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경험 가능…남은 기간 동안 최선 다할 것”
하현석 공중보건한의사
(경남도청 보건행정과)
경상남도에는 보건진료소가 없어 의료 손길이 닿지 않는 섬마을을 찾아다니며 주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선 ‘경남511호’가 있다. 경남511호는 월 1회 찾아가는 순회진료를 통해 2500여 명의 도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태풍 같은 심한 악천후만 아니면 폭염 속에서도, 비바람 속에서도 병원선은 출항한다.
이처럼 지역사회에 의료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경남511호에서는 한의진료도 이뤄지고 있다. 현재 경남511호에서 한의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은 하현석 공중보건한의사다. 본란에서는 하현석 공보의에게 병원선에서의 일상과 앞으로의 각오에 대해 들어봤다.
Q. 경남511호를 소개한다면?
병원선 경남511호는 남해안에 위치한 40여 개의 섬을 돌면서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중보건의 4명과 간호사 2명 및 도청 소속 선박직 공무원이 한 팀이 돼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병원선에 처음 타게 됐을 때의 마음은?
공중보건의 근무지역이 하루아침에 정해지기 때문에 예상 밖의 병원선 자리를 뽑고 나서 며칠 동안 실감이 안 나고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평소에 바다를 워낙 좋아해 병원선에 입선하기 며칠 전부터는 오히려 스트레스보다는 기대감이 컸던 것 같다.
병원선에서 다른 사람들은 평생 하기 힘든 특별한 경험을 하며 대체 복무를 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만족하며, 맡은 바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Q. 병원선에서 평소 하는 일은?
제가 맡은 한의과 진료는 선내진료, 마을진료, 방문진료로 나뉜다. 선내진료는 말 그대로 배 안으로 환자들이 방문하면 침 치료 및 한약 처방을 진행하는 것이다.
마을진료는 작은 보트를 병원선에서 내려 마을회관까지 타고 간 뒤 마을회관에서 진료를 보는 것으로 가장 비중이 높다. 마지막으로 방문진료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자택을 직접 방문해 진료를 보는 것이다.
Q. 진료했던 환자 중 기억에 남는 환자는?
어느 날 한 섬 마을회관에서 진료를 보고 있는데 이장이 조심스럽게 혹시 지적장애인도 침을 맞을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물론 치료할 수는 있지만 침이 들어간 상태로 환자가 움직이거나 놀라면 다칠 수 있다고 말했고, 이장은 사실 그 지적장애인이 자신의 딸이라고 밝히며 평소 병원에서 주사도 잘 맞고 잘 참는다고 했다.
그래서 진료를 해보겠다고 답변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따님이 왔다. 따님과의 소통은 거의 불가능했고, 이장을 통해 문진하며 아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열심히 치료했다. 다음 달에 그 섬을 방문했을 때 다행히 이장이 딸의 증상이 좋아졌다고 했고, 다른 증상들도 치료를 부탁하며 다시 데리고 왔다.
지적장애를 가진 환자를 진료한 것은 처음이라 개인적으로도 값진 경험이었고, 아픈 장애인 자녀를 돌보는 부모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Q. 병원선 탑승을 희망하는 예비 공보의들에게 조언한다면?
병원선에서 생활하다 보면 궂은 날씨에도 배를 타야 하고, 마을을 돌아다녀야 해서 많은 땀을 흘리고 비를 맞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화창한 날에 배 위에 올라가 드넓은 바다와 아름다운 섬들을 보고 있으면 힘들었던 것들은 잠시 잊어버리게 된다. 개인적으로도 날씨가 좋으면 한참 동안 경치를 감상하곤 한다.
바다와 자연을 좋아하고 여럿이 같이 생활하는 것을 좋아하는 예비 공보의들에게는 병원선에서 근무하는 것도 꽤 괜찮다고 조언하고 싶다.
Q. 앞으로의 목표나 각오는?
병원선에서의 남은 8개월 동안 주어진 일을 별탈 없이 마무리하고 환자들과 같이 일하는 공무원들에게 좋은 한의사,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전하고 싶은 말은?
무덥고 습한 날씨에 한의계를 위해 각지에서 고생하고 있는 전국의 한의사 회원 모두가 힘내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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