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의 약한 고리 下

기사입력 2021.11.0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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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계 약한 고리가 강한 고리보다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커”
    환자 이용률 높으나 치료율이 훨씬 우수하다는 근거 없어
    약한 고리의 악순환 끊어야 하는 게 한의계의 향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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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동 원장

    서울 영등포구 행파한의원

    전 상지대 한의과대학 교수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약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약점과 강점을 면밀히 분석, 다양한 질환 치료에 큰 효과를 발휘하며 영구적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치료

    치료는 진단결과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진단이 잘못되면 어떠한 치료도 소용없다.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이다. 올바른 치료는 반드시 정확한 진단을 전제한다. 특히 한의학은 진단결과에 따라 처방 등이 전혀 다르며, 진단과 치료가 거의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한의계는 진단보다는 치료, 치료를 위한 술기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주변의 한의사들만 봐도 처방이나 치료기술에 관심이 훨씬 많다. 그렇다 보니 표준적 효과적인 치료지침서가 있어도 치료에 적극 활용하지 않는다. 각자의 경험이나 관점을 더 중시한다. ‘醫者意也’ 의식이 아직도 높기 때문이다. 동일 환자라도 한의사마다 다르게 치료하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다. 나와 다른 한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다르면 나, 다른 한의사 또는 모두 잘못일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나도, 너도 모두 올바르다는 것이다. 모두를 정답으로 본다. 당연히 효과가 최고인 것만이 정답이다. 정답은 하나이다.

     

    치료에서도 진단처럼 환자 의존도가 문제다. 치료효과를 판정하는 객관적 지표나 수단 등이 적거나 없다. 치료자인 한의사가 치료결과를 판단하고 평가해야 하는데 환자가 좋아졌다고 하면 좋아진 것이며, 효과가 없다고 하면 없게 되는 형편이다. 약물, 침 중심의 단순한 치료수단도 큰 약점이다. 이것만으로는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데 상당한 한계가 있다. 

    그나마 한의계의 최대 장점인 바로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5000여종의 한약재가 있는데도 100~200여종만 사용하고 있으며 이중에서 주로 처방되는 약재는 일부 보약재와 오적산류 등이다. 최대의 장점을 스스로 최소화하고 있다. 매우 다양하게 활용되는 중의학과 너무 대조적이다. 

    효과적인 각 질병별 치료지침서, 매뉴얼 기반 등의 근거기반 치료가 필요하다. 이들 내용 중에 치료율, 치료기간, 재발률, 독성 및 부작용 등이 포함돼야 한다. 이외에도 감염병, 응급의료분야 등의 일정한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의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서 한의계의 역할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기타 

    건강보험 참여 등의 제도화도 문제다. 높은 치료비 부담으로 소비자의 불만이 매우 크다. 여기에다 효과의 확실성이 낮고 서양의학의 보험강화나 실손 등으로 본인부담금이 거의 ‘0원’에 가까운 상태에서 한의치료비의 경우 본인부담금 100%는 큰 문제다.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환자들이 치료비 부담으로 한의치료를 꺼리고 있다. 

    이미 모든 사회주의나 자유방임형 의료경향이 있는 미국조차도 사회보장제로 국민의 건강, 질병문제를 관리하고 있다. 대세를 따르거나 아니면 극복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한의계의 잘못된 수가책정 등 여러 문제와 건강보험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서로 다르다. 

    이외에도 인터넷상에서의 한의계 평판은 너무 부정적이다. 치료할 수 있다고 하여서 높은 본인부담금에도 불구하고 치료했는데 효과를 못 본 환자들의 성토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모든 문제가 공개되고 드러나는 인터넷 특성상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한의계다. 이렇다보니 한의치료를 하고자 하는 예비 소비자들까지 외면한다. 대부분이 객관적 자료에 기반하거나 표준화된 근거기반의료가 아닌 경험적, 관습적 근거 없는 과장된 진료의 결과다. 

