진로에 대한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일제 대학원생들은 진로 결정에 있어 사회적 기여를 중시하고, 대다수가 대학 교원 진로를 희망하며, 졸업 후 연구와 관련된 진로를 매우 긍정적으로 인식해 향후 기초한의사과학자 진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김명선 존스홉킨스대 연구원(제1저자)는 “이번 연구를 통해 나타난 전일제 대학원생의 진로 결정 특성을 고려해보면 경제적 지원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고 전했다.
또한 김 연구원은 “이번 한의사과학자의 현황 파악 실태조사 연구를 기반으로 기초·임상 한의사 과학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 방안이 정책적으로 보다 체계적으로 마련된다면 한의사과학자 양성에 기여해 한의계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다 자세한 내용은 대한한의학회지(https://doi.org/10.13048/jkm.23031)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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