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노동자 94%…“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불이익 경험”
보건의료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대한병원협회, 의사협회 등 의료단체에 교섭을 요구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은 5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보건의료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 의료 종사자들의 노동조건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춘숙(더불어민주당)의원과 이은주(정의당)의원이 주관하고 보건복지부, 간호협회, 작업치료사협회, 치과위생사협회, 국가자격보건교육사협회가 후원했다.
정춘숙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전체 의료기관 노동자의 절반 이상인 53%가 중소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일하고 있다”며 “중소병원과 의료기관의 노동조건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은 환자의 안전을 도모하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초가 된다”며 “이번 토론회가 노동기본권을 확보하기 위한 여론 형성과 노동법이 실질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이은주 의원은 “중소 병‧의원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정책적, 입법적 대안을 마련하겠다”며 “고용노동부 및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가 병‧의원 사업주들이 법을 준수하고 있는지 조사‧모니터링하고 시정하도록 하는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이문호(워크인 조직혁신연구소)소장의 사회로 △노동기본권 실태 현장 사례 △중소 병‧의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 △보건의료노조의 노동기본권 보장 추진계획 △노동기본권 보장 추진을 위한 과제 등이 발표됐다.
첫 순서로 오명심 보건의료노조 인천지역지부장의 상담 사례 발표가 있었다. 오 지부장은 가장 많은 사례로 비인격적, 흔히 말하는 ‘갑질’에 대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고 했다.
5년째 근무를 하던 간호조무사가 계약기간은 많이 남아있었지만 계약규정이 바뀌면서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은 사례, 야간근무를 했는데 ‘당직수당’으로 지급받아 문의했지만 야간에는 환자들이 모두 잠이 든 상태이므로 근무를 한 것이 아니라며 야간수당이 아닌 당직수당으로 지급된 사례 등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상담자의 대부분 취업규칙이 무엇인지도 모르거나 급여 명세서를 받지 못한다는 경우가 많아 중소병원은 ‘원장 개인의 사유물’처럼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나리 조직국장은 중소병원과 의원 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와 모든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추진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 4,085명의 응답자 중 94%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무급휴가, 무급휴직, 연차휴가 강제 사용 등 휴가 관련 불이익을 받았다는 응답이 48.7%였다.
연장근무 수당을 받지 못한다고 답한 비율이 15%나 되었고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는 25%가 연장근무 수당을 받지 못했다. 휴일 수당도 받지 못한다는 응답이 40.7%였다.
또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근로 계약서를 노동자들에게 제공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36%가 나왔다. 응답자 중에서 ‘나는 지금 일하는 직장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경우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비율이 30%가 넘었으며, 이직하고 싶다는 응답도 53.6%에 달했다.
유 국장은 법으로 정한 최저기준에 못 미치는 사항으로 △근로계약서 미작성 또는 미교부 △임금명세서 미교부 △사회보험 미가입 △연장‧야간‧휴일 근무수당 미지급 등 최저임금법 위반 등을 거론했다.
또 △출산휴가 미보장 △육아휴직 미보장 △배우자 출산휴가 미보장 △난임 치료 휴가 미보장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제와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 미도입 등 여성 노동자들이 출산과 육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태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유 국장은 “병의원 노동자들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민주사회의 기본권리”라며 “노동기본권에 대한 교육과 홍보, 상담창구 운영, 조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병원협회와 의사협회를 대상으로 노동기본권 교섭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진 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실태조사 응답 결과를 심층 분석한 결과 종사자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코로나 19시기 경제 상황, 노동조건, 건강상태, 심리상태, 일상생활 영역에서 모두 5인 이상 사업장에 비해 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5인 미만 여성 청년 노동자들의 조건은 다른 집단에 비해 더 부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와 관계부처에서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작은 사업장 표준임금제’나 ‘보건의료분야 표준임금 체계와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정토론 순서에서 김상기 라포르시안 기자는 “모든 보건의료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 보장이 중요하다는데 공감하고 보건의료노조가 교섭을 요청했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교섭의 가능성과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 며 교섭을 위해서는 “모든 보건의료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섭 테이블에서 노동기본권 보장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이를 기반으로 병원 노사가 함께 소규모 병의원을 위한 정책적‧제도적 지원 방안을 함께 요구하며 사회적 영향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푸른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위반에 따른 단속이 취해지지 않고 있다”며 “교섭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11조를 개정하거나 시행령 7조를 개정해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근로기준법의 범위를 축소해야 하며, 현행 법률 하에서도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인 사업장 감독과 시정조치가 추진돼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임금과 근로시간에 대해서 표준 근로제를 만들어야한다”라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368만 명에 이르고 단시간 노동자 164만 명, 기간제 노동자 417만 명, 특수 고용노동자 220만 명 등 전체 노동자 2500만 명의 절반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나아가 차별이 확산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노총은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근로기준법 제11조와 노조법 제2조 개정 투쟁을 적극 벌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순서로 박지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사무관은 인력확충과 처우 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 사무관은 “의료계는 한 번의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를 만드는 곳이기에 병원에서 일하는 분들이 환자들을 충분히 간호 할 수 있는 근무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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