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 이주헌 원장,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운동 등 자연보호 앞장
이주헌 문심당한의원장
<편집자주>
지리산에 산악열차를 넘어 케이블카 건설까지 추진되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환경운동가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은 전라북도 남원시 육모정에서 정령치까지 이어지는 13km 구간에 전기열차 노선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남원시에서 문심당한의원을 운영 중인 이주헌 원장이 전기열차 노선 백지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본란에서는 이주헌 원장으로부터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운동과 앞으로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Q.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리산은 국립공원 1호이다. 부드러운 산등성이가 거대한 규모로 겹쳐지고 이어지는 지리산은 영묘한 어머니의 산으로 숭배 받아 왔다. 거대한 규모에 걸맞게 생태적 다양성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뛰어나다. 오로지 지리산이 좋아서 귀촌한 사람들도 많다.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이 추진되고 있을 때 당시 기후위기남원시민모임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지리산 산악열차는 당연히 모임의 중요한 화두가 됐다. 국립공원 1호라는 지리산의 상징성, 수천억 원 규모에도 불구하고 부실하게 검증한 사업 타당성, 궤도 공사와 열차 운행이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 밀실 추진했던 산악열차 사업의 비민주성 때문에 기후위기남원시민모임은 일찌감치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를 공식 입장으로 내걸었다. 이후 지리산권 5개 시군의 활동가가 연대하여 결성한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가 공식 출범하고, 대책위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Q. 환경 운동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가장 어려운 점이라면 대다수 지역 정치인이나 주민들이 여전히 개발주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가 절멸할 위기에 처한 현 상황에서도 그 심각성을 깊이 깨닫지 못하고 토목과 건축을 통한 성장을 관성적으로 추구하는 지역 정치인은 환경 운동을 힘들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먹고 살기가 힘든 주민들도 개발 사업을 통한 이익이라는 달콤한 비전을 제시하면 맹목적으로 지지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일부 정치인들이 지리산 산악열차를 남원의 백년 먹거리라고 과대 홍보하자 대다수 남원시민들이 박수를 보냈다.
그 열광적 분위기 때문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개적으로 지리산 산악열차를 반대한다는 주장을 하기 겁날 정도였다. 지금은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가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의 반생태성, 법적 실현 불가능성, 비민주성, 비경제성 등을 열심히 폭로해 시민사회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많은 주민들은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찬성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Q. 동료 한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의는 병을 고치는 사람이요, 중의는 사람을 고치는 사람이며, 대의는 사회를 고치는 사람이다. 가장 훌륭한 의자는 대의다.”
모든 한의사는 대학 시절 옛 의서에서 읽었던 이 감동적인 구절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대의의 범주를 사회를 고치는 사람을 넘어 지구를 고치는 사람으로 확장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한의사는 살리는 사람이요, 조화에 이르게 하는 사람이다. 인류가 절멸할 위기에 처한 이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적 전환을 이루게 함으로써 사람과 동물을 살리고 지구를 조화에 이르게 하는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옛 의서가 말했던 뜻을 진정으로 체현한 대의가 아닐까.
한의학의 바탕이 되는 철학은 기후위기 시대에 더 빛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의학은 인체를 소우주로 간주한다. 인간을 지배하는 기의 원리와 천지를 지배하는 기의 원리가 다르지 않다. 인간과 자연을 철저히 분리하고 인간의 이익을 위해 자연을 착취하는 것을 정당하게 여겼던 서양철학이 작금의 기후위기를 낳았다.
현재 지구는 거대한 음허화왕의 상태로 병들어 있다. 석유는 땅의 피요, 기후는 지구의 숨결이다. 석유를 끊임없이 착취하는 문명이 병들게 한 지구를 다시 음양 조화의 상태로 되돌리는 길은 한의학의 길이며, 곧 한의사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동료 제현의 숙고를 기원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은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의 나무를 베고 반달가슴곰을 포함한 야생생물 서식지를 파괴하기 때문에 반생태적이다. 매년 크고 작은 바위가 굴러떨어지는 도로에 설치하기 때문에 안전하지도 않다.
경제성 평가도 신뢰할 수 없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나 전북연구원에서 진행한 용역 연구에서는 전혀 경제성이 없던 사업이었지만 민간 회사가 용역을 맡더니 기가 막히게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돌변했다.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는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이 백지화될 때까지 계속 집회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의 문제점을 널리 알리고, 국민들의 동의를 폭넓게 얻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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