    그리고 누구나 인정하는 한의치료 우수 질병이 없다. 누구든 무슨 질병하면 한의원에 가라는 한의치료 우수분야가 없다는 뜻이다. 보약, 근골격계 질환이 있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환자의 이용률이 높은 것이지 다른 의학에 비해 치료율이 훨씬 우수하다는 근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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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약 우수분야가 있는 것은 의학적, 경영측면 등 여러 면에서 한의계로서는 유익하다. 예로 서양의학은 진단, 수술, 감염병, 응급의학 등 누구나 우수성을 인정하는 분야를 지니고 있으며, 중국은 최근 중의학으로 치료가 잘되는 중의우세병종을 연구하고 있다. 

    지금처럼 모든 분야를 커버하는 것은 한의학적으로 우위에 있는 분야까지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상의 엄연한 이치 중 하나는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잘 한다는 것은 모두 못한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다.     

    지금까지 분야별 한의계의 약한 고리를 알아보았다. 근거가 높은 연구가 없거나 자료부족(부재), 유용하지 않는 이론이나 치료법이 많은 것, 증(증후)기반의학, 진단과 치료과정에서 높은 환자 의존성, 낮은 객관적 검사 및 진단자료 활용률, 주관적 진단, 진료지침서나 매뉴얼의 부족으로 근거기반 진료나 표준적 치료의 한계, 치료율이나 치료기간 등을 예측할 수 없는 것(치료 불확실성), 본인부담금 문제, 한의치료 우수 질환 문제 등은 한의계의 가장 약한 고리다. 이러한 문제가 계속 악순환 되고 있으며 더 축적되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 것이 한의계의 과제다.

     

    3. 요약 및 결론

    어느 분야든 강점과 약한 고리인 약점이 있다. 특히 모든 의료는 더욱 그렇다. 분명한 것은 약한 고리의 영향력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완해야 한다. 앞의 내용은 저자의 의견이지만 대부분은 동의할 것이다.  

    수준 높은 연구나 자료가 많을수록 좋다. 여러 면에서 유용성과 활용할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나 한의계가 생산한 한의학 관련 기본적인 자료는 더욱 중요하다. 특히 각 질병별 한의학적인 환자 자료는 더욱 필요하다. 좀 더 정확한 변증과 치료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유용하고 효과적인 표준화된 진단, 치료지침서도 시급하다. 이것들은 한의사마다 제각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치료결과 등을 예측할 수 있다. 이런 날이 하루라도 빨리 와야 한다. 이게 없어 전국의 한의사들이 좀 더 나은 처방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모습은 너무 안타깝다. 

    표준화된 진료는 환자의 신뢰를 얻는다. 한의학은 상당한 효과가 있는 의학임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치료 불확실성, 치료비 부담의 문제도 크지만 특히 진료가 한의사마다 제각각이어서 무언가 잘못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이것은 한의학의 의학적 불안정을 의미한다. 현재 한의계의 제각각 의학의 한계점이다. 어떤 한의원을 가더라도 동일한 진단과 치료를 하고, 어느 정도의 효과만 있다면 상당수는 다시 자신의 몸을 맡길 것이다. 

     

    진단과 치료과정이나 결과판정 등 모든 진료 과정에서 한의사는 실질적 중심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한의학적인 다양하고 유용한 지표를 개발해서 활용하고 각종검사, 영상자료를 진료에 활용해야 한다. 진단과 치료과정이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객관적이고 엄격해야 한다. 지금은 너무 단순하고 편의적이다. 

    질병기반 의학이 아닌 증(증후 )기반의학도 큰 문제다. 우선 각 질병관련 많은 증, 증후로 한의사들은 불필요한 업무부담(loading)이 있으며 이것으로 잘못된 처치를 할 수 있다. 모든 의학은 症(證) 중심의학이 아닌 질병기반 의학이다. 한의계는 여러 면에서 의학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코로나19 감염 증상이 다양하지만 질병명은 단 하나 코로나19 감염증이다. 코로나로 인한 여러 증상은 발병원인인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없애면 된다. 

     

    한의계의 약한 고리는 강한 고리보다 한의계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한의계를 옥죄는 것들도 대부분이 한의계의 약한 고리 때문이다. 잘 아는 것처럼 코로나19 극복의 핵심은 효과가 충분한 백신접종이다. 이외는 근본적인 처치가 아니며 일시적 조치일 뿐이다. 한의계도 핵심적 약한 고리를 알고 이것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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