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사학회, 동의보감사업단과 ‘제34회 한국의사학 학술대회’ 공동개최
한국의사학회(회장 안상우)는 지난 22, 23일 이틀간 부안관광호텔 세미나실에서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과 공동으로 ‘제34회 한국의사학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코로나 감염이 아직까지 종식되지 않음을 고려해 온·오프라인 병행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전통의학에서 축적된 경험지식을 오늘에 되살려 새로운 감염병의 유행에 대비한 양생의학의 지혜를 되새겨 보고자 ‘다시 양생의학의 길로’라는 주제로 한의학을 비롯한 각계 분야의 전문가와 연구자들의 다양한 학술발표가 이어졌다.
안상우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2년 넘게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병의 치료에 있어 과학기술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에는 맹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며, 전통적인 양생 지식을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이번 학술대회가 그러한 시대의 요구에 응답이 될 수 있는 의미깊은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학술대회에서는 임상특강으로 △누가 바람을 보았는가-풍한(風寒)의 의미와 임상(김홍균 내경한의원장/한국전통의학사연구소) △양생의학과 전인건강의 이해(권오민 한의학연 박사) 등이 진행됐다.
전통적 풍한 개념 활용한 코로나 진료경험 ‘공유’
김홍균 원장은 발표를 통해 코로나19 대유행시 코로나 감염병을 전통적인 풍한 개념으로 해석해 많은 내원환자들을 진료한 경험을 발표하고, 체온계·혈압계 등을 활용해 구체적으로 ‘풍’과 ‘한’을 감별하는 방법, 풍한사를 치료하는 처방운용법을 공유하는 한편 권오민 박사는 최근 미국 NIH(국립보건원)에서 제기되고 있는 전인건강에 대한 개념 등을 설명하며, 기존 한의학에서 기본개념으로 여겨져온 ‘전인관’(全人觀) 혹은 유기능체계와 매우 흡사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어진 학술발표에서는 △‘황제내경’ 원리를 적용한 현대인의 건강 양생(류정아 부산한의전) △조선 후기 ‘麻科’ 질환의 양생학- 調理, 禁忌를 중심으로(박훈평 동신한의대) △임원경제지와 천지양생- 몸 자연 사회를 일이관지하여(전종욱 전북대 과학문명학연구소) △식민지 조선에서 의사 미키 사카에(三木榮)의 행적(장재립 경희한의대) 등이 발표됐다.
류정아 교수는 ‘황제내경’의 제일 앞 네 편인 ‘상고천진론’, ‘사기조신대론’, ‘생기통천론’, ‘금궤진언론’에서 나타난 ‘양생’의 원리와 방법을 고찰했으며, 박훈평 교수는 현대의 홍역에 해당하는 ‘마진’(麻疹)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급유방’ 등의 의서를 언급하며, 각 의서별로 마진 발생시 사용해야 하는 식치요법과 금기를 비교 고찰했다.
동의보감과 인문치료의 비교 고찰 ‘눈길’
또한 전종욱 교수는 조선시대 학자 서유구가 ‘임원경제지’를 통해 추구한 ‘박학’이 ‘의방유취’, ‘동국여지승람’, ‘동의보감’, ‘오주연문장전산고’ 등의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서유구는 유학자로서 하늘이 사람을 길러주는 것에 대한 보답은 건강하고 행복한 것 자체라고 주장하며 양생의 당위성을 강조했다”며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몸, 시간과 공간, 공동체에서 양생의 사례를 제시했으며, 궁극적으로 천지와 몸을 하나로 보는 경지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동의보감’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는 △인문치료 관점으로 동의보감 읽고 해석하기(이민호 한의학연) △소애 맹화섭의 생애와 방약지침 연구(박영환 시중한의원) △동의보감 탕액편과 모리노구야쿠원의 송산본초 비교(고병섭 한의학연) △조선시대 의녀의 양성과 활동(신은정 한국교원대) 등이 발표됐다.
이민호 박사는 발표를 통해 코로나 이후 인문치료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동의보감의 내용과 인문치료를 비교고찰했다.
이 박사는 “궁극적으로 몸과 마음을 질병으로부터 해방시켜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문치료의 정신을 동의보감이 구현하려고 했음을 알 수 있는데, 실제 동의보감은 자연의 운행이치와 인간의 심신 반응구조가 같다고 보았으며, 치료는 신체구조와 우주자연의 질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가능한 것으로 인식했다”며 “더불어 외면적으로 드러난 현상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없애야 건강을 온전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고, 이런 의미에서 동의보감의 의학은 인문학에 근거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맹화섭 선생 “남의 아픈 것으로 큰 이익 보면 안된다”
특히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소애 맹화섭 선생의 사자인 맹웅재 교수가 자리를 함께하며, 평소 선생의 한의학에 대한 열정과 소신을 회고하는 시간을 가져 회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날 맹웅재 교수는 “소애 선생은 침 치료와 약 치료시 병의 경중에 따라 금액을 달리 받던 당시의 관행과는 달리 최대한 적은 금액을 받으려고 하셨는데, 남의 아픈 것으로 큰 이익을 보면 안 된다는 평소의 생각 때문이었다”며 “또한 누구에게나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온화한 인품의 소유자였으며, 낮에는 진료하고 밤에 의서를 필사를 하면서 공부를 하셨다”고 회고했다.
의사학회의 발전 직접 확인한 ‘뜻깊은 시간’
더불어 김남일 경희한의대 교수는 학술대회 총평을 통해 “이번 학술대회에서 보다 다채로운 발표들이 이어졌으며, 발표마다 모두 배울 점이 풍부한 내용들로 채워진 것 같다”며 “학술대회를 통해 한국의사학회의 학술적인 발전을 직접 확인한 것 같아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밖에 학술대회 후 개최된 정기총회에서는 이태형 동의보감한의원장을 학술이사로 추대하는 한편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동의보감 홍보 활용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동의보감 문화총서 4종과 다국어 핸드북 7종 등 각종 간행물을 전시하고, 성과홍보물을 참석 회원들에게 전달했다.
한편 학술대회 이튿날인 23일에는 부대행사로 부풍향차문화원을 방문, 부안 지역 자생 차문화에 대한 역사와 유래에 대한 강연과 함께 다양한 차향과 다식을 시음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체험행사는 부안 명인당한의원 서동진 원장의 협찬으로 이뤄졌으며,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직접 만나보지 못한 학회원들이 그동안 밀린 소회를 풀고 다양한 임상경험담을 공유하는 소통의 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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