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와 재판 잘 받는 법-07

기사입력 2021.11.12 13:23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진료 중 추행혐의 피소, 막으려면?

    인터넷.jpg

     

    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

    (법무법인 한결)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법무법인 한결)로부터 현장에서 느낀 경험을 토대로 수사와 재판을 잘 받는 법에 대해 소개한다.


    고령의 한의사 한분이 환자추행관련 경찰서에 고소됐다. 환자에게 한약처방관련 복진을 하기위해 여성 환자의 신체부분을 만진 것이 화근이 되었다.

    복진을 하기 전에 왜 복진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사전에 설명을 하고 환자의 동의를 받고 했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는 복진과정에서 거부표시 등을 하지 않다가 한의원을 나오면서 경찰에 고소했다. 복진과정에서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꼈지만 당시에는 차마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환자의 말을 그대로 들어보면 환자의 입장에서 형법상 추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고소사건을 접수, 수사를 한 경찰은 환자의 말을 그대로 인정해 한의사를 추행죄로 입건, 검찰에 송치했다.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실시한 복진이 과연 형법상 강제추행죄에 해당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쟁점이다.


    ◇신체접촉, 사전 환자 동의 필수

    진료과정에서 환자의 신체를 접촉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특히 한의사의 경우 뜸과 침 시술을 하기 전에 문진과 함께 환자 몸에 진맥과 복진을 하는 것은 필수적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 환자가 느낄 수치심과 굴욕감을 감안하여 환자의 몸에 접촉을 하기 전에 충분히 사전에 그 필요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구하고 동의를 받아 진단을 했으면 어떠했을까 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그러한 취지의 설명과 동의를 받아 했다는 증거를 남겨놓을 필요가 있다.

    휴대폰으로 사전녹음을 하면 좋은데 그렇다고 진료 전에 녹음을 하는 것은 어색하기 그지없다.

    환자와 같이 동행한 보호자 또는 병원 근무 조무사 등이 입회한 가운데 설명과 동의를 구했다는 입증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진료실에  CCTV를 설치하고 녹음과 녹화까지 하는 것은 환자와 의사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소지가 크다.

    이러한 고소사건의 경우 경찰은 환자의 일방적인 진술을 맹신한 채 추행죄로 입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 보다는 대한한의사협회에 수사관이 사실조회요청을 해 진료 과정에서 복진이 과연 필요한지, 어떤 경우에 복진을 하는 것인지, 복진을 하는 경우 방법은 신체의 어느 부분까지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복진하기 전에 환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시행(특히 환자가 수치심을 느끼는 신체부분)하는 것이 허용된 의료행위인지에 대한 자문을 구하도록 요청(변호사 의견서 또는 해당 한의사가 조사를 받으면서 수사관에게 서면으로 요청)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강제추행 vs. 소통미흡

    필자가 알기로 복진은 환자의 상태를 알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으로 반드시 필요한 진단방법은 아니고 의료진의 재량에 따라 실시하고 있으며 복진이 통상 환자의 신체부분을 손으로 누르고, 만지면서 진단하는 관계로 환자에 따라 수치심을 느낄 수 있으므로 이와 관련 시행전 충분히 설명을 한 후 동의를 받아 실시하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해당사건의 경우 해당 한의사가 오랜기간 동안 첩약 조제 전 환자의 신체건강상태와 체질 등을 알아보기 위해 관행적으로 해오던 방법으로 사전에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당연히 허용된 의료행위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이러한 행위가 과연 형법상 강제추행죄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설명부족에 따른 소통미흡으로 볼 것인가는 하는 문제는 검찰과 법원의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의료법상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수술의 경우에 수술의 필요성을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고 사전 동의를 받아 수술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법상의 수술 전 환자(또는 보호자)의 동의범위에 한의사의 맥진, 복진까지 포함되는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만일 이러한 동의 없는 복진과 관련 추행죄로 기소여부에 대해 기소심의위원회 또는 기소 시 배심재판을 통한 판단을 통해 형사책임 해당여부 나아가 처벌정도수준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러한 사건은 법조문을 통한 형사처벌 판단보다는 국민들의 법 감정에 대한 판단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적어야 산다

    필자가 한의원 또는 병원을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진료실마다 환자의 사생활보호를 위해 커튼이 쳐져 있다는 것이다.

    커튼이 쳐진 과정에서 침술 또는 복진, 맥진과정에서 환자가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부분에 불가피하게 접촉이 되었을 경우 일부환자는 의사를 상대로 성적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꼈다고 형사고소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환자가 예민하게 느끼는 신체적 부분에 진맥, 복진, 시술시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을 구하고 동의를 구한 후에 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아울러 이러한 설명과 동의를 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도록 진료지에 세밀히 기재하고 환자의 서명을 받아 놓는 것도 분쟁예방에 도움이 된다.

    최근 수술실 CCTV 설치 등 의사가 수술과정에서 대리수술관련 불법의료행위 차단을 위한 사전 증거확보를 위한 법령이 통과되는 등 의사의 진료행위에 대한 감시활동이 강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앞으로 환자의 민, 형사상 제소에 대비해 한의사 또한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와 교육도 필요하다.

    이에 필자는 먼저 진료기록지에 세세히 진료과정을 기록하고 환자에게 확인시키고 서명을 받아놓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적자생존!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아니다.

    적어야 산다. 진료 전 환자에게 설명을 하고 동의를 구했다는 내용을 세세히 진료기록지에 기재하고 이와 관련 필요시 환자 또는 보호자의 서명을 받아놓아야 생존할 수 있다는 말이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