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두구의 치료효과 연구, 국제학술지 ‘Journal of Medicinal Food’ 게재
염증성 장질환이란 특별한 원인이 없이 대장 및 소장 등에 만성적·반복적으로 염증과 궤양이 나타나 혈변, 설사, 복통, 체중 감소 등을 나타내는 난치성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2017년 6만741명에서 2021년 8만289명으로 최근 5년간 약 25% 가까이 증가했으며, 특히 젊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많이 증가해 전체 환자 중 10∼40대 환자의 비율이 60%를 넘는다.
이와 관련 박재우 교수(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소화기/보양클리닉)는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은 그동안 국내에서는 매우 드문 질환이었지만, 육식과 즉석식품 등의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변화하고 생활환경의 변화도 맞물려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보존적 한의치료 병행
염증성 장질환은 다른 질환과는 달리 완치가 목적이 아니라 염증 소견이 충분히 가라앉은 정상상태(관해)에 도달, 이를 유지하는 것이기에 한의치료를 통한 보존적 치료가 가능하다.
박재우 교수는 “해외 연구에 따르면 염증성 장질환 환자 중 한의치료를 포함한 보완대체의학적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가 50%에 달한다”면서 “기존 서양의학적 치료가 충분하지 않거나 부작용이 심한 경우라면 이처럼 한의치료와 같은 대체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도움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의학에서는 변증 유형을 구분하고, 체질을 판단해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계획을 수립하는데, 크게 △경도(가벼운 단계) △중등도(염증기) △중증(심한 염증상태)으로 분류해 치료한다”면서 “주로 경도와 중등도 단계가 치료의 대상이며 한약·침·뜸 치료를 병행해 적용하게 되며, 아울러 관해기에는 증상의 재발을 억제하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의학에서는 정상상태 유지를 위해 환자의 체질에 맞춰 한약재, 침, 뜸 등의 치료를 활용하고 있다. 염증수치(CRP)가 잘 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금은화, 황련과 같은 항염증효과와 면역조절작용이 우수한 한약재를 사용한다. 금은화는 성질은 약간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는 약재로 몸이 붓는 것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동의보감에 소개돼 있으며, 황련은 사화(瀉火) 작용이 있어 일체의 열로 인한 질환에 탁월한 치료반응을 보이는데, 여름에 유행하는 이질과 설사 등에도 이질균을 억제해 설사를 그치게 한다.
박재우 교수 연구팀은 한약재 ‘육두구’의 염증성 장질환 치료 효과를 확인 후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Medicinal Food’(2013년)에 발표한 바 있다. 박 교수는 “육두구는 오랜 기간 한약재 및 향신료로 사용되면서, 설사 증상을 개선시키는데 사용해 왔다”면서 “이러한 전통적인 적응증과 다양한 효능을 바탕으로 연구를 통해 육두구가 염증성 장질환 동물모델에서 염증이 완화되고, 대장염 관련 증상을 개선시킨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장염으로 오인 많아…증상 지속시 의료기관 방문해야
염증성 장질환은 장염과 비슷해 곧 괜찮아질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치료 시기를 놓치면 장 협착 등으로 위험할 수 있어 설사, 복통, 혈변 등의 증상이 지속된다면 빨리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또한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증상이 악화하지 않도록 과로를 피하고 평소 식생활, 수면 습관 등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박 교수는 “한의학에서는 위, 소대장과 같은 소화기관을 비위(脾胃)라고 칭하는데, 기(氣)를 생산하는 원천이라고 알려져 있다”며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평소 비위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음식 섭취가 좋다”고 조언했다.
즉 커피·녹차와 같은 카페인 음료는 가급적 멀리하고, 마·찹쌀·까치콩·대추 등의 음식과 보리차·둥굴레차와 같은 비위 기능을 강화하는 차가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평소 차거나 냉한 음식의 섭취를 줄여 위장관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