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 의학문답을 번역하다”
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孟華燮 先生(1915∼2002)은 경기도 광주군 출신으로서 부친의 영향으로 한의학에 입문해 한의사가 된 후 1960년대 후반부터 1992년까지 한의대생들에게 한방임상강의를 실시한 한의학자이다. 맹화섭 선생의 친손인 맹원모 원장(강남구 맹화섭한의원)으로부터 기증받은 맹화섭 선생의 친필 번역본인 『韓日醫談』을 연구실에 보관돼 있었던 것을 찾아냈다.
『韓日醫談』이라는 책 제목이 붙어 있는 복사본의 형식으로 되어 있는 97쪽짜리 책은 앞쪽에 다음과 같이 이 책이 나오게 된 전말이 쓰여 있다.
“1981年 10月 5日. 日本 漢方交流會 理事長 太田裕康氏가 보내왔다. 이 『桑韓醫談』을 맹화섭 선생에게 번역을 1981년 11월 10일에 의뢰하여 1982년 2월 10일 완료하였다.”
이것은 이 책이 번역되게 된 과정을 적은 것이다. 그리고 이 기록의 끝에 裵元植 先生(1914〜2006)의 도장이 찍혀 있다. 아마도 배원식 선생이 일본의 太田裕康 先生이 보내온 『桑韓醫談』이라는 책을 맹화섭 선생에게 번역을 의뢰해 4개월여만에 번역을 완료하여 책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번역과정에서 책 제목을 『韓日醫談』이라고 바꾼 것이었다.
『桑韓醫談』은 조선인 의사 奇斗文(17-18세기)이 조선통신사 수행의관으로 1711년 大垣 桃源山 全昌寺에 머무르고 있을 때, 그곳을 방문한 日本의 醫師 北尾春圃의 질문에 대답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桑韓醫談』은 일본인 의사 北尾春圃가 저술한 서적으로 기두문과의 의학적 문답을 기록하고 있다.
맹화섭 선생이 적고 있는 서문을 아래에 소개한다.
“緖言
西紀一九八一年 秋頃에 내가 늘 尊敬하는 裵元植先生으로부터 韓日醫談(桑韓醫談)이라는 冊子(岐阜縣立 岐阜圖書館 所藏)의 複寫分을 받아 보았는데 其의 內容을 살표본즉 西紀 一七一一年(韓國의 肅宗 三七年이오 日本의 正德一年)에 韓國使臣의 一員인 醫官 奇斗文)朝散大夫 典涓司直長)이 日本 東都에 招聘되어 來臨할 때에 濃州의 大垣地方 桃源山 全冒寺에 寄宿함을 機會로 하여 濃州地方의 醫員 藤春圃가 會見함을 請하여 藥物의 疑心나는 點을 韓國과 日本의 實物을 對照하여 問答하고 難治가 되는 病에 대하여는 韓日間의 治法을 詳論하였다.
특히 藤春圃가 得意한 樞紐로서 水火의 均衡 卽 命門의 水火는 腎間動氣의 調節과 陽은 有餘하다하나 滿하기는 難하고 虧하기는 易하다 함과 未發의 火는 命門의 火로서 恒常 保全하여 脾土를 生하여야 한다는 함과 已發의 火는 補陰降火를 하되 命門의 火가 꺼지지 않는 범위내에서 운영되어야 하며 假火로서 飮食, 勞倦으로 上, 中焦의 陽氣가 虛脫되어 發熱, 自汗하는 境遇와 勞役, 嗜慾 等으로 命門의 火가 動하여 肌表로 浮散함으로 熱이 오는 境遇와 水가 極하면 火와 似하여 陰極發躁가 되는 境遇 등과 客熱이 入腎하여 熱이 不退하고 晝輕夜重하는 等의 六個條의 醫理를 기술하였다.
또한 脾胃, 補陽, 實似虛者, 或瀉之, 或和之, 未發之火, 假火, 陰陽權衡, 火極似水 等의 治法을 例를 擧하여 記述하여 韓國醫官 奇斗文과 逐條相論한 바 奇斗文이 云하되 自己가 日本에 到來하여 馬州로부터 東都에 이르기까지 數많은 醫者와 患者를 相對하였으나 이와 같이 醫理가 整然한 分은 藤春圃가 처음이라하며 可謂 日本의 天民(1506〜1520年代 醫學正傳著者)이라 稱讚하고 相互共鳴한 感懷가 깊었으며 서로 情表를 交換하고 惜別하였다.
여기에 相論한 所論에다 藤春圃의 令息三兄弟(모두 醫學을 공부시켰음)가 다시 의문나는 점을 거하여 問答한 것을 附錄으로 하여 刊行한 것으로 其의 根據가 整然하고 醫理의 核心이 되는 바로서 우리 醫學徒들의 再吟味할 資料가 될 것을 確信하여 未熟함을 무릅쓰고 直譯을 한 것이니 一讀을 勸하오며 誤譯된 點은 一一히 擧하여 下敎하여 주시기를 務望하는 바이다.
또한 回顧하건데 西紀 1710年代(거금 270年前)만 하여도 韓國醫官이 信使를 건너가서 日本全域을 遍歷하며 醫療를 施行하였다는 事實과 日本에도 藤春圃와 같은 醫理가 深奧한 分도 있었다는 것을 推察할 수 있다.
西紀 1982년 2월 4일 한의사 孟華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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