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각인시킬 수 있는 상징 만들어야 해”

기사입력 2023.08.0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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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일인지를 항상 생각해야”
    정치인은 국민이 듣고 싶은 얘기에 답을 주는 직업
    윤재관 전 대통령비서실 국정홍보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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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AKOM-TV에서는 인플루언서 한의사들을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의 유명인을 대상으로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열여섯 번째 초대 손님으로는 윤재관 전 대통령비서실 국정홍보비서관을 초청해 도보다리 회담 기획 에피소드 및 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한의사들에게 조언하고픈 말 등을 들어봤다.

     

    Q. 자신을 소개한다면?

     

    우선 ‘24’라는 숫자로 말씀드리고 싶다. 1999년에 정치권에 처음 입문해 2022년 청와대에서 근무할 때까지 23년간 계속 민주당에서 한길을 걸어왔고, 올해 또 1년이 지나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총 24년 동안 정치권에서 몸담은 사람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두 번째로는 ‘5’라는 숫자를 말씀드리겠다. 청와대 근무 경력이 저의 대표 경력이다. 청와대 근무하신 분들 중에 1, 2년 근무하신 분들은 많이 있지만 저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첫날부터 청와대에서 근무하기 시작해 임기 마지막 날 퇴직했다.

     

    5년 동안 대통령을 모시고 청와대에서 근무했다는 것이 저로서는 무한한 영광의 시절이었다. 숫자를 통해 소개한 이유는 사람들은 숫자에 신뢰도를 가지고, 그 내용에 대한 수용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것도 더 쉬워지기 때문이다.

     

    Q. 대통령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2년 처음 대선에 출마했을 때 경선이 끝나자마자 일정을 담당하는 직원이 필요해서 저에게 제안이 들어와 수락하게 됐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대선을 치렀으며, 후보의 일정을 매일 챙기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재밌고 보람되게 업무를 수행했다.

     

    선거 결과는 아쉬웠지만 5년 뒤에 있을 대선을 위해 기회가 된다면 이번에 겪었던 시행착오 및 과오를 반드시 수정하고 극복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후 탄핵정국이 있었고, 다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모시면서 일정을 준비하고 기획하는 일을 맡게 됐다. 그 당시 선대위에서 일정 팀장을 맡아 일을 하다 보니 의외로 수월하게 청와대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오게 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탄핵 이후 대선이 있었기 때문에 인수위가 준비되지 않았으며, 201759일까지 선거운동을 열심히 한 후 다음 날인 10일 새벽에 바로 청와대에 들어가게 됐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후보로서의 일정과 대통령으로서의 일정이 연속적으로 일어났으며, 업무가 끊길 수 없어 진행하던 사람이 그대로 맡아서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국정의 시작이 긴박하게 돌아간 것이 어떻게 보면 저에게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탄핵이라는 과정 속에서 국민들이 원하시는 여러 사항들과 우리들이 달성해야 될 목표라는 숙제가 있었기 때문에 부단히 노력했지만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Q. 북 정상이 만난 도보다리 회담을 기획했다.

     

    도보다리 회담을 제가 기획했다고 하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만약에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한다면 어떤 것을 할 것인가를 오래 전부터 고민해왔으며, 두 정상의 만남에 산재된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

     

    북 정상회담이라는 것은 세계사적으로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을 순간이며, 온 겨레의 영원한 숙제이기 때문에 2018427일을 기억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장면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단순히 군사분계선에서 두 정상이 만나 첫 악수를 하는 장면이 상징이 되어서는 승부가 안 날 것이라 생각했으며, 그러던 중 도보다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실내에서 계시는 것보다는 실외에서 대화하시는 모습을 전 세계에 타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남북이 평화의 길로 가는데 이날이 어떻게 세계사적으로 기록될 것인가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고민을 하면서 걷는 도중 군사분계선 표지판을 발견하게 됐고, 도보다리와 표지판까지는 70M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도보다리를 군사분계선 표지판까지 연결하자는 아이디어를 내게 됐다.

     

    총과 칼을 맞대고 싸웠던 남북의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 표지판 앞에서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 그 자체가 남북이 평화로 가고 있다는 상징과 함께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도보다리 회담은 저뿐만이 아닌 모든 분들이 정말 자기가 쏟을 수 있는 모든 정성을 쏟아서 준비했고, 때문에 그날 하늘이 도와서 푸른 하늘을 만들어 주고, 전에 없던 새들이 노래를 불러주며, 두 정상이 그 기운을 받아 진지한 대화를 하면서 전 세계의 많은 집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Q. 언론 대응과 같은 공식 발언 시 노하우가 있다면?

     

    우선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일인지에 대해 항상 생각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사인이 아닌 국가의 녹을 먹는 공인이라는 생각을 분명하게 가져야 한다.

     

    그래야 말도 진중해지고 무게도 실리게 된다. 사람이라는 게 어느 정도 상황에 익숙해지고 나면 실수가 나올 수 있으며, 그 실수는 가장 기본적으로 가져야 될 생각이 옅어지면서 벌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두 번째로는 공인이기 때문에 자기 생각대로 말할 자유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어야 한다. 그런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자기 자신을 어느 정도 절제할 수 있다.

     

    또한 발언할 때 실수 없이 국민들께서 오해를 하지 않게끔 사회적으로 안 좋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하지 않도록 항상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그 공인의 말에 대해 국민들께서 귀담아들으려 하고 그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정치 참여를 희망하는 한의사들에게 조언한다면?

     

    질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첫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정치인은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를 하는 것도 있지만 국민과 유권자가 듣고 싶은 얘기에 답을 주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막 쏟아 내기 이전에 듣는 분들이 수용할 수 있는 얘기를 해야 정치인으로서 자질이 있다. 내 이상을 펼치기 위해 국민을 설득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말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내 말을 줄이고 상대가 듣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생각한 후 얘기하는 것이 중요한 덕목이다.

     

    두 번째로는 항상 본인을 소개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 많은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 같은 경우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숫자를 통해서 자신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으며, 그냥 윤재관이 아닌 도보다리 회담을 기획한 사람이라는 소개를 하면 유권자들이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저를 찾아보게 된다. 이렇듯 자신을 대표할 수 있을 만한 상징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또한 유권자들에게 본인의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는 명함을 만들어 전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럼으로써 하루하루 열심히 상대방을 대하고, 나아가 공인으로서 살아가는데 내 이름이 누가 되지 않도록 살아가겠다는 자신에 대한 다짐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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