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 원장
대구시 이재수한의원
우수가 지난 지금, 노란 산수유꽃 봉우리가 가지에서 겨울을 뚫고 나와 봄소식을 전한다. 대지의 봄의 전령인 듯 우리를 유혹한다. 우주의 생명력은 대자연의 이치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다. 봄은 그렇게 우리 곁으로 따뜻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앞산은 대구 시내에서 남쪽에 있는 곳으로 집 앞에 가까이 보이는 산이라 친근하게 다가온다. 원래 지명은 성불산 또는 전산(前山)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아내는 앞산의 전망대가 새롭게 조성되었다며 나에게 은근슬쩍 얘기해 조용한 날을 잡아 산행할 것을 다짐해 놓았다. 우리 내외는 주말마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앞산 자락길을 산행 삼아 운동을 해온 터였다.
지난 1월경 우리 내외는 앞산 케이블카를 편도로 이용해서 전망대를 들러 안일사 방향으로 산행하기로 했다. 케이블카로 전망대까지는 5분 정도 소요되고 전망대에서 안일사까지는 2km의 거리로 내리막 경사가 심했다.
이 길은 초행길인데 여기에 겨울의 산바람이 매섭게 불어 나그네를 힘들게 했다. 거기에서 굴곡이 심하지 않는 앞산 자락길을 따라 안지랑이골을 거쳐 매자골 지나 대구시 청소년수련관으로 내려왔다.
이날은 맑고 파란 하늘과 미세먼지 없는 상쾌한 날씨였다. 케이블카 종착지에서 좌측 1km 떨어진 곳은 앞산 정상이라는 푯말이 보인다. 우측으로 0.3km 떨어진 전망대에 황금색 대형 토끼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등산객들의 반응이 여느 때와 다르게 뜨겁다.
앞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방으로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어 어머니의 품 안에 안긴 듯하다. 좌측으로 낙동강의 물줄기가 보이고 저 멀리 동쪽 끝으로는 팔공산이 훤히 펼쳐져 보이니 이내 대구가 분지임을 새삼 실감했다.
대구의 명산(名山)이라면 팔공산을 떠올려보지만 물리적 거리도 그렇고 왠지 모르게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다.
“대구가 다 보이네요.”
“참으로 예쁘게 단장했어요”라며 연신 감탄조를 뿜어낸다.
“그러네요, 눈이 확 트이네요.”라고 나는 맞장구를 쳤다.
지금 이곳은 대구의 핫 플레이스로 알려져 있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설날이 지난 지 며칠 되지 않아 가족 단위의 등산객 그리고 청춘 남녀들이 전망대 이곳저곳으로 붐빈다. 빨간 리본을 목에 걸친 황금 토끼를 중심으로 삼삼오오 사진을 찍거나 새로 설치된 포토존 등에서 촬영하는 모습들로 왁자지껄하고 정겹기 그지없다.
“올해 토끼해라서 꾸며놓았는가 보네요.”
“참, 예쁘네요.”라고 아내의 얘기가 들어온다.
“그러게요. 검은 토끼해에 황금 토끼를 꾸며 놓았네요.”
“여보, 우리도 황금 토끼랑 사진을 찍어요.”
“토끼 앞 거기, 그대로 서 있어요.”
평소에는 사진 촬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아내의 반응이 신기하기만 했다. 나는 마지못해 폼을 잡았고 서로 번갈아 가면서 폰카를 눌렀다.
함께 사진을 찍는 내내 아내는 기쁜 얼굴을 드러내 보이며 밝은 미소로 화답한다. 최근까지 나의 스케줄로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날들이 많았다. 아내는 나의 눈치를 살피는 일도 다반사였다. 이런저런 핑계로 번번이 약속을 지키지 못해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다. 이번 산행길에서 나의 이기적인 태도를 다시 한 번 성찰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황금 토끼는 큰 귀를 자랑이나 하듯 하늘을 뚫을 기세였다.
“토끼의 큰 귀를 상징하듯이 올 한 해는 경청과 침묵의 자세와 함께 교토삼굴(狡免三窟)의 지혜로 살아가길 다짐해 본다.”
집 근처에 이르러 우리는 이심전심으로 말했다.
“다음번에는 앞산 정상으로 해서 대덕산 쪽으로 내려오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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