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염제 등 11개 품목 약국 10곳서 3개월 간 시범 운영 게획
대한약사회(회장 최광훈, 이하 약사회)가 지난 19일 용산대통령실 앞 이태원로에서 ‘국민 건강권 사수를 위한 약 자판기 저지 약사 궐기대회’(이하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약사회 추산 1,000여 명이 참여한 이번 궐기대회에서 약사회는 약 자판기가 궁극적으로 국민건강의 위해를 가져온다고 주장하고, 규제개혁의 허울을 둘러싼 실증특례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는 한편 약 자판기에 대한 대안으로 정부차원의 심야약국 확대운영의 필요성 등을 전달했다.
약사회 최광훈 회장은 대회사에서 “약 자판기는 본질적으로 특정 기업의 수익 창출을 위한 수단일 뿐 심야시간 의약품 구입 편의성 증대는 국민을 속이기 위한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이어 최 회장은 “8만 약사들은 국민건강과 의약품을 단순한 전시성 행정으로 그리고 영리 목적의 희생물이 되도록 외면할 수 없었다”며, “천박한 인식으로 국민건강을 취급할 수 없도록 우리가 끝장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궐기대회는 △2012년 이후 약 자판기에 대한 경과보고 △약 자판기 저지 퍼포먼스 △대통령께 드리는 글 △국민에게 드리는 글 △약 자판기 저지를 위한 결의문 채택 등으로 진행했다.
박정래 충남약사회장은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통해 “약 자판기는 혁신적 기술과 기술의 집약화가 전혀 없는 단순한 자판기임에도 불구하고 첨단기술로서 실증특례 적용대상이 됐다”며 “편의성과 상업성에만 초점을 맞춘 약 자판기 도입 논의를 당장 멈춰 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진 ‘국민에게 드리는 글’에서 변정석 부산약사회장은 “국민건강이 최우선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편의성만을 내세운 약 자판기로는 필요한 의약품을 구입할 수 없어 보다 실질적으로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공공심야약국 확대 방안에 관심을 가져 주실 것”을 당부했다.
또한 ‘국민건강 위협하는 약 자판기 실증 특례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는 결의문을 채택했는데, 이 결의문에는 △환자 대면상담 원칙을 위반하고 기술 및 서비스 혁신성이 부족한 약 자판기 도입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로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맹목적 규제 완화 정책을 전면 철회할 것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보건의료제도에 대한 부적절한 규제개혁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 등의 요구가 담겼다.
한편 논란이 되고 있는 ‘약 자판기’는 심야 또는 공휴일 등 약국이 문을 닫는 시간에 약사와 비대면으로 상담한 뒤 일반의약품 등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기기다.
현재 국내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약국 자판기’라는 이름으로 약 자판기가 운영되고 있지만 현행법상 일반의약품은 자판기 판매가 금지돼 있어 마스크, 임신테스트기와 같은 의약외품·의료기기나 비타민 등 영양제만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4월 편의점 무인자판기 업체들이 일반의약품이 포함된 안전상비약을 판매 품목에 포함시키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의 안건 신청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보통신기술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 약 자판기를 실증 특례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며 약사회의 반발이 커졌다.
결국 지난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제22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약국 앞에 설치된 일반의약품 화상판매기를 통해 약사와 화상통화로 상담 및 복약지도를 받아 일반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는 약 자판기(일반의약품 스마트 화상판매기) 등 11건의 규제특례 과제를 승인해 약국이 운영하지 않는 시간에도 전문약사와 상담을 통해 일반의약품 판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약 자판기가 취급할 수 있는 약은 △해열·진통소염제 △진경제 △안과용제 △항히스타민제 △진해거담제 △정장제 △하제 △제산제 △진토제 △화농성 질환용제 △진통·진양·수렴·소염제 등 11품목이다. 우선 서울 지역 약국 10곳에서 3개월 동안 시범 운영한 후 확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20일 심의위 결과가 발표되자 약사회는 곧바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약 자판기 조건부 실증특례를 부여한 정부의 결정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약사회는 단 하나의 약국에도 약 자판기가 시범 설치되지 않도록 하는 등 어떠한 조건부 실증특례 사업에도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비대면 진료 대응 약·정협의 전면 중단은 물론 정부가 추진하는 약사 말살 정책에 대한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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